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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위별칭(死謂別稱)
죽음에도 작위에 따라 다르게 부른다는 뜻으로, 사람의 죽음을 지위에 따라 달리 부른다는 말이다.
死 : 죽을 사(歹/2)
謂 : 이를 위(言/9)
別 : 다를 별(刂/5)
稱 : 일컬을 칭(禾/9)
민주화의 찬란한 업적을 남기신 거산(巨山)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의 죽음을 대부분의 매체들은 서거(逝去)라고 표현했다.
대통령 등 국가수반이나 민족 지도자 같은 훌륭한 인물이 사망했을 때 많이 사용하는 서거는 사거(死去)라 하지 않고 높여서 부르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높임법이 발달하여 죽음을 이르는 말도 다양하다. 일반적인 사망(死亡)에서 귀인이나 높은 사람의 죽음에는 타계(他界), 별세(別世), 서세(逝世), 기세(棄世) 등으로 부른다. 영면(永眠)이나 영서(永逝), 장서(長逝)도 죽음을 완곡하게 나타날 때 쓰인다.
그런데 사람의 죽음을 생전의 지위에 따라 달리 부르는 것이 유가의 경전 중 하나인 예기(禮記)에 더욱 뚜렷이 나타나 흥미롭다. 곡례(曲禮) 하편(下篇)에 실린 내용을 보자.
天子死曰崩(천자사왈붕)
諸侯曰薨(제후왈훙)
大夫曰卒(대부왈졸)
천자가 죽으면 붕(崩)이라 하고, 제후가 죽으면 훙(薨)이라 하고, 대부가 죽으면 졸(卒)이라 한다.
士曰不祿(사왈불록)
庶人曰死(서인왈사)
선비가 죽으면 불록(不祿)이라 하고, 일반 서인이 죽으면 사(死)라고 한다.
훙(薨)은 죽을 훙, 불록(不祿)은 녹을 타지 아니하고 죽는다는 뜻이다. 이어서 설명을 덧붙인다.
在床曰尸(재상왈시)
在棺曰柩(재관왈구)
죽은 이의 시신이 침상에 있을 때 시(尸)라 하고, 관에 들어가 있을 때는 구(柩)가 된다.
羽鳥曰降(우조왈강)
四足曰漬(사족왈지)
死寇曰兵(사구왈병)
새의 죽음은 강(降)이 되고, 짐승이 죽는 것은 지(漬)라고 하며, 난리에 죽는 것은 병(兵)이라고 한다.
죽음에도 계급은 따라간 셈이다. 우리나라에선 임금의 죽음을 태산이 무너졌다고 붕어(崩御), 먼 곳으로 올라갔다고 승하(昇遐)라고 했고 등하(登遐), 예척(禮陟), 척방(陟方)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왕의 죽음을 말하던 천붕(天崩)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아픔을 말하고 지붕(地崩)은 어머니의 죽음을 뜻했다.
종교에 따라서도 나타내는 말이 다르다. 불교에서는 수도승이나 승려의 죽음을 평온한 경지에 들어섰다고 입적(入寂)이라 하고 열반(涅槃)이라고도 부른다. 귀적(歸寂), 입멸(入滅), 멸도(滅度), 적멸(寂滅), 원적(圓寂)도 같은 말이다.
가톨릭에선 착하게 살다가 복된 죽음을 맞는 선생복종(善生福終)의 준말 선종(善終)을 쓰고, 하늘의 부름을 받았다는 소천(召天)은 개신교에서 죽음을 말한다. 또 천도교에선 본래의 자리로 돌아갔다고 환원(還元)이라 쓴다.
