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야기 22부 - 인생의 운명의 덫에 걸렸을 때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오이디푸스 왕
고대 그리스 테베라는 나라의 왕 라이오스는 왕비 이오카스테 사이에서 오이디프스라는 아들을 얻는다. 하지만 델포이에서 장차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고 그의 어머니와 결혼할 것이라는 신탁을 듣고 신하에게 오이디프스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린다. 하지만 신하는 차마 그를 죽이지 못하고 코린토스의 키타이론 산에 갖다 버린다. 이때 한 양치기가 그를 발견하여 아들이 없던 코린토스의 왕 폴리보스와 왕비 메로페에게 주고 이들은 오이디푸스를 아들로 삼는다.
오이디푸스는 코린토스의 왕자로 자라나면서 델포이 신전에 자신의 운명을 물어보는데 장차 너는 네 아비를 죽이고, 어미를 아내로 삼을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신탁을 듣게 된다. 오이디푸스는 이 운명을 피하는 길은 코린토스를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것이라 생각하고 왕궁을 떠난다. 그러던 어느날 어느 좁다란 산길을 걷고 있던 중 어떤 신분 높은 사람의 무리를 만나고 시비가 붙은 끝에 한 노인과 마부 시종들을 죽여 버린다. 오이디푸스가 죽인 노인은 다름 아닌 오이디푸스의 친아버지인 라이오스 왕이었다. 델포이의 첫 번째 신탁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오이디프스는 길을 걷다가 자신의 원래 고향인 테베로 오게 되는데 테베 파키온산에서 스핑크스를 만난다. 스핑크스는 테베의 사람들에게 3가지 수수께끼를 내렸고 그것을 맞추지 못하는 사람들을 잡아먹고 있었다. 과거 라이오스는 고국으로부터 도망쳐 피사에 갔는데 자기를 보살펴준 펠롭스 왕의 아들 크리시포스를 겁탈하여 죽게 만든 적이 있었다. 이에 분노한 여신 헤라는 라이오스에게 '장차 네 아들이 너를 죽이고 네 아내와 결혼할 것이다' 라는 저주를 내리고 테베에 스핑크스를 보내 사람들을 괴롭혔던 것이다.
스핑크스의 세 가지 수수께끼는 다음과 같았다.
1.목소리는 같지만 발이 4개가 되기도 하고 2개가 되기도 하고 3개가 되기도 하는 것은 무엇인가?
2.두 자매가 있어 서로가 서로를 낳는데 이 둘은 누구인가?
3.오전에 컸다가 정오에는 다시 작아지고 오후에는 다시 커지다가 밤에 사라지는 것은 무엇인가?
테베인들은 그 누구도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맞추지 못했지만 오이디프스는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푼다. 정답은 인간, 낮과 밤, 그림자였다. 아무도 풀지 못한 수수께끼를 오이디푸스가 풀자 스핑크스는 스스로 절벽에서 뛰어내려 죽음을 맞이한다. 이 일로 인해 오이디푸스는 테베의 시민을 구한 영웅이 되었고, 자신의 어머니인 이오카스테와 결혼하게 된다. 델포이의 두 번째 신탁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이어 코린토스의 왕 폴리보스가 자연사했다는 말을 듣고 델포이 신탁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알고 안도한다. 이후 오이디푸스는 이오카스테와 결혼하여 폴리네이케스와 에테오클레스 형제와 안티고네와 이스메네 자매를 낳았고 테베를 잘 통치하며 행복한 삶을 살게 된다.
하지만 그의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갑자기 테베에 역병이 돌기 시작하고 흉흉한 일들이 일어났다. 오이디푸스는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왕비의 오빠인 크레온을 델포이 신전에 보낸다. 크레온이 델포이에서 받아온 신탁은 라이오스왕을 살해한 자가 테베에서 추방되지 않는 한 역병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언이었다. 오이디푸스는 왕을 살해한 자를 찾으면 그의 눈을 멀게 하고 추방하겠다며 예언자 테이레시아스를 불러와 그 자를 찾는다. 뛰어난 예언자였던 테이레시아스는 오래 전부터 알고 있던 오이디푸스의 비밀을 이야기한다.
