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신문하고 대화하는 법 알아?"
"벌써 몇 번이나 내한테 써 먹었는데 그걸 모를까봐?"
"히히."
"새벽에 일어난다. 대문앞에 가서 쪼그려 앉아서 기다린다. 신문투입구에서 부시럭거리며 신문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면 소리친다. '누구세요?' 그러면, '신문입니다.' 하고 외치잖아. 그렇게 신문하고 대화하면 된다는 얘기잖아. 이렇게 하면 요구르트하고도 대화할 수 있고...... 이걸 몇 번이나 써 먹노?"
"이젠 아에 외어버렸구먼. 하하하. 다름이 아니라, 지난 주에 포항 구룡포 호미곶에 갔을 때, 피대기 오징어하고 얘기한 것을 적어 보려고 그러지."
"내 그럴 줄 알았다. 그 때 왠지 꼬치꼬치 캐 묻더니......"
"히히. 당신은 이제 내가 하는 행동을 보면 척하면 삼척이구나. 이젠 우리 사이에 신비감이 없겠어. 당신이 다 알고 있으니."
"그래, 얘기로 함 풀어 보시지."
이렇게 시작된 포항 호미곶에 갔을 때의 얘기를 피대기하고 대화한 형식으로 적어 본다.
오징어 피대기는 과메기와 더불어 포항 구룡포산이 최고이고, 동해 청정해역에서 어획한 오징어를 산지의 신선한 바닷 바람으로 말랑말랑한 수준(70%)까지 건조시킨 식품을 뜻한다.
호미곶 조그만 항구에 바다와 경계를 이루고 있는 언덕배기를 따라 배를 딴 오징어들이 죽 늘어서 있었다.
항구 방파제엔 학꽁치 낚시꾼들이 옹기종기 모여 낚시질을 하고 있었다.
빨랫줄 같은 곳에 연신 오징어를 널고 있던 아주머니께 물었다.
"이 것 뭐하는 거예요?"
"보시다시피 오징어 널고 있어요."
의외의 대답이다.
쓸데없이 질문한다고 무뚝뚝할 줄 알았는데, 반기듯이 선뜻 대답을 하는 것을 보니 꽤나 싹싹한 분 같았다.
아주머니는 키가 아주 작아서 오징어를 줄에 매다는 것조차 힘들어 하고 있었다.
뒷굼치를 들었다 놓았다 하는 것이 내가 보기에는 필사적인 모습으로 보였다.
하루종일 땡볕에서 일을 해서 그런지 얼굴빛은 구릿빛으로 변해 있었다.
챙 달린 모자로 얼굴을 가렸는데도 새까맣게 탄 것이 표시가 났다.
고무장갑을 낀 손으로 흥건히 젖어 있는 오징어를 리어커에서 집어들고는, 꼬챙이로 오징어 등짝 부분과 배 부분을 꾹 찔러서는 줄에다 너는 동작이 엄청 빨랐다.
"하루에 몇 마리 정도 널어요?"
"한 7~8백 마리 정도 됩니다."
"그럼 아침부터 하겠네요?"
"웬걸요, 새벽부터 합니다. 새벽 5시부터요."
"그렇게나 일찍요?"
"새벽에 배가 들어오면 그걸 경매 받아야 되거든요."
"아, 사서 하는 거예요? 직접 잡은 것이 아니고?"
"예, 경매 받아요."
"그럼, 배를 따야 되잖아요? 혼자서 다 해요?"
"아뇨, 일꾼 한 명 구해서 같이 합니다."
"그럼, 새벽에 경매 받아서 오징어 배를 따고, 지금 널고 있군요?"
"예, 저 쪽 우리 가게에서는 아직도 아줌마 한 명이 배를 따고 있어요. 난 여기서 배 딴 것을 널고요."
"그럼, 여기에 이렇게 널려 있는 것이 전부 아주머니 거예요?"
"우리 것도 있고 다른 사람 것도 있어요."
"이게 그럼 피대기 만드는 거예요?"
"예, 피대기는 이렇게 하루 말리고 내일 다시 뒤집어서 하루 말리면 되요."
"아, 그러면 이틀 정도 말리면 되네요?"
"요즘 같은 날씨는 한 이틀 정도면 됩니다."
"그럼, 마른 오징어는요?"
"마른 오징어는 짧으면 3일, 길면 5일 정도 말려야 되요."
"그게 다예요?"
"아뇨, 이렇게 말리고 또 뒤집어서 말려서는 집에 가서 오징어 다리 붙은 것 다 떼 주고, 몸통 부분도 일일이 다 펴 줘야 합니다."
