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문학아카데미문학과창작 원문보기 글쓴이: 익명회원 입니다
문학아카데미와 (주)바움커뮤니케이션은 2008년 바움문학상을 제정하여
한국시의 영역 확대 및 장르 융합에 정진하는 시인들을 대상으로
제1회 본상에 고창수 시인, 작품상에 강 수 시인을 선정, 시상한다.
모헨조다로와 흑치상지의 가치
『문학과 창작』은 2008년도를 맞아 <시 종합지>로 면모를 일신하며 시예술이 고유한 기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시예술이 뻗어나갈 수 있는 다양한 장르 융합이 필요함을 천명하고 그 새로운 지평을 제시 했다. 이는 시는 시답게 제자리를 찾고, 깊이와 너비를 늘여 문화영토의 외연을 넓히자는 의도였다. 이같은 문학과 창작의 새로운 기획은 (주)바움커뮤니케이션(대표 김상수)에서 받아들여 새롭게 바움문학상을 제정하게 되었다. 바움문학상은 본상과 작품상으로 나누어 본상은 영상·음악·공연예술 등으로 시문학의 영토를 확장하고 그 속에 준열한 시정신을 이식, 문화융합(Cultural fusion) 선구적 업적에 값하는 상이며 작품상은 시의 본령 속에서 서사시나 장시, 또는 시와 인접예술을 컨버전스하여 시의 본령을 확장한 작업에 값하는 상을 마련하였다.
이같이 새로운 문학상의 수상자를 선정하기 위해 심사위원들이 숙고한 결과 본상의 수상자로 고창수 시인을 결정했다. 고창수 시인이 촬영, 연출한 단편영화 6편이 2008년 9월 9일 개최된 서울국제실험영화제(Exis)의 낙원동 서울아트포럼영화관(할리우드 극장)에서 초대작품으로 상영되었으며 그간 Tokyo 비디오영화제, 미국 Worldfest Charleston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프랑스 Lyon영화제 등에서 입선, 상영된 바 있다. 시인은 한국영상작가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중이다.
특히 고 시인의 역작인 모헨조다로는 2005년 『문학과 창작』에 실린 바 있고, 영문시집 “Moenjodaro”를 바탕으로 파키스탄 민속박물관에서 단편영화 “Moenjodaro”를 제작하여 시와 영상의 융합을 이룬 대표적인 작품이다. 고창수 시인의 선구적인 업적은 제 1회 바움문학상 본상의 수상작으로 삼기에 가장 적합한 것임에 이견이 없었다.
바움문학상 작품상으로 서사시 『흑치상지』를 쓴 시인 강수의 작품이 논의되었다. 서사시는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여 시인의 상상력이 짜올리는 웅장한 작품이다. 백제의 멸망, 의자왕과 함께 당나라로 끌려가 측천무후의 밑에서 장수로 다시 발탁되어 중원을 누비며 활약하다 비극적으로 생을 마친 흑치상지란 소재의 선택이 탁월했다. 시의 서사 공간을 티베트와 겨루는 청해 고원의 드넓은 고원에서 펼쳐지는 내러티브의 스펙트럼, 두 임금을 모셔야 했던 비극적 운명의 해석. 한국시의 나약한 서정성을 극복하며 새롭게 해석되고 창조된 서사시 『흑치상지』 주인공의 캘릭터는 바움문학상 작품상의 대상으로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부분적으로 순화(馴化)되지 못한 레토릭이 흠이었지만 장엄한 주제의 도출과 내러티브의 전개에서 보여주는 장점에 비해 미미한 것이었다.
심사위원들은 제1회 바움문학상이 활자로 찍힌 서정시 일변도의 한국시문학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 주리라는 기대와 희망으로 수상자를 선정하였다. 수상자들의 작품은 2009년 1월 바움갤러리의 초대전으로 독자들에게 선보이게 될 것이다.
심사위원: 강우식 박제천 권택명 김용범(글)
영상예술은 문학창작의 확장
수상 소식이 매우 반가웠다. 뽑아주신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
사진과 영화는 소년시절부터 좋아해왔다. 자연스러운 취향 같았다. 문학창작에 별 도움도 되지 않고 상관이 없는 분야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근년에 와서는 영상예술에서 관심을 떼고 문학에만 열중하자고 스스로 다짐하기도 하였다. 막상 손을 떼려고 마음을 먹으니까 상황이 달라졌고, 미련 같은 것이 짙게 묻어 나왔다. 그동안 쌓아온 인연 같은 것도 느껴졌다. 구태여 손을 뗄 필요는 없고 시간의 여유가 있을 때 취미로 계속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곰곰이 생각하니 그 곳에 더 애착이 클지 모른다는 감회가 강하다. 좀더 천착해도 좋겠다고 마음을 고쳐 먹기도 한다.
