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제시 주택시장에 불고 있는 찬바람이 그칠 줄 모르고 있다. 속칭 ‘입주발’이 붙을 법한 새 아파트도 매매가가 1년 만에 수천만원이 떨어졌고, 경매에 부쳐지는 주거 물건도 급증하고 있다.
거제 지역 경제의 버팀목이던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등 조선업계의 경영난이 이어지면서 관련 업계 구조조정이 잇따른 탓이다. 지난해에만 협력업체 등을 포함해 이 지역에서 1만명이 넘는 조선업계 관련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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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 거제시의 한 아파트 단지. /이승주 기자
KB부동산알리지에 따르면 3월말 현재 거제시 아파트매매지수는 93.3으로, 전국 시·군·구 가운데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2015년 12월=100). 이 지역 아파트매매지수는 2014년 12월 101.9를 찍은 이후 줄곧 하락 중이다. 반면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매매지수는 95.2에서 101.5로 크게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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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 아파트매매지수 추이. /자료=KB부동산알리지
실제 아파트값도 하락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가 길 건너인 아주동 ‘거제마린푸르지오’ 1·2단지의 경우 2015년 입주한 새 아파트인데, 이 단지 전용면적 84㎡는 올해 들어 작년 초(2억7200만~2억9150만원)보다 많게는 6000만원 이상 떨어진 2억2700만~2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삼성중공업 조선소가 근처에 있는 수월동 ‘거제자이’ 전용면적 84.65㎡도 지난해 1분기엔 3억2500만~3억6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올해 들어선 3억400만~3억1000만원에 실거래가 신고되는 데 그쳤다. 양정동 ‘거제수월힐스테이트’ 전용면적 84.93㎡의 경우 올해 3월까지 2억9500만~3억4700만원에 거래돼, 3억4000만~3억7700만원에 거래됐던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거래가가 5000만원 안팎이 하락했다.
경매로 나오는 주거 물건도 늘고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거제시 주거시설 경매 건수는 작년 한 해 월평균 17건 정도였지만, 올해 들어선 월별로 26건(1월), 48건(2월), 42건(3월)이 진행되는 등 눈에 띄게 늘었다. 워낙 물건 수가 적어 월별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금액 비율)은 오락가락한 편이나, 지난달의 경우 77%로 전국 평균(87.5%)과 차이가 컸다. 올해 월평균 응찰자 수는 3.3명으로, 이 역시 전국 평균(5.8명)을 밑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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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 거제시 주거시설 경매 추이. /자료=지지옥션
당분간 거제 주택시장의 침체는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조선업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한 데다, 설상가상으로 입주 물량은 계속 쏟아지기 때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 2년간 거제시에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 물량은 1만 가구가 넘을 전망이다. 이미 이 지역은 지난 2월 말 기준 미분양 아파트가 1521가구에 달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제5차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한 상태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거제 주택시장이 곤두박질친 것은 수급불균형의 문제뿐 아니라 지역 경기를 책임지고 있는 조선업 침체 여파가 크다”면서 “이는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상당 기간 침체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