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어체는 양해 바랍니다.
* 제 글에서는 사진이나 표 혹은 전문적인 통계수치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려드리며, 대부분의 내용은 지극히 주관적임을 알려드립니다. 그래서 내용과 사실은 엄청난, 안드로메다급 차이가 있을 수 있음 역시 알려드립니다.
우리시대에 있어 마이클 조던의 시카고 불스는 여러가지 의미로 잊을래야 잊기 힘든 매력을 듬뿍 갖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 이유를 단순히 '마이클 조던' 때문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소녀시대가 왜 좋냐는 질문에 '윤아 때문에'라고 단순하게 대답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들은 정말 농구를 참 잘했다.
엄청나게 강력한 수비력은 물론 속공과 세트오펜스 등 강팀으로서 가져야 할 기본 스펙을 두루 갖췄고 그 완성도 역시 최상급.
상상해 보라! 질식수비로 상대방의 터프샷을 유도하고 림을 빗나간 공을 호레이스 그랜트 - 데니스 로드맨이 잽싸게 리바운드를 잡아내 포인트 가드에게 공을 건내면, 번개같이 코트 양 사이드에서 마이클 조던과 스카티 피펜이 질풍 속공을 내달린다. 우앙, 생각만 해도 오줌지리는 이 상황이 90년대는 참 지겹게도 매일 밤 반복 또 반복 되었다. 야동도 여러번 돌려 보면 지겨운게 남지상정인데 불스팬들에게 이 광경은 전혀 지겹지 않았다.
불스에게는 세트 오펜스도 그다지 어려운 게 아니었다.
하이페리온 베틀 크루져 공방 10단계 업그레이드가 끝난 정도의 위력을 지닌 당대 최강의 사기유닛 마이클 조던이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의 옆에는 역시 당대 최강의 유틸리티 유닛 스카티 피펜이 베이스라인을 왔다리 갔다리 하면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그러나 정말 불스를 불스로 완성시켜준 숨은 이들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불스가 자랑했던 3점 스페셜리스트들이었다.
1) 크레이그 허지스
82년 드래프티인 허지스는 2라운드 48번으로 샌디에고 클리퍼스에 지명되었다. 통점 3점 성공율 4할을 기록한 그는 은퇴 전 마지막 4시즌을 불스에서 뛰었는데, 주로 백업으로 나와(커리어 절반 이상의 시즌을 벤치에서 나왔다) 10분 남짓한 출장시간을 소화했다. 슛 이외에 재능은 분명 리그 평균에 미치지 못했으나 점퍼와 자유투에서만큼은 특출났던 양반. 사실 화면으로 본적이 없고 One&One과 당시 참 다양했던 NBA잡지로 밖에는 소식을 접하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 상당히 괴짜로 알려져 있고 은퇴 후 NBA올스타 이벤트의 일환인 장거리 슈팅 대회에 출전, 자신이 우승할 경우 코트에 컴백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우승에 실패, 그냥 은퇴상태로 머문듯 하다.
2) 존 팩슨
83년 드래피트인 존 팩슨은 1라운드 19번으로 샌안토니오 스퍼스에 지명되었으나 85년도 불스로 이적 후 본격적인 커리어를 적립해 나갔다. 불스에서는 대부분의 시합을 주전으로 뛰었을 정도로 가드로서의 기본적인 자질도 매우 뛰어났던 양반인데, 그럼에도 슈팅 외에 재능이 돋보이던 선수는 아니었다.
기량이 퇴보하기 시작했던 91-92시즌부터는 3점 시도자체도 빈도가 급격하게 줄어 실제로 91-92시즌에는 총 44개의 3점 시도와 12개의 성공갯수를 기록, 0.273이라는 초라한 기록을 남기기도 해 결국 그 다음 시즌부터는 주전 자리를 BJ암스트롱에게 넘겨줘야만 했다. 그러나 92-93시즌 팩슨은 피닉스와의 파이널에서 시리즈의 종지부를 찍는 3점슛을 성공시키면서 자신의 진가를 만천하에 알렸다.
커리어 평균 0.499의 필드골 성공율, 0.355의 3포인트 성공율, 0.804의 자유툴 성공율을 기록.