예술의 각각 다른 형식은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확신도 든다. 모든 예술 매체는 다른 매체를 지향하는 경우가 있겠다. 내가 실험해온 씨네포엠도 그런 현상이다. 영상예술이 나의 문학창작의 연장이나 확장이 되기를 바라면서, 어떤 창작을 하든지 좀더 진지한 마음가짐으로 심각한 작품들을 만들어 낼 수 있기를 바란다.
그간 이런 면에서 나를 격려해 주신 여러분께 다시금 감사 드린다.
모헨조다로Mohenjo-Daro
고창수
Ⅰ
우리가 그대의 공항에 착륙할 때마다
그대는 알 수 없는 고요 속에 웅크리고 있다.
모헨조다로여!
그대는 길고 숨막히는 수천 년 동안
인간이 포기한 우주적 사건이다.
그대의 미적분으로 헤아리면
망각이란 영원으로 눈길을 돌리는 것과도 같다.
그대 신비의 한가운데서는
태풍의 중심에서 폭풍을 만날 수 없듯
어떤 존재도 느낄 수가 없다.
우리는 늘 인간적 논쟁의 상투어로
그대의 존재를 정의해 왔다.
실은 그대는 우리의 시공 밖에 존재하였다.
그러나 그대는 우리 존재의 캄캄한 심연에 있는
원초적 집단기억처럼
우리 존재의 캄캄한 심층에 살면서
황홀한 고통의 섬광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초조한 나머지,
그대는 성곽과 사원을 하늘 높이 세우고
인간적 오만으로 신의 경지를 거역하면서도 그리워하였다.
그대의 계획은 참으로 음흉하였다.
울리는 종소리는 번개의 그림자를 꼬부리고
우리의 음악을 뒤틀었다.
울리는 종소리는 우리의 시공을 휘게 하고
우리의 동작과 정서를 휘게 하였다.
그대는 노래와 주문으로
창공에서 새들을 끌어내리고
인간 오만의 날개를 태워버릴 음모를 하였다.
종말에 가까워지면서 그대의 몰락은 빠르고 걷잡을 수 없었다.
다른 세계로부터 닥치는 폭풍과 모래바람 앞에 어쩔 줄을 몰랐다.
그대의 부재는 우리의 존재를 밝혀주고,
그대의 부재는 우리의 수만의 거울 속에 울려 퍼졌다.
그대를 괴롭히던 꿈들은
그대의 낮과 밤의 윤곽과 사연들을 만들어 냈다.
그대의 그물은 환상의 물고기를 낚았다.
물고기는 그대의 세속적 환상의 찰나에 지나지 않았다.
그대의 무덤인 궁극적 우주의 단서를 잡으려고
그대는 그물을 던졌다.
그대의 도시들은 그 목적지를 향하여 세워졌다.
그대의 건축의 구조는 죽음을 향하였고
그 곳에서 완성되었다.
수천년 동안 번개는 그대를 때리고 능욕하였다.
번개와 홍수는 그대의 영역을 침범하였다.
그대는 이 필사적 굴욕을 묵묵히 참아왔다.
그대는 자연의 변덕과 굴욕을 묵묵히 견디어 왔다.
그대의 오만은 거듭거듭 혹독한 징벌을 받았다.
그대의 어둠은 아직 싱싱하고 원초적이다.
그대의 은유는 아직 살과 뼈를, 뼈와 혼을 이어준다.
그리하여 무한히 멀리 떨어져 있는 순간과 순간을 이어주는
연금술사들의 눈앞에 어른거리던
그 노루를 우리 눈앞에 보여준다.
우리는 아직도
풀리지 않는 뼈의 화석과 인더스 문자 속에서
그대의 머나먼 목소리를 듣는다.
짐승과 사람과 영웅들을
그들 개선의 절정에서도 끌어내리는 인력을
그대는 아직도 저항하고 있다.