진실이 밝혀지자 이오카스테는 수치심을 견디지 못하여 스스로 목을 매어 자살하고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눈을 찔러 장님이 되어 자신의 딸 안티고네와 함께 테베를 떠난다. 이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의 이야기이다. 아무런 죄가 없던 오이디푸스가 왜 이런 비극을 겪어야 했을까. 고대뿐만 아니하 현재 우리가 사는 이 세상도 전혀 합리적이지 않은 온갖 모순덩어리다.
부조리
중국 청나라 포송령(蒲松齡)이란 사람이 쓴 요재지이(僥齋志異)라는 작품에는 '운칠기삼'의 이야기가 나온다. 한 선비가 오랜 세월 동안 과거공부를 했는데 나이가 들어 흰 수염이 나도록 번번이 낙방하여 결국 집안은 파산하고 아내는 가출해 버렸다. 죽을 작정을 하고 대들보에 동아줄을 매어놓고 생각하니 자기보다 못한 자들이 번번이 급제한 것이 억울하여 죽을 수가 없었던 그는 옥황상제에게 가서 따져보기로 했다.
옥황상제는 정의의 신과 운명의 신을 불러 술시합을 시켜놓고 선비에게 말했다. "정의의 신이 더 많이 마시면 네가 분개한 것이 옳고 운명의 신이 더 많이 마시면 네가 체념하는 것이 옳다"고 했다. 이 술시합에서 운명의 신은 일곱 잔을 마시고 정의의 신은 석 잔 밖에 마시지 못했다. 옥황상제는 말했다. "세상은 정의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불합리한 운명의 장난대로 흘러간다. 하지만 이러한 세상의 이치에 너무 원망하지는 말라. 세상의 7할은 불합리가 지배하고 있다고는 하나 나머지 3할은 이치에 따라 흘러가지 있지 않은가."
세상은 전혀 공평하지 않다. 아니 공평하지 않은 것은 고사하고 부조리하고 비합리적인 것이 판을 치는 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어떤 사람은 온갖 악행을 저지르면서도 호화롭게 잘 살지만, 어떤 사람은 정의롭고 선한 삶을 살지만 항상 고통과 고난이 끊이지 않는다. 인간은 그러한 부조리한 세상 속에서 자신의 존재 의미를 끊임없이 요구하지만 세상과 신은 침묵한다.
ⓒ알베르 까뮈
부조리란 사전적 의미로는 이치나 조리에 맞지 않는 뜻이지만 철학적 의미로는 삶의 의미를 발견할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을 뜻한다. 또한 신학적으로는 악이 선을 억누르고 승리하는 현실 속에서 신의 섭리에 대한 의구심마져 들게 하는 것이 부조리이다. 이에 대해 실존주의 철학자 까뮈의 철학은 부조리의 철학이다.
그는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해결책을 세가지로 제시한다. 첫번째는 인생에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고 삶을 포기하는 것이고, 두번째는 의미가 없다는 것을 모른 척하고 자신을 기만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번째는 그러한 부조리한 현실을 끌어안고 반항하며 용감하게 그것과 맞서며 살아가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번째의 삶을 택한다. 자살할 용기가 없는 사람들은 이미 정해여 있는 자신의 수명과 처지에 순응하며 살아간다. 예로부터 동양에서는 사주팔자와 같이 모든 사람은 태어난 연, 월, 일, 시에 의해 지배를 받는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운명에 순응하는 삶을 택해 왔지만 서양에서는 자신의 운명에 대한 순응보다는 자신의 길을 개척하며 자신만의 길을 걷는 삶을 추구해 왔다.
ⓒ운명의 신 포르투나
운명의 신
르네상스시대 가혹한 운명의 수레바퀴 밑에서 굴곡진 삶을 살아야 했던 마키아벨리는 진정한 삶이란 생을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용기를 갖고 끊임없이 투쟁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운명의 신 포르투나(Fortuna)가 당신의 인생을 분탕질하려고 할때 무모하리만큼 맹렬하게 맞서 싸우라고 이야기 한다.
고대 로마신화에는 모이라(Moira)와 포르투나(Fortuna)라는 운명의 여신이 등장한다. 모이라가 인간의 수명을 관장한다면 포루타나는 인간의 행복과 불행을 관장한다. 영어에서 행운을 뜻하는 포춘(Fortune)은 포르투나에서 유래된 것으로, 인간이 죽음의 순간을 맞이할 만큼 고통에 차 있고 죽음의 문턱에 서 있을 때 포르투나는 우연한 순간에 우리를 찾아오기도 한다.
