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떡 세계화로 `똑` 소리 내야죠"
신세대ㆍ외국인 공략 `인기몰이`
떡카페도 개설…美체인점 개장 꿈
"김치처럼 떡도 충분히 세계 시장을 뚫을 수 있다고 봅니다. 보존문제를 해결하고, 보다 앙증맞게 만든다면 세계화가 얼마든지 가능하거든요. 젊은층의 호응을 보면 확신이 섭니다".
잘나가던 직장인에서 `브랜드 떡`업체 사장으로 변신한 김순희(44ㆍ미단 대표) 씨. 김 사장은 지난 2000년부터 서울 역삼동 스타타워 지하2층에 `미단`이란 브랜드의 떡을 선보이고 있다. 떡카페 이름도 `미단`이다.
"브랜드 떡을 출시하기로 하고, 점포를 구하러 여러 곳을 둘러봤죠. 그런데 `기왕이면 최고 건물에서, 제대로 해보자`는 오기가 생기더군요. 떡집을 해서 그 엄청난 임대료를 감당하겠느냐는 우려도 많았지만요".
아닌 게 아니라 스타타워아케이드는 임대료가 가장 비싼 곳인 데다 입점조건도 까다로워 초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나 기존 떡과는 판이하게 다른, 예쁘고 맛갈스런 떡과 세련된 인테리어로 무장하자 고객반응이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더라는 것.
"떡집은 떡집이지만 첨단으로 하자는 생각에서 브랜드 네이밍도 전문업체에 맡기고, CI도 일류 업체에 의뢰했습니다. 미단이란 이름은 `쌀로 만든 도타운 단`이란 뜻인데 부르기 쉽고, 차분해서 마음에 들었죠." 그러나 전혀 생소한 분야에 뛰어들어 초창기 고생을 숱하게 해야 했다. 같은 대학(서강대) 동문으로, 같은 직장(신라호텔)에 함께 근무했던 남편(조승재 씨)이 식자재 담당이어서 떡이 낯설진 않았고, 부부가 견과연구원에 다녔지만 기술자를 다루는 건 힘든 일이었다. "계량화, 과학화를 자꾸 요구하자 기술자가 쌀을 물에 담가놓곤 종적을 감추기 일쑤였다"는 김 사장은 "주문약속을 지키느라 피를 말렸지만 많은 걸 배웠다"고 회고했다.
당시 4명이었던 직원이 이제는 15명으로 늘어난 미단은 신라호텔, 공항터미널예식장 등에 고정납품하는 것은 물론 명동(직영점)과 여의도(대리점)에도 점포가 생겼다.
"떡이 너무 예뻐 먹기 아깝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는 김 대표는 "전통떡의 고소한 맛은 살리되 한입에 쏙 들어갈 크기여서 신세대와 외국인이, 특히 선호한다"고 들려준다. 미단의 최고 인기상품은 단자 케이크. 바닥에 약식을 깔고 대추단자와 딸기단자를 한 줄씩 둘러 모양도 예쁘고 맛도 그만이다. 생땅콩을 갈아 고물에 묻힌 땅콩찰떡, 흑미찰떡, 호박인절미도 인기다.
`미단`에는 간단한 점심식사로, 오후 서너시쯤 간식삼아, 퇴근길 가족에게 주기 위해 떡을 찾는 이들이 줄을 잇는다. 포장 또한 세련돼 VIP고객이나 직원 선물로 떡케이크를 주문하는 기업도 늘었다.
"며칠 전 일본인 할머니가 약도를 들고 명동점을 찾아 `우리 딸이 사와 먹었는데 너무 맛있어 또 찾았다`고 해 마음이 뿌듯했다"는 김 사장은 "3년 내로 미국에 미단 떡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본 진출도 검토 중이다.
"앞으로 10년 후면 베이커리가 차지하고 있던 자리에 떡카페가 들어설 것"이라고 전망하는 김 사장의 얼굴에선 `떡의 세계화를 주도한다`는 자부심이 오롯이 배어 있었다. (02)2112-29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