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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구입-보유-매각까지 모든 단계 ‘징벌적 세금’
‘7·10 부동산 대책’ 다주택자 겨냥
양도세 최고 72%-취득세 12%, 종부세 2배로… 공급 대책은 빠져
4억이하 생애 첫 구입 취득세 감면
집을 팔 때 내는 양도소득세가 다주택자의 경우 최고 72%까지 오른다. 종합부동산세와 취득세 최고세율도 각각 2배, 3배로 높아진다. 반면 생애 처음 집을 사는 사람들에게는 취득세를 감면해 준다.
정부가 10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주택시장 안정 보완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에도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이 사실상 빠진 징벌적 과세 위주의 대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내년 6월 1일부터 다주택자가 규제지역 내 주택을 팔면 기존 양도세율에 최대 20∼30%포인트를 중과한다. 지금은 10∼20%포인트를 추가하는데 여기에 10%포인트씩 더 얹는 것이다. 이에 따른 양도세율은 26∼72%다. 집을 산 지 1년 안에 되파는 단기 보유자에게 매기는 양도세도 40%에서 70%로 늘어난다.
집을 3채 이상 가졌거나 조정대상지역의 주택 2채를 가진 사람에게 적용하는 종부세율은 현행 0.6∼3.2%에서 1.2∼6.0%로 올린다. 다주택자의 취득세도 1∼4%에서 8∼12%로 오른다. 다주택자가 집을 사서 갖고 있다가 팔 때까지 전 과정에 중과세할 테니 내년 6월 전까지 자신이 안 사는 집을 팔라는 메시지다.
홍 부총리는 “다주택자가 보유한 시가 30억 원 주택의 경우 종부세는 3800만 원, 50억 원인 경우 1억 원 이상이다. 전년에 비해 2배를 약간 넘는 수준의 인상”이라고 했다.
정부가 임대주택 확대를 위해 그동안 세제 혜택을 줘왔던 임대등록 제도는 10년 이상 장기 임대만 유지하고 사람들이 선호하던 4년과 8년짜리는 폐지하기로 했다.
실수요자 대책으로는 대출 규제를 일부 완화해 서울의 경우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더 쳐주는 대상의 소득 기준을 부부 합산 연소득 8000만 원 이하로 넓혔다. 또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가 수도권 4억 원 이하 주택을 사면 취득세를 50% 감면해 준다. 공급 대책으로는 추후 ‘주택 공급 확대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논의하겠다는 게 전부다.
세종=주애진, 남건우 기자
공시가 합쳐 47억 강남 2주택자, 보유세 7548만원→1억6969만원
7·10 부동산대책 ‘징벌적 과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 보완 대책’ 브리핑을 시작하면서 인사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홍 부총리,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박영대 기자
“취득세, 보유세, 양도소득세를 대폭 강화해 부동산 투기 이익이 사실상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
10일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책의 핵심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이 발언에 녹아 있다. 6·17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되레 신고가가 속출하고 있는 서울 집값을 진정시키기 위해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수준의 과세를 택한 것이다.
○ 집값 잡기 처방, 또 세금 강화로
6·17대책을 계기로 그간 누적된 실수요자들의 불만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달 2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불러 긴급보고를 받았다. 이때 △청년·신혼 생애 최초 구매자에 대한 세금 부담 완화 △다주택자에 대한 과세 강화 △공급 물량 확대 △6·17대책 보완 등을 주문했다. 하지만 이날 대책은 다주택자 과세 강화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당장 서울 등 규제지역에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들의 세금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내년부터 주택을 3채 이상 보유하거나 조정대상지역에서 2채 이상 보유한 사람에게 적용되는 종부세율은 현재 0.6∼3.2%에서 1.2∼6.0%로 오른다. 이르면 올 하반기(7∼12월)부터 다주택자의 취득세율이 최고 12%로 뛴다. 내년 6월 1일 이후 규제지역 집을 파는 다주택자의 양도세도 기본세율(6∼42%)에 20∼30%포인트의 중과세가 붙는다. 지금은 10∼20%포인트만 중과세한다.