시간은 공간과 더불어 건축을 만들어 낸다.
그러나 그대의 건축은 먼 옛날의 어떤 계시처럼
우리의 시공 밖에 있다.
시간은 공간과 더불어 건축물을 만들어 낸다.
그러나 그대의 건축물은 먼 옛날의 어떤 계시처럼
우리의 시공 밖에 있다.
강물은 방황하고 분출하기도 하며
침묵하고 솟아오르기도 한다.
어둠은 솟기도 하고 침잠하기도 한다.
그러나 모두 다 그대 영원의 틈새를 통하여
부침할 뿐이다.
우리의 전유물인 시간의 시각에서 보아도
그대 종언의 신기루는
아직도 우리의 심안에 보인다.
그대의 참모습은 아직도
염분이 스며 있는 벽돌을 통하여 보인다.
빙빙 돌면서 춤추는 탁발승과
절망하는 사람들의 비탄을 통하여
그대는 말을 하고,
그들의 황홀하고 고뇌하는 환상과 목소리를 통하여
그대는 손짓을 한다.
그대는 그들의 눈을 통하여 바라보고
양을 치는 목동의 입을 통하여 말을 한다.
그대는 시인들의 라가raga 타령과 카발레qawwale 가곡을 통하여
사람을 황홀케 한다.
그대는 풀 수 없는 상형문자 속에
그대의 지문指紋을 보여준다.
그대의 영원은 우리의 시간 속에 울려 퍼지고
그대의 영원은 우리 존재의 돛대에 윙윙거린다.
Ⅱ
모헨조다로여!
그대의 주민들은 시장의 찬란함에서
무서운 흐름을 대면해야 하는
그들의 꿈 속 신음과 외침으로 늘 돌아왔다.
뒤숭숭한 별과 달이 그들 시공 밖의
어떤 중심을 향하여 수렴하는 사이에
어둠이 빛을 통하여 번쩍이듯
죽음은 생명을 통하여 번쩍인다.
하지만 그 번쩍임은 그대 목숨에 닿지 못한다.
영원은 시간을 통하여 번쩍이지만
결코 그대 목숨 안에 와 닿지 못한다.
기도와 의식儀式만이 그 간격을 메울 수 있다.
한 찰나를 다른 찰나로부터 분리시키는
그 무한한 간격을 메울 수 있다.
기도만이 산 자와 죽은 자를 결합할 수 있다.
모헨조다로여!
그대 마음의 축소된 시공을
시공의 지렁이가 가로질러 기어가고 있다.
수만 리 시공을 떨어지는 찰나는
영원을 언뜻 언뜻 보여준다.
그대의 신화는 영원으로 인도하는 회랑이다.
우리는 모두 신화를 열망한다.
영원으로 통하는 회랑인 그런 신화를
우리는 모두 신비를 열망한다.
또 다른 궁극적 존재에로 문을 열어주는 신비를 열망한다.
우리는 아직도 같은 어둠과 절망에 시달리고 있다.
별들은 아직도 그대의 부재 주위를 맴돌고 있다.
인더스 강은 영원의 수정으로 번득이는
지구의 젖이다.
시공과 함께 흘러가는 동안
인더스 강은 서로에게서 무한히 떨어져 있는
찰나와 찰나를 이어주면서
그대 시공의 병을 치유해 주었다.
인더스강의 모든 분수령은 어둠 속에서
아직 이루지 못한 시공을 절규한다.
물은 그대 생명의 피였다.
물은 그대 시공의 탯줄에 흘렀다.
물은 그대의 가장 밀교적 의식을 자극하고 키워주었다.
물은 그대의 명상과 주문을 맑게 씻어주었다.
물은 늘 정화되어야 한다.
그대 존재는 우리의 흩어진 신비를 모아주는 나침반이다.
그대 존재는 연금술사들을 사로잡던 그 환상의 노루,
은을 금으로 만드는 그런 신비이다.
그들의 혼과 환영을 사로잡던
연금술사들의 사라지는 그 노루는
서로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는 찰나들을 이어주었다.
마치 그들이 철과 은, 은과 금을 연결시키면서
영원의 모습을 보여주듯
그대의 다급한 절규는
우리 꿈의 흐름을 따라 흘러내린다.
우리들 광란의 환영은
수억 개 무명無明의 거울 속에 부서진다.
