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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어가는 한반도 서해안
허 정 균
동고서저의 한반도 지형은 대부분의 강물이 서해로 흘러들도록 하고 있다. 보통 한반도는 좁은 땅이라 말하지만 이러한 강물이 바다와 만나는 서해안은 지구상 어느 지역보다도 생산력이 높아 많은 인구를 지탱해왔고 이를 바탕으로 문화를 꽃피워왔다. 수산업은 사농공상의 축에도 못 끼고 천대를 받아왔지만 서해안 갯벌을 토대로 민족공동체를 이룰 수 있었다. 이는 자연이 이 땅에 내린 가장 큰 축복이다.
1970년대 들어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대규모로 갯벌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발달한 토목기술을 앞세워 크고 작은 강 하구를 막기 시작한 것이다. 이로 인해 농경지는 넓어졌지만 하구갯벌의 높은 생산력은 사라졌으며 방조제로 가둔 강물은 썩어가기 시작했다. 20-40년이 지난 현재 서해안 대부분의 방조제 안 인공호수가 썩어가 본래 목적인 농업용수로도 사용하지 못할 지경에 처해 있다. 환경단체 ‘풀꽃세상을위한모임’에서는 지난 해 5월부터 몇몇 회원들이 이러한 서해안 하굿둑을 답사하고 그 실태를 살펴보았다. 이 글은 이를 토대로 작성한 것이다.
실패로 끝난 시화·화옹지구 간척사업
인천광역시, 안산시, 화성시, 평택시 등의 경기만 해안은 자로 댄 듯 밋밋해졌다. 인천 송도 신도시에서는 ‘ㄷ’자로 뻗어나가며 갯벌을 매립했다. 송도 신도시 아래 시화만은 수도권의 많은 인구를 부양해주던 갯벌이었다. 1987년 2월에 착공한 시화지구간척사업은 6,100ha의 담수호를 만들어 총 3억 3,233만톤의 물을 저장하여 새로 생기는 1만 7,300ha의 땅에 공업단지 1,302ha, 도시개발 4,030ha, 농지조성 4,990ha를 조성하여 수도권의 1,600여개의 공장을 유치하고 담수호에서 인근 농지에 물을 공급하는 ‘첨단복합영농단지’를 만든다는 것이 목표였다.
1994년 1월 최종 물막이 공사가 끝나고 담수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2년만에 시화호의 물이 폭삭 썩었다. 마침내 1996년 6월 2일 기습적으로 시화호의 갑문을 열어 썩은 물을 바다로 내보냈다. 안산공단 등지에서 배출된 중금속에 오염된 물이 바다로 흘러들어 허리가 휜 기형 물고기가 나타나기도 했다. 이후 배수갑문을 통해 바닷물이 드나들며 수질이 나아졌다. 현재 12km의 방조제 중간을 터 조력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다. 8개의 수문을 통해 하루 동안 시화호 전체 수량의 절반이 드나든다고 한다. 시행사인 한국수자원공사는 간척사업의 시행착오로 생긴 조력발전소를 두고 이로 인해 시화호의 수질이 외해와 같아지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신재생에너지이자 미래의 희망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시화호 남쪽에 배수갑문을 통해 바닷물이 드나드는 호수가 또 하나 있다. 화옹호이다. 언제부터인지 화성호로 이름이 바뀌었다. 화성방조제는 3,469억원을 들여 화성시 서신면 궁평리에서 우정면 매향리를 연결한 9.8km의 방조제이다. 2002년 3월 22일 방조제 끝물막이 공사가 완공되며 지도가 바뀌었고 국내 최대의 가리맛조개 생산지였던 여의도 면적의 21배에 해당하는 갯벌이 사라져갔다.
4,482㏊의 농지와 1,730㏊의 농업용수용 담수호를 만드는 ‘화옹지구 간척사업’은 10년 넘게 공사를 해오는 동안 사업비는 7,600억원으로 늘어났다. 담수호는 평균 5,400만t의 물을 가두어 간척사업으로 생기는 인근 농경지에 물을 공급할 계획이었다. 남양천, 자안천, 어은천 등의 하천이 이 호수로 유입되는데 유입하천의 수질을 맑게 하는 데 얼마의 돈이 더 들어갈 지 알 수 없다.
