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과 인간
글쓴이 미에코
그런 그를 말 없이 바라보던 세션은 문득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는 바이런을 구원해주려는 듯 입을 열었다.
"아! 맞다, 나미의 진짜 이름이 따로 있다고 하는데......"
"주인님!"
"앞으론 나미라고 부를 거지만 그래도 알려줘도 상관은......"
"안 말하기로 약속 했으면서!"
"그랬나? 아, 레시한테만 안 말하면 되잖아. 레시야, 귀 막아."
세션의 갑작스런 구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쪼르르 카인의 뒤로 달려간
바이런은 언젠가는 레시의 머리를 다 뽑아서 대머리로 만들어버릴 것이라는
다짐을 되새기고 또 되새기는 중이다.
한편 나미는 주인님의 갑작스런 배반에 치를 떨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레시나 카인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세션을 보고 있었고
바이런도 이내 정신 차린 듯 세션을 바라보고 있었다.
"주인님! 정말 너무해요!"
"알았어. 안 말하면 되잖아."
"오빠, 참 한심하다. 이미 호기심을 왕창 끌어올렸으면서 안 말한다고?
아, 카미스도 아는 거 같은데, 골드 카이져한테 물어보면 되겠구나!"
"그 녀석 자고 있었어."
"그럼 카미스가 말해줘."
"나도 자고 있었어."
"말이나 되!"
카미스의 실없는 농담에 버럭 화를 낸 레시였지만 눈빛이 너무나도 진지해서
더 이상 뭐라고 가타부타 따질 수 없었다.
그 눈빛이 얼마나 진지했으면 같이 있었던 세션마저 눈뜨고 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까.
"아무튼 진짜 이름이 뭐야?"
"사요."
예상외의 주인님의 대답에 역시 주인님은 장난 꾸러기라는 생각과 함께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나미였지만 레시나 바이런의 심술기는 상상초월이다.
"거짓말."
"맞아. 그런 지극히 평범한 이름이라면 저 꼬맹이가 난리 피울리 없지.
빨랑 사실대로 말 해!"
"진짜 사요야. 나미만의 콤플렉스 때문에 싫다고 한 것 뿐이지."
"그럼 아까 꼬맹이의 안도의 한숨은 뭘까요?"
"그건 걱정의 한숨이라구요!"
"그게 어딜 봐서 걱정의 한숨이야! '살았다' 란 뜻의 한숨이지!"
레시와 나미는 또 다시 아까의 한숨이 무슨 한숨인가를 놓고 심각하게
토론을 하기 시작했다. 아니, 토론이라기보단 말싸움이겠지만.
두 여자의 엄청난 사투를 지켜보는 이들은 카인을 제외하고 모두 방으로 돌아갔다.
카인이 남아있는 이유는 기회를 봐서 등장이 없는 생선 부채 부적씨를
등장시키려는 속셈이다.
말리는 척 하면서 은근슬쩍 새 모델을 선보일 생각이랄까.
하지만 생선 부채 부적, 이미 그 인기는 하락하고 있었다.
그래서 만든 카인의 야심작, 생선 무술 부적!
부채대신 목도, 진검, 활, 총 등을 들고 있으며 복장도 그에 맞는 복장이다.
얼굴에도 장식을 해서 꾀 그럴 싸 해 보이는 생선 무술 부적.
하지만 부적으로써의 기능이 떨어졌다는 단점이 있다.
그렇게 새로운 부적을 선보일 생각을 하면서 싱글벙글하고 있는 카인에게
들려온 지옥으로 가라는 듯 한 목소리.
"몰라. 그래, 내가 져주지 뭐. 걱정의 한숨이라고 치자.
하지만 언젠가는 내가 너의 본명을 밝혀낼테니까 각오하고 있어. 오호호홋!"
"흥! 나도 마찬가지네요! 주인님한테 가야지~"
"어어......"
"에? 카인, 우리 둘이 싸우는 게 그렇게 재밌었어?
아직까지 멍하니 보고 있게? 나 옷 갈아입을거야. 빨랑 방으로 가."
'생선 무술 부적이 나설 기회가 사라졌어......'
"......가란 말 안 들려! 설마 엿보거나 하면 나한테 목졸려 죽을 줄 알아!!"
"아, 알았어!"
레시의 파워틱 협박에 재빨리 방을 빠져나온 카인은 문득 뭔가를 느꼈다.
그리고 방문에 붙은 방 번호. 자신과 카미스의 방 번호였다.
레시도 옷을 갈아입으려고 하는데 옷장에 남자 옷 밖에 없고,
정신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니까 자신의 방도 아닌 것이다.
"......야! 이 멍청한 드래곤아!"
