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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ㅋㅋ제가읽어도 굉장히 지루합니다. 지루한거 싫으신분들 바로 뒤로<클릭해주세용
아 그리고 읽으신분들 ㅠㅠ 읽다 보면 남자 두명이 계속 바뀌면서 나오거든요~
헷깔리지 않으셔야합니다ㅠㅠ
*Wing's Story _오늘을 살아가다
#1
“있잖아, 강나연.”
“왜?”
“너…”
“…?”
“…나랑 사귀자.”
그날부터였다.
지독히도 달콤했던 하루들이 시작된게.
그날부터 강나연, 정태현은 하나라고 불렸고,
친구들은 하나같이 어떻게 그런 미남을 홀렸냐며, 부러움을 표하곤 했다.
달콤함은 그것뿐이었다.
달콤했던만큼, 아니 그것보다 훨씬 많이, 내 하루는 너무나도 쓰디 썼다.
… 마음에도 없는 남자가 내 곁에 있다는 것,
그건, 내 자신에게 경멸감을 느끼게 하곤 했다.
나도 그런 내가 어이가 없었으니까.
속으론 다른 남자를 품고있으면서, 겉으론 아닌 척 또 다른 남자와 손을 잡다니.
다른 누군가가 알게 된다면 손가락질을 하고, 비웃더라도 할말이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 남자는, 나의 남자친구는,
언제나 먼저 내 이름을 불러줬고, 절대 나를 화나게 하지도 않았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교제를 시작한지 1년간 단 한번도 싸운적이 없었다.
생각해 보면, 정말 우리가 사귀는 사이 맞나 하는 의심까지 들기도 했다.
하지만 별 상관은 없었다. 그남자를 사랑하지 않으니까.
#2
내 마음을 온통 차지하고 있는 그 남자를 처음 만난건, 약 3년전쯤이었다.
처음부터 사랑한건 아니었다.
당시 고3 여름방학, 대학 입시를 준비하던 차에, 독서실에서 만난 그는,
오랫동안 공부만 했는지, 그닥 깔끔한 차림은 아니었다.
그 남자가 내게 말을 걸었을땐, 솔직히 말하자면, 그 자리를 피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저기요.”
“네?”
“…부안고 다니시죠?”
“네…, 그런데요?”
“부안고 전교 1등 강나연누나 맞죠?!”
“… 아, 전교 1등은 아닌데.”
“어쨌든, 공부 잘하시는분 맞죠?! 저 부안고 2학년이에요. 근데, 부탁이 있는데….”
“….”
“누나 2학년 요약정리한 노트 있으면… 일 주일만 빌려주시면 안되요?”
“네?”
어이가 없었다.
물론 2학년 노트라면 빌려줄 수야 있었지만,
처음 본 사이에 이런 염치없는 부탁을 하는게, 과연 인간으로써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같으면 쪽팔려서라도 못할꺼란 생각도 들고.
“누나, 제발요. 나 성적 진짜 안나와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부탁하는거란말이에요.”
“…그럼, 내가 지푸라기라는거니?”
순간적으로 나온 반말. 그렇게 말해놓고서 아차 했지만,
뭐 별로 나쁠껀 없는것같았다. 아까 부안고2학년이라고 했으면 분명한 후배니까.
“아, 누나, 그런게 아니구요…. 사실 이 독서실 나오게 된것도,
누나가 이 독서실 다닌다고 그러길래 다니는 건데….”
“그, 그래.”
사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왜 빌려주겠다고 했는지.
어쩌면, 누군가 추켜세워주면 금방 그 사람에게 마음을 열어버리는 내 성격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아, 고맙습니다, 누나!! 그럼 내일 갖고 나오실 수 있죠? 제가 딱 이틀만 베끼고,
바로 갖다 드릴께요.”
그 애는 그러면서,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다시 자기 칸으로 가버렸다.
