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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SI와 FVI, 두 가지 렌즈를 통해 살펴본 최근 금융안정상황
FSI와 FVI, 두 가지 렌즈를 통해 살펴본 최근 금융안정상황
한국은행은 금융안정상황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지표로 금융불안지수(FSI: Financial Stress Index)와 금융취약성지수(FVI: Financial Vulnerability Index) 두 가지 지수를 활용하고 있다. 두 지수 모두 금융안정과 관련있는 다양한 경제지표들을 선정하여 표준화한 후 하나로 통합한 종합지수(Composite Index)이다. 그러나 각각의 지수를 산출하기 위해 사용되는 세부 지표들을 보면 통계가 산출되는 주기나 그 특성이 서로 상이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시각과 시계에서 금융안정상황에 대한 정보와 정책대응 근거를 제공할 수 있다.
FSI는 단기적인 금융안정상황을,
FVI는 금융시스템의 중장기적 취약성을 평가하는 지표이다.
먼저 FSI는 금융시장, 실물경제, 가계, 기업, 은행, 대외부문 등 6개 부문의 다양한 지표를 이용하여 월 단위로 산출[1]한다. 금융시장의 경우 채권 스프레드 및 주가 변동성, 환율 변동성 등 시장의 변동성 측정 지표들이, 가계 및 기업은 CSI나 BSI 등 경제주체들의 심리지수들이 금융불안 상황을 측정하기 위한 주요 지표로 이용된다. 그 밖에도 FSI에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 무역수지, 은행 연체율 등을 포함한 약 20여개의 세부 지표들의 정보가 반영되는데 이를 통해 금융시스템의 단기적인 금융안정 상황을 보여준다. 또한 FSI의 경우 과거의 금융불안 상황과 비교하여 현재 지표 수준을 평가해볼 수 있도록 주의단계(8)와 위기단계(22)의 임계 수준을 제시하고 있다.
오늘 발표된 2023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나타난 최근 FSI의 흐름을 보면 지난해 10월 레고랜드 사태 등의 영향으로 위기단계인 23.4까지 상승하였다가 금년 5월에는 17.0 수준까지 하락하였다. 이는 상반기중 실리콘밸리 은행, 크레디트 스위스 사태 등 글로벌 은행 불안에도 불구하고 신용스프레드가 축소되고 주가 변동성도 낮은 수준을 보이는 등 금융시장이 대체로 안정적인 모습을 유지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림 1. 금융불안지수(FSI)
자료: 한국은행
그림 3. 주가 및 주가 변동성
자료: KOSCOM
그림 2. 금리 및 신용스프레드
자료: 금융투자협회
한편 FVI의 경우에는 주식, 부동산 등 자산 가격과 가계와 기업의 신용레버리지 및 채무상환부담 수준, 금융기관의 복원력, 대외부문 충격 흡수능력 등을 나타내는 다양한 지표[2]를 활용해 우리 금융시스템의 중장기적 취약성을 분기 단위로 측정한다.
마찬가지로 최근 FVI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지난해 지속적인 하락세(2021년말 56.2 →2022년말 46.0)를 보이다가 금년 1/4분기에는 48.1으로 다시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가운데서도 채권 및 주식시장이 상반기중 작년 하반기 대비 호조세를 보이고 기업 레버리지도 소폭 상승하는 모습을 보인 데 주로 기인한다. 반면 가계 레버리지의 완화폭은 크지 않았으며, 부동산 부문 지수도 장기 평균을 상당폭 상회하고 있다.
그림 4. 금융취약성지수(FVI)
자료: 한국은행
그림 5. 금융불균형 관련 부문별 지수1)
주: 1) 점선은 장기평균(07년 1/4분기 ~ 23년 1/4분기중)
자료: 한국은행
최근 FSI는 하락하고 FVI는 상승하였는데
지난해 이후 두 지수간 상반된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두 지표의 최근 움직임을 통해 우리나라의 금융안정상황을 평가해보면 금융시장이 대체로 안정된 모습을 보임에 따라 FSI가 하락하면서 단기적 금융불안 우려는 완화된 데 반해, FVI는 재차 상승하면서 금융시스템의 중장기적 취약성 완화 추세는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요약할 수 있다.
