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수원시에서 가장 좋은 시설을 자랑하는 사립 천화고등학교.
왠만한 공설운동장만한 크기의 넓은 운동장과
엘리베이터까지 존재하는 5층짜리 본관.
그 옆에 딸린 3층짜리 별관은 건물 전체가 급식소로 운영되고 있다.
운동장 한켠에는 실내체육관과 수영장이 따로 마련되어있으며 ,
조금 떨어진 곳에는 야외 테니스 코트까지 겸비한 그야말로 최고의 시설이라 하겠다.
그런 천화고등학교의 정문에 들어선 여자아이 하나.
천천히 최신식의 건물을 훑어보던 여자아이의 입이 열렸다.
" 돈은 오지게도 쳐발라 놨구만. "
말을 끝냄과 동시에 여자아이는 혀를 쯧쯧찼다.
사립이라는 소리를 들었을때, 어느정도 좋은 시설을 상상하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돈을 쳐발라놨을줄은 미처 예상치 못했다.
태평양마냥 넓은 운동장.
5층씩이나 되는 본관과 왠만한 학교 본관과 다름없는 별관.
별 쓸모도 없어보이는 테니스코트와 수영장.
그리고 실내에서 축구라도 할 모양인지 엄청나게 큰 실내체육관.
저런 삐까번쩍한 건물을 짓는데 들어간 비용을 메꾸기위해
학생들에게 뜯어낼 고액의 공납금을 생각해보면
최신식의 건물이고 나발이고, 모두 사치요 낭비에 불과했다.
" 뭐, 앞으로는 이 학교에 다녀야하니까. 한심해도 어쩔수 없지. "
혀를 쯧쯧차던 여자아이가 이내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비록, 저 지나치게 돈을 쳐바른듯한 건물은
조금 마음에 들진 않지만 어쩌겠는가?
자신은 강제전학을 당한 몸이고,
그런 자신을 받아준 학교인 이상
마음에 들지않더라도 군말없이 다녀야하는게 현실이였다.
" 으음... "
순간적으로 자신이 강제전학을 당하게 된 이유가 떠올랐다.
자신을 시기한 아이들이 웃기지도 않은 계략을 꾸몄고
친구(라기보다 일방적으로 친구하자고 쫓아다니던 아이)를 미끼로 한 그들의 계략에 의해 누명을 쓰게 되었다.
하지만 원체가 귀찮은 것은 질색인데다가, 해명을 하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
무엇보다 자신이 진실을 밝히면 친구(그래도 친구랍시고)가 해를 입는 상황이였다.
그래서 순순히 그들의 계략에 걸려들었고
특별히 해명도 하지않고 학교의 처분대로 따랐다.
그리하여 이곳으로 강제전학 오게 된 것이다.
그때의 일이 떠오르자 그리 유쾌한 기분은 아니였지만
그렇다고해서 특별히 원망한다거나 그런 감정도 없다.
그저 그것은 지나간 일에 불과할 뿐이였다.
" 아무쪼록, 이곳에서는 귀찮은 일이 없기를 바래야지.
귀찮은 건 딱 질색이니까. "
어차피 학교란 것은 거의 다 비슷비슷하니까
별달리 걱정할 부분은 없고.
부디 이곳에서는 귀찮은 일이 생기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휘양찬란한 본관 건물을 잠시 노려보던 서화는
이내 운동장으로 발을 내딛었다.
이것이 서화의 천화고등학교 입성기의 시작이였다.
(01)
조회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두사람이 2학년 5반 교실로 들어선다.
한 사람은 매일같이 보는 지겨운 담임선생이였고 또 다른 한 사람은 처음 보는 인물이였다.
어깨를 조금 넘는 결좋은 새까만 머리칼.
이목구비가 뚜렷한 작고 하얀 얼굴.
물기를 머금은 듯 촉촉해보이는 연분홍 빛 입술.
상당히 큰 키에 늘씬하게 마른 몸매.
왠지모르게 신비함이 느껴지는 분위기.
담임선생의 옆에서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가만히 서있는 서화의 모습은
사람크기로 만들어진 인형을 보는 듯 했다.
" 여러분. 우리반에 전학생이 왔답니다.
서화야, 인사하렴. "
담임선생의 소개에 반아이들의 눈이 모두 서화에게로 모였다.
아이들의 시선을 받고 선 서화에게선 으례 전학생들이 그러하듯
쑥쓰러워 한다거나 부끄러워하는 기색을 찾아볼수 없었다.
그저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는 아이들을 둘러볼 뿐이였다.
" 저기.. 서화야. 인사해야지. "
인사를 할것으로 생각했던 선생은 서화가 아무말도 없이 가만히 서있자
조금 당황한 기색으로 재촉했고, 그에 서화는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 이서화. "
" ...... "
" ....... "
그걸로 끝이였다.
뒤에 말을 기다리던 아이들은 도무지 열릴 줄을 모르는 서화의 입을 보며
당황하기 시작했고, 그들의 시선을 담담하게 받아넘긴 서화는 선생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 제 자리는 어디죠? "
" ...아.. 그게.. 저기.. 그러니까....."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멍한 얼굴로 서화를 바라보고있던 선생은
서화의 질문에 당황을 한 나머지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 빈자리에 앉으면 되죠? "
선생의 더듬거림에 답답한 듯 서화는 대충 빈자리를 훑어보며 물었다.
그리고 대답을 듣지도 않고 빈자리에 앉아버렸다.
" ....... "
" ........ "
잠시동안 교실엔 침묵이 흘렀다.
벙찐 얼굴의 아이들과 무표정한 서화와의 묘한 대치가 이루어지는 순간이였다.