방조제로 물길이 막히자 염생식물인 칠면초 군락이 장관을 이루었었는데 이들은 다 사라지고 육상식물들이 드넓은 갯벌을 차지하고 있다. 간척지의 대부분은 이처럼 방치되어 있다. 이곳 역시 일부 생태공원으로, 일부는 신도시를 건설하겠다며 개발광풍이 일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담수호로 만들어 농경지로 사용하겠다고 시행사측은 말하고 있고 이에 대한 논란은 그치지 않고 있다. 2008년 경희대 오종민 교수팀은 경기도의 용역을 받아 작성한 보고서에서 유입하천이 농업용수 기준 2배로 오염되어 농업용수로는 불가하다는 발표를 했다.
화성시 발안면에서 시작하여 평택시 포승읍과 화성시 우정읍 사이에서 서해로 흘러가는 하천이 발안천이다. 이 하천 하구를 틀어막은 하굿둑이 남양방조제이다. 1971년에 착공하여 1973년에 완공된 2,060m의 남양방조제는 2,285ha의 갯벌을 논으로 바꾸어놓았다. 하굿둑으로 막히기 이전 발안천 하구에서는 가무락조개가 지천이었다.
시화호나 화성호는 바닷물이 드나들기 때문에 내륙 호수가 아니어서 환경부의 수질 측정 통계가 나와있지 않다. 그러나 남양호는 담수호이기 때문에 정기적인 수질 측정자료를 환경부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남양호는 농업용수로 가능한 4급수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농업용수 위협받는 아산호·삽교호
길이 2,564m의 아산방조제는 1970년에 착공하여 1973년에 완공했다. 지구상에서 조수간만의 차가 가장 큰 이곳을 막을 때 돌망태 공법이 사용되었다. 산을 파괴하여 암석을 떠다가 큰 쇠그물망에 담아 기중기를 이용하여 일시에 바다에 투하하여 물길을 차단하는 공법이다.
아산방조제로 인해 2,800ha의 담수호와 397ha의 농지가 조성되었다. 초기에 담수호에서는 수상 레저를 즐기는 보트놀이 모습을 볼 수 있었으나 지금은 수질이 나빠져 이러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수질악화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2008년 아산시에 있는 한살림 생산자조합 소속 친환경 벼 재배 96농가의 친환경인증이 무더기로 취소된 것이다. 면적은 147만㎡에 이르렀다. 인증취소의 원인이 된 질소농도의 기준치는 1.0ppm이지만 이는 빗물에 포함된 질소농도 1.58ppm 보다도 낮아 불합리하다며 농림수산식품부에 개선을 촉구했다. 이에 정부는 인증기준에서 총질소와 총인을 제외시키는 법 개정을 단행하여 2010년도부터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아산호의 화학적산소요구량(COD)도 기준치인 8ppm을 넘어 친환경 재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태이다. 일부 친환경 인증을 받지 못한 농가들은 자부담을 들여 자구책에 나서고 있지만 적잖은 비용 부담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인주면 일대 일부 농민들은 자부담을 들여 마을 식수로 사용하던 간이 상수도를 연결해 친환경 농업용수로 활용하고 있을 정도이다.
1976년에 시작한 삽교천 방조제 공사는 1979년 10월 26일 완공했다. 방조제 길이는 3,360m로 담수호 면적은 2,017ha, 농경지 조성은 989ha이다. 담수호 삽교호를 통해 생활용수와 농업용수를 공급한다는 것이 당초의 목표였다. 그러나 삽교호의 수질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 COD가 10ppm 안팎이어서 5급수에 가까워 농업용수로도 사용하지 못할 지경에 처해있다.
삽교호를 사이에 둔 아산시와 당진군은 현재 급속히 도시가 팽창하고 있다. 아산시 온양온천역을 지나 신창역까지 수도권 전철이 닿고 있다. 이같은 도시의 팽창에 따른 각종 생활하수, 축산폐수 등이 수질 악화의 주원인이다.
