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단편 시리즈 - 카산드라Cassandra 병원(완결&암시)
글쓴이 Tirpitz
그러나 동시에 펑 하는 소리가 마치 내 가슴 한복판에서 일어난 것 같다. 그 소리는 나에게 정말로 반가운 소리였다.
피를 머금은 부적을 통해 소환된 새로운 화염조가 일어선 것이었다.
"캬아아아아---"
어느쪽이 먼저랄 것 없는 비명소리. 나는 허공에 순간 붕 떴다가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지만 아픈 것을 느낄 틈도 없이 급히 일어나 내 목과 팔을 만져보았다. 저절로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그들은 내 몸에 선홍색 자국만을 남겼을 뿐 간발의 차로 내 살을 뚫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눈부시고 뜨거운 불길을 일으키는 화염조가 날개를 펼쳐 근처에 다가서는 모든 흡혈귀들을 다 녹여버리고 있었다. 게해니아의 불꽃은 마치 태양 빛과 같은 강렬한 빛을 방출하였고 흡혈귀들은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서 아교처럼 녹아내리거나 도망치고 있었다.
그러나 밀폐된 방안에서 도망갈 구멍은 제한되어 있었다. 아무리 행동이 빠른 흡혈귀라도 해도 빛의 속도를 이길수는 없는 법이다. 도망치다가도 그 자리에서 연기를 일으키며 타버리는 흡혈귀들이 점점 많아졌다.
"꺄악......"
노블로스키도 예외는 아니였다. 살타는 냄새가 강하게 내 코를 찌른다. 그러나 그녀는 태양빛에 익숙한 산 사람의 육체를 가졌기에 버티고 있었다.
"크큭... 큭...."
그녀는 화염조의 강한 빛을 받으면서도 나를 쳐다보았다. 그 순간 그녀가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움직였다.
"탁!"
나 역시 빠르게 그녀의 공격을 막아내며 뒤로 물러섰지만 그녀의 그림자가 내 오른쪽 귓전으로 지나갔다. 생각할 틈도없이 옆구리에 강한 공격이 느껴졌다. 내가 비틀거리는 순간 그녀의 날카로운 손톱이 내 허벅지를 할퀴며 지나간다.
"콰지직-"
앞 뒤 가릴 것 없이 내 손에 모아진 기가 그녀의 손목을 쳐냈지만 붉은 피가 내 눈앞으로 튀었다. 누구 피인지 뻔하다. 나는 고통이 뇌를 심하게 자극하기 전에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알았고 주술력을 모았다. 정신이 바늘끝처럼 한곳에 모인다.
내가 기억이 떠올리는 주술의 주문이 마치 다른사람의 목소리로 내 옆에서 떠드는 것 같다.
"진파殄破!"
내 입에서 그 말을 외쳤을 때 그녀의 공격은 바로 내 심장까지 와 있었다. 콰지지직.... 내 몸이 부서지는건지 상대가 부서지는 건지 모를 정도로 강한 충격이 전해져왔다. 그녀의 손이 내 심장을 꿰뚫었을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손목과 발목에서부터 말초 신경을 따라 올라오는 강한 파장은 뒷골을 치고 눈알 밖으로 화산처럼 불꽃을 뿜어내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 와중에서도 나는 사고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꺄악--"
그녀의 비명소리가 들리고나서야 나는 내가 살았다는 것을 알았다.
진파는 일순간 뇌의 일부를 제외한 전신의 모든 생명 통제를 끊어버리는 것으로 쉽게 말하면 몸을 스스로 1~2초에서 길게는 며칠까지 가능한 반사(班死)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인간이 견디기 힘든 혹한 환경에 빠졌을 때 뇌를 제외한 육체를 일단 포기하는 극단의 방법이기도 하다.
이때 만약 몸에 닿은 생물이 있다면 역시 같은 충격을 받게 되는데 시전자와는 달리 외부자는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뇌까지 모조리 반사 상태에 빠지게 되는 세컨드 이팩트(second effect* 부작용)를 가진 술법이다.
그녀는 이미 한번 가사 상태에 빠진 몸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 이 충격을 받고나서 그대로 몸이 완전히 죽어버리게 된 것이었다.
"후우...."