"여기서 이렇게 며칠씩 말리면 사람들이 훔쳐 갈 텐데요. 촌에 고추 농사 지어 놓은 것도 다 훔쳐 가는데?"
"그래서 밤새워 지키기도 합니다. 근데 지금까지 훔쳐 가는 사람 없었어요."
"이렇게 낚시꾼들이 많은데 훔쳐서 굽어 먹기도 할 텐데요."
"어쩌다 그런 사람도 있는데 상관 안 합니다."
"진짜로요?"
"한두 마리 먹는 걸 가지고 뭐라고 하기가 좀 그렇잖아요?"
"인심도 참 좋으시네요. 근데요, 파리가 왜 한 마리도 없어요? 오징어 냄새 맡고 마구 덤벼들 텐데요."
"이곳은 공기가 맑은 곳이라 파리 같은 것은 일체 없습니다. 보시다시피 깨끗하잖아요."
"오징어가 정말 투명하네요. 전 이렇게 깨끗하게 말릴 줄 몰랐습니다. 파리떼가 들끓고, 발로 밟아서 너무나 더러운 것일 줄 알았는데요."
"절대로 안 그렇습니다. 한 번 잡수어 보실래요?"
"아, 굽어 주기도 합니까?"
"예, 굽어 드리지요. 몇 마리요?"
"그냥 맛 보게 한 마리만 굽어 주세요. 그리고 피대기도 팝니까?"
"예, 우리는 직접 만들어서 직영으로 팔기 때문에 다른 곳에 비해 훨씬 쌉니다."
"그렇다면 이따가 갈 때 좀 사 가야겠습니다. 이렇게 하면 돈은 엄청 벌겠네요."
"말도 마이소, 요즘은 장사가 전혀 안 됩니다. 겨우 먹고 살아요."
"에이, 또 그러신다. 장사하는 분들은 항상 그러신다니까요."
"진짭니다. 10월부터 12월까지 이렇게 오징어를 만들어서 일년 내내 팔아서 먹고 사는데, 요즘은 정말 장사가 안 됩니다. 먹을 것이 너무 많아서 그런지, 원."
"이쪽으로 관광객이 얼마나 많이 오는데요."
"생각보다 안 많아요. 그리고 경쟁자가 얼마나 많은데요. 겨우 풀칠하고 살아요."
"그럼, 맨날 이렇게 일해요?"
"요즘 같은 날엔 그렇습니다. 이것도 한철이니까요. 어제도 새벽 2시에 자서 잠깐 눈 붙였다가 새벽 5시에 일어났으니까, 죽겠습니다, 힘들어서. 다 먹고 살려니까 할 수 없지만요."
"그러시군요. 요즘 힘 안 드는 곳이 없군요. 오징어나 한 마리 굽어 주이소."
이렇게 땡볕에서 일하시는 피대기 아주머니와 대화를 하고는, 한 축에 만 원씩 하는 피대기 오징어를 세 축이나 사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 피대기 오징어는 수분 함유와 타우린(Taurin) 및 베타민 (Betaine)이 적당하게 생성되어 있어, 마른 오징어에 비하여 육질이 연하고 맛 또한 월등하다.
또한 구울 때 타우린 성분에 의해 특유의 피향을 내며, 이 성분이 중성기질을 억제하는 EPA와 머리를 좋게하는 DHA, 간장해독작용, 성인병을 예방하는 HDL성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노화방지와 건강에도 탁월한 효과를 내는 장수 식품이라고 한다.
그래서 요즘 우리 집은 저녁만 되면 피대기 오징어 굽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

2006년 11월 8일
멋진욱 서.
첫댓글 멋진욱님이 선그라스를 눈섭밑에 걸치신폼이,피데기속에 다이아몬드를 검색 하시는 세관원으로 보이는것은 웬일,피데기좋다 자랑말고 있는피데기 빨리먹자.왜?잇으면 돌라카는 인사가 많이 이쓸 끼거든....
사진, 이거이 완전 북녘땅에 한 어촌 같습네다. 기관원 동지께서리 감시가 심하십네다....ㅎㅎㅎ
맞아요. 윤춘기 단우님은 누구에겐가 꼬지르고 있는 모습이고..피대기 아줌마는 묵묵히 일만 하시고..ㅎㅎ
이 피대기는 멋진욱님과 우리 바다가 아주 좋아하는 간식. 그리하여 구워내는 것은 제 담당이 아님다. 싹싹 씻어 전자렌지에 30초씩 뒤집어 가며 구워내는 맛은 바다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라죠?
엥 ! 내얼굴이.....열심히 질문하시더니.
히히..재미있다. 또 올려조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