이와 같이 FSI와 FVI가 서로 상반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드문 상황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두 지표의 움직임을 장기적으로 비교해 보면 특히 금리 상승기에는 FSI는 상승하는 반면 FVI는 하락하는 양상이 더욱 뚜렷하게 관측된다. 이는 통상적으로 기준금리 인상 국면에서는 이전보다 시장 변동성이 증가하면서 단기적인 금융불안이 심화되는 반면, 금리 상승으로 경제주체의 위험선호도가 감소하고 부채 디레버리징이 촉진되며 자산가격이 재조정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지난해에는 FSI가 상승하고 FVI는 하락하는 흐름이 연중 이어진 바 있다. 한편 최근에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 긴축기조 완화 기대 등으로 금융시장의 투자심리가 회복되고 경제주체들의 전반적인 위험회피성향도 완화되면서 지난해와는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림 6. FSI 및 FVI 추이1)
주: 1) 음영은 금리인상기
자료: 한국은행
그림 7. 기준금리 인상시 FSI 및 FVI 상관관계1)
주: 1) 각 점은 12.1/4~23.1/4 기간 중 FSI, FVI의 전기대비 변동폭을 의미
자료: 한국은행 시산
먼저 FSI가 다소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으나 여전히 주의단계를 상회하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겠다. 금융시장은 안정된 모습을 보였으나, 물가가 여전히 장기 평균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연체율이 조금씩 상승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무역수지도 적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하반기중에 실리콘밸리 은행, 크레디트 스위스 사태와 유사한 주요국 은행 부실 등으로 국제금융시장 불안이 재현되거나 국내에서 예상 밖의 신용이벤트가 발생할 경우 금융시장이 급격히 경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더해 우리 경제 민간신용의 디레버리징이 아직 충분히 진행되지 않았고 주택가격도 경제 기초여건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임을 감안할 때 FVI가 하락 움직임을 잠시나마 멈춘 모습을 보인 점도 충분히 경계할 측면이 있다. 4~5월중에는 가계대출이 소폭이나마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주택가격도 서울 등 일부 지역에서 국지적으로 상승 전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한동안 해소되는 움직임을 보였던 금융불균형이 다시 누증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용축적 측면의 금융시스템 취약성 악화는 대내외 충격에 대한 대응 능력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는 경제성장의 저해[3]로 나타날 수도 있다는 기존 분석 결과 등을 감안할 때 향후 관심을 갖고 FVI 흐름을 주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FSI와 FVI, 두 지수의 흐름을 종합적으로 관찰하면서
장·단기적 시계를 모두 아우르는 정책적 대응을 해 나가야 한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현 시점에서 우리 정책당국은 단기적으로는 FSI를 통해 나타나는 금융시장 불안에 신속하게 대응하면서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는 FVI를 통해 표현되는 금융불균형을 완화해야 하는 책무를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어려운 처지에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FSI와 FVI는 지수 편제를 위해 선정된 세부 지표나 그 지수를 통해 중점적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초점이 다르다는 점에서 장·단기 시계하에서 우리나라 금융안정상황을 평가하는 두 가지 다른 렌즈라고 볼 수 있다. 쓰임새가 다른 볼록렌즈와 오목렌즈를 잘 결합하면 먼 우주를 관찰하는 망원경으로 기능하도록 만들 수 있듯, 어느 한 지수의 움직임에 매몰되기보다 두가지 지수의 변화 방향 및 속도 등을 종합적으로 관찰하면서 금융안정상황을 장단기적 시계에서 조망하고 정책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겠다.
[1] 신용스프레드 등 금융시장 지표 6개, 경제성장률 및 물가 등 실물 지표 3개, 소비자심리지수 등 가계 지표 2개, 기업경기지수 등 기업 지표 2개, 연체율 등 은행 지표 3개, 무역지수 등 대외 지표 4개를 포함한 총 20개의 세부지표로 구성되어 있다. FSI의 편제 방식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2012년 4월 금융안정보고서 「참고 Ⅳ-1. 금융안정지수 개요」에 수록되어 있다.
[2] 부동산, 주식, 채권 등 3개 부문의 자산가격 지표 8개, 가계, 기업, 대외 등 3개 부문의 신용축적 지표 14개, 주요 금융업권 및 상호연계성 등 5개 부문의 금융기관 복원력 지표 17개 등 40여개의 지표를 사용하고 있다. 세부 지표 목록 및 편제 방식은 2021년 6월 금융안정보고서 「주요 현안 1. 금융취약성지수(FVI) 신규 편제 결과 및 시사점」에 상세히 설명되어 있다.
[3] 1996년 1/4분기부터 2022년 3/4분기까지의 기간 중 금융취약성지수와 경제성장률 간의 관계를 보면, 가파른 신용 증가로 금융취약성이 장기평균보다 심화되었던 시기에는 1년(4분기) 후 경제성장률이 장기평균을 크게 하회하는 경우가 많았다.(2022년 12월 금융안정보고서 「주요현안 1. 기준금리 인상이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 분석」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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