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부터 농업의 1·2·3차 산업이 융·복합된 6차산업화 활성화 촉진을 위해 6차산업화 경진대회를 개최해 우수사례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있다. 특히 최근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회 6차산업화 경진대회’에서 우수사례로 선정된 10개 경영체를 6차산업화 선진지 견학 장소 등으로 활용해 6차산업 분위기를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번에 선정된 10개 우수사례의 6차산업화 성과와 목표, 추진내용 등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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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급봉투를 받아서 손주에게 용돈주는 재미가 크다는 백석올미의 ‘사장님들’. 그들의 열정은 젊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
#대상/백석올미영농조합법인 “할머니 손맛과 정성, 매실한과에 듬뿍”
직접 생산한 농산물만 사용 ‘맛있다’ 자신감으로 똘똘 고향집 찾듯 소비자 찾도록 ‘손주 사랑’ 마케팅 적중
백석올미영농조합법인(이하 백석올미)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당진시 순성면 백석리에 거주해야만 한다. 백석올미의 조합원 자격은 단 하나다. 외부에서 가입을 요청해도 어쩔 수 없다. 태생이 백석리이기 때문이다. 백석리 새마을부녀회의 소득사업으로 시작했던 백석올미. 김금순 백석올미 대표가 “‘회비를 걷는 것보다는 우리가 농민이니 농산물을 이용해보자’는 작은 출발이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말한 것처럼 시작은 미미했지만 지금의 백석올미는 6차산업을 앞두고 있는 이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52명이 모두 ‘사장’=백석올미는 2011년 부녀회 33명이 각각 200만원씩 출자해 만든 곳이다. 현재는 52명이 함께 하고 있다. 김금순 대표는 “똑같이 출자해 만든 백석올미이기에 조합원 모두가 사장이라는 주인의식을 갖고 있다”며 “52명 각각의 업무가 세분화돼 있어 각 분야에서 내가 주인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 백석올미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마따나 출자에 대한 조합수당도, 백석올미의 근로급여 소득도 공평하게 나누고 있다는 백석올미다. 사업 시작후 1년만에 연 매출이 2억3000만원까지 오른 것도 이 때문. 올해의 목표 매출액은 3억5000만원으로 지금까지 진행상황을 보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올미’는 兀(으뜸올)·味(맛미)의 조합으로 ‘최고의 맛’이라는 뜻과 ‘All me’로 ‘모두 나에게 오세요’라는 뜻으로 각각 풀이된다. ‘맛에 자신있으니 사가세요’라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김금순 대표는 “조합원 모두가 명함도 만들고 판매에 집중하는 등 누구의 도움을 기다리기 보다는 스스로 자립하자는 생각으로 똘똘 뭉쳐있다”며 “그 안에는 분명 우리 상품이 ‘맛있다’라는 생각이 내재돼 있다”고 말했다.
▲전형적인 로컬푸드 실현=김금순 대표는 “우리 것으로만 만든다”고 자부했다. 백석올미는 조합원이 직접 생산한 농산물만 사용한다. 백석올미만의 원칙이다. 이들이 땀흘려 일궈낸 찹쌀, 쌀, 참깨, 검은깨, 매실, 대추, 두릅, 엄나무, 양파, 마늘 등으로 매실한과, 매실엑기스, 매실고추장, 매실장아찌 등을 만든다. 여기에 체험휴양마을, 농촌체험학습장, 마을축제 등 체험관광을 더했다. 이로써 6차산업을 완성했고 이 백석올미는 ‘로컬푸드시스템의 마을6차산업형 버전’의 모델로 일컬여지고 있다. 조합원 농가가 1차산업을 맡고 백석올미가 2차와 3차산업을 주도하며 1차와 2차, 3차산업은 모두 백석리에서 이뤄진다.
백석올미에서는 조합원 농가의 농산물을 소매가격으로 매입한다. 그렇다고 꼭 백석올미 상품을 위한 원재료만 구입하는 것은 아니다. 백석올미는 다른 상품의 판로 역할도 자처하고 있다. 예를 들어 백석리의 한 농가가 고구마 농사를 지었다면 그 고구마를 팔아주는 식이다.