그대 강물 속에 스쳐가던 물고기는 가끔
우리 조상의 목소리가 흐르는 꿈 속을 스쳐간다.
기억은 지워지기도 하고 새로워지기도 하며
추억은 병들기도 하고 치유되기도 한다.
그대 꿈에 번쩍이던 물고기 비늘은
때때로 우리 꿈 속에 번쩍인다.
그대의 바위는 아직도 꿈의 음악으로 울려 퍼진다.
망각이란 결국 영원을 뒤돌아보는 눈길이다.
우리는 아직도 풀리지 않는 형상들과
인더스 상형문자 속에서 그대의 머나먼 목소리를 듣는다.
인간의 수사학은 존재하고 또한 존재하지 않게 되는
그러한 신비를 망각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 눈으로 보라고
그대가 보내준 전갈인
그대 상형문자를 풀어낼 수 없다.
마치 그대가 자신의 암호를 풀지 못했듯이
그대의 수수께끼 상형문자는
그대 신비의 모습을 언뜻 보여주는
현미경이다.
그것은 우리가 그대 시공을 뚫어보고
그대 신비를 명상하도록
우리에게 그대가 준 렌즈이다.
그대는 이 풀 수 없는 상형문자를
우리에게 주어
역사와 그 너머까지
우리가 바라보도록 해준다.
그리하여 우리 존재가 늘 그렇듯
맹목적으로 기뻐하고 절망하도록 한다.
그대의 상형문자는 이방의 전갈을 전해주든지
우리를 어리둥절케 하여
어떤 깨달음에 이르게 하기 위한
그대의 휘어진 혀이다.
하루살이는 종국적 황홀을 찾아
불길에 달려든다.
그대 시인들은 시에 사로잡혀 인간 생명의
불꽃을 영구히 하려고 애썼다.
그들은 종종 실신하여
필사의 벼랑 아래로 떨어지고
아득히 떨어져 있는 찰나들을 용해시켜
영원으로 연결하였다.
벽돌을 쌓고 물을 길어 올리며
그들 캄캄한 방에서 은유의 불길을 피워 올렸다.
밀교의식은 흔히
공통의 계시를 향한 여정旅程이었다.
Ⅲ
그대는 별빛 한줌을 집어
어둠 속에 던졌다.
그대 목소리는 아직 그대 시공과 우리 시공을 울려 퍼진다.
그것은 그대가 의도한 바 음악이자 非음악이다.
그대의 빛은 아직 우리의 시력에 번쩍인다.
토기 조각과 뼈의 화석은 그대 폐허 위에 깔려 있다.
말 못하는 동물의 손이 그대 침묵 속에서 튀어나온다.
진흙 집과 사암砂岩 천정에 그려진
그대 얼굴과 장소는
지정指定할 수 없는 미지의 목적지를 향하여
영원히 움직여 나아가고 있다.
뇌 속에, 기억 속에, 시공을 통하여
그대의 풀리지 않는 상형문자와 조각들 속에
미래에 관한 기억과 과거에 대한 환상
그대 도시의 남녀들은 영원한 포옹을 하고 있다.
뇌 속 우주 속에, 꿈 속 우주 속에
빙빙 돌며 춤추는 탁발승들처럼
물 속에, 창공 속에, 벽돌 사이에 빙글빙글 돌면서
미래에 관한 기억과 과거에 대한 환상
그대 도시의 남녀들은 영원한 포옹을 하고 있다.
그대 마을의 서사시와
그대 마을의 칭송은
단절된 그러나 어김없는 우리 종족의 기억을 따라 흘러간다.
그대의 알아볼 수 없는 열린 꿈과
그대 열병 같은 악몽 속 중얼거림은
우리의 단절된, 그러나 어김없는 종족의 꿈 속을 흘러내린다.
Ⅳ
모헨조다로여!
그대의 기막히게 설계된 도로와 수로는
미래의 승리와 재난의 설계도였다.
그대의 설계자들은 그들 기상천외의 환상과 광란을
그대 문명의 기하학으로 전환하였다.
그들의 세계관을 그대 도시의 구조 위에 실현시켰다.
종종 끊기고 잘린 그대의 꿈과 악몽을 물려받듯,
우리는 그대의 서사시를 물려받는다.
해명할 길 없는 그대의 꿈과 비탄의 유산을
우리는 물려받는다.