그리고 다음날, 그 애에게 노트를 빌려주고, 그 애한테 노트를 다시 돌려받기까지,
별로 대화를 나누진 않았다.
하지만 그 아이는,
“누나, 진짜 고마웠어요! 나중에 학교에서 만나면 내가 맛있는거 사줄께요.
나는 2학년 9반, 정은석이에요!!”
그리고 어느 날,
아니… 가을, 유난히도 높고 푸르렀던 하늘을 바라보고 있던 중에 갑자기 그 애가 생각나버렸다.
그리고.
2학년 9반을 찾아갔다.
“저기 혹시, 이 반에 정은석이라는 애 있니?”
“정은석이요?”
“응.”
조금은, 수상하다는 듯이 나를 아래 위로 훑어보던 그 아이는,
이내 표정을 풀더니 웃으며 말했다.
“아, 잠깐만요.”
그 키 작고 귀엽게 생긴 여자아이는, 자기 반으로 들어가더니 은석이의 등을 툭툭 친다.
웃으며 돌아본 은석이.
… 조금은 설렜다. 독서실에서 봤던 그 모습과는 전혀 상반되는 모습.
달랐다.
확실히.
“아, 누나! 안녕하세요.”
정말 밝게 웃으며, 나한테 인사를 해주는 정은석.
그런데 아까 은석이를 부르러 뛰어갔던 그 여자아이도 같이 따라나온다.
그러고는 은석이의 손을 꼬옥 붙잡고 나를 쳐다본다.
“아, 여자친구에요.”
나의, 그 여자애에 대한 시선을 느꼈는지 은석이가 답을 해준다.
아. 여자친구.
하긴.
… 이렇게 보니까 잘생겼는데, 없는게 이상한거지.
“아, 근데 왜 온거에요?”
“아. 응… 저번에 니가 맛있는거 사준다며.”
얼토당토 않은 말을 했다. 솔직히 은석이는, 형식적으로 한 말일텐데.
“아. 맞다. 지금 사줘요?”
“어? 어.”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듯, 당연하다는 듯이 말을 하는 은석이.
하지만 은석이의 여자친구는 은석이와 내가 대화를 나누는게 못마땅한 듯 했다.
“그럼 같이 매점 가요.”
“…은석아.”
응 이라고 대답하려던 찰나에 은석이 여자친구가 나와 은석이의 대화를 끊어버렸다.
“응? 왜?”
“우리 둘이서 매점 가자. 그리고 저 언니 줄꺼 사오면 되잖아.”
“아, 진짜 질투 너무 많이한다~”
“… 질투하는거 아니야.”
“알았어, 가은이 말대로 할께. 누나. 그래도 되죠?”
“어? 그래….”
정말 귀여운 커플. 19년간 단 한번도 남자친구를 사귀어보지 않은 나로써는,
그저 부러울 따름이었다.
그렇게 부러운 눈길을 그들에게 던지고 있을 때,
매우 불량해 보이는 누군가가 나를 치고 지나갔다.
… 이게 정태현과의 첫만남이었다.
#3
뭔지 모르게 복잡한 마음 때문에 안그래도 짜증이 나는데,
사람을 치고서 미안하단 단 한마디도 없이 웃으며 지나가다니.
“야, 너!”
“나?”
그러면서 뒤를 돌아보는 녀석.
“그래, 너 말이야.”
“왜?”
생글생글 웃으며 껄렁하게 걸어오는 그 아이.
역시 불량해보인다. 그치만 잘생겼다.
그래서인지… 은은하게 퍼지는 향수 냄새는 이 아이와 잘 어울리는것 같다.
“사람을 치고 갔으면,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는게 기본 아니야?”
“아. 내가 너 쳤어?”
오히려 내게 반문하는 이 아이.
….
“그, 그래. 쳤으니까 널 불렀지.”
“아 정말? 미안해. 몰랐어.”