▶️ 死(죽을 사)는 회의문자로 죽을사변(歹=歺; 뼈, 죽음)部는 뼈가 산산이 흩어지는 일을 나타낸다. 즉 사람이 죽어 영혼과 육체의 생명력이 흩어져 목숨이 다하여 앙상한 뼈만 남은 상태로 변하니(匕) 죽음을 뜻한다. 死(사)의 오른쪽을 본디는 人(인)이라 썼는데 나중에 匕(비)라 쓴 것은 化(화)는 변하다로 뼈로 변화하다란 기분을 나타내기 위하여서다. 그래서 死(사)는 죽는 일 또는 죽음의 뜻으로 ①죽다 ②생기(生氣)가 없다 ③활동력(活動力)이 없다 ④죽이다 ⑤다하다 ⑥목숨을 걸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망할 망(亡)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있을 존(存), 살 활(活), 있을 유(有), 날 생(生)이다. 용례로는 죽음을 사망(死亡), 활용하지 않고 쓸모없이 넣어 둠 또는 묵혀 둠을 사장(死藏), 죽음의 원인을 사인(死因), 죽는 것과 사는 것을 사활(死活), 사람이나 그밖의 동물의 죽은 몸뚱이를 사체(死體), 죽음을 무릅쓰고 지킴을 사수(死守), 죽어 멸망함이나 없어짐을 사멸(死滅), 죽어서 이별함을 사별(死別), 죽기를 무릅쓰고 쓰는 힘을 사력(死力), 죽는 한이 있더라도 서로 저버리지 않을 만큼 절친한 벗을 사우(死友), 죽을 힘을 다하여 싸우거나 목숨을 내어 걸고 싸움 또는 그 싸움을 사투(死鬪), 죽음과 부상을 사상(死傷), 수형자의 생명을 끊는 형벌을 사형(死刑), 태어남과 죽음이나 삶과 죽음을 생사(生死), 뜻밖의 재앙에 걸리어 죽음을 횡사(橫死), 참혹하게 죽음을 참사(慘事), 쓰러져 죽음을 폐사(斃死), 굶어 죽음을 아사(餓死), 물에 빠져 죽음을 익사(溺死), 나무나 풀이 시들어 죽음을 고사(枯死), 죽지 아니함을 불사(不死), 병으로 인한 죽음 병사(病死), 죽어도 한이 없다는 사무여한(死無餘恨), 죽을 때에도 눈을 감지 못한다는 사부전목(死不顚目), 죽을 고비에서 살길을 찾는다는 사중구활(死中求活), 죽는 한이 있어도 피할 수가 없다는 사차불피(死且不避), 죽더라도 썩지 않는다는 사차불후(死且不朽),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이라는 사생지지(死生之地), 다 탄 재가 다시 불이 붙었다는 사회부연(死灰復燃), 이미 때가 지난 후에 후회해도 소용없다는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죽고 사는 것을 가리지 않고 끝장을 내려고 덤벼든다는 사생결단(死生決斷), 죽어서나 살아서나 늘 함께 있다는 사생동거(死生同居), 죽어야 그친다로 후회해도 소용없다는 사이후이(死而後已) 등에 쓰인다.
▶️ 謂(이를 위)는 ❶형성문자로 谓(위)는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말씀 언(言; 말하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옮기다의 뜻을 나타내기 위한 胃(위)로 이루어졌다. 옮겨 바꾸어 말하다의 뜻이 있다. ❷형성문자로 謂자는 ‘이르다’나 ‘일컫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謂자는 言(말씀 언)자와 胃(밥통 위)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胃자는 ‘위’나 ‘밥통’을 그린 것이지만, 여기에서는 발음역할만을 하고 있다. 謂자는 ‘이르다’나 ‘일컫다’라는 뜻을 위해 만든 글자이지만 이 외에도 ‘논평하다’나 ‘알리다’, ‘생각하다’, ‘힘쓰다’와 같은 다양한 뜻을 표현하는데도 쓰이고 있다. 그래서 謂(위)는 ①이르다, 일컫다 ②가리키다 ③논평하다 ④설명하다 ⑤알리다, 고하다 ⑥생각하다 ⑦힘쓰다 ⑧하다 ⑨근면하다 ⑩어찌하랴 ⑪이름(이르는 바) ⑫까닭, 이유(理由) ⑬함께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이를 운(云)이다. 용례로는 입에 올려 말하는 것을 운위(云謂), 이른바 또는 세상에서 흔히 말하는 바를 소위(所謂), 어떠한 사람이 말하는 바를 혹위(或謂), 거의 옳거나 좋다고 여길 만한 말로 이르자면 어떠어떠하다고 할 만함을 이르는 말을 가위(可謂), 이야말로를 차소위(此所謂), 과연 그렇다고 이를 만 하게를 방가위(方可謂), 세속에서 이른바를 속소위(俗所謂), 그야말로 참말로 정말로를 진소위(眞所謂), 과연 그렇다고 이를 만 하게를 방가위지(方可謂之) 등에 쓰인다.
