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사랑
장희한
오늘 지인이 쓴 수필을 보았다
세상에 제일 아름다운 것은 사람의 마음이라고 했다 그렇다 마음은 자기만이 아는 꼭꼭 숨겨놓은 것이 마음이다 그렇다 고운 마음도 있고 미운마음도 있다 고운 마음은 꽃과 같다 아니 꽃보다 더 아름답다. 그러나 미운 마음은 정말 싫다 그 마음을 부모라고 형제라고 친구라고 꺼내 볼 수 없다. 겉보기는 사람이 멀쩡하게 잘 생겼는데 마음 씀씀이가 영 다르다. 이것은 후자일 수도 있고 전 자일 수도 있다 어릴 때 부모의 좋은 가르침으로 착한 사람이 될 수도 있지만, 천성이 어질지 못하게 태어난 사람이 있다 이것은 고치기가 싶지 않다 자기만이 용서하고 깨우칠 뿐이다 내가 아는 사람이 있다 문학을 하면서 같은 카페에 글이 올라 반가운 마음에 한번 만나자 했다 그것도 그분의 집이 멀면 그 소리를 하지 않았으리라 불과해 봐야 몇백 미터에 살고 있는 한 동네 사람이다 그 사람도 내 마음과 같이 마음이 반가웠던지 내가 지정해주는 장소 우리 집 옆으로 나왔다 보아 하니 오십 대 여성이다 언제나 그렇지만 낯 선 사람과 만나면 의례 식사나 차를 마시는 것이 우리의 상식이다 그래서 마을에서 제일 잘한다는 음식점으로 그 여인을 안내했다 그런데 식사를 하고는 식대비는 한사코 자기가 낸 단다 나는 하는 수 없이 그리 하라 하고 다음을 기약했다 그리고는 며칠이 지나 다시 점심 약속을 하려고 전화를 했더니 먹은 거나 다름없다며 거절을 했다 처음에는 체면에 그러려니 하고는 며칠 후 또전화를 했더니 선생님은 본래 그런 사람이냐고 핀잔 아닌 불편한 심정의 말을 해왔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을까 아니면 실수를 했을까 기분이 좀 꺼림직 하다 본래 라는 말 참 듣기 거북한 말이다 내가 설마하니 나이 81세에 뭐 어떻하겠는가 그녀의 말되로 딸과 같은 만남이 아닌가 본래 라니 내가 저 한데 무슨 흑심을 품은 것도 아닌데 왜 그런 말이 나왔을까 찝찝한 터다
어제 또 카페에 글을 올렸다 글 내용이 봄을 기다리는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았나 보다 글의 제목은 눈꽃 편지다 글은 제목과 같이 봄을 기다리는 마음에서 쓴 봄에게 보낸 편지다 글의 댓글 첫머리에 그 여인이 ㅋㅋ이라고 적어 놓았다 ㅋㅋ은 상대를 조롱하는 혼자 웃음이다 내가 글을 잘못 썼어도 그렇게 댓글을 달았어는 안된다 문학 활동을 해도 그 여인은 한참 후배다 내 나이가 81세니 그렇다 글의 내용을 봐도 저 한데 조롱받을 일이 아니다 글이란 사람마다 느끼는 것이 다른 것은 사실이다 특히 시가 그렇다 조금만 다르게 보아도 시 전부가 다르게 해석된다 내가 현대협회서 있었던 일이다 남산 문학관에서 모임이 있었다 언제나 그렇지만 식순따라 회의가 시작됐다 마지막으로 한양대 교수가 서정주 시 동천을 강의했다 삼 십분 동안을 강의를 하면서 시 다섯 행 중에 네 행만 강의하고 한 줄은 빼어 먹었다 의아해서 끝날 무렵에 질의를 했다 그것도 교수님의 양해를 구한 다음 좋다고 해서 한 질의다 교수님 왜 한 줄을 빼어 먹느냐고 했다 교수님의 대답이 명쾌하다 아직 공부를 들 해서 그렇다는 대답이다 나는 할 말이 없다 무슨 이유라도 있으야 하는데 공부를 덜 했다 한다 하기야 현대시인 협회면 대한민국에서 쟁쟁한 시인들만 모인 자리다 공부를 덜 했다니 용서가 안되는 말이다 교수이면 충분한 공부를 해서 그런 자리에 나올 일이다 그러나 조금은 미안하다
내 마음속 우리님의 고운 눈썹을
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겨 심어 놨더니
동지 섯달 나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내가 지적한 행은 네 줄째 동지섣달 나는 매서운 새다 그렇다면 동지섣달에 한밤중에 나는 새가 있을까 그것도 일제강점기 때다 새가 있다면 부엉이와 올빼미인데 이놈들은 하늘을 날지 않고 숲속에서 먹이를 찿는다 그리고 이 시를 쓸 때는 무척 추웠다 그래서 직접은 말을 하지 못하고 슬며시 일어나 집으로 오고 말았다 미안하다 내가 뭔 데다 그것도 교수님이 강의를 하는데 듣고만 있지 혼자 잘난 척했으니 교수님은 얼마나 부끄러웠을까 [답은 매서운 새가 아니고 구름이다 구름이 새 모양으로 날아갔기 때문이다 시란 이렇게 묘사를 해야 맛이 난다] 물론 내 글은 서정주 선생님의 글의 비교가 안된다 다만 석천 선생님의 글과 같이 사랑이 조금만 있었던들 그런 마음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하기야 남남끼리 무슨 사랑이 있겠냐만 말을 할 때 입술에 발린 말이 아니고 가슴에서 우러나는 말 조금은 듣기 좋은 말이 없을까 그리고 살다 보면 어디서 언제 만날지 모르는 게 사람이다 남에게 그렇다고 내가 그 여인에게 곡해를 해서가 아니다 다만 말을 할 때 조금은 생각을 한번 해 보고 말을 하면 어떨까 싶다 가슴에서 우러나는 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