그러면서 나한테 딸기맛 사탕을 건넨다.
“음. 일종의 합의금이라고 생각해 둬. 만약 딴게 더 필요하면 3학년 1반으로 찾아와.”
“…”
황당해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을 때,
“참, 맞다, 내 이름은 정태현이야. 그럼 나 가볼께.”
그러면서 재빨리 뛰어가는… 정태현이라는 아이.
불량해 보이는 첫인상과는 달리 착한 말투를 가진….
잠시 뒤.
“누나!”
나를 부르며 뛰어오고 있는 은석이.
그의 여자친구는 빠르게 뛰어가는 은석이를 따라잡는걸 포기한듯 제자리에 멈춰서 숨을 고르고 있었다.
“누나, 여기요!”
은석이가 나한테 까만 비닐봉투 하나를 건넸다.
그 속엔.
“어. 뭐 이렇게 많이샀어… 그냥 빵 하나만으로도 충분한데.”
“누나 덕분에 2학년 2학기 시험은 전교 10등안에 들 것 같애요. 고마워요 누나.”
“어… 그래. 어쨌든 고마워.”
그리고 그 비닐봉투를 들고 교실에 왔다.
빵2개, 우유, 음료수, 아이스크림, 과자3봉지, 사탕 2개.
아이스크림이 녹을 까봐 얼른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오른 손으로는 아이스크림을 잡고,
왼손은 치마 주머니의 딸기맛 사탕을 잡고.
그런데, 이상했다.
왜이렇게,
가슴이 뛰지.
#4
“… 엄마!!”
“응. 왜?”
“나. 나. 됐어!!!!!”
“응? 뭐가?”
“나. 합격했어!!! 서울대 합격했어!!!!!”
기쁜 마음에 평소 말도 별로 나누지 않는 엄마와 부둥켜 안고 울었다.
1년동안 매일 묵묵히 내 뒷바라지 해줬던 엄마.
1년동안 자유란 건 기대하지도 않고 코피 쏟으며 공부해왔던 나.
그 노력이 물거품이 되지 않았다는 기쁨에, 자랑스러움에,
그동안 참아왔던 그 땀들을, 눈물들을 쏟아내 버렸다.
그 날 이후부터 우리 지역에 있는 중학교 앞 곳곳엔 내 이름이 들어있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우리학교에서 서울대 합격생은 3명.
근데.
내이름 빼고, 옆반 모범생 한명 빼고,
내 눈에 들어오는 저 이름은, 정태현? 딸기맛 사탕?
학교로 들어와, 자리에 앉자마자
“야. 강나연 니 뭐야!!”
“응?”
“수능 망쳤담서!!! 근데 왜 플래카드에 니 이름이 적힌거야!!!”
“아. 하하.”
“나쁜년. 친구를 버리고 너혼자만 S대 합격했다 이거지?!”
“아. 화내지 마. 너도 그래도 재수 안하잖아.”
“에휴…좋겠다. S대생 강나연. 어쨌든 축하해.”
그 밖에 다른 애들도 나한테 축하의 말을 건넸다.
“아. 근데. 그 정태현… 나랑 같이 서울대 붙은 애 말이야. 혹시 3학년 1반 애야?”
“응! 걔 완전 끝장이지 않냐? 얼굴도 잘생겨갖고 공부도 잘하고.”
“아. 응….”
3학년 1반. 정태현.
그 아이에게 딸기맛 사탕을 받은 이후로,
난 늘 학교에 올 때마다 딸기맛 사탕을 한개씩 사왔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맛있었다. 그 아이가 줬던 딸기맛 사탕이.
#5
“있잖아, 강나연.”
“왜?”
“너…”
“…?”
“…나랑 사귀자.”
5월의 어느 날, 정태현의 고백.
몰랐다.
정태현이 날 좋아하는지.
생전 처음 받아보는 고백.