3) BJ암스트롱
포인트가드가 흥했던 89년 드래프트 때 불스의 지명으로 NBA무대에 발을 들여놓은 BJ는 대학 때부터 천재슈터로 명성이 자자했다. 여타 불스의 1번들 처럼 가드로서의 자질이 특출나지는 않았지만 팀에서 요구했던 롤에는 적격이었던 맞춤형 플레이어였고 그것이 이 친구의 장점이자 한계였다. 불스가 리그 3연패를 했던 92-93시즌 25살의 나이로 스타팅 자리를 꿰차고 나와 63/153, 0.453의 3점 성공유로 이 부분 리그 리더로 뛰어 올랐고 그 이듬해에는 올스타에도 선정(샤킬 오닐에 이어 득표 2위) 전성기를 보냈다.
기본적인 플레이어로서의 자질이 오늘 소개되는 불스의 1번들 중에서는 가장 뛰어났던 것이, 전성기였던 92-93시즌부터 95-96시즌까지는 평균득점이 12-14득점을 기록했고 어시스트 넘버도 4개 정도 된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수비력도 기본 이상은 되었고 속공피니셔로서의 역할도 훌륭하게 해냈다.
그러나 마이클의 은퇴 후 그의 역할을 대신해주길 바랬던 구단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는데 사실 그건 뭐 이 친구 잘못이 아니지 않은가.
불스의 연속출장 기록보유자인 BJ는 워리어스로 트레이드 된 이듬해에 치명적인 부상을 당해 그 이후로는 별볼일 없는 커리어를 보내다 결국 말년 불스져지를 다시 입고 아쉽게 코트를 떠나 현재는 데릭 로즈의 에이전트로 일하고 있다.
양쪽 코너에서 정확한 3점이 아주 인상적이었고 불스에서의 인기가 아주 높았다. 67년 생인데 사실 여전히 르브런보다도 젊어보인다. 채식주의자로도 유명.
4) 스티브 커
체감상 와이드 오픈 3점을 레이업 집어 넣듯 때려넣던 커는 불스를 거쳐 스퍼스에서까지 3점 스페셜리스트로 명성을 날렸다. BJ암스트롱과 론 하퍼의 백업가드로 커리어를 쌓던 커가 빛을 발한 건 역시 마이클 조던의 2차 컴백 후 플레이오프 게임에서 보여줬던 찬물 3점들이 아니었나 싶다.
특히 토니 쿠코치와 스티브 커가 동시에 코트에 서 있을 경우 상대방 퍼러미터 디펜더들은 이들을 비워둘 수가 없었기에 피펜과 조던에 대한 견제가 헐거워질 수밖에 없었고 불스는 그 틈을 집요하게 이용했다.
불스시절 벤치에서 나왔음에도 20분 이상을 소화했을 정도로 활용도가 높았고 경기 당 1개 이상의 3점 슛을 꾸준히 넣어주는 등 자기 관리와 팀에서 요구하는 롤에 충실하게 응해줬던 스티브 커는 94-95시즌에는 리그 3점슛 성공율 0.524로 리더자리에 올랐으며 그 이듬해에도 0.515라는 경이로운 3점 성공율을 올렸다.
또한 95-96시즌에는 자유투 성공율이 0.929에 달할 정도로 슈팅마스터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물론 거의 경기당 1개 정도로 자유투를 던졌을 정도로 시도자체가 적은 탓도 있겠다.)
백인에다가 체격도 호리호리하고 운동신경도 볼품없어 얼핏보면 샌님같은 친구라고 무시할 수 있겠으나 조던의 복귀 후 불스가 다시 3연패를 할 수 있었던 요인은 스티브 커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다고 감히 주장하고 싶다.
당시 불스 스나이퍼들의 특징이 있다면 리딩능력이 뛰어나지 않은 포인트가드들이었고 BJ암스트롱을 제외하면 수비능력에도 물음표가 붙는 친구들이었다. 그럼에도 턴오버가 많지 않았고 기본적으로 슈팅을 날리고 꽂아넣는 능력은 당시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재능을 보유했기에 결국 우승팀의 일원으로 활약하고 생존할 수 있었다.
