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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회(URI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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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시, 낭송시 스크랩 ‘우리詩’ 3월호와 동양란
홍해리洪海里 추천 0 조회 74 16.03.12 05:13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 ‘우리詩’ 3월호(통권 333호) 주요 목차

 

□ 권두 에세이 | 나병춘

□ 신작시 16인 選

         임보 김동수 김두환 김정운 리상훈 이시백 황근남 김세형

         채들 조성순 임채우 채영선 김현주 최희 박석구 김분홍

□ 기획연재 인물 시 | 이인평

□ 테마 소시집 1 | 김동호

□ 테마 소시집 2 | 최재경

□ 시 속의 오류 | 김승기

□ 시집 해설 | 최연수

□ 시인이 들려주는 좋은 시 | 이동훈

□ 한시한담 | 조영임

□ 인문학 스프 | 양선규

 

* 사진은 ‘제26회 제주동양란회의 난 전시회’에서

   

 

♧ 나무 한 그루 - 김동수

 

너를 보내고

나무 한 그루 심었다

 

‘너’를 잊기로 하고

‘그’라는 나무를 심기로 했다

 

웃던 날을 뒤로 하고

나의 팔을 한 토막 잘라

 

너와 나의 사이에

부재 한 그루 심기로 했다

 

들물과 날물

엉켜 있던 밤이 오고간 뒤

 

잘려나간

적나赤裸의 공간에

 

충만한 부재

‘그’라는 나무 한 그루

심기로 했다

 

 

♧ 석삼년이 지나야 - 김정운

 

터를 옮겨온 소나무는

석삼년이 훨씬 지나야

빗살 같은 잎새 위로

눈발도 올려놓을 줄 아는구나

저 쌓아 올린 눈

바람과 함께 흔들릴 줄 아는구나

   

 

♧ 아리잠직하다 - 이시백

 

나무가 말하는 순간

조용히 들었네

 

눈빛 빛나도록

찾아나선 사나흘

 

엽의 입술 안다미로

나를 부르는 소리

 

나무의 우듬지마다

네 안에 두었던 향기

 

품속에 가득한 가을

한아름 안기는 그녀

   

 

♧ 포옹 1 - 김세형

 

  포옹이 아름다운 건 포옹 안엔 아무런 믿음이 없기 때문이다 야훼와 알라에 대한 성경과 코란에 대한 사랑과 미움에 대한 너와 나에 있다면 포옹 안엔 서로에 대한 애틋함만이 뭉클, 있기 때문이다 포옹이 아름다운 건

 

 

♧ 어디서 어디로 - 채들

 

박주가리씨 날아오른다

 

매서운 눈보라 속을 뚫고

어디서 온 걸까

 

구름과 한 문중일 것 같은

저 흰빛 나그네

 

바람을 훌쩍 올라타고

벌써 어디론가 가고 없다

 

 

♧ 봄날의 오후는 - 조성순

 

청보리밭 넘나드는

한 줌의 바람은

종달새 파란 하늘에 띄우고

 

먼 산 장끼가 고요를 흔드니

이내에 가린 밭두렁 장다리꽃 필 때

 

산허리 넘어가는 고라니 한 쌍

눈동자에 담겨진

모롱이 봄날의 오후는

 

누나랑 실개천 다슬기 잡던

그리움으로 황토재 노을빛에 낮달이 걸려.

 

 

♧ 치마 - 최재경

 

문방구집 딸 미영이는 내 친구다

머리를 양 갈래로 따고 이쁜 치마를 입고 오면

나는 툭하면 치마를 훌러덩 걷어 올렸다

미영이는 눈을 가리고 울었다

도망치다 몰래 쳐다보면 참말로 운 적은 없었다

그리고 선생님께도 부모님께도 일러바친 적도 없었다

가끔 나를 때리거나 꼬집었어도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어느 날은, 나를 자기 집으로 데려가 연필도 주고 크레용도 몰래 주었다

애들은 쑥덕거리고, 변소에는 누구누구하고 연애 걸었다는 낙서도 있었다

내가 아파서 결석을 하면, 먼 길 찾아왔다가 그냥 돌아간 적도 있었다

아파 누워있어도 미영이 치마가 생각났다

다른 애들은 감히 미영이 치마를 걷어붙일 생각을 못했다

쓰봉을 입고 오는 날은 나는 심심했다

일부러 생글거리며 내 곁을 자꾸 왔다 갔다 지나쳤다

 

살랑살랑 세월이 이렇게나 많이 흘렀나

가끔 만나는 초등학교 동창회 때도

할머니 미영이는 치마를 입고 나온다

또 걷어붙일까 봐

치마 끝을 꼭 잡고 내 곁으로 온다

 

 

♧ 거꾸로 - 박경희

 

거꾸로 걸어봐

잠자던 근육이 새롭게 일어날 거야

서툰 발자국 사이로 스쳐버린 풍경들이 보이기 시작하지

흔들리면서 비틀거리는 모습을 들여다보는 거야

연어가 강물을 거슬러 가듯

밥도 후식부터 먹어봐

미친 여자가 까르르 웃는 건

세상이 거꾸로 보이기 때문이지

어차피 세상은 다 미쳐 있어

물구나무서서 세상을 바라봐

거꾸로 생각해보는 거야

나 아닌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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