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복현아침메일 3384.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34- 이제 무엇을 할까?/ 최복현

[장미]

34. 이제 무엇을 할까?/ 최복현

지금 서 있는 자리가 불만스럽지 않나요? 남들은 그 자리를 떠났는데 혼자 남았다고요. 그런데 점차 하는 일은 잘 안 되고 불안하다고요. 그렇다고 그 자리를 떠나려니 당장 할 일이 없다고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그냥 살아지는 대로, 그냥 살아지는 대로 살아간다고요. 이제 무엇을 한들, 무엇을 바꾼들 딱히 바꿀 방법도 없다고요. 그저 연명하고 있는 정도라고요. 정말 이제 그 상황에서는 전혀 방법이 없는 것일까요? 도저히 탈출구는, 그 상황을 개선할 방법은 없을까요?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는 속담은 말만 그럴듯하지 듣기 좋으라고 만들어진 속담일까요.

산티아고에게 물어볼까요? 보물을 찾아 나섰다가 사람들에게 속아서 모든 것을 잃은 채 오도 가도 못하는 산티아고, 그는 탕헤르의 크리스탈 가게에서 일을 합니다. 돌아갈 자금이라도 벌어야 하니까요. 산티아고는 가게 주인과 그릇을 파는 만큼 이익을 분배받기로 합니다. 어떻게든 물건을 팔아야 돈을 받을 수 있는 산티아고는 우선 먼지가 뽀얗게 올라있는 그릇들을 윤이 나도록 닦습니다. 주인은 한 번도 하지 않은 일입니다. 괜히 비싼 그릇 그렇게 닦다가 깨지기라도 하면 손해기 때문입니다. 주인의 잔소리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릇을 깨끗이 닦습니다. 그러자 지나가던 이들이 그릇을 구매하고 싶은 마음에 가게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희망을 얻는 산티아고는 이번엔 바깥에 진열대를 마련할 것을 제안합니다. 주인은 "그런 건 지금까지 한 번도 만든 적이 없다네. 밖에 그릇을 진열했다가 지나가던 사람들이 건드리기라도 하면 그릇이 깨지기밖에 더하겠냐"며 반대의사를 내비칩니다. 그러자 산티아고는 "제가 양들과 함께 초원을 돌아다닐 때에는 양들이 뱀에 불려 희생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런 위험은 양치기들에겐 삶의 일부일 뿐이지요."라고 응답합니다. 마침 주인은 손님과 물건 값을 흥정합니다. 이미 그릇을 닦기만 했을 뿐인데 가게가 잘 운영됩니다. 지금 정도만으로도 이전 탕헤르의 시대로 회복한 셈입니다.

이제는 더 이상 걱정이 없습니다. 활기찬 삶을 되찾았으니까요. 작은 하나의 시도가 멋진 변화를 이룬 것입니다. 별것도 아닌 일이라 어떤 효과가 있을지 시큰둥했는데 재대로 되고 있습니다. 하지 않었던 일, 시도하지 않았던 일을 조금 시도했을 뿐인데, 이렇게 멋진 일이 생겼습니다. 행운을 되찾았습니다. 이제는 적인 안심하고 살아도 되겠습니다. 남보다 뒤쳐져서 더는 따랄갈 수 없었던 순간, 남처럼 약삭바르지 못해서 절망적이었던 순간, 그냥 있는 그 자리에서 작은 일의 시도 하나가 상황을 바꾸었습니다.

우리 역시 그 작은 일 하나를 시도하지 않고 있는 건 아닐까요? 이미 늦었다는 생각, 나는 운이 없다는 생각, 그런 생각으로 더 이상 아무런 시도도 하지 못하고, 아무런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은 건 아닐까요? 두려워하면 스스로에게 갇히고 맙니다. 그렇게 갇히면 이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습니다. 방법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면 안에서의 변화는 불가능합니다. 그저 살아지는 대로 살뿐입니다. 그럴 때는 스스로의 밖에서 바라볼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런 상황에선 내가 왜 안되는지, 새로운 방법은 없는지를 알 수 없습니다.

안에서의 변화가 어렵다면 산티아고가 주인이 몰랐던 방법을 찾아냈듯이, 외부에서의 어떤 무엇을 받아들여야 변화할 수 있습니다. 갇혀 있으면 보이지 않으나, 익숙하면 더 이상 보이지 않으나, 낯설면 보이는 방법, 그 방법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스스로에서 우선 벗어나야 합니다. 산티아고가 그릇을 닦아 윤이 나게 하듯이, 갇혀 있어 녹슨 내면을 닦아야 새로운 생각이 떠오릅니다. 지금 상황에서 마음을 조금 멀게하여 자신을 들여다 보면 타성에 젖어 볼 수 없던 것이 보일 겁니다.

그나마 지금 그것을 찾아야 합니다. 흘러간 물은 돌아오지 않지만, 잠자고 있는 생각은 깨울 수 있고, 녹슨 생각은 반들반들해질 수 있습니다. 변화는 떠나야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 타성에서 벗어나는 것,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입니다. 이미 늦었다면 그 변화를 내면에서 찾아야 합니다. 바로 지금이요. 살아지는 대로 살 게 아니라, 뭔가 살아봐야 합니다. 기존의 방식을 바꿔야 합니다.

자! 지금 안 하던 일을 시도해서 운좋게 잘됩니다. 만일 당신이라면 산티아고가 밖에 진열대를 내놓자는데 따라서 할까요? 아니면 그냥 그대로 있어야 할까요? 그건 내일 생각해 보자고요.

-최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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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복현의 인문학강의: 그리스 로마 신화로 세상읽기 안내 
강의일정: 2016. 4. 18. 15:00 -17:00(매월 세째주 월요일)/장소: 방배본동 주민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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