지금 내 마음속에 누가 있는지 나도 잘 알고 있으면서,
바보같이 응이라고 대답해버렸다.
아마.
처음 받아보는 고백이라 그럴꺼라고.
나 자신을 합리화 시켜봤지만.
이상하게도
너무 설렜다. 너무 즐거웠다.
.
.
.
“아. 나연아. 너 은석이 알지?”
“… 은석이? 정은석?”
“응. 걔가 2학년 말에 갑자기 성적이 확 오르더니, 나한테 계속 어떤 여자애 얘기를 하는거야.
근데 알고보니까 걔가 너더라고.”
“…?”
“아, 은석이 내 동생이야. 몰랐어?”
아. 은석이가 태현이 동생이었구나.
… 닮은것 같기도 하고.
“근데 짜식이~ 너 좋아했다고 그러더라.”
쿵쾅쿵쾅.
갑자기, 심장이 요동을 쳤다.
“…은석이가? 날?”
“응~ 걔가, 서울대 찾아와서 너한테 고백하려고 하던 날 내가 너랑 손잡고 나오는 거 보고,
너 포기했다고 그러더라. 그 때 다 알게된거야.
은석이가 얘기하던 여자랑 나랑 사귀는 여자랑 둘 다 너라는 거.”
집.
침대에 누워 생각해봤다.
만약,
은석이가 나에게 고백을 하려던 날, 나와 태현이가 따로 나왔다면.
혹시라도 그랬다면.
그래서 은석이가 나에게 고백을 했다면….
… 그랬다면 난 은석이의 고백을 받아줬을까.
#6
“여보세요.”
- 나야.
“왜?”
- 내일 우리 1년인거 알지?
“아….”
- 뭐야. 까먹고 있었어?
“아, 요즘 레포트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 알았어. 내가 한번만 봐준다. 내일 우리 둘다 공강이잖아.
그래서 내일 우리집에서 파티할꺼야!
은석이가 자기도 같이 준비하고 싶다고 그래서.
니 친구들이랑 내 친구들도 다 초대할꺼니까, 이쁘게 하고 와~
“아. 응….”
그럼 내일, 은석이를 보게 되는건가.
1년도 훨씬 넘었구나. 은석이 마지막으로 본게….
다음날.
- 나연아. 지금 너네 집으로 갈테니까, 준비하고 있어.
“응.”
옷을 입고 집 앞으로 나갔다. 전화한 지 얼마 안됬는데 태현이는 벌써 와있었다.
“어. 벌써 왔어?”
“또 너 내가 전화하자 마자 나와있을까봐, 여기 와서 전화했다. 역시 또 내 예상이 맞았네.”
“….”
별거 아닌 데에서 감동을 주는 태현이.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날 그렇게 좋아해줘서.
태현이네 집에 도착했더니 정말 준비를 열심히 했는지,
원래 태현이네 집 같지가 않았다.
“우리집 안같지?”
“응? 응….”
“이거 거의 다, 정은석이 했어.”
“아, 정말?….”
“응. 아. 근데 지금은 집에 없다. 너 데리러 나올때 친구랑 약속 있다고 나랑 같이 나갔거든.
그래도 좀 이따 올꺼야.”
“….”
그렇게 친구들의 축하를 받으면서, 준비해 논 과자랑 음식들을 다 먹어치우고,
다들 술에 꼴아서 바닥에 널브러졌다.
원래 술을 못하는 나는 태현이가 준 술을 반잔밖에 안마셔인지 정신이 말짱했다.
술을 잘하는 태현이또한, 약간 술에 취했을 뿐이었다.
내 얼굴을 보고, 내 손을 잡던 태현이의 입술이 점점 더 가까워졌다.
그리고, 닿았다.
철컥-
그 때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은석인가.
… 그럼. 본거야?
태현이를 밀쳐보려 했지만 술에 조금 취해서인지 그대로 있었다.
