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계절 가을이 왔건만 도서관에서 독서하기가 쉽지 않다. 집에 머무는 시간은 길지만 막상 읽을 책을 구하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그런데 도서관을 찾지 않아도 책을 빌려볼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 바로 ‘동네서점 바로대출’ 제도를 이용하는 것이다.
지하철역에서 동네서점 바로대출제 입간판을 발견했다. Ⓒ박혜진
‘동네서점 바로대출’은 보고 싶은 책을 서점에서 직접 대출하고 반납할 수 있는 제도로 작년 6월 관악구가 서울시 자치구 중 처음으로 시행했다. 희망도서를 도서관을 거치지 않고 직접 서점에서 대출하고 반납하는 서비스이다. 이렇게 반납한 책은 도서관이 소장해 다른 주민들이 빌려볼 수 있다. 이와 비슷한 것이 서초구의 ‘북페이백’인데, 북페이백은 먼저 책을 구입한 후 나중에 구매금액을 돌려받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관악구의 동네서점 바로대출제(왼쪽)와 서초 북페이백 서비스 Ⓒ서울시
집콕 생활의 무료함도 달랠 겸, 동네서점 바로대출제를 이용해보기로 했다. 먼저 관악구통합도서관에서 회원가입을 해야한다. 관악구민은 물론 서울시민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신규 회원은 모바일 회원증을 발급받을 수도 있어 요즘처럼 도서관이 문을 닫은 시기에 유용하다.
회원증을 발급받았다면, 도서관 홈페이지에 로그인한 후 동네서점 바로대출제 홈페이지로 이동한다. 책 신청은 1회 5권, 월 10권까지 할 수 있다. 단 신청도서가 관악구 주요 도서관에 소장 중이거나 서점에서 대출 중인 도서가 너무 많은 경우, 또 출판된 지 3년 이상 경과한 도서 등은 도서선정에서 제외된다.
관악구통합도서관 홈페이지 신규 회원은 모바일 회원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 Ⓒ관악구
도서신청 메뉴에서 읽고 싶은 책을 검색했다. 친구에게 추천 받은 신간과 평소 읽고 싶었던 시집, 관심있는 작가의 단편집 등을 골랐다. 마치 인터넷 서점 사이트에서 책을 장바구니에 담듯이 읽고 싶은 책을 고를 수 있었다. 신간이 도서관에 들어오기까지는 오랜 시일이 걸리는 경우가 많은데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니 편리했다.
‘신청서점’은 집과 가까운 전철역 앞에 위치한 곳으로 선택했다. 동네서점 바로대출제 협약을 맺은 서점은 그날이오면, 다솜문고, 대민문고, 대천서점, 드림서점, 양지서점, 좋은책서점 등 7곳이다. 몇몇은 이름만 봐도 알 만큼 친숙한 곳들이었다. 도서관 관계자에 따르면, 협약서점은 위치와 규모, 역사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곳으로 선정했다고 한다.
희망도서를 신청할 때 책을 받을 서점도 함께 선택한다. Ⓒ관악구
바로대출을 신청 후 대출 안내 문자를 받기까지는 2~3일 가량 걸렸다. 이젠 책을 찾으러 갈 차례다. 마스크를 단단히 쓰고 서점에 들렀다. 필자가 책을 신청한 ‘대천서점’은 벌써 48년 가까이 된 지역서점이다. 중학생 때부터 들르곤 하던 서점이 그 자리 그대로 있는 것을 보니 감회가 남달랐다.
대천서점은 48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오래된 지역서점이다. Ⓒ박혜진
서점에서 모바일 회원증을 보여준 후 신청한 책을 대출했다. 새 책을 서점에서 빌리는 경험이 낯설면서도 편리해 앞으로 자주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서관에 가지 않아도 원하는 책을 간편하게 빌릴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었다.
서점 입장에서는 어떨까? 제도를 새로 도입하며 대출·반납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어려움도 있었지만 수시로 간담회를 통해 꾸준히 개선점을 조율해 왔다고 서점 주인은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손님이 줄어든 가운데 바로대출제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한 셈이다.
바로대출제는 코로나19로 손님이 줄어든 서점 입장에서도 도움이 된다. Ⓒ박혜진
집에 와서 빌린 책을 꺼내보니 새 책의 빳빳한 종이 감촉이 느껴졌다. 깨끗하게 읽고 반납해야겠다는 결심이 저절로 든다. 읽고 싶었던 책이 몇 권이나 쌓여있다니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집콕 생활도 씩씩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동네서점 바로대출제를 통해 빌린 책들 Ⓒ박혜진
새 책을 빌려 읽으니 깨끗하게 반납해야겠다는 결심이 든다. Ⓒ박혜진
신간을 자유롭게 빌려보고, 지역경제에도 보탬이 되는 동네서점 바로대출제는 올해 말까지 운영된다. 예산이 소진되면 올해 안에도 서비스가 조기 종료될 수 있다. 도서관 관계자에 따르면, 주민들의 호응도가 높아 지난달에만 약 2,600건의 신청이 몰렸다고 한다. 도서관 휴관이 장기화되면서 이용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희망도서가 있는 시민이라면 서둘러 신청해보자.
■ 관악구 동네서점 바로대출제○ 신청자격– 관악구통합도서관 정회원(대출 회원증 발급)○ 대출권수 : 1회 최대 5권(도서관 대출 권수 별도)○ 대출서점 : 그날이오면, 다솜문고, 대민문고, 대천서점, 드림서점, 양지서점, 좋은책서점○ 이용방법1. 관악구통합도서관 홈페이지 및 모바일에서 ‘동네서점 바로대출’ 신청(https://lib.gwanak.go.kr:9095/baro/homepage/main.do)2. 서점에서 도서관으로 승인 요청 및 도서관에서 승인여부 결정관악구통합도서관 희망도서 선정 기준 적용3. 대출 안내 문자 수신 후 지정 서점 방문4. 도서 대출(문자 수신일 포함 4일 이내 수령)– 대출 기간 : 2주– 회원증 필수 지참, 미 지참시 대출 불가– 가족 대리 수령 시 반드시 신청자 회원증, 대리인 신분증, 주민등록등본 지참(동일 세대 확인에 필요/발급일 3개월 이내)5. 도서 반납(반드시 대출한 서점에서만 반납 가능)– 도서연체, 미반납 : 대출 정지– 자료 훼손·낙서·밑줄 등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 반납 거절 및 변상○ 문의관악중앙도서관 02-828-5849글빛정보도서관 02-878-7035조원도서관 02-851-5571은천동작은도서관 02-877-1164성현동작은도서관 02-877-718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