트럼프, 연방검찰의 기소에 “미친 사람들 짓”… 대선 행보 강행
[美 연방검찰, 트럼프 기소] 기밀 불법반출 등 37건 혐의 적용
“최후의 전투” 바이든에 선전포고
공화 대선주자들, 기소 비판속에
일부선 “심각성 차원 달라” 우려
정부 기밀문건 반출 혐의로 연방정부에 의해 형사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즈버러에서 열린 공화당 행사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린즈버러=AP 뉴시스
국가기밀 불법 반출 혐의로 미국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연방검찰에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간) “미치광이들의 근거 없는 기소”라며 “이것은 최후의 전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와의 사생결단을 예고하며 2024년 대선 출마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공화당 대선주자들도 “법무부의 정치화”라며 반발했다. 다만 일각에선 3월 ‘성추문 입막음’ 사건 기소 때와는 “심각성의 차원이 다르다”는 우려가 나와 향후 대선 과정에서 파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트럼프, “최후의 싸움” 선전포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조지아주 콜럼버스 등에서 열린 공화당 행사에 참석해 “나는 ‘블루 스테이트’(민주당 우세 지역)의 상공을 지날 때마다 소환장을 받는다”라며 “난 절대 감옥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소 이틀 만에 남북전쟁 당시 노예제를 옹호한 남군의 무기 공장이 있던 콜럼버스를 찾아 지지자 선동에 나선 것이다.
자신을 기소한 잭 스미스 특별검사를 향해 “미치광이”,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에 대해선 “마르크스주의자” “당장 제거해야 할 병든 이들의 소굴” 등 원색적인 비난도 퍼부었다. 이어 “우리는 지난 7년간 러시아, 중국, 이란, 북한을 합친 것보다 더 위험하고 사악한 세력에 맞서 싸워 왔다”며 “공산주의자들이 승리해 미국을 파괴하거나 우리가 공산주의자들을 파괴하거나 둘 중 하나”라고 바이든 행정부에 선전포고를 했다.
앞서 9일 공개된 49쪽 분량의 기소장에 따르면 연방검찰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37건의 혐의를 적용했다. 여기에는 극비문서(Top Secret) 등 문건 320여 건의 무단 반출 혐의가 포함됐다. 국방기밀 반출은 유출된 문건마다 최대 징역 10년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미 헌법에는 기소되거나 복역 중인 범죄자의 대선 출마나 대통령 취임을 금지하는 조항이 없어 사법 조치가 이뤄지더라도 그의 출마 강행을 막기 어렵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13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연방법원에 출석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지지층의 폭력시위 위협도 이어졌다.
● 공화당 주자들 “법무부 무기화”
공화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한 연방검찰과 법무부 등에 대한 총공세에 나설 태세다. 대선주자들도 일제히 반발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2인자였지만 2020년 대선 불복을 계기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결별한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은 “법무장관이 미 국민 앞에 서서 기소에 관한 모든 내용을 공개하라”고 압박했다. ‘법무부의 정치화·무기화’ 사례인지 국민이 판단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도 법무부를 향해 “트럼프 추격에는 그렇게 열광적이면서 (‘이메일 스캔들’에 휩싸였던) 힐러리나 (바이든 대통령의 차남으로 탈세 의혹 수사를 받는) 헌터에 관해서는 그토록 수동적인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주장했다.
특히 부통령 재임 시절 문건 유출이 확인된 바이든 대통령과의 형평성을 문제 삼으며 의회 청문회 등으로 법무부와 FBI의 정치적 편향성을 부각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10건의 문서를 반출한 데 반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극비문서를 포함한 320여 건의 문서를 반출한 만큼 사안의 심각성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밀문서를 발견했을 때 이를 국립문서보관소에 즉시 넘기지 않았고, 모두 기밀이 해제된 문서라고 허위 주장도 했다.
이에 공화당 내에서도 성추문 입막음 기소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여론조사업체 유고브의 지난달 30일 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층 중 성추문 입막음 사건에 대해선 27%가, 기밀문서 반출에 대해선 44%가 각각 ‘심각한 범죄’라고 응답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