나는 숨을 가쁘게 쉬면서 비틀거렸다. 겉으로는 멀쩡할지 몰라도 속으로는 온 몸의 세포가 제멋대로 움직여서 내 몸이 변형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의 격렬한 근육경련이 일어났다. 하지만 순전히 세컨드 이펙트만을 노린 것치고는 예상보다 더 큰 효과를 얻었다.
"크윽...."
그녀는 피를 토해내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녀의 갈퀴같은 손톱과 손바닥에 누구의 것인지 모를 검붉은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마도 내 피와 그녀의 피일 것이다. 나는 피가 흐르는 옆구리를 꽉 눌렀다.
"흐흐흐흐흐..... 분하군...."
그녀가 웃으면서 중얼거렸다.
태연한 그녀의 웃음과는 반대로 그녀의 몸에 곧 불길에 붙기 시작했다. 이제 그녀도 일반 흡혈귀들과 다름없는 육체가 되었기에 불꽃은 그녀의 죽은 몸을 사정없이 태워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노블로스키는 그다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피식 웃으면서 나를 쳐다보았다.
"이길 수 있었는데....."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면서 내 피를 지혈했다. 그러나 쉽게 멈출만한 것은 아니였다. 내 귀에 그녀의 분에 찬, 그러나 한변으로는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당신 정도를 상대로 한 것이니.... 그다지 억울한 죽음은 아닐거야...."
그녀의 말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화염조의 꼬리부분에서 흩어지는 불꽃이 내 손 위로 내려앉는 것을 보고있었다. 불꽃은 내 피 위에서 치직거리며 사라진다. 그러나 뜨거운 것도 모를 정도로 아픈 손을 보고 있다가 주변에 굴러다니는 흡혈귀들이 절반쯤 타들어갔을 때가 되서야 나는 그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놀랍게도 형체를 유지하고 있었다. 화염조의 강력한 빛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비록 그녀의 다리부분이 마치 촛농처럼 녹아내려 바닥에 눌러붙어 있긴 하지만.
"키익....!"
화염조가 강하게 날개를 펼치며 폭주할 듯이 소리를 질렀다. 나는 손을 내밀어 화염조가 뿜는 불꽃이 눈위로 떨어지는 것을 막았다. 주변이 무척 뜨겁고 환하다. 나는 입을 열었다.
"한갓 인간이 네 사형선고를 내렸다면 무척 억울했겠지?"
"..후훗...."
이 시점에서 그녀의 머리카락에도 불길이 옳겨붙고 있었다. 온 몸이 발화성 물질이라도 되는 것처럼 타오르는가운데 그녀는 대답대신 희미하게 웃으면서 나를 쳐다보았다. 코발트 눈동자는 여전히 강렬하다.
"물론...."
그녀가 대답했다.
"매우 자존심이 상했겠지....."
그녀의 얼굴에 곧 불길이 옳겨붙었고 그 눈동자도 불길에 휩싸인다. 전신이 짚으로 만들어진 허수아비처럼 활활 타올랐다. 불꽃 속에서 그녀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고 고통에 찬 몸짓도 하지 않았다.
"파스스슥...."
한줌의 재로 변해 스러지는 그녀를 보고나서 나는 화염조를 향해 내 팔을 내밀었다. 사방에 이상한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 불쾌하기도 하고 묘한 마약같은 향을 뿜는 냄새가....
내 상처는 여전히 쑤셨지만 나는 뭔가를 해야한다는 의무감이 들었다.
"캬악...."
화염조는 주변의 흡혈귀들이 다 타들어가는 것을 보고나서 내 팔 위로 날아왔다. 목에서 키르륵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시선을 다시 그녀가 있던 자리로 돌렸다. 어느 흡혈귀들과 마찬가지로 형체를 알 수 없는 한줌의 새까만 재만 남은 자리를 보고있던 나는 화염조를 향해 명령을 내렸다.
내 명령을 받은 화염조는 소환된 후 마지막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날아올랐고 홰를 쳤다.
