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조금씩 날씨도 따뜻해지고, 일본에는 어느덧 봄의 상징인 '사쿠라'가 여기저기서 피기 시작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이 시즌에는 벚나무가 만개한 공원에 도시락 등을 각자 가지고 모여서 '꽃놀이'를 하는 것이 보통의 풍경입니다. 아직 조금 으스스한 기운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바야흐로 봄이구나~'하는 생각이 들곤 하네요. 한국에서는 봄철이 되면 특별히 자주 행해지는 이벤트 같은 것이 있나요?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것은 없습니다만, 이 시기가 되면 한국에서는 어떤 풍경들이 펼쳐지는지 조금 궁금하네요.
사실 4월이라고 하면 봄, 봄이라고 하면 무언가 '시작의 계절'이라는 이미지가 강합니다. 일본은 4월에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신학기나 신입사원 등 새로운 환경에서 무언가 스타트를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 순수하고 무언가 신선한 기운을 가득 품고 있는 표정의 사람들을 거리에서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축구선수들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J리그는 보통 3월에 시즌을 개막해 4월이면 각 팀이 공히 네 번에서 다섯 번 정도는 시합을 치른 상태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안정감을 찾게 되는 시기입니다. 저 역시 이미 리그 5라운드 경기를 앞둔 상태입니다. 현재 우리 가와사키 프론탈레는 4경기까지 치른 뒤 리그 9위에 올라 있습니다. 좋다고도, 나쁘다고도 말할 수 없는 딱 중간지점에 있습니다. 다만 시즌은 이제 막 시즌이 시작되었다고, 반드시 더 위를 향해 이겨나가고 싶습니다.
정대세와 친구들 : 3번 이준일, 10번 홍영조, 11번 문인국 |
"조선 대표팀 멤버들을 소개합니다"
자, 그럼 오늘의 본격적인 주제에 관해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요. 남아공 월드컵이 이제 겨우 3개월 밖에는 남지 않았네요. 오늘은 이 자리를 빌어 여러분들께 우리 조선 대표팀의 멤버들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평소 미디어에 노출되는 경우가 별로 없으므로 여러분들께서도 무척 궁금해 하실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베일에 쌓인 조선 대표팀들의 면면을 최대한 상세히 전해보겠습니다.
국제무대에서 철저한 수비와 카운터 공격이라는 경기 스타일로 널리 인식되고 있는 조선 대표팀. 그 중에서도 바로 그 수비의 핵심은 골키퍼인 리명국 선수입니다. 리명국 선수는 불과 23세라고하는 아주 젊은 나이의 골키퍼입니다. 사실 그가 없었다면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본선진출도 없었을 지 모른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저 개인적으로는 리명국 선수의 활약상에 큰 인상을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아시아 3차 예선을 통과하는 과정과 최종예선까지 경쟁을 벌인 10개 팀 중 최소실점 부문에서 3위(5실점)를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리명국 선수의 공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최종예선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경기에서는 상대의 맹공에 맞서 무실점으로 경기를 치러내는 결과를 내면서 월드컵 본선진출을 위한 가장 확실한 교두보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의 아버지도 골키퍼였다고 합니다. 리명국 선수는 축구를 처음 시작할 당시에는 포워드 포지션을 봤었다고 하는데요, 소년시절에 팀 메이트였던 골키퍼 선수가 갑자기 부상을 당하면서 키가 크다는 이유로 임시보직을 맡은 것이 골키퍼 생활의 시작이었다고 합니다. 이후에는 결국 GK 포지션에 정착했고, 실제로 지금도 신장에 있어서 만큼은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의 조건입니다.
이어서 소개할 선수 역시 수비진의 멤버인데요, 리명국 선수와 함께 최종 수비라인을 책임지고 있는 이준일 선수입니다. 22살의 어린 선수지만 항상 냉정한 판단이 요구되는 디펜스 포지션의 통솔자 역할을 합니다. '긴장감'이야말로 자신의 경기력을 북돋워 주는 것이라고 말하는 이준일 선수는 평소에도 정신력에 있어서 만큼은 대단한 집중력을 보입니다. 매 경기 대표팀 시합을 치를 때면 자신의 뒤에 더 이상의 필드 플레이어는 없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상대팀 공격수들에게 절대로 슈팅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경기장에 들어섭니다. 저에게도 무척 의지가 되는 선수입니다.