삽교호의 물이 생활용수나 공업용수로 부적합하게 되자 2001년부터 보령댐 광역 상수도망을 통해 보령호의 물을 사용하고 있다. 강 하구를 막아 만든 호수는 수질악화로 인해 그 수명이 25년이라고 한다. 아산호와 삽교호는 30년이 넘었다. 곧 해수 유통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것이다.
폭삭 썩은 석문호
‘석문지구 간척농지 종합개발사업’은 당진군 석문면 장고항리와 송악면 가곡리 사이의 바다를 막아 간척지와 담수호를 조성하고 기계화 영농을 위한 대단위 농경지, 농어민주택잔지, 농수산물가공단지, 국가산업단지 등을 조성한다는 계획으로 1987년에 착공하여 1998년에 10.6km의 방조제가 완성됐다. 이로 인해 3,750ha의 갯벌이 사라졌다. 단일 방조제로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길다고 자랑삼아 선전하는 간판이 배수갑문 근처에 붙어 있다.
석문국가산업단지는 2009년 분양을 시작했다. 당시 분양가는 ㎡당 23만1361원(3.3㎡당 76만4830원)이었다. 서해안 시대 선도주자라며 분양을 시작했지만 대부분 빈 땅으로 방치돼 있고 본격적인 내부개발이 시작되기도 전에 763ha의 담수호는 폭삭 썩었다. COD 기준으로 6급수, 농업용수로도 사용할 수 없는 썩은 호수만 만들어 놓았다.
석문호는 시화호와 많이 닮았다. 큰 강이 유입되지 않아 수질악화가 빨리 온 것이다. 지방하천 역천이 석문호로 흘러들고 있다. 석문호도 언젠가는 시화호처럼 해수유통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계속 썩어가는데 배수갑문을 개방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충남 북부해안에서 남쪽으로 깊이 파고든 바다를 싹둑 잘라버린 것이 대호방조제이다. 이로 인해 고기떼를 물고와 대호지만(大糊芝灣)에 부려놓던 물떼는 방조제로 인해 차단되었다. 대호지구 간척사업은 1981년에 착공하여 1985년에 방조제가 완공됐다. 당진군 석문면 교로리와 서산시 대산읍 삼길포리의 바닷길을 잇는 7.8km의 방조제로 7,648ha의 갯벌이 사라졌다. 새로 생긴 농경지는 3,700ha, 사라진 갯벌 면적의 절반 수준이다. 갯벌에서 농지의 열 배 소출이 난다는데 수천억원의 돈을 들여 생산력을 1/20로 축소시킨 것이 대호지구간척사업의 본질인 셈이다.
담수호로 유입되는 큰 강이 없음에도 담수호의 수질이 4급수를 유지해 현재 벼농사를 짓고 있고 일부는 방치되어 있다. 석문지구에 비해 오염원이 없어 이 정도의 수질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농업용수로도 못쓰는 부남호·간월호
1980년대 초에 만들어진 국내 최대 간척지인 서산 에이·비(A·B)지구에 있는 호수인 간월호(2647㏊)와 부남호(1527㏊). 국내 최대의 인공담수호이다. 지난 해 4월 환경부가 조사한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은 최고치가 각각 14.5ppm과 13.7ppm으로 농업용수로 사용할 수 있는 4급수 기준(8ppm)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2008년 부남호의 연평균 COD는 16.0ppm, 간월호는 17.1ppm에 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간월호는 환경부가 2012년까지 습지보호지역 지정 및 람사르습지 등록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곳이기도 하다.
서산·태안·홍성에서 생활하수·폐수가 흘러들고, 1만㏊가 넘는 농경지에서 끊임없이 오염물질이 유입되면서 수질 악화를 막지 못해 석문호를 닮아가고 있다. 현장에 갔을 때 녹조가 발생하여 호수는 진초록색으로 변해 있었다.
