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81)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48)씨와 부인 신정화(44)씨가 이혼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노태우 전 대통령 측이 사돈인 신명수(72) 전 신동방그룹 회장에게 맡겼다고 검찰에 밝힌 비자금의 향방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12일 노재헌씨 측은 부인 신씨를 상대로 낸 이혼소송을 지난 2일 취하했다. 이는 홍콩 법원에서 별도로 진행해온 이혼소송이 신씨측의 승소로 마무리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노씨 부부는 1990년 청와대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신씨의 아버지인 신 전 회장은 당시 동방유량의 대표였다. 동방유량은 식용유 브랜드 해표로 유명한 중견기업이었다.
동방유량은 고 신덕균 회장이 60년대 설립한 회사다. 장남인 신 전 회장은 1989년 동방유량의 회장직에 올랐다.
지난해 6월 검찰에 낸 진정서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신 전 회장에 비자금 420억원을 맡겼다며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또 비자금으로 사들인 빌딩을 담보로 대출받아 개인 빚을 갚은 데 사용한 것이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 측이 비자금의 반환을 요구하기 전인 2011년 노재헌씨와 신명화씨는 이혼소송에 돌입했다.
따라서 이혼소송이 진행 중인 가운데 재산 분할이나 다름없는 비자금의 반환을 요구한 셈이다.
강남 빌딩 등에 사용된 수백억 비자금, 돌려받기도 난망
하지만 비자금 반환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신동방그룹이 IMF 이후 쓰러지고 회사가 분할됐기 때문이다.
IMF 이전에 이미 신동방그룹은 위기를 맞고 있었다. 신 전 회장은 회사이름을 신동방으로 바꾼 이후 1997년 대농그룹의 주력기업인 미도파를 인수하기 위해 1000억원의 자금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적대적 M&A는 대농측의 방어로 끝내 실패했다. 인수전의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자금을 과도하게 끌어다쓴 것이 신동방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신동방그룹은 이후 사조그룹과 CJ의 컨소시엄에 인수된다. 식품부문이 분할돼 현재 사조해표가 동방유량의 역사를 계승하고 있다.
비자금의 사용처도 문제다.
1995년 검찰은 노태우 전대통령 비자금 조사 결과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중 230억원 가량이 사돈인 신 전 회장에게 흘러들어갔고, 이 돈 중 일부가 테헤란로 빌딩 신축자금으로 쓰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나머지도 건물 매입에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 건물들은 이미 매각된 상황이다. 검찰 수사결과에 따르면 당시 비자금으로 지은 건물은 현재 테헤란로에 있는 KT선릉타워다.
선릉역 사거리 인근 삼성생명 대치타워 옆에 있는 이 건물의 원래 이름은 동남타워였다. 나중에 KT의 자회사인 KTF가 이 건물을 매입한 뒤 합병되면서 건물도 KT로 넘어갔다.
건물을 지은 정한개발은 신 전 회장이 이끌던 동방유량의 계열사다. 따라서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 과정에서 이 건물의 실소유주가 노태우 전대통령이라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사돈에게 맡긴 수백억원 외에도 다양한 형태로 보유 중이던 차명재산의 반환을 요구하는 중이지만 반환은 쉽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비자금으로 설립한 회사의 운영을 놓고 조카에게 건 소송에서 패소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1988년과 1991년 두 차례에 걸쳐 총 120억원의 비자금을 동생 노재우(78)씨에게 맡겼다. 이 돈은 냉동창고업체 오로라씨에스 설립에 사용됐고 노재우씨의 아들이자 노 전 대통령의 조카인 노호준(50)씨가 운영하고 있다.
노호준씨는 이 회사 대표로 재직하던 2004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국가의 추징을 피하기 위해 회사 소유 부동산을 자신이 지분 100%를 보유한 유통회사에 매각했다.
노 전 대통령은 노호준씨가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며 주주대표 자격으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주주 자격을 인정하지 않았다. 비자금으로 설립한 회사라 하더라도 회사의 실질주주 자격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소송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한편 이전 소송의 예로 볼 때 노 전 대통령이 신 전 회장에게 수백억원의 비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 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검찰은 진정서 접수 이후 수사 관련 내용을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자료원:한국경제 2013. 5.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