이어 대표팀 좌우를 오가며 사이드를 책임지고 있는 '팔방미인' 지윤남 선수. 33세의 선수로 5-3-2 포메이션에서는 사이드 백을 보다가 3-5-2 포메이션으로 바뀌면 윙 하프의 역할까지 수행해 냅니다. 정확한 포지셔닝과 빠른 반응속도 그리고 상대의 측면공격을 가로막고 거기에서 다시 역습으로 득점기회를 만들어 내는 능력은 지윤남 선수를 빛나게 해주는 그의 대표적인 장점들입니다.
다음은 조선 국내의 축구팬들에게도 인기가 높은 문인국 선수입니다. 31살의 선수로, 우리 공격진에서는 빠트릴 수 없는 존재감을 자랑합니다. 오른쪽 사이드를 책임지는 것이 기본이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중앙 깊숙한 곳까지 침투해 들어가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합니다. 기회를 만들어 내는 능력은 물론 득점력도 높아 결정적인 장면에서 '한 방'을 해 줄 수 있는 선수라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체격은 비교적 작은 편이지만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움직이며 공격적인 플레이를 선보이는 스태미너와 그 스피드를 살린 돌파력은 '필견(必見)'입니다. 출전한 국제시합이 30경기가 넘고, 연령으로 보나 경험에 이어서나 팀을 견인하는 존재입니다. 감독이나 동료들로부터도 큰 신뢰를 얻고 있는 선수기도 하고요.
사실 수비위주로 중심이 되는 선수들을 소개하기는 했습니다만 조선 대표팀에는 이 외에도 좋은 선수들이 많이 있습니다. 특히 공격진에서는 홍영조 선수나 저의 뒤를 쫓는 많은 어린 선수들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이 선수들 역시 저희들처럼 활약하기 위해 절차탁마하고 있고요. 기회가 된다면 더 많은 조선 대표팀의 선수들을 소개해 드리고 싶네요.
북한대표팀의 김정훈 감독 |
순진무구한 대표팀 동료들
그리고 끝으로 지난 2년 정도의 시간 동안 제가 조선 대표팀에서 활약하며 느낀 우리 선수들의 사적인 표정을 조금 소개하는 것으로 글을 마무리할까 합니다. 선수들 대부분은 그야말로 순진무구해서 겉과 속이 똑같습니다. 그저 어린아이와 같은 미소를 지어요. 어쩌면 그들의 웃는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이라는 것의 상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웃음)
남의 험담을 하는 선수를 본 적이 없고, 그것은 선수들뿐만 아니라 코칭 스태프에 이르기까지 팀 전체의 분위기가 그렇습니다. 선수를 배려하는 모습이 그야말로 진짜 부모가 자식을 대하는 것 같은 분위기예요. 코치님들은 아침에 저희들을 만나면 "잠은 편히 잘 수 있었는가'하고 인사를 건네시고, 식사를 할 때도 "많이 먹으라"는 말씀을 하시면서 세심한 부분까지 자상하게 챙겨주시곤 합니다. 주변 사람들에 대한 배려를 항상 잊지 않는 모습입니다. 남을 먼저 위로하려는 기분은 전반적으로 팀 내에 넓게 자리잡고 있는 특성 중 하나일 것입니다. 물론 경기에 임할 때면 그런 다정함은 잠시 뒤로 하고, 승부를 향한 엄청난 집중력을 가진 '풋볼러'로 변하게 되지만요. 조선 대표팀의 강정리라고 한다면 역시 세계적인 수준의 정신력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어떤 매체에서 조선 대표팀을 소개하는 문구로 '기술, 전술을 능가하는 정신력'이라는 문구를 사용한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정말로 말 그대로입니다. 그리고 아마도 이 정신력과 포기를 모르는 불굴의 수비진이야 말로 다가오는 월드컵에서 우리 조선대표팀의 승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럼 또 다음 연재에서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10년 4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