현관으로 들어오는 발소리가 들렸지만, 잠시 후 그 발소리는 다시 문 밖으로 나가버렸다.
…봤다.
사실 어쩔 수 없다는거 잘 알면서, 내가 왜그랬는지 모르겠다.
은석이도 내가 태현이랑 사귀는거 알고있고,
그래서 나를 포기했다고 했다. 은석이가.
….
다음날.
목욕을 하려고 물을 받던 중, 전화가 울렸다.
Trrrr- Trrrr-
“여보세요.”
- 나연아.
“응?”
- 강나연.
“… 응?”
오늘따라 불안하게만 들리는 태현이의 목소리.
- ….
“말해. 왜.”
- 우리. 그만할까.
“…응?”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냥.
얘가 왜. 왜 갑자기 이러지. 이런 생각밖에.
“갑자기… 왜….”
- 미안해서.
“…응?”
- 너무 미안해서. 자격이 없는 것 같아서. 너무 이기적이어서. 내 생각만 해서.
“…태현아?”
- … 은석이.
“….”
불안하다.
불안하다.
이상하게 뭔가가 자꾸 꿈틀대는 느낌.
눈물이 터져 나와버릴것 같은 느낌.
….
“…은석이가, 왜.”
- …가버렸다.
“… 뭐라구?”
- …죽었어. 정은석.
“…”
아무런 말도 꺼낼 수가 없었다.
평소와는 다르게 불안한 정태현.
그리고 지금 나에게 동생의 죽음을 알리는 정태현.
왜…?
…은석아. 왜?
나 지금 왜, 니가 죽었다는 환청을 듣고 있는거지…?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마.”
- … 미안한데.
“….”
- 나, 니가 은석이 좋아하는거 알고있었다.
“… 뭐?”
- 알면서도 너 안놔줬어. 너 금방 나한테 마음 돌릴 수 있을꺼라 생각했어.
“… 정태현.”
- … 이제 놔줄께.
왜 이리도 아픈지 모르겠다.
은석이의 죽음, 태현이의 이별선언.
어느 쪽이 더 큰 비중인지.
왜 이렇게 헷깔리는건지 모르겠다.
당연히 은석이의 죽음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하는건데…?
“…태현아.”
- 미안. …은석이 자살한거 다 나 때문이야. 그니까 나 끝까지 미워해라.
절대로 용서하지 말고 혹시 마주치면 나 아는척하지 마. 아니, 욕해 줘도 되.
“….”
- 그리고. 좀 웃긴데.
나, 지금 이렇게 너랑 헤어지게 만든 정은석이 정말 죽도록 밉다.
나땜에 죽었는데, 죄책감 가져야되는데, 왜 이렇게 그자식을 용서할수가 없는건지 모르겠네.
눈물.
한방울 두방울, 쉴새없이 흘려내려온다.
태현이의 말들이,
저 이기적인 말들이,
나한텐 왜그렇게 가엾게 느껴지는지, 왜이렇게 진실하게 느껴지는지,
마치,
내가 태현이를 사랑하기라도 한 것처럼.
- 고마웠다. 그동안 불평없이 내 옆에 있어줘서.
“… 태현아.”
- 정말… 사랑했어. 정은석이 너 사랑했던거 못지 않게.
나 막 미워해도 좋은데, 아예 기억에서 없애버리진 마….
뚜-뚜.
끊겨버린 전화.
… 은석아. 태현아.
왜그랬는지 모르겠다.
왜 서랍에서 커터칼을 꺼내들었는지.
눈물이 칼에 떨어지고,
알 수 없는 느낌에 이끌려 욕실로 향했다.
아까 받던 물이 어느 새 넘쳐 있었다.
물을 끄고, 옷도 벗지 않은 채로 욕조 안에 들어갔다.
찰싹-
내가 들어가자, 욕조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져있던 물들이 바닥을 때리고.
유난히도 반짝거리는 칼을 바라보면서. 작게 쓴웃음을 짓고.