▶️ 別(나눌 별/다를 별)은 ❶회의문자로 冎(과; 另령)와 선칼도방(刂=刀; 칼, 베다, 자르다)部의 합자(合字)이다. 살과 뼈를 나누는 일, 나중에 살에 한하지 않고 사물을 구분하는 뜻으로 쓰였다. ❷회의문자로 別자는 ‘나누다’나 ‘헤어지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別자는 另(헤어질 령)자와 刀(칼 도)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另자는 冎(뼈 발라낼 과)자에서 유래한 것으로 뼈와 살을 발라낸다는 뜻이 있다. 別자의 갑골문을 보면 뼛조각과 칼이 함께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사람의 뼈와 살이 나누어졌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뼈와 살이 나누어졌다는 것은 사람이 죽었다는 뜻이기 때문에 別자는 ‘헤어지다’나 ‘나누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別(별)은 (1)어떤 말 앞에 붙어서 보통과 달리 독특함을 나타내는 말 (2)별의 별의 뜻을 나타내는 말 (3)명사(名詞) 다음에 붙어서 그 명사를 같은 종류로 구별(區別)할 때에 쓰는 말 등의 뜻으로 ①나누다 ②몇 부분(部分)으로 가르다 ③헤어지다 ④따로 떨어지다 ⑤떠나다 ⑥다르다 ⑦틀리다 ⑧갈래, 계통(系統) ⑨구별(區別) ⑩차별(差別) ⑪이별, 헤어짐 ⑫따로 달리 ⑬특히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다를 타(他), 구분할 구(區), 다를 차(差), 다를 수(殊), 다를 리(異), 떠날 리(離)이다. 용례로는 딴 방면이나 방도를 별도(別途), 세상을 떠난다는 뜻으로 윗사람이 죽음을 별세(別世), 관련성이 없어서 구별되는 딴 것을 별개(別個), 살림집 밖에 경치 좋은 곳에 따로 지어 놓고 때때로 묵으면서 쉬는 집을 별장(別莊), 본관 밖에 따로 지어 놓은 건물을 별관(別館), 유달리 좋은 맛으로 늘 먹는 것과는 다르게 만든 좋은 음식을 별미(別味), 달리 일컫는 이름을 별칭(別稱), 두드러진 다른 차이를 별차(別差), 따로 떨어져서 살음을 별거(別居), 보통의 것과는 달리함을 별반(別般), 보통과 다름을 특별(特別), 차등이 있게 구별함을 차별(差別), 하나 하나 낱낱이 따로 나눔을 개별(個別), 특별함을 각별(各別), 종류에 따라 갈라 놓음 구별(區別), 서로 구별을 지어 가르는 것을 분별(分別), 서로 갈려 떼어짐을 이별(離別), 기약 없는 이별을 결별(訣別), 서로 헤어짐을 작별(作別), 서로 떨어지기를 서운하게 여김을 석별(惜別), 이별을 알림을 고별(告別), 헤어지거나 멀리 떠나는 사람을 보냄을 송별(送別), 가려서 따로 나눔을 선별(選別), 속계를 떠난 특별한 경지에 있다는 뜻으로 별세계를 말함을 별유천지(別有天地), 이 세상에서 볼 수 없는 아주 좋은 세상 또는 딴 세상을 별유건곤(別有乾坤), 보통 볼 수 없는 특별히 좋은 풍경을 별유풍경(別有風景), 남자와 여자와는 분별이 있다의 남녀유별(男女有別), 남편과 아내는 분별이 있어야 한다는 부부유별(夫婦有別), 여러 가지 사물이 모두 차이가 있고 구별이 있다의 천차만별(千差萬別), 어른과 아이와의 구별을 관동지별(冠童之別), 우레처럼 만났다가 번개처럼 헤어진다는 뇌봉전별(雷逢電別) 등에 쓰인다.
