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역의 복음화율이 90%를 상회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재적교인이 아니고 출석교인으로서 부풀려진 허수가 아닌 실수라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기독교가 국교인 스위스의 경우에도 복음화율은 다소 높을지 모르지만 출석률은 형편없이 낮은 게 사실이다. 스위스교회연합회에 따르면 올해초 기준으로 평생 교회에 출석하는 횟수가 3회 정도에 불과한 교인이 스위스 국민의 반에 불과하다. 태어날 때,결혼할때,그리고 임종 때가 전부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증도의 높은 복음화율을 떠받치고 있는 요인은 무엇일까. 지역 교회 관계자들의 설명을 듣고 세 가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첫째는 문준경 전도사가 우전리 백사장에 뿌린 순교의 피였다. 문 전도사는 증도 인근 임자면에 1933년 임자진리교회를 개척한 후 증도에 1935년 증동리교회,36년에 대초리교회와 병풍리교회 등을 잇따라 세우는 등 증도에만 10개의 교회를 건립했다. 그후 10개 교회에서 1개 교회가 분교돼 지금의 11개 교회가 됐다. 따라서 이곳의 교회는 사실상 문 전도사에 의해 모두 세워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1개 교회 가운데 장로교회 1곳만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성결교회라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특히 전체 교회 중 네 곳만 빼고 모두 재정자립도가 높다. 다른 도서·벽지교회 실정과는 전혀 딴판이다. 불과 41㎢의 작은 지역에,그것도 전체인구가 2200명밖에 되지 않은 국토 남단 자락에 이렇게 많은 교회가 이처럼 높은 자립률과 복음화율을 보이고 있는 것과 관련,어떤 이는 사회학적 접근을 시도하기도 한다. 육지와 교류가 원활하지 않았던 주민들은 따돌림을 받지 않기 위해 지도자를 따라야만 했는데 그 지도자가 바로 문 전도사였을 것이란 그럴싸한 해석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연합회 관계자들은 ‘천만에’란 단어로 이 해석에 일고의 가치를 두지 않는다. 비복음적 해석이란 의미다. 지금의 복음화율은 전적으로 문 전도사의 ‘영적 유산’이라는 것이 지역 교회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순교자에 의해 세워졌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는 주장이다. ‘하나님이 자기 피로 사신 교회’(행 20:28)를 통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는 성서 말씀이 지금 증도에서 실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스포츠를 통한 전도를 꼽을 수 있다. 이 지역 교회들은 반드시 한달에 한번씩 축구경기를 즐긴다. 교회 성도끼리는 물론 교회 대항 축구경기도 펼친다. 교회 주변 잔디밭이나 백사장을 축구경기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아예 교회가 축구경기를 위해 잔디구장까지 소유하고 있는 교회도 있다. 바로 우전리교회(양봉곤 목사)다. 증도교회연합회는 매년 문준경전도사순교기념사업회 주관으로 열리는 행사에서도 추모예배가 끝나면 교회별 축구 리그전을 개최한다. 축구는 이미 증도면에서는 전도·화합 스포츠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다.
이런 증도에도 변화의 바람은 거세게 휘몰아치고 있다. 2009년이면 증도는 더 이상 섬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개통을 위해 연륙교 교각 공사가 한창이다. 다리가 완공되면 서해안고속도로 무안IC에서 증도까지 승용차로 불과 1시간 정도면 족하다. 그때에는 순례객들도 지금보다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교회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증도를 찾는 순례객이 한 해 거의 10만명에 이르게 된다.
증도교회연합회는 변화의 바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기쁘고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 문 전도사가 뿌린 순교의 피를 더욱 순수하게 간직하기 위한 순교사업에 열정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열정이 한국 교회 성도들을 끌어들이는 ‘블랙홀’로 자리매김할지 사뭇 기대가 크다.
자료: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