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3일, 속초여고 석류관에서 학생회 주관으로 열릴 예정이었던 ‘80돌 학생독립운동기념’ 행사가 신종인플루엔자 감염 우려로 취소돼 구성원들의 안타까움이 컸다.올해에도 행사 개최 여부는 지난 9월 26일 학급 실장들 회의인 대의원대회에서 결정됐다. 먼저, 반별 한 팀이 대표로 출전해 학생독립운동의 발단, 과정, 의의 등을 묻는 OX퀴즈대회를 열고, 이어 연극 동아리 ‘누에고치’가 20여분 동안 1929년 당시 상황을 재현, 무대에 올리기로 했다. 곧이어 11명으로 구성된 밴드 동아리 ‘VERVAIN’이 김태우의 ‘사랑비’, 아이유의 ‘난 사랑밖에 몰라’, 아일랜드 시티의 ‘칠리소스’를 열창하기로 했다. 그러나 신종플루의 영향으로 강원청소년연극제에서 2008년, 2009년에 대상과 동상을 수상한 연극 동아리의 열정적인 무대를 볼 수 없게 돼 아쉬움을 남겼다. 밴드동아리의 공연도 틈틈이 시간을 쪼개 준비해왔던 것이기에 더욱 아쉬움이 컸다. 학생회장 강미현양은 “우리의 날을 우리가 주체적으로 준비하고 그 날의 정신을 조금이라도 되새겨 보는 날이 되길 바랐는데, 불가항력으로 할 수 없게 되어 안타깝다”고 심경을 밝혔다.교사들도 십시일반 마음을 모아 1교시에 전교생에게 삶은 달걀과 요구르트를 나눠 줬다. 애초 계획은 작년처럼 등굣길교문에서 나눠주며 훈훈한 사제의 정을 나누고자 했으나, 전날에 갑자기 첫눈이 내려 변경됐다. 서은진(1학년 담임)교사는 “달걀은 밖에서 껍질을 깨주는 교사와 안에서부터 깨고 나오려는 아이들의 마음이 하나가 되어, 오늘이 새롭게 출발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모든 선생님들의 마음”이라며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석류인을 기대한다”고 달걀의 의미를 짚어 줬다. 학생독립운동기념일은 1953년 ‘학생의 날’로 제정된 뒤 1974년 유신 독재로 폐지, 1984년 다시 제정됐으며 2006년에 현재의 명칭으로 바뀌었다. 1929년 11월 3일, 신사참배 강요에 침묵으로 저항하는 조선 학생 얼굴에 일본 학생이 상처를 낸 사건이 도화선이 돼 전국적으로 ‘조선 독립 만세’와 ‘조선인 본위 교육 실시’ 구호를 이끌어낸 그 날을 기리는 날이다. 학생들의 주체적 의지로 펼쳐진 3.1운동 이후의 최대 항일운동이었다. 박영덕(학생회 담당) 교사는 “요즘 우리 학생들은 주체적 의식이 약화된 것 같다”며 “같은 나이의 선배들이 지키려 했던 권리, 깨어있는 의식, 그 역사를 기억해야 할 것”이라는 당부의 말을 전했다.11월 3일 학생의 날이, 불의에 용감히 맞선 80년 전 선배들의 정신과 실천을 되새기는 날로, 우리를 둘러싼 ‘현실의 문제’와 ‘학생 인권의 현주소’를 살펴보는 날로 자리매김 되길 바란다.글·사진: 최소라 기자 <속초여고 신문동아리 ‘석류의 窓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