충남도는 호수 안 준설과 유입부 완충 식생대 설치 등을 호수 관리기관인 농어촌공사와 현대건설이 공동 추진토록 하고, 간월·부남호와 연결되는 하천·지천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환경 기초시설 등을 설치해 오염원을 차단시키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수질개선 사업에 드는 예산은 2020년까지 613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구체적인 항목을 보면 읍·면 단위 공공하수처리시설과 고도처리시설 신·증설, 수질환경 우수마을 지원 등에 1370억원, 호수 안 준설에 4700억원, 호수 유입부 완충 식생대 설치에 60억원 등이다. 충남도는 환경부 등 중앙부처에 국비 확보를 건의해 예산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무용지물로 전락한 홍성·보령호
홍성군과 보령시의 모산만과 천수만에 두 개의 방조제를 설치하여 담수호를 조성, 인근에 농지를 조성하고 농업용수를 공급하겠다는 사업이 홍보지구 간척사업이다. 홍성군 서부면 신리와 보령시 천북면 장은리를 연결하는 홍성방조제는 길이 1,856m이며 보령시 천북면 하만리와 오천면 소성리를 연결하는 보령방조제는 길이 1,082m이다.
1991년에 착공하여 두 인공호수를 만드는 데 총 3,500억원이 들었으며 2000년에 보령방조제를, 2001년에 홍성방조제를 완공했다. 이로써 1,646ha의 농지가 새로 조성되었다. 그러나 두 인공호수가 완공된 지 9년이 지났지만 제구실을 못하고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농업용수로 쓰려 했지만 수질오염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유물과 함께 거품이 이는 오염된 물이 계속 유입되고 있다. 이런 오염물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두 인공호수는 방조제 갑문을 열어 바닷물을 유입시키고 있다. 방조제의 배수갑문을 닫아 이곳이 담수호가 되면 물이 썩어 5급수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 문제이다.
농어촌공사는 수질오염을 일으키는 상류지역 축산단지에 1천억 원을 들여 축산폐수처리장 등을 설치한 뒤 담수호를 만드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해수유통을 확대해 갯벌을 복원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금강호와 영산호의 미래
지난 해 7월 22일 서천군 군민회관에서 열린 ‘금강 하구역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대토론회’에서 전남대학교 전승수 교수는 “전 세계에서 대형 하구에 물을 가두어 두고 있는 곳은 우리나라 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 하구에 고인 물은 필연적으로 썩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날 토론회는 충남도 산하 금강기획위원회의 주최로 충청남도와 공주시, 논산시, 연기군, 부여군, 서천군, 청양군의 후원으로 열렸는데 금강호 해수유통 문제에 관해 충남과 전북의 전문가들이 모여 하굿둑 개방과 이에 농업용수 및 공업용수 공급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금강 하류는 충남과 전북의 경계인데 현재 충청남도는 하굿둑을 개방하자는 입장이고 전라북도는 이에 반대하고 있다. 전북과 충남의 금강유역에 있는 사회단체들의 모임인 금강유역환경회의 이상선 대표는 “기득수리권 즉 용수문제만 해결되면 전북에서도 하굿둑 개방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충남과 전북이 더불어 살기 위해 전북의 김완주 지사와 충남의 안희정 지사가 만나 정치적으로 문제를 풀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영산강 하구를 보면 금강 하구의 미래가 보인다. 금강호보다 10년 앞선 1985년에 완공된 영산호는 완공된 지 20년이 지난 후인 2007년도에 이르러 수질오염이 극에 달했다. 이 무렵 영산강유역환경청이 전남발전연구원에 의뢰해 실시한 ‘영산호 수질 개선 타당성 조사 용역’에서 영산호 상류지역 일부 구간의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이 농업용수 수질 기준(4급수)인 8ppm을 넘는 것으로 조사됐고 또 부영양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 총인(T-P)과 총질소(T-N)의 경우 대부분 지점에서 5급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영산호는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호수 바닥에 쌓인 오니를 걷어내고 본류 중간에 보를 설치하는 공사를 하고 있다. 오니를 걷어내는 데 2~3조원이 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러나 퇴적물을 준설 할 경우 초기에는 수질 개선 효과가 있지만 2년여가 경과하면 효과가 반감되며 경제적 타당성이 떨어지고 준설토 처리 과정에서 악취와 해충 등 2차 환경문제가 유발되는 문제를 안고 있다. 해수유통만이 유일한 대안인 셈이다.
