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꽃이 피었다 / 문성해
갈대꽃이 피었다
억새꽃도 피고 있다
혼자 마당을 비질하고 기대 놓은 사미승의 빗자루 같은 것들이
꽃이었다니!
나는 오늘 비로소 미안해졌다
풍매화라고 했다
나비나 꿀벌을 유인하기 위해 화려함을 다투는 충매화들과 달리
건들건들 건달 같은 바람에게만 이쁘게 보이면 된다고
바람 같은 머리
바람 같은 냄새
바람 같은 언어를 갈고 닦은 이들이
갈라터진 입술과
굴신이 자유로운 허리와
귀신을 부르는 호곡 소리로
머리와 심장의 무게도 다 없애고
발 뒤꿈치까지 살짝 든 기마 자세로 해종일 기다린다
아무도 그리 불러주진 않았어도
처음부터 꽃이었던 사람이 있다
우물에 비친 까칠한 사미승의 얼굴에
파르라니 바람이 인다
첫댓글 이, 풍매화의 일종이었구나...억새와 갈대가...
얼마전 순천만에 김기홍 시인을 만나러 갔을 때
내가 알던 갈대와 억새가 반대였다는 것을 알았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