"키이이이이이---"
불길과 섞인 뜨거운 돌풍이 불었다. 사방에 몰린 흡혈귀들의 재들이 회오리에 휩쓸려들어간다. 한곳에 모여진 그것들을 향해 다시 화염조는 달려들었다. 곧이어 불꽃과 재가 구분이 되지 않을정도로 요동치는 불길이 타올랐다. 와글거리는 소리가 지하실을 뒤흔들었고 불꽃이 천천히 사그라들다가 사라졌다.
"........"
잿더미들이 모여서 열에 의해 커다란 돌덩이로 굳은 것이다.
누가봐도 그것은 돌이었다. 아무도 이것을 흡혈귀들 수십마리가 화장된 재가 굳은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돌아섰다. 그리고 입구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틀 뒤. 델로스 공항 근처 카페테리아.
"늦었군."
[유진]은 나를 보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그 녀석 말에 대꾸할 가치를 느끼지 못했다. 대신 앞에 있던 의자에 털썩 앉아버렸을 뿐이었다. 시원한 바람이 살랑살랑 목깃을 어루만지는 것을 느끼며 나는 가볍게 휘파람을 불었다. 유진은 금방 귀국한 티를 팍팍 내면서 하품과 함께 말했다.
"델로스에 있는 병원에서 일어난 이야기는 들었어. 용케 살아났군. 하긴... 그건... 으응."
그런데..... 내가 이 녀석한데 뭘 따지려고 했더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기억나는 건....
"내가 부탁한 자료는 가져왔어?"
이 말에 유진은 파일럿 전용이라고 씌인 플라스틱 파일을 탁자위로 하나 던졌다. 물론 안에는 비행정보 대신 다른 것이 들어있다. 내가 그것을 열어서 보는 동안 유진은 어느세 담뱃불을 붙이고 있었다. 그가 피우는 담배 냄새가 파일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노블로스키라는 이름은 흔하지 않아서 금방 찾을 수 있었어. 싸이코 메트리어. 16세까지 인정받는 싸이코 메트리어였는데 그 어머니와 함께 어느날 영술사 세계에서 사라졌지. 영능술사 세계에선 부모 양쪽이 다 영능술사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가계를 잇는 자격을 얻지 못했다고 하더군."
나는 파일 속에서 그녀의 모습을 찾아낼 수 있었다. 그늘진 곳이라곤 없는 밝은 표정. 코발트 눈동자. 금세라도 바람에 날려 흩어져버릴듯한 머리카락.
"하지만 흡혈귀가 되면서 그들 사이에서는 꽤 인정받았나보지? 흡혈귀들은 좀 폐쇄적이고 믿지 못할 놈들이긴 하지만 생각외로 동족에 대한 끈끈한 정은 있는 놈들이거든.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영능술사들보다도 그 반대인 흡혈귀들이 더 좋을 정도였나보지."
유진은 간간히 푸풋 하는 웃음까지 섞어가면서 말했다.
"어쨌거나 죽었다니 할 수 없군. 그래도 말도 통하고 괜찮은 사람이었는데..."
"그녀와 싸운게 아니였나?"
"싸워? 아니."
유진은 담배를 재떨이에 비비면서 태연하게 말했다.
"싸우다니? 악령하고 싸웠다고 그녀가 말하지 않았나? 둘이 비행기 안에서 콤비를 이뤘지. 악령들을 퇴치하는데 있어서 그녀의 실력도 대단하던데?"
그는 그리고 나서 탁자위로 고개를 약간 내밀고 나를 쳐다보았다. 어디선가 보라색이 도는 것 같은 녀석의 눈동자가 한 대치고 싶을 정도로 생글생글 웃으면서 말하고 있었다.
"흡혈귀들은 자신과 비슷한 느낌이 드는 상대에게는 정이 많은 것들이거든. 내가 뭔가 그들과 비슷하게 보였나봐."
"으응.. 그래.. 너 진짜 남 피 빨게 생겼군."
"....."
유진은 그제서야 조금 기분나쁜 표정을 지었다.
"농담으로라도 그런 말은 하지마 정원."
"농담 아니야."
"정원."
유진은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날 듯이 말했다.
"도대체 어떤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지만--"
"근거는 하나야. 남이 죽었다는 소리를 들어도 그렇게 태연하게 웃을 줄 아는 녀석이잖아? 나나 형이 죽어도 자네는 무표정 이하로 결코 우울한 표정을 짓지는 않을테니까."