그대의 단편들은 우리의 집단기억의 강물을 흘러내린다.
그리하여 우리는 그대의 시인들에게
그대의 물레에서 그들이 짠
끊기고 깨어진 이야기들을 이어받아
그들의 서사시를 이어간다.
이는 바로 신화와 역사가 지닌 의미이다.
우리는 그대의 마른 우물에서 마실 물을 퍼올린다.
물과 불은 문명을 키우고 처벌한다.
약탈은 종종 권력과 영광의 자랑거리이다.
그대의 영영 죽은 자들을 화강암의 응시에서 일깨워
환상과 목소리, 탐욕과 은혜가 살아 있는
시공의 불길 속으로 시선을 돌리게 하라.
우리의 더듬는 손에
그대는 풀리지 않는 상형문자와 조각彫刻을 쥐어준다.
그대의 종교와 의식은 그대의 주민들을
자궁에서 무덤으로, 동굴에서 성당으로 이끌어 주었다.
그대 존재의 유일한 목적은
궁극적 패배와 붕괴를 그대 스스로 은밀히 알도록 하는 데 있다.
모헨조다로여!
그동안 그대는 놓친 것이 별로 많지 않다.
그대 내부의 방들에 퍼지던 빛과 어둠은
아직 우리 내부의 공간에서 울리고 있다.
그대의 가장 깊은 공간에서 돌아온
귤 나무와 사과 꽃과 풀을 뜯는 양들은
아직도 그대 외부의 공간을 밝히고 있다.
모헨조다로여!
화석의 공룡같이
우리 시공의 황야에서 다시 일어서라.
일어서서 그대 침묵의 동굴에서
거대한 야수처럼 포효하여 보아라.
모헨조다로여!
우리가 참으로 인간적인 결론에 도달하기 전에
한 천년을 더 졸아 보아라.
수천년 동안
그대 화강암의 눈은 화강암의 창공을 응시하였다.
우리 모두 한 천년 더 기다려보자.
과거와 현재의 참뜻은 미래 속에 있다.
모헨조다로여!
우리는 처음으로 사람이 그대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 날을
기념하고 송축한다.
우리는 사람이 처음으로
제 심장의 고동이 우주의 맥박임을
깨달은 날을 송축한다.
우리는 지금 여기서
어둠과 무명無明에 대한 우리의 사랑을 가꾸러 왔다.
우리는 그대의 가장 비밀한 곳에서
그대의 빛과 어둠을 가꾸러 이곳에 왔다.
우리의 유일한 유산인, 있고 없음의 이 신비를 명상하려고
이곳에 왔다.
마치 우리의 손과 얼굴이
시간이 끝나는 날 그들을 받아줄
어떤 자비로운 손길을 향하여 움직여 가듯
그대 도시의 지리와
그대의 화석 뼈와 물레방아들은 모두
어떤 자비로운 목적지를 향하여 가고 있다.
조각들과 춤추는 소녀와 사제,
그대의 건축물과 그대의 아픈 부재는 모두
아직 유효有效한 그런 종말을 향하여 움직여 가고 있다.
*시작노트:
1
모헨조다로(Mohenjo-Daro) 유적: 현재 파키스탄 인더스(Indus)강 하류의 모헨조다로의 근교에 있는 인더스문명의 도시 유적. 모헨조다로 문화(Harappa 문화의 일부로 설명되기도 함)는 BC 2000~BC 1500년경의 청동기문화로서 강력한 정치체제가 존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유적에는 거대한 공중목욕탕, 곡물창고, 강당 등 공공건물들이 있으며 사방으로 뻗은 도로로 정연하게 구획된 도시에는 정원이나 우물이 있는 민가가 늘어섰고, 배수시설도 완비돼 있음. 아직 해독되지 않은 상형문자와 인장, 문양토기, 토우, 장신구, 정교한 조각 등 유물이 많음. 1921년에 처음 발굴되었고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문명에 비견하는 문명의 발상지로 인식되고 있으며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음.
2
이 시의 영어번역문은 파키스탄의 고고학. 역사학 협회가 단행본으로 발간하였으며, 중요한 문화. 예술상인 Bolan Prize for International Merit(볼란 국제공로상)을 받았으며 파키스탄 민속박물관과 합작한 예술영화 “MOENJODARO”의 기초가 됨.
