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구속사 강해
대홍수에 나타난 심판의 의미
성경에서 ‘여자의 후손(들)’(창 3:15)이라고 일컬어지는 아담의 계보(창 5장)는 단순히 아담의 자손들이 어떻게 이 세상에서 살아가고 장성해 나갔는가를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그들의 존재를 통해 하나님께서 죄 있는 인간을 어떻게 구원해 나가시는가를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특히 모세가 아담의 계보를 상세히 기록하고 있는 것은 죄 있는 인간을 사탄의 손에서 구원해 내기 위한 하나님의 계획이 이 세상에서 구체적으로 실행되어 나타나야 할 ‘여자의 후손들’에게서 어떻게 변모해 나갔는가를 자세히 보여주고 있다는 점을 주의하여 관찰해야 한다.
1. 아담의 후손들이 존재하는 목적
아담의 후손들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천지창조의 목적을 완수하기 위함이었다(창 1:26-30). 이미 아담과 하와는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신 목적을 수행하여야 할 중대한 위치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들의 역할을 등한시하고 하나님을 거역하여 천지창조의 목적을 수행할 임무를 상실한 과거가 있었다. 그 일로 인하여 죄가 이 세상에 들어와서 아담과 하와는 생명을 상실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전적으로 사탄의 노예로 잡혀 있는 그들을 구속하여 하나님의 천지창조의 목적을 수행할 수 있는 상태로 회복시켜 주셨던 것이다. 따라서 이전의 죄 있는 인간으로서가 아니고 이제 새로워진 인간으로서 아담과 하와는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신 목적을 수행할 위치에 서게 되었던 것이다.
창세기 5:1-2은 창세기 1:26-30에 근거를 두고 반복되어 사용되고 있는데 창세기 5장의 기록은 아담이 범죄한 이후의 기록이면서도 범죄 이전의 창세기 3장의 내용을 그대로 포함하여 기록하고 있다는 것은 아담과 그 후손들이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신 목적을 수행해 나갈 수 있는 자격에 대하여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따라서 ‘여자의 후손들’ 즉 아담의 후손들은 이 사실을 기억하여 하나님께서 지으신 피조 세계 안에서 하나님의 지혜와 영광이 충만히 나타날 것을 소망하고 그 나라가 속히 이루어지기 위하여 자신들의 삶을 경영해 나가야 했던 것이다.
이러한 존재 의식이 그들에게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시대적 사명으로 인식되어져 자신들의 삶 속에서 구체적으로 구현되어 나타나야 했다. 그들이 이와 같은 존재 목적을 수행하는 것은 더 이상 그들이 죄의 지배를 받지 않고 정상한 상태로 회복되었음을 상징하는 것이다. 죄의 권세에서 벗어나 비로소 인간 본연의 존재 목적을 깨닫고 인간 본분을 위해 살아간다는 것은 더 이상 그가 죄의 결과인 사망에 빠지지 아니한다는 증표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각기 자기의 존재 의식을 각성하고 그 본분을 수행하고 있다면 그 자체가 구원의 증표가 되는 것이다.
이런 소망을 가지고 아담은 셋을 낳고, 셋은 에노스를 낳고, 에노스는 게난을 낳고, 게난은 마할랄렐을 낳고, 마할랄렐은 야렛을 낳고, 야렛은 에녹(에녹의 뜻은 봉헌함이라는 의미이다)을 낳았던 것이다. 에녹은 자기 시대에 하나님께서 죄 있는 이 세상에 대하여 심판하심으로서 이 세상을 정결케 하실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유 14-15). 히브리서 기자에 따르면 에녹은 하나님께서 이 세상을 창조하신 목적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하나님의 온전한 통치가 이 땅에 구체적으로 나타날 것을 소망하고 살았던 인물임을 알 수 있다(히 11:5). 에녹은 항상 하나님의 존재와 임재하심에 대하여 민감하게 반응하고 살았으며 따라서 에녹은 하나님의 상 주심에 합당한 삶을 이 세상에서 구현하기 위해 하나님께 대한 믿음을 발휘하고 있었던 것이다(히 11:6).