"이봐~이~~봐. 헛소리 하지 말고---"
"가야겠어."
나는 유진의 피식 웃는 미소를 뒤로하고 일어섰다. 델로스 바람은 조금 차갑게 변해 있었다. 극지방과 가까운 곳이라서 바람은 해가 조금만 기울어도 차갑게 변해서 다가온다.
익숙한 바람이었지만 오늘따라 더 차갑게 느껴졌다. 나는 시계를 보았다. 정말로 가야 할 시간이다. 내 손에 들린 것은 아까 그 파일에 끼어있던 비행기 표.
바람에 사정없이 흔들리는 표를 들고서 나는 걸어가기 시작했다. 등 뒤에서 유진이 희미하게 웃는 소리를 들으면서.
[ 에필로그 - 또다른 시작 ]
새벽 1시 30분. 카산드라 병원. 옥상.
바람이 무섭게 소용돌이 치며 병원 끝자락을 잡는다. 차가운 겨울 공기는 손에 닿는 무엇이든 다 얼려버릴 듯 몰아쳤고 그 공기 위로 차갑게 식어버린 검은 하늘이 보인다. 하늘에 박힌 별들이 내뿜는 빛 조차도 차가운 푸른 빛.
그것은 델로스에서만 볼 수 있는 광경인 것이다. 극지방에 가까운 델로스 말이다.
"누가 이미 일을 끝냈군."
그 차가운 공기를 뚫고 [그]는 말했다. 그는 검은 망토를 한 손으로 잡았다. 순간 마치 그를 스치고 가는 바람이 그 손에 잡힌 듯 바람이 비명을 지른다. [그]는 갑자기 시선을 3백 미터쯤 떨어진 카산드라 병원으로 돌렸다.
아름다운 원통형 건물은 조명들이 뿜어내는 빛에 마치 하늘과 땅을 잇는 기둥처럼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십자가. 가운데 태양을 상징하듯 둥그런 후광을 받는 커다란 켈틱 Celtic 십자가가 병원 전면에 희미하게 음각되어있다.
"누군가의 방해인 듯 합니다. 우리가 일찍 알아차리지 못하게 여러 방면으로 손을 쓴 거죠. [라미엘]."
또다른 목소리가 그의 귀에 들려왔다. 그의 뒤에 선 세 그림자 가운데 하나가 움직였다.
"안그러고서야 어찌 고귀한 십자가가 있는 병원에 흡혈귀가 있을까요? 또한.... 그 안에서 벌어지는 토벌 행위조차 우리가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은 방해자가 있다는 뜻이지요."
밤이라는 장막속으로 몸을 숨긴 그 그림자를 향해 라미엘이 고개를 조금 돌린다.
18살 정도로 보이는 소년의 얼굴이 다른 건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에 드러난다. 라이트 바이올렛이 뿜어내는 차가운 눈빛은 상대를 뚫어버릴 듯 차갑다. 창백한 그 얼굴이 말했다.
"그 방해자가 누군지 알아봐라. [교황]일 가능성이 크다."
"교황이라니요. 큭큭큭.... 생각지도 못한 재미있는 발언이십니다."
"......."
라미엘의 손이 움찔하듯이 움직였다. 그 순간 강하고 차가운 공기의 움직임이 아주 잠깐 강한 힘에 밀려서 건물 옆으로 와르르 밀려난다.
"쿠르르릉...."
동시에 약한 비명소리가 울린다. 라미엘 뒤로 한 개의 그림자가 엎어져있고 그 주변으로 두 개의 그림자들이 어쩔줄 모르며 모여들었다.
라미엘은 그 모습을 흘겨보고는 시선을 다시 카산드라 병원으로 돌린다. 그의 말소리가 다시 제자리로 찾아드는 바람을 탄다.
"너도 그렇고 아무도 장담하진 못하지."
"그렇긴 합니다. 하지만 [참모님]."
또다른 그림자가 입을 열었다.