금강 하구를 틀어막아 생긴 금강호의 수질은 2009년 COD 기준 평균 9.0ppm을 기록한 이래 2010년 6.7ppm, 2011년 5.8ppm으로 최근 나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부유물질과 총질소, 총인에서는 안심할 수 없는 수준이다. 더구나 4대강 사업으로 상류에 설치되고 있는 3개의 보의 수질 상태가 금강호의 수질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담수호 새만금호 불가능하다
2003년 8월 환경부는 새만금 간척사업 본안소송을 진행하는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강영호 부장)의 사실조회 요청에 따라 재판부에 낸 회신에서 “새만금호를 담수호로서 수질관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새만금호의 적정수질 유지를 위해서는 해수 유통이 불가피한 것으로 본다”고 밝힌 바 있다.
간척사업 완료 후 담수호 새만금호가 가능하냐는 것이 이 사업 추진여부의 근본 쟁점이었다. 2005년 2월4일 서울행정법원 형사3부(강영호 재판장)는 원고측인 새만금 연안 피해주민과 환경단체 등 3천5백여명이 농림부 장관을 상대로 낸 ‘새만금사업 공유수면매립면허 처분의 무효 확인 청구에 대해 소송에서 “새만금사업은 편익이 발생치 않고 수질관리가 어려워 타당성이 없다”며 “농림부 장관은 새만금 사업을 취소 또는 변경하라”는 사실상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2005년 5월 국책연구원인 한국해양연구원은 해양수산부의 용역 의뢰에 따라 1년 동안 조사를 실시하고 ‘새만금 해양 환경 보전 대책을 위한 조사 연구 요약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보고서는 ‘제2의 시화호’를 막기 위해선 현재 미완공 구간(2.7㎞)뿐만 아니라 이미 물막이 공사를 끝낸 4호 방조제의 일부 구간도 터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2005년 12월 21일 2심 판결에서 서울고등법원은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새만금사업의 지속 추진을 법적으로 타당하다고 결정한 것이다.
방조제 최종물막이 공사를 1개월여 앞둔 2006년 3월 16일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있었다. 대법원은 수질 개선 대책이 실현가능하고 비용도 감당할 수 있는 정도라는 이유로 새만금사업을 계속 추진해도 좋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해 4월 21일 새만금갯벌방조제로 완전히 격리되자 해양생물이 집단 폐사하며 새만금호는 시화호처럼 두 달만에 간장 색깔을 띠며 썩었다. 이후 모든 수문을 개방하며 해수유통을 하자 수질이 나아져 2009년 무렵에는 방조제 안쪽 전 수역에 새조개가 서식하기도 하며 어민들의 소득원이 되기도 했다.
지난 해 7월 환경부는 “새만금 상류 가축분뇨의 근원적 해소를 위해 총리실 등 관계기관 합동으로 마련한 ‘익산왕궁 정착농원 환경개선 종합대책’에 따라 2015년까지 총 428억원을 들여 익산 왕궁지역 현업축사를 대상으로 토지를 매입한다”고 밝혔다. 이에 전북권의 언론은 “새만금 조성의 걸림돌로 작용되고 있는 수질개선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수질 문제를 외면한 채 장밋빛 청사진이 선거 때마다 재포장되어 나타나곤 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해 11월 환경부는 ‘새만금 내부개발에 따른 환경관리 가이드라인’이라는 자료를 통해 수환경, 자연생태환경, 생활환경, 지형 및 지질, 수질오염사고 등 여러 분야에서 환경문제가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수환경의 경우 관리 수위가 낮아지면서 해수유통량이 줄어듦에 따라 수질 악화, 해사토 준설에 따른 해양 오염, 담수 환경의 변화로 인한 해양 동식물의 집단 폐사 등이 예상된다는 것이었다. 또한 인비산먼지와 깔따구, 물가파리 등 유해곤충 발생 및 쓰레기 유입 등에 따른 환경 피해를 예상하고 있어 주목을 끌었다.
