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간의 음악 여정, 그 마지막 날갯짓
_ 3호선 버터플라이 단독공연 @ 상상마당 라이브홀
*상상마당 건물에 붙여져 있던 3호선 버터플라이 전국투어 포스터.
무엇이든 취미가 아니고서는 오랜 시간 지속하기 위해 큰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다는 사실에 모두 동의할 것이다. 특히 척박한 국내 인디 씬에서 지속적인 음악 활동을 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홈레코딩 방식으로 조금 수월해지긴 했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인디 뮤지션들에게 정규 앨범 발매는 쉽지 않았다. 10년지기 노련한 밴드, 3호선 버터플라이도 예외는 아니다. 3호선 버터플라이는 1999년 데뷔 후 2000년부터 2004년까지 2년 단위로 세 장의 앨범을 발매했고, EP앨범을 발매한 2009년 11월까지 5년이라는 공백 기간이 있었다. 사이키델릭함과 몽환적인 음악의 대표주자 중 하나로 꼽히는 3호선 버터플라이, 지난 2월 28일 상상마당 라이브홀에서 오랜만의 반가운 단독 공연이 있어 찾아가보았다.
1부의 시작 _ 나비의 사이키델릭한 무대
허클베리 핀, 삐삐밴드, 99 등 다른 밴드에서 활동하던 멤버들이 모여 결성한 3호선 버터플라이. 앞서 언급했듯이 1990년대에 데뷔해 지금까지 3장의 음반을 발매했으나 현재 인터넷상으로 실시간 듣기가 불가능하다. 설상가상으로 지금 시중에 나온 앨범 모두 재고가 없는 상태. 다행히 이번에 앨범 자켓과 믹싱, 마스터링까지 한층 업그레이드되어 정규 앨범 모두 곧 재발매될 예정이라고 한다. 음반 재발매와 함께 3호선 버터플라이는 2월 19일 대구의 라이브 클럽 ‘Heavy’를 시작으로 20일 부산 ‘인터플레이’를 거쳐 9일간 전국투어를 진행해왔다. 2월 28일 상상마당 라이브홀에서 펼쳐진 공연이 바로 이번 여정의 종착점이었다.
*초록색 원피스와 기타가 어울리는 남상아.
무대 앞에 설치된 LCD 모니터에는 몽골의 들판 등을 담은 듯한 영상이 나오는 가운데, ‘무언가 나의 곁에’를 부르며 오늘의 주인공이 무대 위에 등장하였다. 볼륨이 살짝 들어간 헤어 스타일을 한 남상아(보컬)의 초록색 원피스는 그녀의 민트색 기타와 잘 어우러졌다. 옷에는 나비 문양이 그려져 자연의 한 장면을 보는 듯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3호선 버터플라이의 실력과 오랜 연륜 탓일까? 관객들이 무척 많이 와서 늦게 온 사람들은 아예 입장을 하기 힘들 정도였다. 공연 중간에 관객들이 좀 더 앞으로 이동해 늦게 온 사람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였으나, 상상마당 라이브홀은 이미 한 발자국 디딜 공간 조차 없었다. “관객 분들을 보니까 옛날에 공연장에서 뵌 분들도 계시고 처음 보는 분들도 계시네요. 다양한 세대가 모여있다는 것이 3호선 버터플라이 공연의 특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라고 성기완(기타 겸 보컬)이 멘트를 하였다. 공연장에는 10대 어린 아이들부터 많게는 40대의 지극한 나이대를 가진 듯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29살은 까마득하지만 마음만은 29살로 살고 있다는 3호선 버터플라이. 공연장에 온 관객들 중 29살인 사람에게 ‘3호선 버터플라이’가 적힌 티셔츠를 선물로 주었다.
*성기완의 각종 유머러스한 멘트와 기타 사운드가 인상적이었다.
1부 무대는 사이키델릭함과 몽환적인 분위기는 물론, 공포와 어둠의 이미지를 물씬 풍겼다. 우선, 강렬하고 중성적인 남상아의 목소리가 그것을 뒷받침해주기에 충분하였다. ‘거울아 거울아’를 부를 때는 빨간색과 검은색의 조합으로 구성된 알 수 없는 문양들이 LCD 모니터에 등장하여 마치 불구덩이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Ice Cube’에서는 찌찌직 거리는 전자음 소리가 인상적이었고 중간에 남상아가 마이크에 대고 알 수 없는 말들을 내뱉었다.
눈에 띄는 초대 손님들 !
