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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단으로 퍼갈 수 없습니다.* 낙조와 갯벌체험을 동시에-궁평낙조 글/사진: 이종원
들어가는 말 대지가 뜨거워질수록 바다에 대한 그리움도 커진다. 그리움이 자라면 상사병으로 커가고 그것이 곪아 터지면 손 쓸 대책이 없다. 차라리 가까운 바다에 발을 적시는 것이 마음의 병을 막는 최선의 길일지도 모른다. 뉘엿뉘엿 지는 해가 아쉬운지 갈매기 울음소리는 그치지 않는다. 사람도, 갈매기도, 찢어진 그물도 해를 보내며 아쉬움을 토해내고 있었다. 해는 홀로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운지 바닷물까지 들이 마시고 있었다. 어찌나 마셔댔는지 바닷물을 만나러 가는데 3km나 걸어가야 할 정도다. 동해가 거친 바람과 파도가 밀고 들어오는 공격형 바다라면 서해는 물을 내보내는 수비형 바다다. 그렇기에 업사이드 트랩은 서해바다를 따라갈 수 없었다. 물이 빠지는 것도 순싯간이지만 어깨동무하듯 나란히 동조하는 모습은 자연이 만들어낸 경이다. 야속하게도 뻘만 남긴채 바다는 횡하니 떠나가 버렸다. 겉보기에 뻘은 황량했지만 그 속내엔 풍요가 가득차 있었다. 바지락, 게, 고동, 골뱅이... 2005년 6월 22일 궁평바다가 내게 준 선물이었다.
궁평해수욕장 화성군은 송아지의 머리모양을 하고 있다. 그 주둥아리 입술에 자리잡고 있는 곳이 바로 궁평포구다. 경기도를 먹여 살리는 입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곳엔 해산물이 잡히지않을 재간이 없다. 포구 왼쪽에는 천혜의 해수욕장인 궁평해수욕장이 자리잡고 있다. 폭 50m, 백사장이 2km에 걸쳐 이어지고 있었고 100년이 훌쩍 넘은 해송 5천그루가 그 바다를 보둠고 있었다. 해송숲에서 바라본 일몰 또한 놓칠 수 없는 풍경이다. 간첩을 막겠다고 철조망을 쳐 놓은 것이 눈에 거슬리고 숲속에 숨어 있는 탱크도 도무지 바다 풍경과 걸맞지 않는다. 더위에 지쳤는지 고깃배도 백사장을 베게삼고 비스듬이 누워 있다. 달리지 않으면 자전거가 쓰러지듯 물 없는 배는 쓰러져야 했다.
밀물이 때문에 갯벌사진을 찍지 못해 아빠는 안절부절하고 있을 때 아이들은 아빠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냥 신이 났다. 바다에 둥둥 떠다니는 쓰레기도 이들의 놀잇감이다.
내마음은 아직 봄인데 아이의 마음은 여름인가보다. 아이들의 동심이 그다지 깨끗치 못한 바다를 정화시킨다.
바닷물이 정말 짠가? 미역도 먹어보고 흙도 먹어보고 ....
해당화가 탐스럽게 피어 올랐다. 거친 바다가에 이렇게 예쁜 빛깔을 낼 수 있는 대견할 따름이다. 온작 바람에 굳굳히 견뎌 냈기에 가지런한 꽃잎을 갖춘 것은 하나도 없었다.
대부도, 송산면, 서신면..이곳은 포도의 명산지다. 비릿한 바람을 맞으며 알갱이를 여물게 하고 있다.
해상유원지 화성시는 궁평을 해상유원지로 만들어 놓았다. 어촌체험관광안내소, 무진장 큰 광장, 방파제에 걸맞지 않는 전통정자, 열주분수등 화려함은 더했지만 예전의 한적한 포구맛이 사라져 못내 아쉬움이 따른다. 편리함을 추구하면 더 중요한 소박함이 사라지는데...
열주분수다. 정동진에서도 이런 것을 만들더니 요새 바닷가에 12지신상을 열주로 만드는 것이 유행인가보다.
궁평항 방파제. 최근에 전통정자를 세워놓아 서해 낙조를 멋지게 감상할 수 있게 했다. 한쪽은 노을이요. 한쪽은 어촌 풍경이 펼쳐진다. 데이트 코스로 제격이다.
낙조를 바라보고 있는 아내와 정수. 황금보다 더 소중한 바다.
정자에서 바라본 바다. 물이 이곳까지 빠진다. 금색 노을에 물든 갯벌 역시 멋진 경치하는데...
먹거리는 여행의 감초다. 포구에서 갓잡아온 활어가 식탁에 오른다. 11시쯤이면 포구에서 경매가 시작된다. 이때가 되면 뱃사람이나 경매인이 모두 가슴 졸이기는 매 한가지다. 하루 노동의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안주가 좋아서 한 잔, 바다를 바라보며 한 잔, 아내를 바라보며 한 잔.... 이러다보니 취하지 않을 재간이 없다. 하긴 술에 취하든 바다에 취하든 궁평에 와서 멀쩡하게 나가는 사람은 바보다.
