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체크 말체프스키(Jacek Malczewski)는 폴란드 출신의 상징주의 화가로서 매우 중요한 인물 중 하나라고 하는데...그는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에 걸쳐 폴란드에서 전개된 「젊은 폴란드 운동(Young Poland Movement)」에 깊이 관여했는데, 이 운동은 전통주의에 반대하고 신낭만주의, 상징주의, 인상주의, 그리고 아르누보와 같은 현대적 예술사조를 적극 수용해야 한다는 문화예술적 활동이었다. 이에 호응하여 폴란드의 순교(martyrdom), 독립에 대한 낭만적 이념, 지방의 전통문화, 그리고 죽음이 말체프스키의 전체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가 되었다. 여기에선 '죽음'을 모티프로 한 말체프스키의 작품을 다섯 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감상해 보기로 한다.
붉은 옷의 죽음(Death in Red)
1900년대 후반의 세기말적·퇴폐적 사조(fin de siecle) 속에서 죽음은 사람들간의 대화, 출판, 그리고 회화 등에서 인기있는 주제였다는구만. 유럽인들은 다가올 세기를 두려워했는데 그들은 20세기가 어떤 사태를 불러올 것인가에 대하여 알지 못했으며, 일부 사람들은 세계의 종말이 올 것이란 두려움에 떨기도 했다네. 당시 교회와 목사들은 평생에 다시 못 볼 대목을 만났을 것이리라. 정통적인 상징주의자로서의 말체프스키는 자신의 작품들을 제대로 순환(판매)시키기 위해서는 각광받는 주제, 즉 '죽음'이란 주제 외에 달리 선택할 길이 없었으리란 건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터. 하지만 그는 전통적인 '죽음'에 대한 묘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죽음의 신 타나토스가 꿈의 신 히포노스와 형제라는 희랍 신화에 눈을 돌림으로서 죽음과 꿈을 동일선상에 놓았다고 한다.
관능적인 죽음(Erotic Death)
하지만 말체프스키는 상징주의가 자주 타나토스(Thanatos)를 요부(femme fatale)나 고결한 여인으로 묘사하듯, 자신도 죽음의 신을 여인으로 생각하여 그리기로 했다. 그림에서 나신(裸身)으로 멋지게 굴곡진 타나토스의 몸매는 날개의 굴곡과 물결 모양으로 나란하게 배치되어 있다. 그녀가 허리에 두르고 있는 주머니는 자연스럽게 우리의 시선을 그녀의 음부(陰部)로 향하게 한다. 그녀의 손에는 자신의 영원한 상징인 낫을 들고 있다.
시작으로서의 죽음(Death as the Beginning)
죽음을 풍성한 몸매의 여인으로 묘사함으로써 말체프스키는 죽음을 보통의 수사(修辭)로 환원시키는데, 그의 말에 따르면 죽음은 끝이 아니라 바로 새로운 삶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그림에서 타나토스를 꿈 같은 배경 속에 배치함으로서 말체프스키는 죽음(Thanatos)과 꿈(Hypnos)의 밀접한 관계를 묘사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즉 우리의 삶 자체가 꿈이요, 죽음은 우리들에게 깨달음을 가져다 준다는 것이리라.
종교적인 죽음(Religious Death)
종교적인 죽음이라는 메시지는우리들에게 확실히 어떤 종교적인 의미를 부여해 준다. 그림 속의 노인을 보자. 머리가 죽음을 향해 있고 목이 팽팽하게 긴장된 걸 보면 노인은 죽음을 맞을 준비가 된 것처럼 보인다. 그의 두 손은 기도하는 모습으로 꽉 움켜 쥐고 있고, 손가락은 오늘날 폴란드의 가톨릭 신자들도 일상적으로 목에 거는 동정녀 마리아의 그림이 새겨진 메달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죽음은 그리스 여신의 형상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타나토스의 얼굴 표정은 읽어내기가 쉽지 않으니 노인에게 동정심을 느끼고 있는지 아님 자신의 일에 집중하고 있는 것인지 말이다.
죽음과 나(Death and I)
당신은 죽음이 짓는 미소보다 더 달콤한 미소를 본 적이 있는가? 그림 속에서 죽음은 코르셋을 입고 머리에 꽃을 꽂는 여인의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하지만 죽음의 옆에 서있는 말체프스키는 도발적으로 정면을 응시하며 아주 심각한 표정이다. 두 사람(아, 참! 하나는 Goddess지)은 각자가 서로 다른 세상에 속해 있는 것맹키로 서로 거리를 두고 서 있는데...말체프스키의 굳은 얼굴 표정은 타나토스에게 '아직은 내가 죽을 때가 아녀!'라고 단호하게 선언하는 듯한데, 사실 그는 그림이 그려진 때보다 무려 25년이나 지난 후인 1929년에 죽었다고 하는구만. 해서리 악성(樂聖) 베토벤이 '운명아, 길을 비켜라!' 라고 외치자 저승사자가 십리 밖으로 줄행랑을 쳤구나, 믿거나 말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