보유세인 종부세와 거래세인 양도세를 동시에 올린 건 과세의 기본 원칙에도 어긋난다. 이날 브리핑에서도 집을 보유할 수도, 매각할 수도 없게 돼 정책이 서로 충돌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홍 부총리는 “그런 지적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정부로서는 이번에 종부세율을 인상하면서 투기적 수요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양도세도 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며 대신 내년 6월까지 집을 팔 시간을 주겠다고 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더 높은 세율 부과를 내년까지 유예했을 뿐 지금도 높은 양도세를 깎아준 건 아니다”라며 “양도세 부담이 더 큰 만큼 종부세 때문에 내놓을 매물이 얼마나 많을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 비(非)강남 2주택자 보유세도 갑절로 증가
종부세 강화로 다주택자의 보유세(재산세+종부세) 부담이 급격하게 늘어난다. 신한은행에 의뢰해 계산한 결과 서울 노원구 중계무지개(전용면적 59m²·공시가격 2억6800만 원)와 동작구 대방e편한세상(84m²·6억3400만 원) 아파트를 보유한 사람이 내는 보유세는 올해 348만 원에서 내년에 731만 원으로 배 이상 뛴다. 종부세율 인상 효과에 공시가격 상승(10% 가정),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 조정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강남권 고가 아파트를 2채 이상 가진 사람이라면 보유세가 수천만 원 오를 수도 있다.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전용면적 112m²·공시가격 30억9700만 원)와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82m²·16억5000만 원)를 가진 사람의 보유세는 올해 7548만 원에서 내년에 1억6969만 원으로 오른다.
지난해 12·16부동산대책의 일반 종부세율 인상안도 법 개정에 함께 포함되는 만큼 내년부터 1주택자의 보유세도 더 오른다. 12·16대책에는 조정대상지역 1주택자와 비규제지역 2주택 보유자에 대한 종부세율을 현행 0.5∼2.7%에서 0.6∼3.0%로 올리는 내용이 담겼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서울 집값이 상승하는 건데 다주택자들은 종부세를 올린다고 당장 서울 집을 내놓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기보다 세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전세금이나 월세 인상으로 세입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세종=주애진/ 정순구 기자
집값 2억 오른 1주택자도 1년내 팔면 1억5000만원 세금
1년미만 단기매매땐 양도세 70%
3주택자-법인은 취득세율 12%… 10억 집 사면 1억2000만원 내야
10일 부동산 대책에서 나온 종합부동산세 강화가 다주택자들에게 집을 매물로 내놓으라는 메시지라면, 양도소득세와 취득세 강화는 집을 더 사지 말라는 신호다. 정부는 새 양도세 적용 시점을 내년 6월 1일로 늦춰놓음으로써 향후 약 1년을 집을 팔 수 있는 시한으로 제시했다.
양도세는 크게 기간에 따른 중과세와 보유 주택 수에 따른 중과세로 구별된다. 기간에 따른 중과세는 집을 한 채만 갖고 있더라도 단타 매매를 못 하게 하겠다는 의도다. 1년 미만 보유한 주택은 양도세를 40%에서 70%로, 2년 미만 보유한 주택은 원래 기본세율(6∼42%)만 물리던 데서 60%를 부과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1주택자가 1년 미만 갖고 있던 집을 차익 2억 원을 남기고 판다면, 지금은 8690만 원을 양도세로 낸다. 하지만 앞으로는 1억5000만 원가량을 물어야 한다. 양도세에 붙는 지방소득세 10%까지 감안한 금액이다. 이 집을 살 때 낸 취득·등록세와 중개수수료, 보유세까지 감안하면 남는 게 거의 없다.
보유 주택 수에 따른 중과세는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규제지역)의 2주택자를 포함해 3주택 이상 보유자의 양도세 중과세율을 각각 20%포인트와 30%포인트 올리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규제지역 다주택자의 양도세율은 16∼62%에서 26∼72%로 높아진다.
3주택자가 보유하던 집 중에서 3년간 갖고 있던 아파트를 차익 5억 원을 남기고 팔 경우 지금은 약 3억 원을 세금으로 낸다. 앞으로는 3억5500만 원가량을 납부해야 한다.
양도세 강화 조치를 내년 6월 1일부터 적용하는 건 매물이 나오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자칫 양도세가 무서워 집을 못 파는 경우도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양도세 부담을 감안해 내년 6월까지 주택을 매각하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양도세 인상으로 부동산을 증여하는 사례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대응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는 다주택자와 법인에 대한 취득세율도 끌어올리기로 했다. 현재 다주택자는 집값의 1∼4%를, 법인은 1∼3%를 취득세로 내고 있다. 이번 대책에서 2주택자 취득세율은 8%로, 3주택 이상 보유자와 법인 취득세율은 12%로 인상된다. 집을 3채 갖고 있는 사람이 10억 원짜리 집을 한 채 더 사려면 1억2000만 원을 내야 하는 것이다.