우리의 운명을 갖고 뒤흔드는 포르투나(Fortuna)도 사자의 용맹함으로 무장한 탁월함을 뜻하는 비르투(virtu)에게는 당하지 못한다. 포르투나는 과감하고 무모하게 자신을 향해 돌진하는 인간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이오스와 오이디푸스는 그러하지 못했다. 그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에 정면으로 맞서지 않고 피하려 했고 그것이 그들의 비극을 낳았다.
어찌보면 그들의 선택은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신탁의 예언을 듣고 사건의 원인이 되는 아들을 제거하려 했던 라이오스도 그러했고, 성장한 오이디푸스가 신탁의 내용을 알게 되자 신탁실현의 원인이 되는 자신을 코린토스에서 스스로 추방한 것도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라이오스는 자식을 죽이는 패륜을, 오이디푸스는 부모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삶을 선택했지만, 이들은 자신의 운명에 맞서 싸우지 않고 회피했고 결국 그러한 선택이 델포이 신탁을 실현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신탁의 실현은 그들이 자신의 운명을 받아드리는 지극히 수동적인 입장을 취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만약에 라이오스와 오이디푸스가 자신의 운명을 거부하고 반항하여 맞섰더라면 그들의 운명은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운명은 운명일뿐 숙명이 아니기 때문이다. 신탁이 부조리한 것처럼 세상도 부조리하다. 라이오스는 과거에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한 업보라고 하지만 오이디푸스는 죄가 없었다. 하지만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었던 그 현명한 머리로 운명에서 도망치려 하지 말고 운명과 맞서 담담히 기다렸더라면 그 운명은 오이디푸스에게 결코 힘을 발휘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반항한다 고로 존재한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전혀 예상치 못한 가혹한 운명에 휩사일때가 있다. 운명이라는 사나운 파도가 들이닥쳐 나의 모든 삶을 파괴하고 집어삼키는 경험을 해보았을 것이다. 그러한 경험이 없다면 그것은 그 무엇도 시도하지 않는 평범한 인생을 살았기 때문이다. 뭔가를 시도하려는 사람에게는 시련이 닥쳐오고 노도와 같은 가혹한 운명이 뒤따른다. 하지만 운명이 없다면 영광도 없다.
많은 사람들이 운명을 원하지만 그 폭풍속으로는 들어가려 하지 않는다. 안정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인생의 위험들을 제거하는 짓들만 해서는 인생에서 뭔가를 성취할 수 없다. 그러한 사람들은 조용한 삶을 살다가 조용히 세상을 떠나간다. 모든 것을 걸만한 위험이 없는 삶은 아무런 가치가 없는 쓸모없는 삶과 같은 것이다.
그러므로 가치있는 삶을 살고 싶다면 인생의 부조리에 반항하고 운명에 맞서야 한다. 가혹한 운명의 여신이 당신을 벼랑끝까지 내몬다고 할지라도 자신의 운명과 맞서 싸우라. 운명은 여신이다. 아무리 운명속에 내던져진 인간이라도 맹렬하게 돌진하여 반항하는 인간 앞에서는 결코 힘을 쓰지 못한다. 운명의 여신 포르투나는 여성이어서 정신이 젊고 반항적인 사람들을 좋아한다. 그래서 포르투나는 이성적이고 냉철한 태도로 접근하는 사람보다 과감한 사람에게 많이 이끌리며 공격적이고 대담한 사람에게 약하다.
젊다는 것은 계속해서 도전하는 것이고 그래서 필연적으로 실패를 갖고 있을 수 밖에 없다. 포르투나는 그러한 젊은이를 괴롭히고 그의 실패를 조롱한다. 하지만 끊임없이 도전하고 거칠게 자신의 운명을 몰아부친다면 결국 포르투나는 당신에게 매료되어 사나운 성질을 누그러뜨리고 무릅을 꿇고 순종할 것이다. 자신의 운명을 거부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시련을 조롱하며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강인함이야 말로 운명의 여신을 잠잠케 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멋진 인생을 살고 싶다면 당신이 직면하고 있는 운명에 맞서 싸워라. 왜냐하면 인생은 대단한 모험이거나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출처 :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