숟가락에 고기 반찬을 올려 입에 가져다 줘도 잘 못 받아 먹는 요즘 리그의 몇몇 녀석을 지켜보다 보면 가끔 그 시절 즐겨보던 황소군단의 이 친구들이 심심치 않게 생각이 난다. '아, 그 때 그 친구들은 참 주머니 속 물건 꺼내듯 쏘옥 쏘옥 사뿐하게도 넣어줬는데...'라는 생각이 드는 것 역시 과거에 대한 지나친 미화일까? 시간이 지나면 결국 무대의 뒷전으로 밀려나는 게 자연의 이치라면 무대의 중앙에서 스폿라이트를 받지 못하는 단역들의 경우 대중들의 기억 속에서 더 빨리 사라져가는 것이 자명한 일. 그러나 그 때 그 시절 이 친구들의 이름이 아직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이유가 단순히 우승팀의 일원이었다는 이유만은 아닐 것인데... 그래, 뭐라도 하나 특출난 게 있다면 밥은 굶지 않는다는 진리는 이들을 통해 증명이 되었구나.
내가 BJ를 특히 좋아해서 그에 대해 자세히 적은 것은 절대 아니다.
첫댓글 오늘 3점 6/6였던 마이크 밀러를 보니 올 시즌 이 역할을 충분히 해줄 수 있겠어요 글고 크렉 하지스 커리어에 3점슛대회 3번 우승이 빠지면 섭섭하죠. 래리 버드와 함께 유일한 3번 우승이죠.
스티브 커가 한 명언 - NBA선수들은 조금씩이라도 돈을 내서 마이클을 줘야한다.......사실 스티브 본인이 가장 많이 내야 할 정도로 수혜를 많이 받지 않았나 싶더군요....
잘 읽었습니다.
정말 옛날 생각나네요..^^
체감상 와이드 오픈 3점을 레이업 집어 넣듯 때려넣던... 스티브 커에 대해 격하게 공감합니다 ^^
이 부분 저도 원츄합니다. ^^^
마리오 찰머스하고 BJ 암스트롱하고 뭔가 좀 닮은듯 아닌듯 하네요.. 생김새도 둘 다 귀엽고..
글을 정말 재미나게 잘 쓰시는것 같습니다 ^^ 감탄했습니다~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어차피 당시 불스는 1번포지션 선수가 아니라 주로 피펜이 리딩을 하던 팀이라서 포인트가드에게 리딩능력은 필요치 않았죠. 불스의 트라이앵글 마지막 퍼즐이기도 하지만 어찌보면 리딩 안되고 수비 안되고 슛만 되는 포인트가드들이라서 다른 팀에서 뛰었을 경우 활용도가 많이 떨어질 수 있었을텐데 불스의 특이한 시스템 덕분에 선수로서 새생명을 얻고 가장 화려했던 NBA의 역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지 않았을까 보이기도 하네요.
좋은글 잘봤습니다ㅎ
그들은 절대 주제넘은짓을 하지 않았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자기 롤에만 충실했던...그래서 더 이뻤던...
근데 BJ 는 무슨 이유로 인기가 올스타 투표 2위 할만큼 많았나요? 단순 롤플레이어를 뛰어넘어 피픈보다 인기가 많았던 것 같은데..
92-93시즌이 브레이크아웃시즌이라 할만큼 스타팅으로 나오자마자 좋은 기록을 남겼죠· 팩슨의 노쇄화로 비제이를 주전으로 올리는거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컸습니다· 그런데 정규시즌은 물론 플레이오프에서도 활약이 좋았습니다· 특히 피펜과 함께 케빈존슨을 비교적 잘 막아주면서 좋은 평가르 받았죠· 생김세가 일단 호감형이라 시카고에서 인기는 상당 했습니다· 조던 아들들이 가장 좋아했다고 하네요·
허지스는 불스 유니폼 있고 올스타 3점슛 경연에서 1위도 했죠~ 거의 다 넣었죠
스티브 커의 정면 3점은 진짜 엥간하면 다 들어간다는 느낌을 받았죠
아주 재미있게 잘 쓰시네요. ㅎㅎㅎ
커 내용 중에 졸든의 2차 컴백으로 되어 있네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