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기차여행(1) : <여수엑스포역>, <여천역>
1. 2022년 겨울 기차여행을 시작했다. 1주일간 기차를 이용할 수 있는 ‘내일로 티켓’을 11만원에 구매하고, 몇 가지 물품을 배낭에 넣고 여수행 KTX에 올랐다. 어제 마신 술기운이 몸을 무겁게 짖누르지만, 몇 가지 의미를 안고 떠나는 여행은 분명 가슴 설레는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는 시간이었다.
2. 시간과 사건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살아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그러한 행위를 통해 변화와 전환에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은 퇴직 10년을 마무리하는 것과 본격적인 60대 장년을 만들어가는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우연하게 텅 빈 호텔방에서 혼자 맞은 생일날 출발하게 된 여행은 ‘고독’이라는 인간의 숙명이자, 벗어날 수 없는 한계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다. ‘나이듦’은 분명 많은 것이 축적되는 단계이지만, 때론 축적된 것들의 허망함을 확인시켜주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때 중요한 것은, ‘익숙한 것’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야 새로운 길을 떠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과 정서적 안정은 ‘나이듦’의 진정 중요한 동반자일 수도 있음에도, 때론 그런 착각과 환상이 노년의 삶을 붕괴시킬 수 있다.
3. 기차에 오르면서 생각한다. 이제 시간과 사건에 대한 ‘의미부여’는 마무리하자. 이제 삶은 현재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것들 중에서 선택하고 실천하는 지속적이고 연속적인 과정만이 있을 뿐이다. 그때 어떤 시간, 어떤 사건이 좀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겠지만, 특별하게 그런 것들에 연연하지말자. 지나치게 두려워하지도, 과도하게 흥분하지도, 열정적으로 즐거워하지도 말고 담담하게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가다가 멈출 수는 있어도, 퇴보하거나 변질되지는 말자. ‘기차여행’의 특징도 우선은 목적을 향해 일정한 방향으로 달려간다는 것이 아닌가?
4. 여행 첫 번째 숙소는 <여수EXOP>역 옆에 있는 엑스포 기념관을 개조하여 만든 <다락휴> 켑슐 호텔이다. 두 사람이 간신히 누울 수 있도록 침대와 세면시설을 갖춘 컴팩트한 여행자용 숙소이다. 비록 작지만 필요한 것은 모두 있다. 아침에는 조식까지 제공한다고 한다. 여수 바다의 아름다움은 숙소가 제공하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바로 옆 <여천역> 답사를 마치고 자리에 누었다. 방은 많지만 이용자는 눈에 띄지 않는다. 바다. 비워있는 공간, 적막, 피곤함이 쉽게 잠에 빠져 들게 만들었다.
첫댓글 - "혼자 맞은 생일날 출발하게 된 여행은 ‘고독’이라는 인간의 숙명이자, 벗어날 수 없는 한계! 60대 장년을 만들어가는 출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