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운탄고도 조성을 위한 2차 사업을 시작한다는 보도를 접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하이원리조트가 조성되어 있는 곳에 데이지꽃이 만발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서 백운산 마천봉을 갑니다.
철원 제 3 땅굴 근처에서 근무를 할 때 소대막사 뒤에 분단 전에 밭으로 보이는 곳이 있어서 휴가를 가서 꽃씨를 10여 종류를 가져와서 심었는데 파종시기가 늦었는지 한동안 싹도 잘 안나서 잊어먹고 있었는데 늦가을로 접어들 무렵 꽃이 만발하여 꽃병을 마련하여 식당에 가져다놓기도 하고, 시간 날 때마다 꽃밭으로 가서 꽃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이 때 파종했던 꽃씨 중 하나가 데이지꽃이었습니다. 35년도 넘어서 기억이 아득하지만 분홍색이었던 것을 기억하여 검색을 해보니 아마도 리빙스턴데이지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오늘은 참 색다른 기분으로 산행을 시작합니다.
오늘의 산행들머리는 하이원 하늘길 입구입니다.
산행들머리에서 10여 분을 진행하자 하이원리조트의 조망이 좋은 곳에 벤치와 정자가 있는데 정자의 지붕이 강원도에서만 볼 수 있다는 너와지붕이어서 촬영을 합니다. 참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됩니다.
명상장이 만들어져 있어서 들어가 봅니다.
평상이 30여 개 만들어져 있습니다. 사업을 하면 일단 보이는 것에만 집착하기 마련인데 보이지 않는 정신세계에 착안하여 명상장을 만들고 또한 이것을 활용하여 세계적인 명상의 대가들을 불러들여서 큰 대회를 개최하여 이것이 한편으로는 시민들의 정신 휴양처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부수적으로 경제적 이득에 공여하게 하는 행정가의 아이디어가 돋보입니다.
저도 언제부터인가 좋은 것만 보고 즐거운 이야기 이외에는 관심을 두고 싶지 않습니다. 연식이 들어간다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장산과 매봉산" 전망대에 이르렀을 때 "아버지"라는 시를 보면서 갑자기 철이 든 기분입니다.
제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사북항쟁'이 있었습니다. 아버님께서 보시던 신문을 곁에서 잠시 보았는데 무엇인가 평이하지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조금은 무서운 생각이 들어서 사태가 빨리 진정되었으면 하고 막연하게 바랐던 것이 생각납니다. 이 해가 1980년입니다.
제가 청년시절에는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사는 사람이 되겠다는 것이 인생목적의 하나의 덕목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니 참 어리석은 생각이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인간의 삶은 사회라는 유기체를 벗어나면 생존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석탄이 연탄으로 만들어져서 각 가정으로 배달되어 저렴한 가격으로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었다는 것은 얼마나 고마운 일이었던가요. 그런데 주로 강원지역에서 생산되었던 석탄이 길게는 130km 이상 산길로 운반되어 항구를 통해서 수요처로 갔다니 참 놀라웠습니다.
"아버지" 시를 적은 입간판 바로 앞에는 '장산과 매봉산'을 소개하는 입간판이 있고 그 바로 옆에 전망대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전망대에서 장쾌한 산맥이 겹겹히 계속되는 것을 보고 "대간(大幹)"이라는 명칭을 붙인 이유를 생각보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한참을 먼 곳을 물끄러미 바라보니 삼국지의 영웅으로 유명한 "관운장(關雲長)"이 떠오릅니다.
관운장의 고향은 산서성 운성시(運城市) 해주(解州)입니다. 이곳은 소금호수가 있는데 4천년 전부터 소금을 채취했다고 합니다. 이곳의 지명은 "소금을 운반해가는 성시(城市)"라는 의미로 "운성(運城)"이 되었다고 합니다. 몇 년 전에 운성시를 방문했을 때 이 소금호수를 멀리 바라보면서 중조산(中條山)"을 시내버스를 타고 넘어가서 황하강변의 예성현(芮城縣)으로 갔는데 산맥으로 가로질러 개설된 길 옆이 천길 낭떠러지의 연속이었습니다. 마치 구례 성삼재를 10배 정도 붙여놓은 것 같은 길이어서 정말 마음을 졸였던 기억이 납니다.