그때, 드르륵 교실 뒷문이 열리며 남학생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 이런이런. 선생님 죄송합니다. 지각을 하고야 말았네요. "
머리를 쓸어넘기며 상큼한 미소를 짓는 남학생.
남학생의 등장으로 인해 침묵은 깨어지고 교실에는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특히 여자아이들 위주로 말이다.
" 꺄악. 환성이다. "
" 어머어머. 환성이가 왠일로 지각을 했지? "
" 그러게. 한번도 지각한적 없었잖아? "
" 저기봐. 늦잠잤나봐. 뒷머리가 살짝 뻗쳤어. "
" 어머! 정말 그러네? "
" 그래도... "
" 그래도... "
" 멋.지.다!!!! (이구동성)"
여자아이들의 꺅꺅 거리는 소리에 훗~ 하고 웃어보인 환성이 자신의 자리로 몸을 옮겼다.
지각을 한 바람에 선생에게 혼나는 것이 정상이지만
선생은 이미 환성의 상큼한 미소한방에 넉다운 된지 오래였다.
(선생도 여자였다)
자신의 자리로 몸을 옮기던 환성은 평소와 다른 점을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늘 비어있던 자신의 옆자리 였다.
" 어라? "
환성의 의문성에 고개를 돌려 환성을 바라보는 서화.
찌리리릿.
시선과 시선이 마주쳤다.
" ..... "
" ...... "
여전히 무표정한 서화의 얼굴과는 달리
조금씩 붉게 상기되는 환성의 얼굴.
멍하니 서화를 바라보던 환성의 입술이 열렸다.
" 넌....? "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환성의 물음에 서화는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
하지만, 자신의 짝으로 보이는 듯한 환성의 모습에
이내 인상을 풀고 담담하게 답했다.
" 전학생. "
* * *
" 헤이헤이헤이! 빅뉴스야 빅뉴스!! "
얼굴 만면에 환한 미소를 머금으며 학생회실로 뛰쳐든 환성이
들뜬 목소리로 외쳤다.
원체가 잘생긴 얼굴인데다가 거기에 미소까지 머금자 눈이 부실지경이였다.
" 아씨바. 졸라 시끄럽네. "
쇼파에 누워 잠을 청하고 있던 치우가 욕설을 내 뱉었지만
환성은 전혀 아랑곳 하지 않고, 여전히 들뜬 목소리로 외쳤다.
" 우리 반에 전학생이 왔어!! "
환성의 외침에 제일 먼저 반응을 보인건 이번에도 치우였다.
" 씨바. 전학생이 온게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똥마려운 개새끼마냥 뛰쳐와서 시끄럽게 짖어대는 거냐? "
쇼파에서 벌떡 일어서며 무섭게 인상을 쓰는 치우.
금방이라도 환성을 날려버릴 것만 같은 기세였지만
오랫동안 치우를 알아온 환성에게는 전혀 위협이 되지 못했다.
잔뜩 인상을 쓰는 치우에게 환성은 훗~ 하고 웃어보이며
검지를 들어 좌우로 흔들어 보였다.
" 전학생이 온건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니지. 버뜨!!!! "
" 버뜨? "
"그 전학생이 눈돌아가게 이쁘다 이거야!
이 여환성님이 지금껏 만난 여자중에서 최상급이다 이 말씀이지!! "
" 최상급? "
환성의 말에 여태껏 치우와 환성의 대화를 듣고만 있던 윤겸이 흥미를 보였다.
윤겸이 반응을 보이자 환성은 더욱 들떠 서화의 미모에대한 찬사를 쏟아냈다.
" 그래. 최상급!! 그렇게 이쁜 여자애는 처음봤다 이거지.
아니, 이건 이쁜 차원을 떠나서 신비롭기까지 했어.
윤기나는 검은 생머리.
고양이를 연상시키는 약간은 치켜올라간 눈.
쭉 뻗은 콧대며, 앵두마냥 새초롬한 입술.
게다가 쫙 빠진 몸매하며!! "
" 오호라? 그렇게 대단하단 말이지? "
" 두말하면 잔소리고 세말하면 입아프지. "
단호한 환성의 말에 윤겸이 생각에 잠겼다.
턱을 쓰다듬으며 무언가를 생각하던 윤겸은
이내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환성에게 물었다.
" 혹시, 그 애 이름이 '이서화' 아냐? "
윤겸의 입에서 서화의 이름이 나오자 놀란 환성이 물었다.
" 어라? 어떻게 알았어? "
" 이서화? 이서화라면 '그 애' 아냐? "
치우도 서화를 아는 듯 '그 애' 라고 칭했고
윤겸은 치우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 야야. 니들 어떻게 된거야? 어떻게 서화를 아는 거지? "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환성이 묻자 윤겸은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 기억안나? "
" 뭐가? "
고개를 갸웃거리는 환성에게 치우가 한소리를 했다.
" 여자에 관한 일에서는 슈퍼컴퓨터의 하드를 능가하는 여환성이
여자에 대한걸 기억을 못하다니. 별일이 다있군. "
치우의 비아냥 거림에 환성의 표정이 잠시 구겨졌으나,
치우에게는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저 윤겸의 입이 열리기를 기다릴뿐이였다.
" 제일고등학교. 성적우수. 미모최상급. 강제전학. 여학생. "
윤겸이 하나둘 씩 단어를 늘어놓자 환성의 눈이 커지기 시작했다.
" ....설마?! "
환성의 반응에 피식 웃는 윤겸.
" 그래. 너희 반에 전학 온 그 애가 바로 '학생회 영입 후보 이서화'란 말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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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가족 소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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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S,학원수호대▒ [01] 사건ONE: 서화의 천화고등학교 입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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