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3월, 그러니까 정확히 1년 전에 세계적인 수퍼 밴드 뮤즈 (Muse) 가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당시 각 연예방송은 물론 신문에서도 뮤즈의 방한에 대해 꽤 비중있기 다뤘다.
뮤즈는 작금 록음악의 트렌드를 주름잡고 있는 가장 뛰어난 밴드라고 말이다. 뮤즈의 내
한 공연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뮤즈가 히트곡들을 부를 때마다 팬들은 가사 하나
틀리지 않고 완창해가며 열광적으로 공연에 참여했다는 말도 들려왔다. 이렇게 우리나라
에서도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는 뮤즈가 도대체 얼마나 좋은 음악을 하길래, 나는 궁금
해서 한번 P2P 프로그램을 통해 뮤즈의 노래 몇 곡을 들어봤다.
신문에서 필청해야한다고 적혀있던 뮤즈의 히트곡 Hysteria 외에는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뮤즈의 노래를 다운로드받을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고 말
이다. 다 하나같이 시끄러웠고, 일렉트릭 기타 외에 신시사이저나 전자 음악 샘플링 등이
너무 과다하게 들어간 것 같았다. 그리고 마치 일본 록음악을 듣는 것처럼 상당히 서사시
적인 면이 있었으며, 그 안에서는 프로그레시브 록처럼 굉장히 웅장해보일려고 애를 쓰는
듯한 느낌도 들어있었다. 무엇보다 흐느끼는듯한 매튜 벨라미의 보컬이 마음에 안들었다.
그래서 잠시동안 내 안중에는 뮤즈가 없었다. 뮤즈는 그냥 내 취향에 맞지 않는가보다 생
각하고 아예 신경을 끄기로 했다. 하지만 주변에서 자꾸 뮤즈가 좋다는 의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내 친구 중 한 명도 뮤즈에 대해 잘 알고 있었으며, 그들이 현재 록 씬에서 가
장 매력적인 밴드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매튜 벨라미의 창법에 대해 관심을 가질 정도
이니, 뮤즈의 영향력이 굉장하다는 증거다. 그리고 록음악에 대해 인터넷 검색을 하다
보면, 뮤즈의 히트곡 Time Is Running Out이라는 노래가 요즘 우리나라 각 밴드들의
주요 레퍼토리 곡이라는 사실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내가 뮤즈에 대한 안좋은 시선이 긍정적으로 바뀐 계기는 바로 뮤즈의 4집
Black Holes And Revelations의 수록곡 Starlight 덕분이었다. 이 곡은 당시 내가 뮤즈
의 노래들을 찬찬히 살펴보고 있을 때, 그나마 Hysteria 다음으로 귀에 잘 들려왔던 곡
인데, 처음에는 시끄럽고 정신없는 전자 사운드가 인트로를 시작하다가 시간이 경과될
수록 감수성을 자극하는 굉장한 훅 (hook) 을 지닌 멜로디가 인상적이어서 계속 그 노
래 제목을 기억하고 있었다. Starlight만큼은 내 mp3 플레이어의 단골 손님이었고, 노
래 구조조정 (?) 이 몇 차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노래는 내 곁을 떠나지 않았다. 근
데 마침 이 노래가 나로 하여금 뮤즈의 음악에 빠지게 만드는 매개체가 되었다. 2008년
3월 1일, 서울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FC 서울과 LA 갤럭시간의 친선 경기에서,
이 노래가 장내 음악으로 사용되었던 것이다. 베컴 등을 위시한 번쩍번쩍이는 별 군단
LA 갤럭시 (Galaxy) 의 팀 이름과 Starlight라는 노래 제목이 절묘하게 들어맞는 순간
이었다.
그래서 당장 수일 내로 Black Holes And Revelations를 구입하게 되었고, 그 앨범의
전체 곡을 감상하면서 뮤즈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되었다. 역시 CD 음반으로 듣는
것이 mp3 파일로 듣는 것보다 훨씬 더 낫다는 것이 당연한 진리였다. 너무 복잡하고
시끄러워서 정신 사납게 들려왔던 Supermassive Black Hole을 CD로 듣자, 굉장히
매력적인 댄스 팝 스타일의 록음악으로 변모했고, Knight Of Cydonia를 CD로 들으니
까 한 편의 장대한 아트 록이 따로 없었다. mp3 플레이어로 들을 때는 mp3 기기 안에
다른 곡들도 많으니까, 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다른 트랙으로 넘길 수 있었다. 하
지만 CD 앨범은 그 아티스트의 히트곡과 일반곡이 모두 수록되어있는 집합체이다. 한
번 CD 플레이어에 꽂으면 그 앨범에만 집중을 안할 수가 없다. 그런 작용이 나에게 하
여금 뮤즈에 대해 관심을 더욱 더 가지게 하였다.
또한 뮤즈의 또다른 히트곡이 없나 인터넷을 뒤지다가, Time Is Running Out이 그렇
게 인기란다. 그래서 P2P 프로그램을 통해 그 노래를 다운받을려고 했는데, 죄다 필터
링 처리가 되어서 어떻게 들을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불법적인 경로를 통해 일단 파일
을 받는 것은 성공했는데, 한번 궁금해서 들어보니까, 이거 CD로 구입해서 좋은 질의
상태에서 듣는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 물건 중의 물건이었다. 뮤즈 스타일의 한없이
우울하면서도 격렬한 사운드 속에서 잃지 않는 그 서정성. 끝없이 떨어지는 낭떨어
지에 다가간 느낌이었다. 그래서 결국 Black Holes And Revelations에 이어서, 나
는 또 뮤즈의 앨범에 돈을 지불했다. 1집 Showbiz, 그리고 Time Is Running Out이
수록되어있는 3집 Absolution에 말이다.
