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후기>
동학농민 혁명의 "녹두장군" 전봉준은 무악재 아래 형무소 밖에 봄비가 온종일 추적거리는 날!
목을 매이는 교수형이 집행 되었다. 전봉준이 교수대에 오르자 사형 집행관이 물었다.
" 마지막으로 할 말은 없는가?"
전봉준이 침통한 목소리로 마지막 말을 하였다.
" 나는 할 말은 없다. 나를 죽일진대 종로 네거리에서 목을 베어 오가는 사람들에게 피를 뿌려
주는 것이 옳거늘 어찌 목을 메어 암연히 죽이는냐? "
피빛 동백(冬栢)이 졌다.
피를 뿌려 달라고 하는 "녹두장군"을 떨어지는 피빛 동백에 비유하는 작가의 상상력이 가슴에
와 닿는다.
2송도라고 했던 흰여울 문화마을은, 옛적 올망조망 하고 무질서 했던 여건을 그대로 잘 보전하여
아기자기한 기념품과 아담한 카페로 꾸며져 오가는 관광객들로 부쩍인다. 오밀조밀한 마을을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빠져 나올때쯤, 세 분 사모님들의 입속에 노래가락이 주변의 풍광들과 너무도
잘 어울려 싱그러운 젊음을 본다. 기다란 계단따라 바닷가 산책로에 내려선다.
남항대교가 시원스럽고 자갈치시장 활기찬 모습이 저 만치 보인다. 해녀들의 물짓하는
모습이 정겹다. 흰여울 해변터널을 빠져나오니, 바닷가 무질서한 몽돌들과 해안절벽들이 어울려
사는 모습이 마음을 잡아당긴다.세상에 섞여살며 칼날처럼 날을 세웠던 마음자락이 햇살에
안개 풀리듯 넉넉해 진다. 막걸리 익어가는 냄새에 자리를 펼치자, 떡 본김에 제사 지내자며
간단한 시산제를 올리고 막걸리 잔속에 산우회 무사안녕을 빌어본다. 긴 계단따라 올라서서
출렁다리도 건너고 중리해변가에서 식사자리를 펼친다. 해삼과 멍게맛에 그리고 술술 넘어가는
술에 취해가고, 태종대 넘어가는 운치있는 오솔길은 도로 확장공사에 막혀, 크루즈 선착장
아미르 공원으로 도로따라 걷는다. 힘차게 시작점을 출발하는 형상의 흰 백마들의 역동적인
모습이 이채롭고. 해양대학이 우측으로 보이고 오륙도가 정면으로 시야에 들어온다.
공원을 빠져나와 버스로 자갈치 해수탕으로 이동 산후조리를 끝내고, 자갈치 꼼장어 집으로
집결한다. 굵직한 꼼장어꾸이 맛에 건배 건배를 외치며 마구 퍼 붓고는 깔끔하게 헤어진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