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헐...
전편에 쓴 글에 달린 댓글에 대한 일부 대꾸를 먼저 해야겠다.
우선, 좋은 글이 안써지면 절필하란 충고...는 감사하지만 방향이 좀 빗나갔다. 난 그간 별로 하고픈 말도 그런 마음도 들지 않아 글도 별로 올리지 않았을 뿐더러,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좋은 글을 남기고자하는 일념에서도 아니고 그래야 할 필요도 그러고 싶어도 그런데까지 능력이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난 그저 여기 게시판의 수많은 사람들마냥 어떤게 계기가 됐건 그저 한 사람의 메이저리그에 연관된 팬의 입장에서 한번씩 내 생각을 적어 올릴 뿐이다. 내 글이 어떤 평가를 받는가를 보기위해 글을 쓰는것도 아니고 그런게 또한 중요할 하등의 이유또한 있을텍이 없으므로, 절필이란 말은 내겐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부적절한 것임을 우선 밝힌다.
그리고 꼬였다는 말에 대한 대꾸...는 할 필요가 없을듯 하지만 하나만 일러두려 한다.
애정은 곧잘 증오내지 혐오로 바뀐다...는 것은 나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흔히들 일어나는 일이다. 그리고 보통의 경우 거기엔 그럴 만한 이유들이 있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구...그러니 빼딱한 시선으로 먼저 꼬아서 보기 전에 인내심을 좀 가져보는게 어떨까 싶다.
그럼 다시 전편에 이어서...
----
난,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박찬호때문에 그네들의 야구를 보기 시작했다가, 김병현을 그 중심으로 옮긴 사람이다.
즉, 나의 메이저리그의 중심엔 에이로드나, 산타나 혹은 벨트란이 있는 것이 아니고 김병현이 있다.
선수개인 위주로 야구경기를 감상하는 취향으로선 매료될수 밖에 없는 플레이어들을 그 소속팀하고는 상관없이 물론 사정없이 좋아라하지만, 그 정도가 아무리 심해진다고 해서 그게 부상으로 헤매는 처지에 놓여있긴 해도 김병현에 대한 것만큼 이를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국에 사는 한국인으로서 메이저리그팬이 된 나의 어쩔수 없는 한계라 해도 할 수 없다.
그렇지만,
김병현이 부상으로 헤맨것도,
그리고 그것 때문에 마이너에서 오래 머문 것도,
포스트시즌 로스터에 들지 못한 것도,
그래서 그네들의 가을잔치에서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했다는 사실도,
그런 기회조차 잡지도 못했다는 것,
그런 어떤 것에도,
내 불편함의 근원을 찾을 순 없다...
----
야구는 멘탈 스포츠라고 흔히들 얘기한다.
김병현 이야기 시작하다가 야구본연의 이야기를 느닷없이 깨내든 것이 뜬금없이 느껴질지 모르지만 다 이유가 있다. 하여간에 야구가 멘탈스포츠임을 단적으로 나타내주는 보기는 얼마든지 있다.
아메리칸 챔프시리즈 1차전 절뚝거리는 쉴링을 상대한 무시나의 공은 그럴 필요가 없어보일정도로 시작부터 너무도 좋아 보였다.
당연한 볼 배합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론 컨트롤이 생각대로 되지 않을수도 있고 실투가 발생하는 문제점들이 있어서 그런지 어쩐지 몰라도 보통 투수들이 잘 하지 않는, 혹은 잘 못하는 투구 패턴, 즉 상하좌우 그리고 강약에 직선과 곡선을 끊임없이 번갈아가며 타자들의 반사신경이 익숙해지도록 하지 못하게 구사해 댄 그의 볼 배합과 컨트롤에 7회 1사까지 보스턴 타자들은 내가 예상한 대로 죽을 제대로 쑤고 있었지만...
그러던 무시나의 호투는, 방심이었는지는 몰라도, 떴다 삼진왕, 포스트맨 벨혼이 한테 2루타를 얻어맞으면서 깨지고 말았는데,
사람들은 '아, 그저 방심의 일격을 맞았구나, 그치만 나머지 타자들은 금방 아웃시킬거야' 라고 생각했을 것이지만, 물론 토레마저도 그리 본 모양이었으니 뭐 말 다한거겠다마는...
결과는 정 반대였다, 그때까지 완벽투구를 해 왔던 무시나는 그 한방을 시작으로 해서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던 것이다.
왜 그런 현상이 생겼을까?
던질만큼 던졌기 때문에?
물론 투구수의 누적에 따른 피로도랑 전혀 상관이 없었을 것이라곤 말 못하겠지만, 그걸 한꺼번에 무너진 것에 대한 주된 이유로 꼽기에는 너무도 석연찮다.
야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아니 야구를 잘 안다고 하는 일부 사람들도 극렬 반박하고 나올지 모르지만, 그를 진정으로 무너뜨린 건 벨혼이의 한방이 아니라, 그 한방이 가져다준 허탈감과 허무함이라고 보는게 맞을 것이다.
오늘 투구는 너무도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자신감, 거기다 눈앞에 완벽투구가 손에 잡힐 듯 어리고 있었던 그 순간, 라미레스도 아니고 오르티스도 아닌, 천하의 삼진왕에게 첫 안타를 내어주었다는 사실이, 충분히 삼진으로 돌려세울수 있는 자신감이 충분히 있는 그런 타자에게 안타를 허용했다는 사실이, 그리고 바로 그런 순간의 방심때문에 완벽투구를 혹은 최소한 그에 가까운 투구를 할수 있을 것 같은 기세가 깨어졌다는 점이 스스로의 마음을 여지없이 무너뜨렸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다.
물론 이건 부동심을 지킨다는 것이 인간의 보편적 심리상태로선 얼마나 어려운 일이란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한 장면이기도 하다.
불의의 2루타를 얻어맞은 무시나 자신은 아무렇지도 않다고 스스로를 달랬겠지만, 저 안에 있는 또 다른 자신은 거짓말 하지 말라고 틀림없이 윽박질러 왔을 것이다. '저런 삼진왕에게 안타를 맞아서 기록을 이어가질 못하다니, 참 너도 한심하다' 라고 말이다.
그러니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겠는가... 자신을 이긴다는 것이.
그리고 여기서 어렴풋이 나마 감이 잡히는 것 같다, 정녕 힘든 건 자신을 이기는 일이라는 금언의 진짜 속뜻에 대한 것 말이다.
2편은 여기까지...,
** 글은 처음부터 다 써논 상태였지만, 너무 길어서 천천히 하나씩 잘라서 올리는 중, 졸필에 짧게 쓰는 능력까지 확실이 없다는 것은 스스로 인정하니 이점에선 정중히 태클 사양함-_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