이 염호의 길이는 약 30km에 너비는 3~5km이며 해발고도는 324.5m, 최고 수심은 약 6m로 총면적은 132평병제곱미터라고 합니다. 중국의 왕조시대에는 소금은 국가 전매사업이었는데, 악덕 관리들의 수탈이 심했다고 합니다. 19세의 관운장은 악덕 관리를 죽이고 도망자 신세가 되었고, 관리들은 본보기로 삼기 위해서 관씨 성을 가진 이들을 모조리 잡아들였다고 합니다. 이 때 관씨들은 다 도망갔지만 관우의 부모님은 너무 연로했고, 아들에게 짐이 될까 염려해서 집 앞 우물에 몸을 던졌다고 합니다. 염호가 내려다 보이는 창핑이란 마을에 관제묘가 세워져 있고, 옛 우물엔 관우 부모님을 위해 조택탑이 세워져 있습니다.
일주서(逸周書)에 황제헌원이 치우(蚩尤)천황을 잡아, 중기(中冀)에서 죽였다고 했는데 해주(解州)라는 지명은 치우천황의 몸과 목이 해체되었다는 전설에서 생긴 이름이라고 합니다. 말하자면 관운장은 황제헌원과 치우천황과의 전쟁인 '탁록대전'이 막을 내린 곳에서 이후 약 3천년이 지난 후에 출생한 또 한 분의 전쟁영웅인 셈입니다.
생각해보니 오늘 산행지인 정선군은 국민들의 생활에 소금만큼이나 중요했던 석탄을 실어낸 "한국의 운성(運城)"이었으며 이곳의 진정한 영웅은 바로 "광부(鑛夫)"였다라는 생각을 해보니 한편으로 숙연한 마음이 듭니다.
(관제묘가 있는 해주에 대한 EBS다큐를 소개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H1753iX-on8)
백운산 마천봉에 도착합니다. 이곳에 사람들이 제법 있습니다. 커다란 대리석 조형물이 있는데 2016년에 개최된 세계명상대전에 참여한 세계적인 명상가의 핸드프린팅을 조각해놓은 조형물입니다. 정말 참신한 아이디어로 생각됩니다.
이후 산행사진을 영상으로 올려봅니다.
데이지군락지는 산행지로 알려준 "무릉도원길" 쪽으로 가지 않고 마운틴탑에서 골돌라가 내려가는 방향으로 내려갑니다. 오늘 하이원에서 무슨 행사를 개최하고 있는데 진행요원이 이 방향을 추천해서 저는 다른 경로로 내려갑니다.
조금 내려가니 스키슬로프에 샤스타데이지가 만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데이지꽃밭 위를 나는 듯이 지나가는 곤돌라가 쉴 새 없이 오가는데 탑승한 관광객들은 이곳을 지나면서 진한 여운의 낭만을 남길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데이지꽃에 대해서 간단하게 적어봅니다.
데이지는 서부유럽이 원산지이고 통상적으로 잉글리쉬데이지를 말합니다. 이 외에 리빙스턴데이지, 티모필라데이지, 샤스타데이지 등이 있습니다. 현재는 원예품종이 많이 육종되어서 흰색, 주황, 핑크, 얼룩무늬 등 다양한 품종이 나와 있습니다.
"잉글리쉬데이지"는 국화과 식물로 원산지는 유럽과 남아시아입니다. 꽃은 3, 4월에 피고 흰색, 붉은색 등으로 핍니다. 크기는 10~20 cm 정도며 민들레와 비슷한 모습입니다. 내한성이 강한 반면에 더위에 약해서 1년초로 여겨지나 서늘한 지역에서는 다년초로 성장합니다.
"리빙스턴데이지"는 석류풀과 식물이고 원산지는 남아프리카입니다. 꽃은 5~6월에 피고 흰색, 빨간색, 분홍색 등 다양합니다. 꽃은 화려하고 송엽국과 비슷합니다. 특징은 다른 데이지꽃과 다르게 석류풀과의 식물입니다. 높이는 10~15cm 정도 자라고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심으면 활짝 피어나는 꽃입니다. 내한성이 약하여 가을에 씨를 뿌려서 씨로 겨울을 나고 다음 해 봄에 꽃이 핍니다. 건조한 기후에 강하고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키웁니다.
"티모필라데이지"는 국화과 식물이고 원산지는 북아메리카 남부지역입니다. 꽃은 5월~11월에 피고 황색입니다. 포복성이 있어서 지면을 덮을 정도로 성장하고 노란색의 꽃을 장기간 피웁니다. 더위에는 강하나 습기에 약해서 배수가 좋은 흙에 심고 여름철에 주의해서 키워야 합니다. 여름에 습도가 높으면 녹아내릴 수 있습니다. 직접 비를 맞지 않도록 해야 하며 걸이식물로 키워도 좋습니다.
