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낭소리 한우가 장수를 한 이유
평균 수명보다 2배나 장수한 '워낭소리 한우'
- 쾌적한 환경, 양질의 풀사료, 적당한 노동이 장수비결
- 순리를 거스르지 않고 평범하게 사는 진리가 준 선물
최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가 소띠 해에 많은 이들의 가슴을 적시고 있다. 지난 20일 관객 100만명을 돌파했고, 그 인기는 식을 줄 모르고 관심을 끌고 있다.
한 평생 농촌을 지키며 고단한 인생을 살아온 우리 내 아버지들의 자화상을 그대로 보여 줘 많은 이들의 공감과 향수를 불러일으킨 것이 영화 성공의 한 요인이 아닌가 싶다.
거기에 부리는 소(일소)로서 주인의 사랑을 받아 가며 39년이라는 긴 세월을 살다간 누렁이 한우의 일생도 옛날 시골에서 보편적으로 겪으며 살아온 우리 내 정서를 자극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며칠 전 필자의 블로그에서 밝혔듯이 39년을 살다간 누렁이 한우는 사람으로 치면 120살에 해당하는 유래 없이 장수를 한 소다. 한우의 보통 수명이 20여년인 것을 감안하면 두 배에 가깝게 장수한 셈이 된다. 그렇다면 워낭소리의 주인공 한우가 이처럼 장수한 비결은 무엇일까?
소띠의 해를 맞아 소와 사람과의 관계를 조명해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 워낭소리. 100만 관객을 넘어 인기를 끌고 있다. 평균 20년도 살기 어려운 것이 소인데 영화 속 주인공 소는 39년을 살았다. 그 이유를 궁금해 하는 사람도 많다. 그 이유는 공기가 맑은 환경에서 소가 먹어야 할 거친먹이와 적당한 노동에 비결이 있다. 우마차를 끌고 짐을 운반하는 일소의 모습.
거친 먹이를 먹고 살았기 때문
먼저, 먹는 것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소는 풀사료 같은 거친 먹이를 먹는 동물이다. 영화에서도 보여 주었지만 볏짚을 썰어 무, 호박, 쌀겨 등을 넣고 쇠죽을 끓여 먹이고, 산과 들에 많은 싱싱한 풀을 베어다 먹이로 주었다는데서 찾을 수 있다.
소는 위가 4개(아래 사진 참조)로 구성된 반추동물이다. 우선 먹고 난 후 되새김질을 하는 동물이다. 소를 가만히 살펴보면 늘 껌을 씹는 것처럼 되새김질을 한다. 때문에 풀사료 같은 거친 먹이를 잘 소화하도록 구조가 되어 있다. 즉, 섬유질이 풍부한 풀사료는 위의 소화기능을 돕는 좋은 먹이인 것이다.
사람으로 치면 채식을 하는 것과 같다. 특히, 소는 풀사료를 먹여야 하는 채식동물이다. 채식을 먹도록 구조를 가진 소에게 인간의 지나친 욕심으로 동물성 사료를 먹인 결과가 바로 광우병이라는 재앙을 가져온 것이다. 소에게 맞는 거친 먹이를 주고, 공기가 맑은 농촌에서, 촌노의 애정 어린 보살핌 이 있었기에 장수를 한 첫 번째 비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소는 4개의 위를 가지고 있다. 사진은 소의 위 중에서 가장 큰 제 1위의 내부 사진. 일단 먹은 먹이는 제1위에 저장되면서 되새김질을 통해 6~10시간에 걸쳐 서서히 발효가 된다. 소가 거친먹이를 잘 먹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1위를 혹위라 부른다.
이 부위는 소의 제 2위의 내부이다. 사료의 분배 역할을 하는 위로 입자가 큰 물질은 다시 1위로 보내고 입자가 작거나 액상화된 물질은 제 3위로 넘기는 역할을 한다. 제2위를 벌집위라고 부른다.
소의 제 3위의 내부 모습. 소가 먹은 먹이가 거의 소화된 상태로 넘어와 흡수가 가능한 상태에 이르기 까지 소화시켜 제 4위로 넘긴다. 부드러운 융모가 촘촘히 나 있어 회로도 많이 먹는다. 제3위는 겹주름위라고 하며 천엽이라고도 부른다.
소의 제 4위의 내부 모습. 볏짚이나 풀 등의 거친 먹이가 먼저 있는 위를 통과하며 소화된 것을 안전히 소화되도록 단백질분해 효소 등을 분비해 주는 마지막 부위로 장과 연결돼 있다.
적당한 노동을 하는 일소였기 때문
두 번째 장수의 원인은 적당한 노동에서 찾을 수 있다. 농기계가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전인 1980년대 이전에는 대분분의 농가에는 한 마리씩 일소를 키우는 외양간이 있었다.(요즘 아이들은 잘 모르지만 지금 나이 40 정도의 중년이면 누구나 간직하고 있는 추억이지만...)
당시 농촌에서는 든든한 재산목록 1호로 대접받으며 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아온 소가 바로 부리는 소(일소)였다. 논과 밭을 갈고, 길마와 우마차 등을 끌며 짐을 나르는 일소로 우리 내 가족이었고 삶과 동행한 존재였다.
1980년대 이후 경운기를 시작으로 트랙터 등이 보급되고 국민소득이 증가하면서 일소는 하나 둘 사라지고 고기소로 전환됨에 따라 제 수명을 다하는 한우를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대부분 고기소로 키워지는 소는 사료급여 효율과 체중 증가의 상관관계를 감안해 생후 26~29개월 정도를 살다가 한우고기를 남기고 희생된다. 그 이상 키우면 사료 투여량에 비해 소의 체중이 늘지 않아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요즘의 소들의 평균 수명은 '워낭소리' 누렁이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
워낭소리 소처럼 고기소가 아닌 일소는 가축이 아닌 가족으로 여기며 적당한 일(노동)을 하며 사는 소이기에 장수를 누리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한우를 그대로 키우면 보통 20년을 산다. 그러나 어느 역할을 하는 소에 따라 수명은 제각각이다. 고기를 생산하는 소는 보통 2년, 새기를 낳는 소는 4년, 정자를 생산하는 소는 10년 정도를 산다. 시골에서 일소로 키우며 새끼를 낳는 소가 가장 장수를 하게 된다. 낳아준 어미소에게 혀로 핥아주는 송아지에서 효심을 느끼게 한다.
순리에 따르며 자연적인 삶이 장수의 비결
농촌진흥청 축산과학원 임석기 한우시험장장은 "영화 '워낭소리'에 등장한 누렁이 한우가 39년을 산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아마도 농부의 정성과 자연 속에서 얻어지는 풀사료를 먹고, 맑은 시골의 환경 속에서 일소 로서 적당한 노동을 한 것이 장수의 비결인 듯싶다"고 밝혔다.
보통 한우의 수명은 고기를 생산하는 소가 26~29개월로 2년 남짓, 새끼를 낳는 소는 50개월로 4년 남짓, 우량 한우의 명맥을 잇기 위해 특별히 관리하며 정자를 생산하는 씨 수소가 120개월로 10년인 점을 감안하면 워낭소리의 한우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장수를 한 셈이다.
이는 먹어야 할 먹이를 적당히 먹고, 느긋함 속에 주인의 사랑과 쾌적한 농촌 환경에서 적당한 노동을 하며 살았다는 평범한 진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미디어 다음 블로그 베스트기자 길s브론슨
첫댓글 아기소가 엄마의 등을 핥는모습이 너무 귀엽습니다. 빨리 '워낭소리' 영화보고싶어요^-^. 회원님 모두모두 좋은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