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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름 비 전망은…장마는 다음 주 이후에나 시작할 듯
예상 어렵지만 26일까지 정체전선 제주 남쪽 먼바다에
최근 장마 양상 '들쑥날쑥'…엘니뇨 발달로 강수 증가 가능성
'온난한 엘니뇨 시기' 바다 뜨거워 '역대급 강한 태풍' 대비 필요
지난 14일 오후 서울 시내에서 시민들이 우산을 쓴 채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언제 장마가 시작해도 이상하지 않을 때다.
1991년부터 2020년까지 장마 시작일을 평균하면 제주는 6월 19일이고 남부지방과 중부지방은 각각 6월 23일과 6월 25일이다.
평년값만 생각하면 다음 주 장마가 시작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장마 시종일이나 양상을 조기에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날씨, 특히 장마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워낙 다양하다 보니 어느 정도 기간을 벗어난 예측은 일반인에게 예측으로서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예측에 바탕이 된 기상요소가 아주 조금만 변해도 예측과 전혀 다른 날씨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초깃값의 작은 변화가 결과를 크게 바꾼다는 의미의 '나비효과'도 기상 예측 시뮬레이션 실험 중에 확인됐다.
다만 16일 오전 기준으로는 26일까지 장마가 시작하지 않으리라 전망된다. 이때까지는 정체전선이 제주남쪽먼해상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20~21일 전국에 비가 예상되지만 이 비는 정체전선과 크게 관련이 없는 저기압이 지나가는 데 따른 것으로 장맛비라 하기는 어렵겠다.
일본 일부는 장마 시작…'북태평양고기압 확장 시점'이 관건
지난 14일 오후 서울시내에서 한 시민이 손수건을 머리에 얹고 뛰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표준국어대사전은 장마를 '여름철 여러 날 계속해서 비가 내리는 현상'이라고 정의한다. 기상학적으로는 여름철에 더해 '정체전선의 존재'가 중요하다. 정체전선은 성질은 다르지만, 세력은 비슷한 두 기단이 만나 형성한 거의 움직이지 않는 전선을 말한다.
최근엔 '전선을 동반한 저기압' 때문에 내리는 비도 장맛비로 본다. 작년에는 장맛비가 중부지방에 집중적으로 내렸는데 중국에서 발달한 '전선을 동반한 저기압'이 중부지방을 통과한 경우가 잦아서였다.
장마는 동아시아 몬순(monsoon) 시스템 일부다. 몬순은 계절에 따라 주 풍향이 바뀌는 현상을 말하며 현재는 '계절에 따라 강수가 많거나 적은 현상과 그 시기'를 포함하는 용어이다.
동아시아 몬순은 5월 중순께 남중국해에서 시작해 북태평양고기압 확장 또는 북진과 더불어 동아시아 국가에 장마를 부른다. 중국과 일본에도 각각 '메이유'와 '바이유'라는 장마를 지칭하는 용어가 있는 이유다.
통상 중국과 일본에서 우리나라보다 일찍 장마가 시작한다. 일본 기상청은 오키나와에 지난달 19일, 규슈 북부와 오사카가 있는 긴키 등에 지난달 29일 장마가 시작했다고 선언했다.
우리나라 장마는 간략히 정리하면 6월 하순 북태평양고기압이 발달해 대기 하층으로 남서풍에 실린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유입되고 대기 상층에서는 제트기류가 북상하면서 시작한다.
다만 바다에서 온난습윤한 공기를 불어 넣는 것은 북태평양고기압만이 아니다.
벵골만에서 동남아시아와 중국 동해안을 거쳐서 부는 해양성 남서풍과 인도양 쪽에서 부는 남서풍도 장마에 영향을 준다.
대기 상층 제트기류는 동아시아 몬순에 의해 장마철 더 강해진다. 제트기류가 지날 때 한반도는 기압골 동쪽에 놓이는데 기압골 동쪽에선 공기가 발산한다. 대기 상층 공기가 발산해 흩어지면 하층 공기가 올라와 그 자리를 채운다. 대기 하층 온난습윤한 공기가 상승해 응결하면서 비로 내릴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우리나라 장마는 메이유나 바이유보다 기작이 복잡하다.
