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나는 밤새 마론인형이 되는 꿈을 꾸었다.
내 발꿈치에서 속력은 정지하고 꿈을 꾸어도
잠들지 못했다. 옆에서 남동생은 창문만 자꾸
열었다 닫았다 했고, 고정쇠가 헐거워지길
기도했는데 팔 다리의 관절은 뻑뻑하기만 했다.
한 시간마다 풍경을 싸지르는 창문 앞에 앉아서
플라스틱 젖가슴을 매만졌다. 나는 밤새 빈
껍질을 주무르는 칠십 넘은 노인네를 생각했다.
아침
남동생의 팬티를 개는 중이었다. 창문을 여는데
옆집 여자의 머리만 창문에 나와 있었다.
여자는 마론인형처럼 눈을 감지 못했다. 눈을
떴다 감았다 하는 것도 축복이야. 남동생은 제
키만한 인형 하나를 업고 들어오며 말했다. 내
미미짱은 평생 잠을 못 자. 나는 자고 있는데
옆에서 멀뚱멀뚱 쳐다보는 미미짱의 속마음을
이해할 수 있겠어? 나는 뻑뻑하게 닫히는
창문을 쾅 닫으며 닥치라고 말했다. 걸음을
옮기는 남동생의 발걸음이 부자연스러웠다.
이거, 어디선가 보았던 풍경인데. 흔들리는
커튼 속에서 미미짱이 웃었다.
오후
창문을 열어 보아도 몇 시간째 똑같은 풍경
이었다. 언제부터 우린 재방송을 보고 있었던
걸까. 움직이지 않으면 변하고 변하지 않으면
자꾸만 움직이네. 깜빡거릴 때마다 속눈썹에
매달리는 풍경의 움직임들. 내 팔 다리는 점점
부자연스러워지고 사실 움직여도 움직이는 것
같지가 않아. 마구 풍경을 싸지르는 그런 천박한
창문 하나만 내게 택배로 보내 주시겠어요?
펄럭이는 커튼에 내 눈꺼풀의 움직임은 천천히
속도를 줄이고, 어머니 나를 버려진 창문의
끄트머리에서 주워 왔다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는데.
다시, 밤
나는 꿈을 꿀 준비를 한다. 남동생은 옆집 여자
대신 제 키만한 플라스틱 인형을 끌어안고, 어릴
때부터 내 꿈은 마론인형처럼 일회용이었다.
커튼처럼 끝도 없이 길어지는 불면을 끌어안는
마론인형들, 거울의 방 안에 들어온 것처럼
풍경은 자꾸만 줄어들었다 커졌다를 반복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