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자녀를 성장시키는 방법: 내어줌
자녀는 욕심의 도구가 아닌
하느님 자녀라는 믿음 필요
봉헌할 때 성장할 수 있게 돼
암브로지오 로렌제티 ‘예수 성전 봉헌’(일부). 부모는 내 자녀를 하느님의 자녀라는 믿음으로 보내주어야 한다. 부모만이 자녀를 봉헌할 자격이 있다.
tvN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는 서울에서 태어나 26대째 시골에 사는 집안에 시집간 한 어머니(당시 69세 이정숙씨)의 사연을 2019년 방영했습니다. 이정숙씨의 어머니는 극구 반대했지만, 서울로 올라와 살 것이라는 사위의 말을 믿고 시골로 시집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이정숙씨 남편은 자기 형이 다리에 장애가 있고 아이들이 일곱이라 조카들 클 때까지만 함께 시골에 살자고 설득했습니다. 이정숙씨는 그 말을 믿고 평생을 시골에 살게 된 것입니다.
시골에 살면서 힘든 일이 참 많았습니다. 둘째 아들이 결핵에 걸렸을 때는 여섯 달 동안 매일 네 시간씩 업고 다니며 통원 치료를 해야 했습니다. 친정어머니가 딸을 돕겠다며 시골로 이사를 왔습니다. 사돈과 같은 동네에 사는 게 아니라며 8㎞나 떨어진 곳의 집을 얻으시고 매일 딸의 집에 와서 손주들을 돌봐주시고 일을 도와주셨습니다. 임종 전날 “얼른 가서 사슴 밥 줘라. 나 때문에 이렇게 시간 뺏기면 어떡하냐!”라고 하신 말씀이 유언이 되었습니다. 어머니가 딸을 시골집에 내어준 봉헌은 어머니의 피 흘림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정숙씨는 한 가정에서 훌륭한 며느리요, 아내요, 어머니요,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가톨릭교회 교리서는 부모의 의무를 강조하며 “부모는 직업 선택이나 배우자 선택에서 자녀들을 강요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2230)라고 가르칩니다. 자녀를 “하느님의 자녀로 보아야 하고, 인격을 갖춘 인간으로 존중해야”(2222) 하기 때문입니다.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 마리아는 아들에게 천주와 나라의 아들로서 항소하지 말고 자랑스럽게 죽으라는 편지를 써 보냈다고 전해집니다. 만약 어머니가 그렇게 아들을 떠나보내지 않았다면 아들의 마음은 어머니 때문에 조금은 흔들렸을 수도 있었습니다.
사람은 새로운 정체성을 가지며 성장합니다. 자기 자녀로만 남기려는 부모의 이기심은 자녀의 성장을 가로막습니다. 정체성은 내가 누구냐는 믿음입니다. 저는 하느님 자녀는 물론이요, 사제라는 믿음까지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정체성대로 살려고 노력합니다. 부모님은 처음에 제가 사제가 되는 것을 반대하셨지만, 결국 봉헌하셨습니다. 그 덕분에 저는 많은 양을 위해 일하는 목자가 되었습니다. 부모님께서 이렇게 놓아주신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입니다. 안 그러면 지금 모습으로 성장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부모는 내 자녀를 하느님의 자녀라는 믿음으로 보내주어야 합니다. 부모만이 자녀를 봉헌할 자격이 있습니다. 자녀를 낳고 키워주었기 때문입니다. 새들은 새끼에게 날개가 생기면 새끼를 나무에서 떨어뜨립니다. 독립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기 위함입니다. 그래서 새끼들도 어미처럼 성장합니다. 인간만이 자녀를 자기 욕심의 도구로 삼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자녀는 성장을 멈춥니다. 자녀도 부모를 떠남으로써 “그들 나름대로 자기 부모의 성화에 이바지합니다.”(2227)
물론 봉헌은 피 흘림입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이 타고 온 배가 물이 새고 있는 것을 보아야 다른 배로 옮겨 타게 될 것입니다. 내가 자녀를 봉헌하지 않으면 자녀는 어떤 방향으로도 성장할 수 없음을 기억합시다. 자녀의 성장은 부모가 자기 자녀를 어디로, 어떤 정체성으로 봉헌하느냐에 달렸습니다. “부모는 자녀 교육의 첫째가는 책임자입니다.”(2223)
전삼용 노동자 요셉 신부 (수원교구 조원동주교좌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