"델로스 시스템 [드라코]들은 서로를 견제하는 것이 베이스로 셋팅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카산드라 병원은 [비잔틴] 관할입니다. 교황이라고 하심은--"
그 그림자가 완곡한 목소리로 다시 말하려다가 라미엘의 시선을 받고 입을 다물었다. 라미엘이 금방이라도 아까처럼 풍날(風 )을 날릴 것처럼 싸늘하게 쳐다보았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드라코들의 공통적인 목적을 안다면 그런 생각없는 발언은 나오지 않을텐데? 드라코들은 기계 이상이다."
"차, 참모님 말도 맞습니다... 제가 말씀드리려는 건 공통적인 목적을 떠나서 그들이 서로를 견제하지 않으면 델로스가 유지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인공점으로 만들어진 델로스가 유지되지 못한다는 것은 드라코들에게 계산할 수 없는 결과이기 때문에 그들 목적에 필연적인 모순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그 모순 때문에 그들은 공통 목적을 실행에 옳기지 못합니다.
그것이 이 시스템을 만든 [마스터]의 생각이기도 합니다. 인간을 넘어서는 존재들은 언제든지 인간에게 위협적인 상태로 변할 가능성을 내포하기 때문입니다."
"......."
라미엘은 그 그림자를 쳐다보았다. 그저 사람 형상을 닮은 검은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 존재를 보는 그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했지만 아까와 같은 공격성은 보이지 않는다. 그는 천천히 돌아섰다. 그리고 그 그림자를 내려다보았다.
"......그대 이름은 뭔가?"
라미엘이 잠시 후 입을 열었다. 그러자 그 그림자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제 이름은 [멜리스]입니다. 아직 이렇다할 모습도, 참모님 날개에 붙은 바람을 빌리지 않으면 인간계에 나올 능력도 없는 떨어진 영혼입니다."
"......너희같은 하찮은 [용병]들에게도 꽤 쓸만한 존재가 있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군."
라미엘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생겼다.
"멜리스. 어떤가? 우리 군단을 위해 한가지 임무를 행한다면 내 능력을 빌려주지. 너희같은 영혼들이 그렇게 원하는 모습을 가지고 인간계에 올라올 수 있다. 물론 인간들처럼 숨쉬고 먹고 마실수도 있지."
".....정말 입니까?"
이 말을 듣자 라미엘은 가늘게 눈을 뜨며 피식 웃었다.
"우리 군단은 자기가 한 말은 지킨다. 거짓 약속이란 없다."
그 말을 듣자마자 그림자가 라미엘 앞으로 고꾸라지듯 비틀거리며 한발 나왔다.
"그렇다면 저를 일꾼으로 써 주십시오.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라미엘이 희미한 불빛속에서 미소지었다.
"지금부터 너에게 우리 [북방장군님]의 이름으로 내 능력을 빌려 주겠다. 네가 원하는 모습을 갖추어라.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레이 크로스를 이끄는 우리 주군에게 감사하는 것을 잊지 말아라."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의 주변에 광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검은 하늘에서부터 내려오는 광풍은 커다란 깔때기를 형성했다. 라미엘의 앞에 서 있던 검은 그림자에게로 마치 바람이 빨려들어가듯 모여든다.
나머지 두 그림자들은 이 광경에 떨고 흐느끼며 물러설 뿐이었다. 라미엘이 멜리스를를 향해 말했다.
"네게 임무를 주겠다. 가서 저 병원에서 사건을 해결한 인물을 찾아내라. 찾아내서 그에 대한 모든 정보를 내게 가져와라.
무슨 방법을 써도 좋다. 너에게 우리 주군의 보살핌이 있기를!"
베이스로만 깔고 앉아있던 -_- 마족을 꺼내놓으니 감회가 새롭군요. ^^)//
정원 단편 시리즈에 이어 유진 단편시리즈에는 아마 좀 더 엑스트라격으로 나올지도. (기껏 엑스트라! 퍼퍼퍼퍽! 아악--)
이 이야기들은 실은 이전에 있었던 이야기(여기서는 연재하지 않았던)와 모티브가 비슷합니다. 정원은 주로 흡혈귀를 많이 만나게 되는데 그건 그의 과거와도 관계가 많아서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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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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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다음 것도 기대할게요. 완결 축하. 건필하시길.
완결 축하드립니다~
다른 이야기도 있는 건가요. 기대하겠습니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