북태평양고기압과 오호츠크해 기단 세력이 균형을 이루면서 장마를 일으키는 정체전선이 형성된다고 간단히 설명하기도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장마철 기단 배치. [기상청 장마백서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기상청은 장마에 영향 주는 기단으로 북태평양·오호츠크해 기단과 함께 '열대수렴대 서쪽 끝부분과 우리나라 남서쪽에 자리한 고온다습한 열대 몬순 기압골과 관련된 기단', '우리나라 북서쪽 고온건조한 대륙성 기단', '북극 한대성 극기단' 등도 꼽는다.
기단 중 장마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기단은 북태평양고기압이다.
북태평양고기압은 우리나라 여름 날씨를 결정하는 기단이라고 할 수 있다.
북태평양고기압은 적도에서 햇볕에 데워진 공기가 북진하다가 식고 북위 30도 부근에서 전향력 때문에 편서풍으로 바뀌어 수렴하면서 침강해 형성되는 아열대 고기압으로 태평양에 중심을 둔 매우 거대한 기단이다.
북태평양고기압은 여름철 바닷물이 따뜻해지는 경우 등에 세력을 넓힌다.
그런데 북태평양고기압이 언제 얼마큼 확장할지 정확히 예상하긴 불가능하다.
세력 확장 원인이 다양한 데다가 연구도 충분히 안 돼 있기 때문이다.
북태평양고기압 북서쪽 가장자리가 어디까지 뻗어 나오는지에 따라 여름 날씨가 바뀌는 우리나라에 매우 곤란한 일인데 이에 기상청은 북태평양고기압에 영향받는 국가들과 협력을 통한 연구를 추진 중이다.
'이상'해진 장마 양상…'근본적 의문' 제기된 작년
작년 8월 10일 물에 잠긴 서울 반포한강공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기상청은 2009년 이후 장마 시종일을 공시적으로 예보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여름에는 장마 때보다 그 이후에 더 많은 비가 내리는 등 기후변화로 여름철 강수 양상이 크게 달라지자 기상청은 장마라는 용어를 계속 사용하는 것이 적절한지 검토에도 착수했다.
장마 예측이 어렵고 어려워지고 있다는 방증들이다.
우리나라에도 다른 시기보다 확연히 비가 많이 내리는 '우기'가 있다. 평균적으로 6월 중순부터 9월 중순 후반까지다. 우기는 크게 둘로 나뉘는데 장마가 '1차 우기'에 해당하며 2차 우기는 '가을장마' 등으로 불린다.
최근 장마를 비롯한 여름 강수 양상이 매우 들쑥날쑥하다.
2018년엔 중부지방을 기준으로 6월 26일 장마가 시작해 7월 11일에 끝나 단 16일에 불과했다. 장마 때 전국 평균 강수량이 283㎜로 평년보다 적었다. 불과 2년 뒤인 2020년에는 6일 24일부터 8월 16일까지 1973년 이후 가장 긴 54일간 장마가 이어졌다. 이 장마 때 중부지방엔 856.1㎜ 비가 쏟아졌다. 바로 다음 해인 2021년엔 장마가 지각한 데다가 다시 빨리 끝났다. 중부지방 기준 7월 3일에 시작해 같은 달 19일에 종료됐다.
작년은 장마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부를 정도로 강수 양상이 이상했다.
기간만 보면 이상할 것 없었다. 6월 21일(제주)과 23일(중부·남부지방)에 시작해 7월 24일(제주)과 25일(중부·남부지방) 끝나 평년과 비슷했다.
다만 비가 중부지방에 집중됐다. 중부지방엔 장맛비가 398.6㎜ 내렸는데 남부지방과 제주는 201.5㎜와 207.6㎜에 그쳤다. 중부지방과 남부지방 강수량 불평등은 작년 여름철 강수 큰 특징 중 하나다.
지난해엔 특히 여름철 강수량에서 장맛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42.2%로 '장마 이후부터 8월 말까지 강수량'(49.8%)보다 적었다. 장마 후 강수량이 장마 때를 웃돈 적은 1973년 이후 50년간 20번이다. 8월 초 중부지방에 집중호우가 쏟아진 것이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
올여름 강수 제1변수로는 엘니뇨가 꼽힌다.
엘니뇨는 태평양 감시구역(위도는 남위 5도부터 북위 5도, 경도는 서경 170~120도인 구역) 해수면 온도가 3개월 이동평균으로 평년보다 0.5도 높은 상황이 5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이다.
현재 감시구역 해수면 온도는 이미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으며 이런 경향은 점차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달 초 엘니뇨가 5~7월 중 발달할 확률을 60%, 6~8월과 7~9월 중 발달 확률을 각각 70%와 80%로 제시했다.