"샤스타데이지"는 국화과 식물로 미국의 육종학자가 프랑스의 섬국화와 동양의 들국화를 교배하여 만든 개량종 국화입니다. 캘리포니아 산봉우리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합니다. '샤스타' 의 뜻은 인디언 말로 '흰색'을 뜻한다고 합니다. 꽃은 5월~7월에 피고 흰색입니다. 크기는 50~80cm 정도입니다. 꽃의 중앙은 노란색이고 주변은 흰색 꽃잎입니다. 배수가 잘되고 고온과 건조에 주의해서 키워야 합니다. 하이원리조트 일대에 피고 있는 데이지는 바로 이 종입니다.
샤스타데이지의 꽃말은 "인내와 평화"입니다.
곤돌라의 중간기착지인 마운틴허브에 도착합니다. 이곳에서 놀이기구인 "알파인코스터"를 타고 산행날머리인 마운틴콘도로 가기로 합니다.
먼저 매표를 합니다. 매표소 직원분이 참 친절합니다. 해당된 할인도 해주십니다. 알파인코스터 탑승을 위해서 동영상강의를 받은 후에 다시한번 즉석 강의를 듣고 탑승합니다.
속도가 빼우 빠르고 이따금씩 몸을 좌우로 흔들어주는 알파인코스터의 질주에 저는 나중에는 비명을 질러댑니다. 그런데 차라리 이렇게 하니 고속질주의 느낌이 완화됩니다.
이윽고 알파인코스터 종착점에 이릅니다. 저를 쳐다보는 두분을 보고 제가 큰소리를 지르며 내려와서 조금은 겸연쩍습니다. 잠시 후 저 다음으로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내려오는데 이분은 아무 소리도 없었고 얼굴빛을 봐도 그다지 놀란 기색이 없이 평온한 모습입니다.
알파인코스터에서 내려서 주차장으로 걸어가는데 몇몇 사람들이 모여서 웅성거려 가보니 공작이 날개를 편 모습이 보입니다. 조그만 우리 안에 공작이 있는데 '동물원'이란 팻말이 붙어 있습니다. 급하게 가방 속에서 카메라와 캠코더를 꺼내 촬영을 하는데 공작이 측면을 보고 있어서 아쉽습니다. 잠시 후에 공작이 날개를 접습니다. 그래서 저는 공작에게 사진을 촬영할 수 있게 날개를 펴달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신기하게 공작은 다시 날개를 펼칩니다. 그런데 방향이 정면이 아니어서 저를 보고 돌아달라고 하니까 종종걸음으로 몸을 돌려서 저를 정면으로 바라봅니다. 정말 진귀한 장면을 보게 해준 공작입니다.
오늘 산행은 공작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는 것으로 대미를 합니다.
장거리 안전운행에 수고해주신 버스기사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좋은 산행안내로 산행을 풍성하게 해주신 동산대장께 감사드리며 함께 했던 시간 특히 즐거웠습니다.
오늘 산행은 하얀데이지꽃으로 오랜 기억 속의 추억여행도 겸한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첫댓글 와 멋있어요 꼭 가봐야겠습니다 ~~^^
공룡둘리님, 행복한 주말 보내고 계시죠...
답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도가 높아서 그런지 시원해서 건강산행에 '딱'입니다.
그리고, 산행지의 안내대로 "무릉도원길"로 가시면 더 좋을 것입니다. 제가 갔을 때 하이원에서 무슨 행사 중이었는데요, 행사요원의 추천으로 곤돌라가 운행하는 쪽으로 내려와서 재미 삼아 놀이기구를 타고 광속으로 하산했습니다. 이 놀이기구의 속도가 매우 빠르고 때로는 몸을 심하게 흔들어서 비명을 10여 차례 지르고 내려오니 스트레스가 '확' 날아갔습니다. 고속의 놀이기구를 타는 것은 배낭이 있을 때는 안전을 고려하여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곳은 카트를 타고서 1시간 정도로 둘러보는 관광상품도 있는가 봅니다.
정말 아름답고 좋았습니다.
" 강추 !!!" 드립니다.
시작하는 한 주간도 의미 있고 행복한 시간으로 채워가시기 바랍니다.
보나파르트님 멋진 사진 감사합니다.
하산후 시원한 냉커피도 감사히 잘마셨습니다.
동산대장님, 안녕하십니까. 답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흔쾌히 커피를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작하는 한 주도 행복으로 차곡차곡 채워가시기 바랍니다. 그럼 산행지에서 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