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디펜스가 UAE에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천궁-II' 발사대를 수출한다고 17일 밝혔다. 사진은 천궁 발사대[한화디펜스 제공. 연합뉴스]
'한국판 패트리엇'으로 평가받는 중거리 요격미사일 체계인 '천궁-Ⅱ'가 또 다시 중동에서 개가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 정부가 천궁-Ⅱ 8개 포대를 총 25억달러(3조3500억원)에 도입하기로 하고 내주 한국 방산 업체 측과 계약을 체결할 예정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 이라크 국방장관 "韓과 이르면 내주 계약 체결 예정"...3월 방한 후 결정
천궁-Ⅱ 체계의 대(對)이라크 수출을 처음으로 보도한 것은 중동의 군사 전문매체인 디펜스 아라빅이다. 디펜스 아라빅은 9일 무함마드 알아바시 이라크 국방장관의 말을 빌려 "한국과 대공방어체계에 관련한 계약을 이르면 다음주에 체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국군이 운용 중인 천궁-Ⅱ[공군 제공]
디펜스 아라빅은 이번 계약 체결은 3월 사미르 자키 후세인 알말리키 육군 항공사령관(중장)과 알아바시 장관등을 대표단을 잇따라 한국에 보내 대공무기 수입과 관련해 한국 측과 협의한 결과 나온 것이라고 보도했다.
알아바시 장관은 3월 방한 기간 천궁-Ⅱ 생산사인 LIG넥스원 등 방산업체 관계자를 만나는 등 해당 무기체계 도입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알아바시 장관은 한국산 방공미사일 도입을 결정했으며, 이는 이라크의 대공방어망 강화를 위한 조치라고 디펜스 아라빅은 덧붙였다.
이라크, 3.5조원대 韓 '천궁-Ⅱ' 방공미사일 도입 '결정'
전문가들은 이라크가 천궁-Ⅱ 도입을 결정하게 된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가 탁월한 '가성비'라고 입을 모았다. 일반에게도 익숙한 미국제 패트리엇 가격과 비교하면 거의 '공짜'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통상 천궁-Ⅱ 발사대 한 기는 8발의 미사일을 탑재하는 데 미사일 한 기당 가격은 패프리엇의 3분의1 수준인 15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수출이 성사되면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번째로 조단위 대형 수출이 이뤄지게 된다는 게 관련 업계와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 "탄도미사일은 모두 잡는다"... 北 미사일 요격용 하층방공망 핵심체계
2012년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하에 LIG넥스원이 미사일 발사체를 개발한 천궁-Ⅱ는 항공기는 물론이고 지상과 해상에서 발사되는 탄도미사일을 모두 요격할 수 있는 첨단 방공무기체계다. 또 레이더는 한화시스템, 발사대와 차량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각각 생산한다.
천궁-Ⅱ 발사 장면[방사청 제공. 연합뉴스]
천궁-Ⅱ는 북한이 발사하는 미사일을 15~20km 고도에서 요격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의 하층 방공망 핵심이다. 마하 4.5(시속 5508㎞) 속도의 탄도 미사일까지 요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사관에서 가스 압력을 이용, 미사일을 10m 이상 튀어오르게 한 후 로켓을 점화하는 소위 '콜드 런치'(cold launch) 방식을 채택했다. 종말단계에서 요격미사일의 위치를 신속히 변경하는 측추력 기술도 적용됐다. 증강형 탄두를 탑재해 미사일에 직접 충돌해 파괴하는 방식 역시 눈에 띈다.
한화시스템이 개발한 '천궁-Ⅱ 다기능레이더' 수출형 모델[한화시스템 제공]
천궁-Ⅱ는 탄도탄 요격을 위한 교전통제 기술, 다기능레이더의 추적 기술, 다표적 동시 교전을 위한 정밀 탐색기 등이 적용돼 북한 탄도미사일에 대응하는 핵심 무기로 꼽힌다. 360도 전방위 전환도 돋보인다. 이와 함께 사격 능력과 고속 비행체 대응능력, 정밀 유도 조종 성능 등도 보유했다. 미사일의 ‘눈’ 역할을 하는 다기능레이더(MFR)는 중거리 표적 항공기에 대한 탐지·추적·피아식별 능력과 요격 미사일의 포착·추적·교신 등 교전 기능을 갖췄다는 게 전문가들은 설명이다.
국내 자체 기술로 개발한 대 탄도탄 요격체계 천궁 II [방위사업청 제공=연합뉴스 자료 사진]
천궁-Ⅱ 포대는 8개 발사관을 탑재한 발사대 차량 4대와 다기능 레이더, 교전통제소 등을 갖췄다. 중동 수출형은 능동형 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탑재해 탐지·추적 성능을 향상시키고, 사막의 고온과 모래 먼지 등을 고려해 개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 이라크 수출 성사로 '제2의 K-방산 중동 붐' 기대
앞서 국방부는 2월 사우디아라비아에 10개 포대의 천궁-Ⅱ 수출계약 성사를 공식 발표했다. 이는 32억달러(4조2528억원) 규모였다.
이보다 앞서 2022년 1월 LIG넥스원·한화시스템은 UAE와 35억달러(4조1800억원) 규모의 규모의 천궁-Ⅱ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UAE에 대한 수출은 “한국 방산 수출 역사상 단일 품목으로는 최대 규모 수출”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세계방산전시회(WDS)에서 이현수 LIG넥스원 해외사업부문 부사장(오른쪽)과 칼리드 빈 후세인 알 비야리 사우디아라비아 국방부차관(정무차관, 가운데), 모하메드 빈 살레 알 아텔(Mohammed bin Saleh Al-Athel) 사우디 군수산업청(GAMI) 부청장(왼쪽)이 천궁2 계약 서명식을 하고 있다.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국방부는, 한-사우디 국방장관 회담을 계기로, 지난해 11월 한국 LIG넥스원과 사우디아라비아 국방부 간에 체결한 천궁2 10개 포대 약 32억불 규모의 계약 사실을 공개했다[국방부 제공]
전문가들은 이라크에 대한 이번 수출은 UAE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2년 만에 이뤄지는 것으로 'K-방산'의 저력을 다시 한번 입증한 것이라면서, 다른 중동국들에까지 수출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방산업체 관계자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폴란드에 대한 한국 무기의 우수성이 입증된 만큼 이번 이라크 수출 성사를 계기로 천궁-Ⅱ는 물론이고, 이미 명품으로 자리매김한 K-9 자주포, K-2 흑표전차 등 다른 방산제품에 대한 관심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라크, 3.5조원대 韓 '천궁-Ⅱ' 방공미사일 도입 '결정' (ms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