_ 얄개들, 넘버원 코리안, 크라잉넛의 캡틴롹,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코코어, 미미시스터즈
3호선 버터플라이의 단독 공연이라고는 하지만 찾아온 게스트들의 기량이 상당했다. 공연 오프닝은 밴드 얄개들이 맡아 주었고 1부 마지막에 등장한 초대 연주자, 넘버원 코리안과 그들의 무대가 무르익을 무렵 등장한 크라잉넛의 캡틴롹(한경록)은 관객들을 열광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6, 70년대의 흥겨운 유랑극단 분위기의 ‘김포 쌍나팔’에서 넘버원 코리안은 트럼펫과 색소폰으로 흥을 더해주었다. 콧수염을 달고 등장한 캡틴롹의 신파극 한 마당과 익살스러운 표정 연기 또한 기대 이상이었다. “세월도 나를 버리고, 모두들 나를 버리고, 이 바다에 왔습니다. 아무도 나를 알아주지 않습니다” 등의 넋두리를 읊었고, 모두들 흥에 겨워 박수를 치고 소리를 질렀다.
*캡틴롹의 신파극 한 마당과 넘버원 코리안의 절묘한 악기소리로 유랑극단 느낌을 물씬 풍겨주었다.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와 코코어가 순서대로 등장해 2부의 시작을 열었다. '3호선 버터플라이'와 ‘구’로 시작하는 자신들의 밴드명을 패러디하여 자신들을 ‘9호선 드래곤플라이’라고 소개해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이어 등장한 코코어는 이런 좋은 공연에 게스트로 설 수 있어 뿌듯하다는 마음을 전했고, 고음의 강렬한 노래들로 사람들을 흥분케 하였다.
*언제나 도도하고 예쁜 미미시스터즈와 함께하는 남상아.
2부가 시작되고, 장기하와 얼굴들의 도도한 두 여신, 미미시스터즈가 나와 '티티카카'의 코러스와 함께 각종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성기완이 선글라스를 미리 쓰지 않아 NG를 내서 미미시스터즈가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긴 했지만 미미시스터즈는 미소조차 없이 도도한 자태를 뽐냈다. 미미시스터즈는 멤버들에게 다가가 댄스를 선보였고 흥겨운 음색의 ‘티티카카’의 감동을 두 배로 전했다.
어깨가 들썩, 신나게 흔들어 댄 2부
1부에서 3호선 버터플라이의 사이키델릭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면 2부는 흥겨움이라는 단어로 전체적인 분위기를 압축할 수 있다. 물론, 귀신이 등장할 것만 같은 고음의 사운드와 어두운 LCD 영상이 있기도 했지만 ‘티티카카’, ‘광합성’, ‘맥주’, ‘걷기만 하네’ 등, 앞선 차가운 이미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따뜻한 음악들이 주를 이루었다.
*무르익어가는 3호선 버터플라이의 공연 전경.
2부에서 멤버 소개도 함께 이루어졌다. 새로 영입된 드럼 서현정, 프랑스에서 건너온 키보드 그레고를 소개하였고, 그와 함께 선물 증정식도 이루어졌다. 가장 먼 지역에서 온 사람들에게 이번에 재발매가 될 1, 2, 3집을 주는 이벤트였는데 각각 부산, 포항 그리고 속초에서 온 관객들에게 차례로 돌아갔다. 군대에서 온 사람과 12월에 미국에서 건너왔다는 사람도 있었으나 그들에게는 앨범 대신에 티셔츠가 선물로 돌아갔다. “제 세대 때는 새벽이라는 시간에 대해 고민을 하곤 했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을 해보니 새벽은 지하철에 앉아있는 시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라는 성기완이 멘트를 하며 앵콜곡으로 ‘새벽’이라는 곡을 그의 목소리로 선사하였다.
호기심과 긴장감을 동반하는 음악
3호선 버터플라이의 음악은 대중적이면서도 그 속에 사이키델릭함을 유지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공연의 압권은 개성과 호소력을 겸비한 남상아의 목소리가 어우러진 차별화된 음악이었다. 그들의 음악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청자는 늘 긴장하고 있어야 한다. 청자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노래가 흘러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그들의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기대와 호기심, 긴장 모두를 동반한다. 5년이라는 공백 기간을 지나 EP 앨범을 발매하고 홍대 등지에서 다시 활동을 시작한 3호선 버터플라이의 날갯짓이 어느 방향을 나아갈지 기대된다. 강한 생명력을 가진 나비 한 마리의 힘찬 약동을 지켜보자.
글 / 조은애
사진 / 박창현
에디터 / 이정아
2010.03.04
idea in
첫댓글 T_T 아아... 3호선 버터플라이 공연 정말 가고싶었는데.. 공연 당일에라야 소식을 알았다는.. 이후 공연엔 꼭 가고 싶네요!..
3호선 버터플라이 예정된 공연이 몇 개 더 있는 것 같아요! 공연 정보 찾아서 꼭 가세요 ㅋㅋ
반가웠어요. 은애 씨. 그때 창현 씨랑은 인사 못 나누워서 아쉬웠네요 .
께알같이 메모 하시더니. 이렇게 생생 우동 후기를 남겨 주시다니.. 고마워요 ~
우동....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때 3호선 버터플라이 카페 스텝이라셨죠? ^^ 네네. 글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