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보다 성능 3배 높은 ‘차세대 발사체’ 개발 본격화한다
국내 우주항공 연구개발 산업 청신호
누리호 3차 발사가 성공적으로 끝나며 우주항공 연구개발(R&D)과 관련 산업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당장 올해 하반기(7∼12월)부터는 달과 화성 탐사를 목표로 한 차세대 발사체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상용위성 발사의 성공으로 인공위성 제작·활용 서비스를 진행하거나 준비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 책임자 선정 앞둔 차세대 발사체… 터보펌프, 엔진 연소 등 성능 개선
차세대 발사체 개발은 올해부터 2032년까지 총 2조1324억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2030년 달 궤도를 목표로 1차 발사가 예정돼 있다. 1단 로켓엔 100t급 엔진 5기를 장착할 예정인데, 75t급 엔진 4기를 장착한 누리호보다 3배 이상 성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차세대 발사체는 누리호와 달리 달·화성 탐사에 1∼1.8t의 탑재체 투입도 가능하다.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차세대 발사체 사업 책임자 선정을 앞두고 있다. 앞서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사업 책임자 후보 7명을 과기부에 추천했다. 누리호 사업을 이끈 고정환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사업 책임자 지원을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책임자가 정해지면 항우연과 함께 발사체 설계와 제작을 맡을 민간 기업도 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누리호는 2차 발사 이후 제작, 시험평가, 운영 등을 맡을 체계종합기업이 정해졌지만 차세대 발사체 사업은 설계 단계부터 체계종합기업이 참여한다. 과기부 관계자는 “차세대 발사체는 누리호와 달리 민간기업으로의 ‘기술 이전’이 없다. 사업 초기부터 민간과 공공의 공동 설계, 공동 책임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과기부는 차세대 발사체 사업 책임자 선임을 7월까지 마무리짓고, 체계종합기업 공고는 8월에 진행해 10월 중 기업을 선정할 예정이다. 지난해 누리호 체계종합기업 선정에서 경쟁한 바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다시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차세대 발사체는 규모뿐만 아니라 투입되는 각종 기술도 누리호와 차이가 있다. 가장 차이가 두드러지는 부분은 엔진 시스템이다. 발사체 엔진의 핵심 기술은 ‘터보펌프’다. 터보펌프는 발사체 내 연료와 산화제를 연소실로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누리호의 경우 이 터보펌프를 돌리는 데 사용되는 가스를 그대로 배출하는 데 비해 차세대 발사체는 이 연소가스도 다시 엔진 연소에 사용한다. 이에 따라 엔진 성능이 10%가량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항우연 관계자는 “현재 누리호의 75t 엔진 연소 시간은 300초에 미치지 못하는데, 차세대 발사체 엔진은 330초가 목표 연소 시간”이라고 밝혔다. 또 차세대 발사체는 재사용 발사의 기반이 되는 재점화나 추력 조절 기술도 적용할 계획이다.
● 위성 제작 등 우주산업 전반에 활기
누리호 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서 국내 우주 산업 전반에도 활기가 돌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이번 발사에 투입된 위성을 제작한 국내 기업의 사업 진행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이번 누리호 3차 발사에서 자사 큐브위성을 쏘아올려 성공적으로 궤도에 안착시킨 ‘루미르’는 과기부의 중소·벤처기업 지원 사업인 ‘스페이스 이노베이션’ 사업 중간평가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과기부는 이 사업에서 8개 기업을 선발하고, 각 기업들의 초소형 위성 시험설계에 대한 검증을 진행한 바 있다. 루미르는 최근 이 평가를 통과해 실제 시제위성을 개발할 수 있는 13억 원가량을 지원받았다. 이 회사는 가시광선뿐 아니라 자외선 영역까지 관측해 대상의 형태뿐 아니라 성분까지 파악할 수 있는 초소형 초분광 위성을 개발할 예정이다. 루미르 관계자는 “2026년 시제위성을 발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내 위성을 국내 발사체로 쏠 수 있다는 게 검증되면서 국내에서 우주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기존 기업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국내 첫 지구관측용 민간위성 ‘세종1호’를 발사한 한컴인스페이스는 미국의 스페이스X를 통해 위성을 발사했는데, 이번 성공을 기점으로 국내 발사체가 상용화된다면 이러한 기업들의 비용 지출 등도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다.
최명진 한컴인스페이스 대표는 “국내 발사체를 통해 (위성 등을) 발사한다면 번거로운 해외 이송 등 해외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자체 발사체를 보유한다는 것은 우주로 나아가는 데 있어 자립을 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전남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