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속 음악의 즐거움, 앙드레 류 공연 중심
◀Snow Waltz(눈의 왈츠)
◀Sleigh Ride(썰매 타기)①
◀Sleigh Ride② ◼헬레네 피셔
◀Lala’ Theme+Light Calvary (라라의 테마+경기병 서곡)
◀The Skater’s Waltz (스케이트 왈츠) ◼앙드레 류 & 오케스트라
◀Walking in the Air (하늘을 거닐다)
◉ 거의 영하 20도에 근접하는 올겨울 최고의 한파입니다.
올겨울 들어 처음 찾아온 제맛 나는 강추위입니다.
가장 춥다는 소한(小寒)을 며칠 지났으니 지각 한파인 셈입니다.
춥고 시려서 몸으로는 반갑지 않습니다.
그래도 어차피 온 강추위라 반갑게 맞아야 마음이 편합니다.
그래야 혹한이 낯설지 않게 다녀간다는 것을 수없이 보낸 겨울이 일러줬습니다.
◉ ‘겨울 속에는 겨울만의 기쁨이 있고 따스함이 있다.’
비발디 ‘사계-겨울’의 소네트에 있는 내용입니다.
춥다고 웅크리고만 있으면 겨울 속의 기쁨과 즐거움과 따스함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것을 찾아서 받아들이려는 노력과 마음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비발디의 소네트처럼 음악 속에도 혹한을 이기는 겨울의 기쁨과 즐거움이 있습니다.
◉ 앙드레 류와 그의 요한 슈트라우스 오케스트라는 관객들을 기분 좋게, 즐겁게 만드는 특별한 재주가 있습니다.
어둡고 칙칙하기 일쑤인 겨울 음악도 그들의 손을 거쳐나오면 즐겁고 신나는 음악으로 바뀝니다.
따분하고 지루하다는 클래식도 그들의 손에서는 즐겁고 재치 있는 음악으로 달라집니다.
원곡을 훼손했다는 일부 비판도 있지만 크로스오버가 대세인 지금 클래식을 대중화시킨 공은 어떤 음악가보다 높게
평가받고 있습니다.
◉ 듣는 것도 보는 것도 즐겁게 만들겠다는 의지는 연주자의 컬러풀하고 화려한 옷에서부터 시작해 각 음악에 맞게 등장하는
장치와 소품이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겨울 추위를 상징하는 눈과 얼음은 즐겁고 신나는 겨울 음악을 만드는 데 좋은 소재가 됩니다.
그래서 앙드레 류의 고향,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Maastricht) 공연장은 특히 겨울엔 즐거움이 넘치는 신나는 축제장이 됩니다.
◉ 먼저 눈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슈트라우스란 오케스트라의 이름대로 왈츠와 폴카가 이 음악 그룹의 주특기입니다.
눈을 맞으며 흥겹게왈츠를 추는 모습으로 그려낸 2년 전 겨울 마스트리흐트 공연입니다.
‘눈의 왈츠’(Snow Waltz)가 연주되는 동안 공연장에는 쉴 새 없이 인공눈이 쏟아집니다.
관객들은 음악과 눈에 젖어 즐거움의 환호를 쏟아냅니다.
분위기에 맞춰 앙드레 류와 그 악단이 흥을 돋웁니다.
https://youtu.be/7_SNmyQZdM4?si=0_a-BGWKGgLr5E9-
◉ 겨울에 눈 내린 언덕에서 썰매를 타는 것은 우리의 전통적인 겨울 놀이이기도 했습니다.
미국 오케스트라 경음악의 대가인 르노이 앤더슨(Leroy Anderson)은 썰매 타기의 즐거움을 그려낸
Sleigh Ride(썰매 타기)를 1948년 작곡했습니다.
이 곡은 지난 2009년부터 3년 동안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크리스마스 음악이 될 정도로 겨울의 상징 음악이 됐습니다.
◉ 보여주기 겨울 음악으로 안성맞춤인 이 곡은 당연히 앙드레 류와 그의 오케스트라의 겨울 공연 단골 레퍼토리가 됐습니다.
특히 관객들이 함께 손뼉을 치면서 만들어가는 신나는 현장 음악이 됐습니다.
여기에 실제로 눈썰매가 공연장에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더욱 즐거워집니다.
https://youtu.be/gAZXuASwLKg
◉ ‘썰매 방울이 짤랑짤랑 울려요.
썰매 타기 좋은 날씨입니다.
저것 보세요, 아름다운 경치를!’
이 곡에 가사를 붙인 노래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잠시 듣고 갑니다.
시베리아에서 태어나 눈과 얼음 속에서 자라온 독일의 국민 가수 헬레네 피셔(Helene Fischer)입니다.