2010년 10월 새만금사업단은 내부개발을 위해 가력갑문과 신시갑문을 전면 폐쇄하며 방조제 안의 물을 빼내 수위를 낮추었다. 이에 다시 수질이 악화되고 있다. 수질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변수로 깊은 물 속에서 발생하는 산소 고갈(혐기성화) 현상이 있다. 흐르던 물이 정체하면서 물속의 유기물이 퇴적·분해되므로 깊은 수심에서는 산소가 고갈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갯벌에 퇴적돼 있는 이러한 유기물의 부패로 인해 1급수가 흘러들어도 썩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담수호 새만금호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과연 이러한 곳에 농어촌공사의 희망대로 ‘명품복합수변도시’가 가능할까. 지난 10월 새만금방조제 3공구 야미도와 신시도 사이를 지나다 안쪽 매립지에서 큰 구조물들이 들어서며 공사판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보고 들어가 보았다. ‘새만금메가리조트’ 건설사업이 벌어지는 현장이었다. 이 사업은 새만금 내부로 국내외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사업으로 이곳 195ha의 부지에 호텔과 상업시설, 컨벤션센터, 워터파크, 마리나 시설, 해양박물관, 아쿠아리움, 골프장 등 해양관광 시설을 건설한다는 것이다. 길을 따라 남태평양 이스터 섬에서 볼 수 있는 모아이 석상이 늘어서 있었다. 주먹으로 두드려보니 안이 텅텅 빈 플라스틱 모조품이었다. 이런 허접한 물건들로 국내외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인가. 이스터 섬은 석상을 만들기 위해 섬의 나무들을 잘라내는 바람에 생태계가 파괴되어 섬 전체가 파멸을 길을 걸었다. 모아이 석상 모조품이 새만금의 앞날을 예고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글을 맺으며
우리나라 사람들의 수산물 소비량은 얼마나 될까. 최근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소득 증가와 식문화 변화로 1인당 수산물 소비량이 30년전 과 비교해 2배 이상 늘어 2008년 기준으로 1인당 연간 수산물 소비량은 54.9kg을 기록했다고 한다. 1980년 27kg에서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2010년 우리 국민의 1인당 쌀 소비량은 연간 75kg이었으며 밀 소비량은 35kg이었다. 이처럼 수산물 소비량은 급증했는데 생산량은 늘지않아 1980년 138%를 기록하던 수산물 자급률은 2008년 기준 78.5%로 43.1%나 줄었다. 2010년 말 기준으로 어업생산량은 311만 2,000톤으로 30년 전에 비해 29% 증가하는데 그쳤다. 2010년 말 수산물 수입액은 34억 6,000만 달러로 1980년 4,000만 달러보다 90배 이상 증가했다.
이명박 대통령, 그는 현대건설이 청계천 복개공사에 참여하여 동대문 오간수다리에서 제2청계교까지 공사를 진행하던 1965년 현대건설에 입사했다. 이후 1977년에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되었으며 1988년에는 현대건설 회장이 되었다. 그가 1992년 민자당 전국구 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하기까지 단 한번도 현대건설을 떠난 적이 없었다.
그동안에 그는 서산지구 간척사업 외에도 영산강2지구(1978~1982), 낙동강하굿둑(1983~1987), 시화지구(1987~1996) 등의 간척사업을 벌여 세계5대 갯벌 가운데 하나인 한국 서해안갯벌을 파괴하는 중심에서 일을 해왔다. 온갖 생명체의 보고인 하구 갯벌을 생매장시킨 이러한 공사판이 그의 인성을 황폐하게 했는지도 모른다. 그는 거침없이 4대강사업으로 진출했다. 강 하구 뿐만 아니라 4대강이 통째로 썩어가기 시작할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