기상청은 최근 3개월 전망에서 6월과 8월 강수량은 평년 치와 비슷하고 7월 강수량은 평년 치와 비슷하거나 많을 것으로 내다봤는데 7월 강수량이 많을 것이라는 전망의 주된 근거가 엘니뇨였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열대 중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면서 대류 활동이 활발해지고 이곳에서 동아시아로 저기압성 순환과 고기압성 순환이 번갈아 발생하는 대기 파동이 유발된다. 이에 우리나라 주변에 저기압성 순환이 강화되면서 남쪽에서 수증기가 다량 유입될 수 있다는 것이 기상청 설명이다.
해수면 온도 역대 최고치…'초강력 태풍' 가능성 커져
작년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촬영한 힌남노. [미국 항공우주국(NASA) 지구관측소(earthobservatory) 홈페이지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엘니뇨는 여름철 강수에 영향을 주는 다른 변인인 태풍에도 영향을 주겠다.
태풍은 세력이 일정 수준 이상에 달한 열대저기압이다. 해수면 온도가 26~27도인 바다에서 발생하는데 이는 바다에서 증발한 수증기가 상승하면서 다시 응결하면서 방출하는 잠열이 주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다만 적도는 코리올리 힘이 '0'이어서 태풍이 발달하지 못한다. 그래서 태풍은 대부분 위도 5~20도의 열대 바다에서 발생한다.
세계 열대저기압 발생 지역. [미국 해양대기청 홈페이지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발생 원리에 따라 해수면 온도가 높을수록 태풍이 강하게 발달한다.
그런데 현재 해수면 온도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 해수면 온도 자료(OISTT)를 보면 14일 기준 세계 평균 해수면 온도는 1982~2011년 평균치보다 1도 가까이 높은 20.9도로 사상 최고다.
NOAA는 최근 지난달 평균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85도 높아 1850년 이후 5월 해수면 온도로는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오르는 엘니뇨까지 더해지면 '역대급으로 강한 태풍'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엘니뇨로 동태평양이 뜨거워지고 이에 태풍이 보통 때보다 더 남동쪽에서 발달하면 서태평양까지 이동하는 경로가 길어지면서 더 강력해질 수 있다. 바다에서 에너지를 흡수할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발생한 3개 태풍 중 제2호 마와르와 제3호 구촐은 전성기 강도가 '초강력'과 '강'에 달했다. 국내 기준으로 태풍은 최대풍속이 25㎧ 이상일 때부터 강도가 부여되는데 초강력과 강은 각각 첫 번째와 세 번째로 강한 수준이다.
강남영 경북대 교수는 최근 기상청 주최 기상강좌에서 "온난한 엘니뇨 시기에 태풍의 강도가 최대화하는 특징이 있는데 올해가 그에 해당한다"라면서 "다만 태풍 개수는 엘니뇨 시기 많아지는 경향을 온난한 환경이 억제해 보통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올해 태풍이 29개 정도 발생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다.
이는 평년보다 약간 많은 수준이다.
엘니뇨가 발생했을 때 북태평양고기압 등 아열대고기압은 서쪽으로 덜 확장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태풍은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타고 이동한다는 점에서 태풍이 우리나라 서쪽까지 갔다가 전향해 우리나라를 향해 북상하는 경로보다는 일본을 거치는 경로를 택할 가능성이 높은 환경인 것이다.
일본을 거치면 태풍의 강도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
다만 태풍은 해당 지역 기압계를 흔드는 '강력한 변수'로서 '약한 태풍'은 없다고 봐야 한다. 또 태풍은 약해지거나 소멸하면서도 주변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예컨대 태풍이 소멸하면서 대기 중에 많은 수증기를 흩뿌려놓으면 이는 강한 비로 이어질 수 있다.
강남영 교수는 '태풍의 개수·강도·이동속도'를 고려한 '태풍 총에너지 지수'는 "엘니뇨 시기 넓고 강하게 분포한다"라면서 "우리나라는 엘니뇨 환경일 때 태풍에 더 영향받는다"라고 말했다.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은 올여름 우리나라 해역 수온이 평년보다 0.5~1.0도 내외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 해역 수온이 높으면 태풍이 북상하면서 세력을 유지할 수 있다.
지난해 태풍 힌남노가 바로 이 경우에 해당했다.
어느 때보다 '초강력 태풍'에 대비할 필요성이 큰 것이다.
jylee24@yna.co.kr
첫댓글 좋은정보.감사 감사
즐겨운 주말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