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해발 고도 8848.86m)와 로체(8516m), 눕체(7816m) 등 세 봉우리는 베이스캠프와 위쪽 캠프들을 공유해 둘을 한꺼번에 오르거나 셋을 한꺼번에 오르곤 한다. 물론 목숨을 잃을 위협은 가중된다. 고산병에 시달릴 위험이 상존하고, 깊은 크레바스에 빠질 수 있으며, 햇볕에 화상을 입을 수도 있다. 동상에 걸릴 위험은 말할 것도 없다.
전문 등반가 개릿 매디슨은 에베레스트 최악의 등반 시즌이 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 봉우리를 한꺼번에 등정하는 데 성공했다. 이른바 '트리플 크라운'을 2년 연속 작성한 것이다. 매디슨에게 세계의 지붕을 '한 번 더' 찾는 것만으로는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었다. 그는 이번에 14번째로 에베레스트를 올랐는데 그 과정에 이 봉우리와 주변 봉우리들에 쓰레기가 널려 있는 것을 지켜봤다.
지난해 가을부터 매디슨 클린업 프로젝트를 만들어 지난해와 올해 세 봉우리에서 각각 907kg씩의 쓰레기를 수거했다고 미국 온라인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는 매체에 "큰 획을 그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할 일이 더 많다는 것도 분명하다"고 말했다.
매디슨은 세상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들에서 쓰레기를 수거하는 일은 등반대에게 복잡한 일들과 높은 강도를 강요한다고 말했다. "거리를 따라 걸으며 도랑에서 쓰레기를 수거하는 일과는 아주 다르다. 정말 힘든 작업이다."
그렇게 높은 고도에서 며칠씩 종일 등반하면서 몸을 써 어떤 일을 하는 것은 산소를 빨리 바닥나게 한다. 장갑 같은 보호장구를 착용해야 하고 짐에다 수거한 쓰레기를 묶어야 하니 짐 무게가 늘어 골칫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매디슨은 "우리 팀은 휴식을 취하기 전에 한 번에 한 시간 정도 일할 수 있을 뿐이었다"고 말했다.
등반가들은 또 위험한 지형을 조심해야 한다. 매디슨은 쓰레기 대부분이 상대적으로 편평한 캠프 주변에 널려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캠프 3가 위치한 로체 사면은 가팔라 눈사태와 낙석의 위험이 높다.
"등반을 운영하는 데 매우 위험한 곳이다. 여러분은 떨어지지 않고 싶어한다. 사람들이 떨어져 죽는 곳이다." 하지만 매디슨과 그의 클린업 팀에게 이런 일은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있다.
에베레스트와 주변 일곱 봉우리를 관할하는 사가르마타 국립공원 및 완충지대(Buffer Zone)은 쓰레기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등반객들이 무겁다고 버리는 텐트, 음식 봉지들, 빈 산소통 등이다.
2010년 연구에 따르면 이 공원의 등반 시즌에 하루 4.6t의 고형 폐기물이 배출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이 숫자는 오늘날 더 늘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이들 봉우리를 찾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어났고, 쓰레기를 되가져오게 만드는 수단은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두 차례 에베레스트 등정에 나서 한 차례 등정에 성공한 트로이 오펄레는 2022년 '라이브 사이언스' 인터뷰를 통해 에베레스트에서의 쓰레기 관리가 제대로 단속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다수 등반객들이 쓰레기를 산 아래로 되가져오는 일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제 몸 하나 건사해 산에서 내려올 힘이 남아 있지 않은 경우도 부지기수다. 해서 뭔가를 가져오거나 제거하거나 할 수도 없고, 하산하려면 뭐라도 덜어내야 한다."
매디슨은 또 쓰레기들이 현지 주민들에게 제공되는 수자원을 오염시킨다고 지적한다. "모든 쓰레기들이 어디로 가겠는가? 빙하를 따라 계류와 강, 지역사회가 의존하는 수자원에로 흘러간다."
나아가 버려진 등산장비는 미세 플라스틱으로 쪼개져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의 물과 눈 표본에서 검출되고 있다. "물론 우리가 진정 보고 싶은 것은 정책의 변화이며 교육을 통해 그곳에 쓰레기를 남겨두는 일이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 분위기로 바뀌는 것이다." 하지만 쉽지 않다.
예를 들어 2014년 네팔 정부는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위를 등반하는 모든 산악인은 보증금 4000달러를 맡기고, 쓰레기 8kg를 되가져오도록 의무화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돈만 내고 말더라고 산악지도 전문가 알튼 바이어스가 'The Conversation in May' 기사를 통해 전했다.
매디슨 클린업 프로젝트는 어쩌면 가장 최근의 노력 중 하나일지 모르지만 분명 처음은 아니다. 바이어스에 따르면 1991년에 현지 셰르파들이 모여 에베레스트처럼 이 일대에서 허가가 필요한 봉우리들의 쓰레기를 모니터링하는 사가르마타 오염통제위원회(SPCC)를 만들었다.
2019년에도 비영리 단체 사가르마타 넥스트는 관광객들이 산에서 쓰레기를 제대로 처리하고 제거할 수 있도록 900g의 쓰레기 봉지를 나눠주는 'Carry Me Back'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매디슨 클린업 프로젝트는 앞의 두 조직과 함께 세상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들의 쓰레기 오염에 대처하는 연합전선을 결성하고 있다. 매디슨은 "그들과 조금이라도 함께 일하는 것이 영광이며, 매우 재미있다"고 말했다. 이어 "할 일이 많다. 하지만 가치있는 일이란 것도 명확하다. 이런 탐사에 함께 했다는 것이 내겐 행운이며 자랑"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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