▶️ 稱(일컬을 칭/저울 칭)은 ❶형성문자로 称(칭), 穪(칭)은 속자(俗字), 秤(칭)은 통자(通字), 偁(칭)은 본자(本字), 称(칭)은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벼 화(禾; 곡식)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일컫다의 뜻을 나타내는 글자 爯(칭)으로 이루어졌다. 禾(화; 벼)의 수효를 소리내어 세다의 뜻이다. ❷회의문자로 稱자는 '일컫다'나 '저울'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稱자는 禾(벼 화)자와 爯(들 칭)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爯자는 한 손에 물고기를 들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무게를 달다'나 '저울질하다'는 뜻이 있다. 그래서 갑골문에서는 禾자가 없는 爯자가 이미지 '저울질하다'는 뜻으로 쓰였었다. 소전에서는 여기에 禾자가 더해지면서 곡식의 무게를 잰다는 뜻의 稱자가 만들어졌다. 稱자는 후에 무게를 달아 가격을 제시한다는 뜻이 파생되면서 '부르다'나 '일컫다'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稱(칭)은 ①일컫다 ②부르다 ③칭찬하다 ④저울질하다 ⑤무게를 달다 ⑥드러내다 ⑦들다, 거행하다 ⑧걸맞다, 부합하다(들어맞듯 사물이나 현상이 서로 꼭 들어맞다) ⑨알맞다 ⑩헤아리다 ⑪좋다, 훌륭하다 ⑫저울(=秤) ⑬명칭(名稱), 칭호(稱號) ⑭명성(名聲) ⑮무게의 단위(單位) ⑯벌(의복을 세는 단위)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이름 명(名), 고함지를 포(咆), 권세 권(權), 이름 호(號), 기릴 포(褒), 기릴 찬(讚), 기릴 송(頌)이다. 용례로는 좋은 일을 한다거나 했다고 또는 어떤 일을 잘 한다거나 했다고 말하거나 높이 평가하는 것을 칭찬(稱讚), 공덕을 칭찬하여 기림을 칭송(稱頌), 어떠한 뜻으로 일컫는 이름을 칭호(稱號), 칭찬하여 감탄함을 칭탄(稱歎), 무엇 때문이라고 핑계함을 칭탈(稱頉), 칭찬하여 천거함을 칭거(稱擧), 칭찬하여 높임을 칭상(稱尙), 맡은 직무에 맞게 책임을 다함을 칭색(稱塞),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이 꼭 들어 맞음을 칭시(稱是), 옷이 몸에 꼭 맞음을 칭신(稱身), 병이나 탈이 있다고 핑계함을 칭양(稱恙), 칭찬하고 부러워함을 칭염(稱艷), 원통함을 들어서 말함을 칭원(稱冤), 칭송하고 축하함을 칭하(稱賀), 전부를 총괄하여 일컬음 또는 그 명칭을 총칭(總稱), 사물이나 현상을 서로 다른 것 끼리 구별하여 부르는 이름을 명칭(名稱), 임시로 거짓으로 일컬음 또는 그 이름을 가칭(假稱), 불러 일컬음 또는 이름을 지어 부름을 호칭(呼稱), 어떤 대상을 가리켜 부르는 것 또는 그 이름을 지칭(指稱), 존경하여 높여 부르는 명칭을 존칭(尊稱), 존경하여 일컬음을 경칭(敬稱), 세속에서 보통 일컫는 칭호를 속칭(俗稱), 이름이나 호를 고침 또는 그 이름이나 호를 개칭(改稱), 공통으로 쓰이는 이름 두루 일컬음을 통칭(通稱), 간략히 줄인 이름을 약칭(略稱), 다르게 부르는 칭호를 이칭(異稱), 본이름이 아닌 귀엽게 불리는 이름을 애칭(愛稱), 몸에 맞추어 옷을 마른다는 뜻으로 일의 처한 형편에 따라 적합하게 일을 처리하여야 함을 이르는 말을 칭체재의(稱體裁衣), 왼쪽과 오른쪽이 서로 같지 않고 차이가 나는 형상을 일컫는 말을 불상칭형(不相稱形), 여러 사람이 모두 한결같이 칭송함을 일컫는 말을 만구칭송(萬口稱頌), 무릎을 손으로 치면서 매우 칭찬함을 일컫는 말을 격절칭찬(擊節稱讚)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