문을 열고 지 방인지도 모르냐고 우기려고 했던 레시는 복도에 아무도 없자
혹시 자기 방으로 갔나 하는 불안감에 재빨리 자신의 방으로 가봤다.
다행이도 자신의 방에는 없었지만 레시는 지금 엄청난 상상을 하고 있었다.
명색이 실버 드래곤이 이런 추태를 보였다는 것을 비관하여
자살을 한다던가, 아니면 행적을 감춘다던가,
드래곤을 이렇게 비참하게 만든 자신을 죽이러 온다거나......
레시, 영화 너무 많이 본 듯 하다.
"카, 카인! 자살은 너무 바보같은 짓이야!
그리고 나도 사과 할 테니까 제발 날 죽이려고는 하지 마~
아무리 내게 빽이 있다지만 카인이 화내는 거 무섭단 말야~"
"레시, 그게 무슨 소리야?"
"오빠, 그게 있잖아......"
세션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한 레시는 세션에게 도움의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세션은 그런 레시를 보며 한심하다는 표정만 짓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방으로 끌고오자 레시의 표정은 금방 변해버렸다.
카인은 레시가 무안해할까봐 그냥 카미스가 어딨는지 찾아보려고 했는데
마침 카미스, 아니 골드 카이져가 세션과 바이런의 방으로 끌고 왔다고 한다.
거기서 다같이 놀고 있는데 레시의 자다가 개꿈꾸고 일어났더니 눈 앞에 있는
똥개가 짓는 소리에 나왔다고 한다.
"카, 카인은?"
"저기."
세션이 가르킨 곳에는 바이런과 카인, 골드 카이져로 추정되는 카미스가
신나게 놀고 있었다. 연극을 한답시고 방을 개판으로 만들어놨는데
카인은 침대에 엎어져서 자고 있었고 바이런은 뭐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야, 카인, 대사할 차례잖아."
"하하, 이건 NG다! 일어나, 이 얼빵한 실버 드래곤아!"
퍼억-!
골드 카이져-이하 카이져-의 시원한 내려찍기에 일어난 카인은
등을 어루만지며 바이런과 카이져를 멍하니 번갈아 보고 있었다.
"너 대사 안하고 잤어. 계속 자면 어떻게하냐?"
"내가 가짜로 잔다고 진짜 자라면서 슬립 마법을 걸어놓은게 누군데 그래!"
"안 걸릴 줄 알았지. 명색이 실버 드래곤이.
우리 드래곤계의 한 줄기 희망!"
"오오, 그거 거창한 타이틀이구나. 그럼 넌 시다바리냐?"
"무슨 헛소리! 난 이 녀석이 허튼 짓 하지 않게 하는 감시원이다!"
"난 스파이가 아니라고. 그리고 대체 무슨 허튼 짓을 한다는 거야?"
"실버 드래곤으로써 다른 드래곤들 보다 실버 드래곤이 우수하다고
생각하도록 다른 드래곤들에게 이상한 짓을 하는거지!
그런 행동을 방지하는 것이 나의 임무인 것!
참고로 이 녀석이 말을 안 들을때에는 완력으로라도 해야 하는 것이
감시원의 임무인 만큼 난 이 녀석보다 강하다는 말씀이지!"
바이런의 말도 안 되는 해설에 멍하니 있던 카인과 카이져는 이윽고
바이런을 부드러운 손길로 쓰다듬어줬다.
퍼억- 빠악-
아아, 그들의 손바닥엔 자동 펀치 기계가 달렸나보다.
닿으면 권투 글러브가 날아가지 않는 이상 쓰다듬어 주는 데 이런 소리가 날리가 없겠지.
"께엑-!"
결국 바이런은 오늘도 망가진다.
드래곤이 너무 많이 망가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없잖아 있지만......그렇다고 해도 즐겁습니다.[...;]
카인도 망가트려볼까, 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러면 캐릭터들이 전부다 망가질 것만 같다는 생각에 자제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이미 많이들 망가졌어]
리플 달아주신 흑영미화님, 별빛섬광님, c.e.마녀님, Le chat Magique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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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바이런이 점점 망가져가는군요. 처음엔 성깔 있고, 조금은 멋있어보이더니. (웃음) 다음 글도 기대하겠습니다.
안 말하기로 약속 했으면서... 에서 안 말하기로 보다는 말하지 않기로.. 가 좀더 표현이 자연스럽지 않나 생각이 드네요. (이건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 글을 읽다보니 묘사가 좀 처럼 눈에 띄지 않네요. 간결하고 읽기 편한 문체지만 밋밋한 감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그럼 건필하세요.
아직 나이가 어리시니 노력하시면 나중에 괜찮아지시겠죠 ㅋ 건필!!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