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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사업비보다 많은 1846억 들인 새만금 잼버리부지, 애초 물 안 빠지는 농지로 조성했다
전보규 (jbk@etoday.co.kr)별 스토리 •14시간
발주만 잼버리 부지로…속내는 향후 개발 고려한 부지 조성 의혹
사진=연합뉴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개막일인 1일 전북 부안군 하서면 행사장 일부가 물에 잠겨 있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개막일인 1일 전북 부안군 하서면 행사장 일부가 물에 잠겨 있다.
진흙밭이 되면서 문제를 일으킨 새만금 잼버리부지 매립공사는 처음부터 농지조성 목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잼버리 대회 예산 1170억 원보다 많은 농지관리기금 1800억여 원을 들이고도 침수로 난리를 겪은 이유 중 하나로 지적된다. 주거지나 생산시설 등은 최대한 빠른 배수가 중요하지만, 농지는 상대적으로 완만하게 물이 빠져야 한다는 점에서 애초부터 문제를 안고 행사를 치를 수밖에 없는 배경으로 꼽힌다.
10일 이투데이의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농어촌공사는 2019년 12월 '새만금지구 잼버리부지 1·2공구 매립공사' 입찰을 진행했다. 1공구는 남양건설, 2공구는 대림산업(현 DL이앤씨)이 각각 666억3500만 원, 769억6800만 원에 낙찰받았다. 자재비 등을 모두 포함해 잼버리부지 매립공사에는 총 1846억 원의 농지관리기금이 투입됐다.
표면적인 입찰 공고는 잼버리부지 매립공사였지만 실제로는 농업용지 조성공사였다. 당시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들 역시 농업용지 조성공사로 알고 서류를 냈다고 입을 모았다. 부지 조성 목적이 잼버리 행사의 기본이 되는 야영이 아니었던 것이다. 실제 조성된 면적(884ha)도 2016년 새만금개발청이 낸 용역에서 계산한 매립 필요면적(389ha)의 2배가 훌쩍 넘는 수준이다. 때문에 "잼버리 행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새만금 개발을 위해 최대한 넓은 면적을 매립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새만금개발청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잼버리행사 후 일정 기간 농지로 활용한 뒤 수요가 있으면 다른 용도로 개발할 수 있도록 한다는 관계부처 간 협의가 있었지만, 잼버리행사가 아닌 향후 개발이 목적은 아니었다"라고 설명했다.
농지로서의 활용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남는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잼버리 행사 후 해당 부지를 대규모 조사료 단지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성된 지 몇 년 되지 않은 간척지다 보니 당장 조사료 단지로 활용될지도 미지수다.
앞서 전라북도는 "간척지에서 잘 자라는 나무를 행사장 곳곳에 심어 잼버리가 열리는 2023년에는 풍성한 숲 공간이 조성될 것"이라고 했지만 이마저도 헛된 공약이 됐기 때문이다. 염분농도가 높아 나무가 자랄 수 없었기 때문인데, 부지의 상당 부분이 풀이 없는 불모지에다 그늘을 만들 나무가 없어 잼버리에 참여한 대원들의 온열 질환이 빈번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사람이 오랜 시간 머물고 거주하는 곳과 그렇지 않은 농지는 배수 등 기반시설에 대한 접근 자체가 다르고 그런 만큼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애초부터 야영지로 적합하지 않은 걸 알면서도 혈세를 사용해 꼼수로 부지조성을 했다는 의혹이 생기는 이유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공사가 어떻게 진행됐는지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농업용지는 주거 또는 상업·생산시설이 들어설 용지에 비해 요구되는 배수 등의 기반시설 수준이 낮다"며 "복잡한 얘기를 떠나 논밭은 삽으로 물길만 내도 큰 무리가 없지만, 집이나 공장은 이 정도로는 감당이 어렵지 않으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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