에녹의 선지자적 각성을 이어받은 라멕은 하루속히 안식의 나라가 구현될 것을 기대하였다. 하나님께서 이 세상의 불의를 철저하게 심판하시어 멸절시키시고 이 땅에 진정한 안위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 하나님의 통치가 드디어 실현될 것을 각성한 라멕의 신앙은 노아에게 전수되었다. 노아는 에녹의 예언과 라멕의 소망에 근거하여 자신이 역사 안에서 구현하여야 할 시대적인 사명이 무엇인가를 구체적으로 각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2. 하나님 나라의 특성이 사라진 노아 시대
그러나 노아의 시대에 와서 여자의 후손들이 적극적으로 구현하고 나아가야 할 존재의 궁극적 목적이 전체적으로는 매우 희미해지고 말았다(창 6:1-2). 여기에 등장하는 ‘사람의 딸들’이란 가인의 후예들을 일컫는 말로, 하나님으로부터 부여받은 존재의 목적과는 상관없이 자기들의 지식과 노력으로 이 땅에서 독자적인 통치 체제 즉 자기들의 나라를 구축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그들은 가인이 그랬던 것처럼 힘을 바탕으로 스스로를 보호하고 자기 나름대로의 문화를 형성하고자 하였다. 그들은 이 세상에서 자신들을 충분히 즐겁게 할 만한 여러 가지 문화를 발전시키고 아울러 자기들의 편익을 위한 문명을 발달시켜 나갔던 것이다. 그러한 삶의 자세를 바탕으로 살았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열망보다는 현세에서 좀 더 아름답고 편하고 힘차게 보이는 방법에 대한 지혜를 터득하여 나갔던 것이다.
가인의 세계가 추구하는 문화는 어디까지나 인간을 바탕으로 하는 인본주의적 문화였다. 더욱이 가인의 세계에서의 인본주의란 인간 그 자체를 소중하게 여기고 인간의 본분을 정상하게 행사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 아니라 오히려 죄로 인해 일그러지고 부패된 인간성을 근거로 하여 독자적인 인간 편익을 구축하는 것이었다(Cainism). 진정으로 인간의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고 그 존재 자체를 목적으로 문화를 발전시킨 것이 아니라 죄로 인해 부패한 인간성을 하나님의 의와 사랑으로부터 격리시키고 스스로를 광명한 세계로부터 폐쇄시키기 위해 자기 나름대로 삶의 방도를 터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여 문화를 발전시켜 나갔던 것이다.
아담의 자손들이 가인의 후예들과 문화적인 교류를 통하여 마침내 동질화되었다는 것은 가인의 세계에서 통용되는 ‘힘으로 지배하는 통치 원리’(Cainism)에 그들도 동참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창 6:4). 이제는 아담의 후예들마저도 힘을 숭상하고 힘에 의해 세상을 지배하는 원칙에 동참하게 된 것이다. 하나님의 의와 사랑으로 통치되어야 할 아담의 후예들이 이제는 하나님의 통치를 거부하고 스스로 자기들의 힘으로 세상을 지배하고자 하는 가인의 법칙을 추종하게 된 것이다.
3. 노아 시대의 특성
노아 시대의 시대적 특성에 대하여 모세는 아담의 후손들이 하나님의 통치 원칙을 벗어나 자신들의 존재 목적을 상실하고 스스로 자기들을 위해 힘을 바탕으로 이 세상을 지배하려 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창 6:5). 사람이 창조주이신 하나님 앞에서 행하여야 할 자기의 본분을 포기하고 자기의 이익만을 위해 줄곧 살고자 하는 행위에 대하여 하나님은 ‘악’이라고 판단하신다. 결국 하나님의 통치를 벗어나 독자적인 세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일체의 행위가 하나님께 대하여 ‘악’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결국 사탄적인 힘으로 지배하는 세상은 마침내 온 땅을 강퍅한 세상으로 만들고 말았던 것이다(창 6:11-12). 때문에 누구나 더 잘 먹고 남보다 좋은 환경을 갖고자 하는 욕구로 인하여 서로를 힘으로 제압하고 심지어 자신의 유익을 위해서는 얼마든지 사람을 죽여서라도 그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곧 선이고 진리였다.
이러한 세상에서는 하나님의 의와 사랑을 근본으로 하는 통치 원리가 오히려 부끄럽게 여겨지고 누구든 강력한 힘을 소유한 자가 곧 길이고 법이 되는 것이다. 때문에 하나님은 인류를 철저하게 이 세상에서 제거하시기로 결정하셨다(창 6:13). 인류가 부패하여 이 땅에 강포가 가득하게 됨으로서 하나님은 인류와 함께 땅까지도 멸하시기로 결정하신 것이다.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신 것은 이 피조 세계 안에서 하나님의 의와 사랑의 통치가 완벽하게 구현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이 세상이 부패하여짐으로서 그러한 창조 목적이 무시되어 버린다면 더 이 상 이 세상은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하나님은 이 세상을 철저하게 심판하시기로 하신 것이다. 그리고 진정으로 하나님의 통치 원리를 구현하고 창조 목적을 성취할 수 있는 의로운 성도만을 이 땅에 두시기를 기뻐하시는 것이다. 하나님은 이 세상의 모든 기식 있는 생물들을 멸하시되 하나님의 의와 사랑의 통치 원리를 추구하는 노아와 그 가족들은 심판에서 제외하시기로 하셨다.
하나님께서 이 세상을 심판하시는 것은 사탄의 편에 서서 죄악으로 강포해진 이 세상을 하나님의 의와 사랑의 법칙을 근거로 하는 하나님의 통치가 구현되게 하기 위한 정화의 차원에서 시행하시는 것임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