1주택자가 집을 옮기기 위해 기존 집을 팔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주택을 살 경우 2주택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문제가 남는다. 이때는 일정 기간 내 기존 주택을 처분하는 조건으로 1주택 세율(1∼3%)을 적용받는다. 정부 관계자는 “기간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년이 될 수도 있다”며 “기간을 얼마나 할지는 아직 검토 중”이라고 했다.
양도세와 달리 취득세는 관련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면 바로 시행한다.
세종=남건우 기자
무주택 젊은층 ‘특별공급’ 비중 늘리고…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
[7·10 부동산 대책]실효성 있는 공급대책은 못내놔
김현미 “재건축 규제 완화 안해”… 그린벨트 해제 방안도 언급 안돼
내년 서울 입주물량 절반수준 급감, 공급부족 따른 집값 상승 압력 우려
10일 발표된 ‘주택시장 안정 보완 대책’에서 정부는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청약 시장에서 좀 더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특별공급 비중을 늘렸다. 그러나 절대적인 공급 물량을 늘리는 대책은 원론적인 수준의 검토 방향만 밝히는 데 그쳤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 4만7205채에서 내년 2만5021채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상반기(1∼6월)에도 9177채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줄어드는 입주 물량을 충당할 만한 대책이 없다면 공급 부족에 따른 집값 상승 압력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 무주택 특별공급 늘렸지만 물량 많지 않을 듯
정부는 이날 무주택자 및 젊은층을 겨냥한 특별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이르면 9월부터 국민주택의 경우 생애최초 특별공급 비중이 현재 20%에서 25%까지로 늘어난다. 민영주택도 생애최초 특별공급(공공택지는 15%, 민간택지는 7%)을 받을 수 있게 했다.
민영주택의 생애최초 특별공급 자격은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1.3배(지난해 2인 가구 기준 569만 원) 이하로 정해 국민주택(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이하)에 비해 대폭 완화했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생애 최초 구입이면서 6억 원 이상 주택을 구입할 때에 한해 소득 기준을 1.3배(맞벌이 1.4배)로 넓혔다. 민영주택에 대한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맞벌이의 경우 연소득 1억 원 넘는 가구(4인 가구 기준 세전 1억464만 원)도 신청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서울에서 늘어나는 특별공급 물량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4월 분양한 강서구 화곡동 우장산숲아이파크는 총 242채 중 92채가 특별공급됐는데, 이날 발표된 기준을 적용한다면 추가되는 생애최초는 14채에 그친다. 절대적인 공급량은 늘지 않은 상태에서 특별공급 물량을 늘리면 일반분양 물량이 그만큼 줄어 청약 시장의 경쟁률과 가점이 높아질 공산이 크다.
○ 역부족인 공급 대책
정부는 총 공급량 확대와 관련해 이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하는 범정부 차원의 ‘주택 공급 확대 TF’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정부가 밝힌 검토 방안 중 큰 갈등 없이 추진될 수 있는 대책은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 정도다. 유휴 부지 및 국가 시설 부지 발굴의 경우 각 부처나 지자체가 갖고 있는 건물이나 토지를 주택 부지로 변경해야 해 시간이 걸린다. 도심 고밀 개발을 위한 도시계획 규제 개선 역시 구체적인 방향이나 검토 대상도 밝히지 못했다. 정치권 등에서 제기됐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방안도 언급되지 않았다.
특히 이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재건축에 대한 규제 완화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혀 민간 재건축에 대한 규제를 크게 전환할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아파트 층수 제한 등 각종 도심 개발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이 참여하고 임대주택 비중을 확대하는 등의 조건을 둘 가능성이 높다.
국토부는 이미 5월 발표한 ‘수도권 주택 공급 기반 강화 방안’에서 200채 미만 소규모 재건축 사업에 대해 층수 제한을 늘려주는 대신 늘어난 용적률의 50%는 공공임대로 기부채납하는 방식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사업 방식은 유지하되 공공임대 비중을 줄여주거나 대상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이 주로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공성을 강화한 재개발, 재건축은 사업성이 낮아 조합들이 꺼릴 가능성이 높아 당시에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 부동산 시장 과열은 공급 부족에 따른 것으로 서울 내 재건축 재개발 규제를 완화해 민간 분양을 확대하지 않으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새샘, 정순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