그녀가 비틀즈의 단골이었던 런던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부르는 ‘썰매 타기’입니다.
https://m.youtube.com/watch?v=bpFMCkKr1tk
◉ 영화 ‘닥터 지바고’와 거기에 담긴 ‘라라의 테마’는 눈과 관련해 겨울이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음악입니다.
눈 덮인 러시아 평원과 지바고와 라라의 운명적인 사랑과 이별이 어른거립니다.
영화 음악의 거장 모리스 자르(Maurice Jarre)가 작곡한 ‘라라의 테마’(Lara’s Theme)와
거기에 노랫말을 붙인 ‘Somewhere My Love’는 아름다운 슬로우 왈츠곡으로 기억에 오래 남는 음악이 됐습니다.
◉ 앙드레 류와 그의 악단은 이 음악에 맞춘 대규모 왈츠 공연으로 관객들을 즐겁게 만들어줍니다.
150명의 댄서가 ‘라라의 테마’ 연주에 맞춰 춤추면서 듣는 음악과 보는 음악의 묘미를 보여준 겨울 공연입니다.
뒷부분에 음악이 주페의 경기병 서곡(Light Calvalry)으로 바뀌면서 관중들의 박수와 댄서들의 경쾌하고 신나는 춤으로
마무리되는 공연입니다.
https://youtu.be/2X4JlDC_WOo
◉ 이제 얼음 위로 가봅니다.
북유럽에서 시작돼 영국, 프랑스 등으로 번져나간 스케이트는 19세기 들어 유럽에서 왈츠 못지않게 유행했습니다.
19세기 제철 기술의 발달이 스케이트 타는 것을 대표적인 겨울 운동으로 만들어줬습니다.
그때 프랑스의 작곡가 발트토이펠(Waldteufel)이 빙판에서 신나게 스케이트 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바로 ‘The Skater’s Waltz’입니다.
◉ 이 곡 역시 보여주는 음악을 추구하는 앙드레 류의 그의 악단의 겨울 단골 레퍼토리가 됐습니다.
5년 전 겨울 앙드레 류와 그의 슈트라우스 악단은 비엔나 야외 원정 공연에서 ‘스케이터 왈츠’를 연주했습니다.
비엔나가 슈트라우스 일가의 탄생지라 슈트라우스 오케스트라에게 더욱 뜻깊은 공연이 됐습니다.
야외 빙판 위에서 피겨 스케이터를 비롯한 여성들이 음악에 맞춰 유연하게 스케이트를 탑니다.
연주자와 합창단도 스케이트 타는 시늉하며 장단을 맞춥니다.
https://youtu.be/isvt802U8BY?si=94yT9vFg8g7CRXKH
◉ 강추위로 땅 위에 있는 모든 게 서서히 얼어갑니다.
하늘도 찬바람이 오가며 얼어가지만 그곳을 나르며 얼어붙은 대지를 내려다보는 기분은 그래도 꽤 괜찮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얼어붙은 하늘을 헤엄치고 있어요
강과 언덕 숲과 마을이 꿈처럼 스쳐 가고 있어요’
동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Walking in the Air’(하늘을 거닐다)의 노랫말입니다.
영국 동화 작가 레이먼드 브릭스(Raymond Briggs)가 쓴 동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눈사람’(Snowman)속에
나오는 ost입니다.
소년과 눈사람이 북극을 향해 날아갈 때 나옵니다.
◉ 앙드레 류와 그의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Walking in the Air’에서는 꼬마 발레리나가 하늘을 걷다가 내려옵니다.
춤을 추다 하늘로 나르는 소녀의 이름은 로사(Rosa)입니다.
그동안에 세 명의 앙드레 류 사단의 전속가수가 노래를 부르며 분위기를 맞춰갑니다.
남아공 출신의 KImmy Scotta와 브라질 출신의 Mirusia, Caria 등 세 명입니다.
영화 촬영기법까지 동원한 보여주기 정성이 돋보이는 공연으로 관객을 즐겁게 만듭니다.
https://youtu.be/A1-41Memra0
◉ 앙드레 류는 새해 일흔여섯 살의 해로 들어섰습니다.
음악대학을 수석 졸업한 바이올리니스트인 그는 1987년 30대 후반에 요한 슈트라우스 오케스트라를 만듭니다.
동시에 프로덕션을 만들어 그의 고향 마스트리흐트에서 공연 사업을 시작합니다.
38년이 지난 지금 네덜란드의 마스트리흐트는 음악의 성지가 돼 있습니다.
그곳을 찾는 음악 관광객으로 넘쳐납니다.
◉ 대중에게 친근한 공연을 만들어낸 앙드레 류 사단입니다.
무엇보다 관객이 원하는 공연을 만들어내는 노력과 자세가 돋보입니다.
K-pop이란 세계에서 인정받는 콘텐츠를 가진 한국으로서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추운 겨울에 음악 관광객으로 넘쳐나는 한국, 생각만 해도 기분 좋아집니다.
(배석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