배낚시 못지 않게 인기 있는 곳이 바로 방파제 낚시다. 낚시짐을 정리하는 강태공의 차 트렁크를 몰래 훔쳐 보았는데 ...코펠, 버너, 아이스박스는 물론이고 텐트와 TV도 있었다. "궁평의 손맛을 본 사람은 이 곳을 떠날 수 없어요."
갯벌체험 근처 제부도가 모세의 기적을 보았다면 궁평 포구와 궁평해수욕장을 잇는 바닷길은 작은 모세의 기적을 보여줄 차례다. 그다지 길지 않지만 바다를 가로지르는 맛이 그만이다. 바다에 발을 담그고 있는 '서해대장군 '등 장승도 볼 만하다.
금빛바다를 배경으로 쉬고 있는 갈매기.
드디어 물이 빠지기 시작했다. 사람도 새도 바다도 뻘도 하나가 된다.
궁평낙조는 화성 팔경중에 하나로 명성이 자자하다. 어쩌면 반도의 끝자락에 붙어 있어 더 아름다운지 모른다. 낙조와 바지락캐기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호미로 흙을 조금 걷으며 뻘에 구멍이 보인다. 그곳을 파내면 보석처럼 생긴 바지락을 건져낼 수 있다. 썰물때 생기는 자연의 선물이다.
바다를 향해 걸어본다. 까닭모를 외로움이 절절 흘러나온다. 그런걸 만끽하는 것이 포구산책이 아닐까. 단동에서 인천으로 향하는 페리호에서 만난 조선족이 갑자기 생각난다. 그는 붉은색 가짜 나이키모자를 머리에 쓰고 초조하게 바다를 바라 보고 있었다. 그는 산업연수원생이었다. 3년동안 고향을 등지고 낯선 땅으로 돈벌러 떠나는 것이었다. 아내와 자식 둘을 고향에 두고...하긴 우리 선조가 만주땅을 밟을 때도 마찬가지 심정이었을 것이다. 그 자손들이 다시 한국땅을 밟게 되니 참으로 세상사 묘하다. 그가 일하러 가는 곳이 바로 화성이었다. "화성에 대해 아는 것을 뭐든지 말해주세요." 도무지 화성에 대해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야속하게도 살인사건만 머리에서 뱅뱅돈다. 그렇다고 그에게 그걸 얘기할 수도 없었다. 제부도와 포도 얘기만 했는데.....지금 생각해보니 궁평낙조를 애기하지 못한 것이 참으로 후회가 된다. '힘들때마다 궁평의 해를 생각해보세요.' 그는 지금 화성땅 어느 공장에서 일하고 있겠지.
마음껏 소리치고 불평해도 바다는 모든 것을 감싸준다. 오늘 태양이 없어졌다고 아쉬워해도 내일이면 해는 그 자리를 차지한다.
뻘을 벗어나기 아쉬워서....
정수가 골뱅이를 캤다. "아빠..집에 가서 맥주 안주 만들어 줄께"
큼직한 소라도 캤다. 온통 흙으로 뒤덮혔지만 아이는 바다로부터 진솔한 노동을 배우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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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e train qui s`en va" - Helene |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오랫동안 못 갔는데... 많이도 변했나 봅니다.
작년에갔을때 너무나멋진 일몰을 보고온기억이 새롭네요. 그때는 정자가 없었는데... 다시한번가볼까나...
앗~~레드와인님 오랫만이네요?..어찌그리 무심할수가~~~잘 지냈지요?..정말 반갑네요...^*^
우리 꼬맹이들 데리고 가면 좋아 하겠네요...서해낙조는 정말 볼만 하지요...멋져요~~
새삼스런 얘기지만...대장님,글 넘 잘쓰세요.아마도 글을 위한 글이 아니기 때문이겠죠?^^ 오늘 제 마음이 바다&갯뻘과 같은 파장스오 진동하고 있나봅니다. 방향키 내려가며 천천히&곱씹으며...한참을 머물다갑니다.
바다를 끼고 있는 농촌마을에서 태어나서 저는 바다를 일주일정도 못보면 병이 난답니다. 서해낙조는 정말 좋죠. 이종원씨덕분에 여행지에서 만난 낙조의 잔상들이 영화필름처럼 막 돌아 가네요.가족의 사랑이 묻어 있는 여행후기 잘 보고 갑니다.
궁평해수욕장옆에 조그마한 쇠사리다리가 있어요 그곳을 건너가면 씨렌드 단지지요 그곳에서 보는 일몰 역시 장관이지요 ....
지난 6월초에 가족들과 다녀왔는데 이렇게 보니 또 새롭네요 ^^ 애들이 갯강구 보구 징그럽다구 하던 생각납니다.. 마을 아주머니가 끓여준 인심좋은 바지락 칼국수도 맛있게 잘먹구 왔습니다.. 5인분 만한 3인분이었습니다..
정말 너무 멋집니다... 이번 휴가 때 다녀오면 좋을까여??
이번 연휴때 우리집 대가족(15명)이 움직일까합니다. 아이들도 좋아하고 어른들도 좋아할만 곳을 찾았는데.... 이곳에 가도 좋겠네요. 근데 14-15일 물때는 어디서 알아봐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