그러다 미친 듯이 욕실이 울릴정도로 크게 웃어보고.
그러면서도 모순처럼, 눈에선 눈물이 자꾸만 흘러내리고.
처음부터 잘못된거였다.
정은석한테 마음을 줘선 안되는거였다.
정태현의 고백도 받아줘선 안되는거였다.
바보같이, 아무것도 모르고….
하지만, 후회하기엔 너무 늦어버렸다.
이미 은석이는 저 하늘로 가버렸고,
태현이도 내 곁을 떠나버렸다.
반짝거리는 날카로운 물체가 내 팔에 닿았다.
차갑다. 그냥 그 느낌.
내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가고.
그 물체는 내 팔 속으로 들어가 피를 불러낸다. 지독히도 새빨간.
편안했다.
몸엔 점점 힘이 빠져가고.
근데 왜 나 자꾸만… 태현이 생각만 나는거지….
왜이렇게 자꾸만 은석이가 미운거지…
왜 내가 한 선택이,
후회가 되는거지…?
바보.
정말, 바보.
난 아이스크림이 아니라 딸기맛 사탕에 설레였고,
정태현의 고백을 '진짜로' 받아들여준거였고,
은석이의 죽음보다 태현이의 이별선언이 더 크게 받아들여졌다.
만약…
은석이가 나에게 고백을 했다 하더라도, 난 거절했을꺼다.
하지만,
이미 내 팔에서 피는 쏟아져 나오고 내 눈은 점점 감겨온다.
그냥… 이거 하나로 만족해야겠다.
내가 정말 좋아한건,
정은석이 아니라 정태현이었다는거.
이제라도 알게된거.
그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몰랐던 것 보단… 나은거라고.
난
오늘을 살아왔다.
오늘을 위해서 20여년이란 짧지 않은 시간을 살아왔다.
이미 내일이란 지워져버렸다.
오늘이… 마지막.
그래서 더 그리워지는.
“…정태현.”
의미 없이, 이름 한번 불러보고.
태현아, 니 얼굴이, 생각이 안나.
그래서 자꾸만 눈물이 나.
이제 끝인데, 이게 마지막인데,
마지막까지 니 얼굴만 그리다 가고싶은데,
난 바보같이 벌써 니 얼굴을 다 잊어버렸나봐….
#7
“…자살, 인가요?”
“응… 지금으로썬 가장 큰 확률이야.”
50대 아주머니ㅡ사망한 여자의 어머니였다ㅡ의 신고로 달려온곳.
여자는 눈을 감은 채 죽어있었다.
욕조 안에서 동맥을 끊어 자살을 한건지,
욕조안의 물은 핏물이 되어있었고, 바닥엔 커터칼이 떨어져있었다.
그리고.
벽에 써 놓은 혈서.
사랑해 정태현
.
.
.
후회따윈 소용이 없다.
이미 지나가버린 시간을 후회로써 돌릴 수 없으니까.
그치만,
이 순간 왜이리도 시간을 돌리고싶은지 모르겠다.
만약 조금 더 빨리 깨달았다면… 그랬다면 나, 태현이 잡을 수 있었을텐데….
-The end-
+++++++++++++++++++++++++++++++++++++++++++++++++++++++++++++
으
써놓고나서도 정말 이상한
ㅠ^ㅠ
여주가 남주를 사랑했던걸 나중에야 깨닫는건 원래 설정한거였는데,
왜이렇게 어색한 느낌이 드는건지 모르겠습니당...<-
사실 끝을 자살로 마무리 하려던 건 아니었지만...
어쩌다 보니 자살극이 되버린ㅠ^ㅠ
주요 등장인물 3명중 2명이 죽어버린 초암울소설
...
어제부터 2시간씩, 총 4시간동안 쓴 소설인데 완성도가 정말 최하네요ㅠㅠ
그래도
댓글한번......
