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을 마치고 누구나 선택해야하는 고등학교 진로, 나는 인문계를 가야 할까 아니면
실업계를 가야 하나 고민이 였다.
썩 공부를 잘하 거나, 공부에 흥미가 많은 유소년은 아니였기에 마음 한구석에는 강릉농고나 상고 쯤 졸업해서 일찍 취업해서 농사일에 힘들 집안 살림보테는게 효도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솔직히 미래에 대한 갈등이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수산고를 졸업해서 원양어선을 타는 게 일반적 우리동네의 분위기 였는데 유독 부모님은 그 길은 허락하지 않았다.
얼른 후딱 졸업해서 한푼이라도 보테거나 숫가락 하나 덜면 어깨가 가벼우실텐데 .
고등학교 원서를 쓰는날 아버지께 말씀드렸더니 "네가 알아서 해라" "니 형처럼 농고나 가던지" 무심하게 툭 던지시고는 말이 없으셨다. 어머니에게는 여쭙지도 않았다.
"형, 아버지가 알아서 하래". '그래, 너는 인문계를 가서 대학을 진학해라""내가 일찍 취업하면 학비는 어떻게 되겠지"
나보다 3살 터울의 형이 결정을 해 주었다.
선생님 저 인문계갈려구요. 그래서 나는 인문계고등학교를 진학하게 되었다.
어려운 농사일에 줄줄이 자식들로 인해 걱정이 였을 테지만 자식의 앞날을 걱정하시던 아버지는 나에게 자율권을 주셨다.
그렇게 아주 짧고 간단한 진학상담이 내인생의 길을 정하는 찰라였다는 것을 이제 생각하니, 어리기 어렸었다 보다.
아니면 촌이라 정보도 많지 않았고, 무 엇보다 부모님의 간섭없는 관심이 결정을 가볍게 해 주었던것 같다.
아들 용환이가 오늘 중3 마지막 시험을 치른다.
고등학교는 뺑뺑이(평준화)라서 주소지 근처의 학교에 가까운 순으로 배정을 받아 이미 결정지어졌다.
올해부터 강원도가 고교평준화가 되었다.
용환이도 나에게 한차례 진학 상담을 해 왔다.
" 아빠 저 일산에 있는 정보고등학교 갈까요"
"기숙사 있구요, 컴퓨터전문이라고 하던데요"
"용환아, 그냥가까운데 가라" 이것이 상담의 전부였다.
첫댓글 우리 애들과는 아직 진학상담이라는 것을 해 본 적이 없어서~..
에고
어차피 머잖아 헤어질 텐데 멀리 보내 자립심 키우도록하지..
^^
난 그리하여 성공한 셈..
중 3
인생의 진로를 결정하기엔 잘모르고 어린 나이.
농고,실업계,인문계..
내가 타고있는 작고 여린 인생의 땜목을 선택이라는 파도에 휩쓸려 저만치 나가 떨어지게하는....열여섯의 선택..아니 강요
용환이가 벌써 열여섯 ..휴.. 보고싶다..
선배 글 덕분에 예전 제 기억이 떠오르네요 ㅎ
덕분에 옛날생각.
부모님과 진학상담이라곤... 여기 갈께요. 저기가 좋지 않겠니. 그냥 여기 갈께요. ... 가 전부였습니다.
스스로 하는 선택. 살면서...부모님말씀 들을걸...하는 후회의 순간이 없는 것은 아니나...
내가 한 선택이기에 스스로 책임지며 담담하게....
무얼 선택하는 것이 어린 나이지만... 용환이 뜻을 한번 더 물어보심은 어떨런지.
정말 가슴 뭉클한 이야기입니다. 읽다가 소름돋았네요. 가식없는 담박한 글 속에 인생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이 담겨있습니다. 박 선생님! 저도 춘부장 어른 같은 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요? 아니면 박선생님 같은 아버지는? 글 마디마디 마다 거대한 화두가 숨어 있네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