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성(性) 관계라든지 섹스(sex)를 이야기하면 거부감 또는 부끄러움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아이에게서 "아기가 어떻게 태어나요?"라는 질문을 받은 부모처럼 말이다. 그런데 그게 부끄럽거나 수치스러운 일일까. 그게 없었다면 우리가 어떻게 태어났겠는가.
생물은 자웅의 결합에 의해 번식한다. 인간도 마찬가지이다. 남녀의 결합, 음양 교합에 의해 생명이 잉태되어 아이를 낳는다. 이게 없으면 우리는 존재할 수 없다. 생명이 탄생하는 이 과정은 대단히 신성하다. 그런데 인간은 성(性)이 종족 번식 목적 외에도 쾌락을 위해서도 한다. 이 점이 동물과 다르다. 종족번식과 쾌락, 이는 성이 갖는 양면성이고 이로 인해 인간은 고민을 적지 않게 해왔다. 어디까지가 종족 번식을 위한 것이고 어디까지 쾌락을 위한 것인지 구별하기 애매모호하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들은 종족 번식으로서 성과 쾌락으로서 성을 구분하였다. 생명을 낳는 것과 관계된 것은 성(性)이라고 하고 그것과는 상관 없이, 쾌락을 위한 성은 색(色)이라 하였다. 성은 때가 되면 권장하고 장려해야 할 것이지만 색은 삼가야 하고 피해야 할 것이었다.
조선 시대 임금이나 수령이 해야 할 일 중 하나는 혼인하지 못한 노총각, 노처녀가 생기지 않도록 한 것도 그 예이다. <중종실록> 중종 7년(1512) 1월 19일 기록을 보면 "가난하여 시집 못 간 노처녀들에게 관에서 보조하여 시집가게 하게 하다"는 내용에서 보듯이 나라에서 재물을 대주고 혼인하도록 했다. 또 정조 때는 왕이 친히 판관으로 하여금 방방곡곡 백성의 집을 두루 다니면서 곳곳마다 고찰하고 사람마다 찾아내어 혹 한 사람의 홀아비도 없게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일성록> 정조 18년 1월 18일) 성은 자연스러운 것이기에 그것을 거스리면 변통이 생긴다고 보았다.
그러나 색은 안하는 것이 좋았다. 조선시대 처첩제가 허용되어 처 외에 첩을 얻어도 되었지만,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은 아니었다. 첩을 얻은 것을 축첩(蓄妾)이라 하였다. 축(蓄)이란 무엇인가. 첩을 취(聚)한다는 뜻이다. 더 깊이 보면 저장하여 감춘다는 뜻이다. 축첩은 공연히 드러내지 못할 일이다.
▲ 조선시대 양반들의 유흥을 보여주는 신윤복 천금상연(간송미술관 소장).
임금에게도 색은 금기였다. 조선시대 임금과 신하 사이에 늘 문제가 된 것 중 하나가 색이었다. 조선조 연산군이 쫓겨난 이유 중 하나가 성색(聲色)을 즐겼기 때문이다. 양녕대군이 결정적으로 태종의 눈 밖에 난 것도 기생 어리와 놀아났기 때문이다. 임금에게도 성의 범위 안에서만 허용이 됐던 것이다. 조선시대 영웅은 색을 멀리 해야 했다. 영웅호색? 그런 건 서양에서나 통하는 것이다.
이렇게 한 이유는 무엇인가. 최한기를 이를 "생생(生生)의 대통(大通)"으로 설명한다.
"인류가 생생(生生) 번식하는 것은, 천지의 기(氣)가 따뜻이 길러줌과, 부부의 정(情)에 의한 산육(産育)의 덕분이다. 천지와 인간 만물이 영원히 지속하여 그치지 않는 대도(大道)는 생생(生生)하는 통(通)에 있을 뿐이다.
자신이 평생 경영하는 사업은 백 년을 넘지 못하지만, 자손이 면면히 이어지는 것은 천지와 함께 영원하다. 온몸의 정액(精液)이 남근(男根)ㆍ여근(女根)으로 모여 장성함에 이르러서 결실(結實)하며, 사지(四肢)와 이목(耳目)이 생기(生氣)를 보호함은 자신에서 시작하여 번식에서 끝이 나는 것이므로, 충발(衝發)하는 진기(眞氣)와 그만둘 수 없는 지정(至情)이 거기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본연의 성(性)과 기질(氣質)의 품(稟)에는, 남자는 여자를 좋아하고 여자는 남자에게 감응(感應)하는 것이 있기 때문에 혹시 분별이 없을 염려가 있다. 그러므로 성인이 혼인의 예를 만들어 부부의 윤리를 정하고, 출산 양육하는 것에 모두 예를 준수하게 한 것이다. 색욕으로 말한다면 소장(小壯)과 남녀에 피차의 구별이 없으나, 인도(人道)로 말하면 법령을 엄하게 만들어 제 부부가 아닌 다른 남녀를 침해하는 것을 금단하고, 각자 한계를 지켜 출산 양육을 온전히 하게 하지 않아서는 안 된다."
성은 천지와 인간 만물이 영원히 지속하여 그치지 않는 대도이다. 그런데 성에는 남자는 여자를 좋아하고 여자는 그에 응하는 바가 있어 빠지면 분별이 없을 수 있다. 본성을 잃고 쾌락에 빠질 염려가 있어 성인이 혼인의 예를 만들어 부부의 윤리를 정하고 출산 양육하는 것에 모두 예를 준수하게 하였다.
지금 그 예가 흐트러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