첫댓글 아아 여주하고 남주하고 결국엔 헤어진 건가요....?아아 왜 죽은 거야..그냥 잡으면 되지..아아 무튼 잘봤어요>_<
댓글 감사합니다!!!!♥ 나연이가 죽은거는요, 자기가 은석이를 좋아한다고 생각했으니까, 은석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더이상 살아갈 이유를 잃었다고 그런 뜻이었는데요, 사람이 죽기전에 주마등이라는게 있잖아요, 그런거에서 자꾸 태현이만 생각나고, 그래서 그제서야 자기가 태현이를 좋아하고 있다는걸 알게된거에요~ 그니까 그걸 깨닫기 전에는 잡을 생각도 하지 못했다는거죠^^;
결국 헤어졌네요..ㅠ
네ㅠㅠ 저 원래 새드 쓰거나 읽고나면 기분이 영 찜찜해서 새드 잘 안쓰는데.... 이렇게 정말 암울하게 끝나는 소설은 처음 써보네요! 그래도 이렇게 댓글이 다섯개나 달려있어서 기분이 좋다는ㅋㅋㅋ^^!! 댓글 감사합니다~~♥
결국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지 알고 이별을 ..동생도 그러고 사랑하는 여자도 한꺼번에 잃은건가요
댓글 감사합니다^^♥ ┓♡상은님께 달아드린 댓글 그대로입니다~ 태현이또한 나연이가 자신이 아닌 은석이를 좋아한다고 믿은거죠ㅠㅠ 그런 이유도 있지만 은석이에게 미안한 마음 때문에 그런것도 있어요~ 자기가 나연이를 놔줬으면 은석이랑 이뤄질 수 있었을꺼고, 그랬으면 은석이가 죽지 않았을꺼니까요ㅠㅠ 정말 그러고보니 제일 불쌍한게 태현이네요 ㅠㅠ 저는 계속 나연이만 불쌍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ㄷㅔ.....ㅠㅠ
…. 잘 읽고 가요‥, ^-^,
아아ㅎㅎ 감사합니다^^ 잘 읽으셨다니 다행이에요♥
아아...슬퍼요...ㅠㅠ
아ㅠㅠ사실 이거올리기전에 굉장히 걱정했었는데..ㅠㅠ 과연 이게 내가 의도한대로 슬프게 읽혀질지 아니면 비웃음만 날라올지(...) 그래도 하녀기님께서 제가 의도한대로 읽어주셨다니!<.... 댓글 감사합니다^^!!
ㅠㅠ조금전에 알앗더라면...ㅜㅜ 슬프네요ㅜㅜㅜ 재밌게봤어요!ㅋㅋ
아... 정말 제가 나쁜건가요?;;;;; 좀더 밝게 썻더라면ㅠㅠ 슬프고~ 재밌게 봐주셨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슬프네요... 잘 읽었습니다.. 아주 진지하던데... 글쓰신분이... 남자분?? 남자분이라면 감성이 풍부하신거 같애요... 한표 던져요.. *^^*
헛... 남자가아니라 여자랍니다<으흠 ㅠㅠ ...... ㅋㅋㅋ 학교에서 남자같단 얘기 듣곤 ㅎ하지만 인터넷에선 처음!!!ㅋㅋㅋ 아 한표 감사히 ㅂ받겠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새드엔딩싫은데.. 그래도 재미잇게 잘봤어요!
아ㅠㅠ 저도 새드엔딩은 싫어하지만.... 이걸 쓰게 된건 음.......ㅋㅋㅋ 새드를 쓴다 해도 맨날 아쉬워서 번외쓰고, 해피로 만들어버리니까 완성도가 좀 떨어지는것 같아서요~ 맨날 해피만 쓰기 보다는 새드도 연습해서 실력있는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소설을 쓰고싶ㅇㅓ서요~ 에효 ㅠㅠ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