지금 나의 상태는 이렇다. 마치 컴퓨터를 처음 배운 사람마냥, 계속 뮤즈 노래 앞에
만 서있다. 다른 아티스트의 노래는 잘 들어오지 않는다. 아쉽게도 돈이 모자라서
2집 Origin Of Symmetry를 구입하진 못했지만, 아마 곧 있으면 이것도 내 손에 쥐
어쥘 예정이다. 1집, 3집, 그리고 4집까지 모았으니 이정도면 구색이 어느정도 맞춰
졌다고 생각한다. 띄엄띄엄 모은 것이라서, 그리고 아직 다 그들의 노래를 듣지 못
한 상태라서 현재 뮤즈의 음악성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하지
만 이것 하나만큼은 말하고 싶다.
뮤즈는 분명 초창기 시절부터 라디오헤드를 염두해둔, 거의 그들의 트리뷰트 밴드
나 다름없었지만, 현재 이렇게 오버그라운드에 진출해서 세계적인 위치에 올랐을
때, 더이상 라디오헤드의 강한 흔적은 없을 것이라고 말이다. 뮤즈와 라디오헤드
는 상당히 비슷한 점이 많다. 우울한 멜로디, 그리고 심약한 보컬과 중요한 때 밀
어주는 헤비한 기타 리프.
하지만 뮤즈는 여기에 자기들만의 색깔을 집어넣었다. 라디오헤드와는 조금 다
르게 정치적인 색깔을 집어넣었고, 우주인과 지구 멸망, 사회의 부조리, 우상 숭
배 등 4차원적이고 약간 어두운듯한 소재들이 뮤즈의 음악에 자주 쓰인다는 것
이다. 게다가 뮤즈는 자기네가 그렇게 부인하고 있지만, 이미 웅장한 음악을 바
탕으로 하는 프로그레시브 록밴드의 연장선에 와있다. 이런 점에서 보았을 때,
라디오헤드의 아류작이라고 뮤즈를 비판하는 것은 이제 슬슬 삼갈 때도 되었
다고 본다.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저도 나름 동감하는 글이네요. 저도 월래는 뮤즈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어떤 날 우연찮게 길을 가다 들었는데 정말 좋게 들려서 뮤즈에 한 때 굉장히 빠진적이 생각나네여. 그래서 싱글도 모으고 했던 걸로 기억되는군요.
hullabaloo 앨범도 놓치시면 안됩니다 펜타포트 때 스타라이트 1213 박수를 보셨으면 좀 더 일찍 빠지실 수 있었을텐데 큿
Muse는 라이브가더 대단합니다.찌라시인 NME도 라이브는 그많은 밴드들 제치고 뮤즈를 뽑았는데 정말 뮤즈는 라이브 미치도록 잘합니다.흠이 너무 없어서 무서울정도로 말이죠.
전 뮤즈, 마룬, 그린데이 정말 싫어했죠.... 근데 사람들이 좋아하는데에는 다 이유가 있더군요 ㅋㅋㅋ 지금은 완전 빠져살구요.
뮤즈의 최고명반은 일반적으로 2집을 많이 뽑던데 저도 역시 그래요!
저도 2집이 최고라 생각함. 1번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식상한 표현으로 버릴게 없어요. 전 개인적으로 별로라고 생각했던 4집이 요즘 좋아 지더라구요
이제는 4집을 최고 명반으로 꼽습니다.
전 앨범도 1집 밖에 없었고, 뮤즈 너무 운다고 맨날 그러고, 펜타 땜에 뮤즈 좀 들어보려고 노력하다 실패했었죠. 그러나 펜타 첫곡 Cydonia부터 아니 저런 외계인들이 다 있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로 2,3,4집 다 구입;
라디오헤드도 정치적 성향이 많은데...
저도 앨범보다는 콘써트보고 바로 '음악의 신'으로 인정..와..정말 천재같아요! 또 듣고보고 싶네요..
전 지금도 싫어요. 울음 언제 그칠지.
자기한테 좋게 들리니 .. 필이 오니깐 좋아하는거죠~~~~~~ 음악이라는게 가사가 전부인가요? 리듬이 전부인가요? 아니죠~~~~~~~~~~ 자기 느낌 오는데로 듣는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프버클리의 할렐루야를 들어보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리옵니다 ^^;; 좋아하는거에 그치세요 평론하지 마시고 ;;; 평가하기 시작하면서 그 순수함은 변절됩니다
뮤즈...저도 펜파포트 가서 반한 밴드이긴하지만 정말 천재가 아닌가 싶어요... 이번에 신곡 발매하던데... 영국에서 공연이 있는데 이베이에서 2티켓에 400파운드...거의 100만원에 거래중... -_-;;;
2집이 쵝오!
라이브는 잘 하던데 음악은 아직도 영.. 그저 그냥 들어 줄 만한 밴드 정도..
저도 4집이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