▣ 고창수 시인 연보
1934년 12월 5일 함남 흥남 출생
1962년 성균관대학교 영문과 졸업
1965년 경북대학교 대학원 졸업 (영문학, 석사)
1965년 경북대학교 문리과대학 강사
1965년~1966년 『시문학』지에 시 추천: 파편줍는 노래 (김현승 추천), 도시의 밤 (김춘수), 화폭환상 (이영순)
1965년 Korean Republic, 영국문화원 주최 Shakespeare Short Story Contest에 영문 단편소설 입선
1965년 외무부 입부
1965년~1996년 본부, 주이디오피아대사, 주시애틀총영사, 국제문화협력대사, 주파키스탄대사 역임
1967년 미국 Columbia 대학교 대학원 수학 (외교학)
1974년 “Korea’s Best Loved Poems” (한림출판사) 출간
1976년 시집 『파편 줍는 노래』 출간 (세종출판사)
1977년 우간다 Makerere 대학교 석사 (비교문학)
1980년 한국문학번역상 수상 (코리아타임즈)
1982년 성균관대학교 문학박사학위 취득 (T.S. Eliot 장편시 『네개의 사중주』에 나타난 불교사상 연구)
1983년 미국 Northwestern 대학교 대학원 수학 (국제관계)
1985년 Columbia대학교 출판사 발행 영시목록에 한국시 포함
1986년 시집 『산보로』 출간 (문학예술사)
1987년 영역시집 “Anthology of Contemporary Korean Poetry I” 출간 (서울국제출판사)
1988년 시집 『몇 가지 풍경』 출간 (시문학사)
1989년 “Anthology of Contemporary Korean Poetry II” 출간
1990년 영문시집 “Poems of Koh Chang Soo” 출간 (국제출판사)
1992년 영문 소시집 “Landscapes” 출간 (미국작가협회)
1992년 미국 하와이대학교 한국문학번역회의에서 발제
1993년 미국 Asia Society 주최 학술회의에서 한국문학 발제
1993년 영문시집 “Seattle Poems” 출간 (Poetry Around 출판사)
1995년 시집 『원효를 찾아』 출간 (문학아카데미)
1996년 영문 및 urdu 어 시집 “Sound of Silence” 출간 (파키스탄 Leo Books 출판사), 영문시집 “Moenjodaro” 출간
1996년 파키스탄 민속박물관에서 단편영화 “Moenjodaro” 제작
1996년 파키스탄 Bolan 국제문화공로상 (시부문) 수상
1996년 파키스탄 정부 문화훈장 수상
1996년 시문학상 수상 (시문학사)
1996년 한국국제교류재단 상임 고문
1997년 박제천 영역시 “Sending the Ship out to the Stars” 출간 (미국 Cornell대학교 출판사)
1997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단편영화 “Moenjodaro” 상영
1998년 연세대학교 번역문학연구소 국제학술회의에서 발제
1998년 콜롬비아 Medellin 국제시축제 참가 (일간지 및 Prometeo 출판사 간행 시집에 서어번역시 계재)
1998년 미국독립영화제 Worldfest Charleston에 단편영화 “Moenjodaro” 입선 (기타: 한국소형영화제, 스위스로망드 영화제, 동경비디오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프랑스 리용영화제 등에 입선, 초청 상영)
1999년 미국 W.W. Norton 사 간행 시선집 “World Poetry”에 자작시 및 영역시 수록
1999년 미국 Metropolitan Museum 간행 시화집에 번역시 수록
2000년 한.영문 시집 『소리와 고요 사이』 (“Between Sound and Silence” 발간) (한림출판사)
2000년 말레이지아 세계시낭독회 참가
2001년 시집 『씨네포엠』 발간 (들꽃출판사)
2001년 카나다 고등학교 영어교재 “ViewPoints 11”에 『한국마을 정원에서』의 영역시 계재
2001년 정문문학상 수상
2002년 대구세계문학제를 위한 한국문학인대회 참가
2002년 시인들이 뽑는 시인상 수상
2003년 루아니아 Lucian Blaga 국제시축제 대상 수상
2004년 영어시집 “What the Spider Said” 발간(미국 Homa & Sekey Books 출판사)
2006년 UNICA 비상업세계영화제 심사위원
2008년 서울세계실험영화제 초청상영
현재: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한국시인협회, 한국현대시인협회, 한국영화학회, 외교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