김금순 대표는 “마을의 어르신들이 힘들게 농사를 지었는데 팔 곳이 없어 고민하는 것을 보고 작게나마 우리가 힘이 돼 드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며 “상품의 종류에 관계없이 백석리에서 나온 상품이라면 직접 팔아드리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평균 나이 75.7세=백석올미의 조합원은 총 52명이다. 87세의 최고령 조합원부터 37세의 최연소 조합원까지 이들의 평균 연령은 75.7세다. 결코 적지 않다. 그래도 이들의 열정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다. 그 열정이 전통방식으로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힘이 필요하거나 어려운 공정은 기계가 대신한다. 그러나 상품 고유의 맛을 좌우하는 공정은 조합원들이 직접한다. 한과의 경우 15~20일 침지해 발효를 시키고, 콩과 소주를 혼합·반죽하고, 30분가량 쪄서 꽈리를 내 유과바탕을 만들고, 바탕을 건조시켜 식용유에 튀기고, 매실조청을 바르고, 조청을 바른 바탕에 튀밥을 입히고, 이 일련의 과정은 조합원들의 손에서 직접 이뤄진다. 이는 백석올미가 만들어낸 상품이 최고의 품질로 인정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다.
전통방식으로 한과를 만들어내기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았다. 배움의 연속이었다. 김금순 대표를 비롯해 총무와 공장장 등 3명은 6개월 과정의 포천 한과전문교육을 이수했고 기존의 한과생산업체들로 선진지 견학을 틈틈이 했다. 그러면서 전통방식과 현대화방식이 접목된 한과제조 기술을 만들게 된 것이다.
▲감성마케팅의 성공=백석올미의 마케팅은 ‘감성’에 중점을 뒀다. ‘할머니들의 반란-손주사랑으로 만든 매실한과’라는 슬로건으로 시작했다. 고향집에 오면 할머니들이 한 보따리씩 먹을 것을 쥐어주던 그 마음을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다는 백석올미. 평균 나이 75.7세가 말해주듯 처음부터 마케팅은 알지 못했고 그 용어 자체도 생소했다. 명함을 아들, 딸, 손자, 손녀, 조카 등등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줬다. 또 기존 고객들에게는 명절을 맞아 우편으로 안내문을 발송하기도 했고 마을기업박람회며, 매실제품 시식행사며 갈 수 있는 곳은 일일이 찾아다녔다. 이 감성마케팅이 딱 맞아떨어졌다.
김금순 대표는 “할머니가 손주에게 과자를 사주는 마음을 소비자들에게 전하고 싶었는데 이 마음을 소비자들이 알아준 것 같다”며 “상품을 만드는 마음의 진심을 보여주니 소비자들에게도 통했다”고 고마워했다.
김금순 대표에게는, 아니 백석올미에게는 꿈이 있다. 농업이 살아있는 것. “6차산업을 한다는 것은 ‘산업’을 키우자는 것이 아니라 농업을 유지하기 위한 걸음”이라며 “우리의 생명줄인 농업에서 6차산업이 출발해야 진정한 농업에서의 6차산업이 이뤄질 것”이라고 당부했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금상/경남 합천 하남양떡메마을 “쌀·양파·콩 주요 소득작물 가공 시작 식생활 교육 체험관광으로 이어져”
점심 공동급식으로 ‘활력’ 마을 주민 일자리 창출 큰 몫 환원사업·사회기여도 활발 운영자료 공개…신뢰 탄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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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파즙, 떡가래, 메주 등으로 6차산업을 이끌어가고 있는 성영수 운영위원장. |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 동네는 매일 잔치를 하느냐고 물어봅니다.” 경남 합천군 초계면에 위치한 ‘하남양떡메정보화마을’ 성영수 운영위원장(59)의 설명이다. 이곳 주민들은 주5회 마을공동급식소에서 점심을 해결한다. 매일 50~60명의 주민들이 얼굴을 맞대고 식사를 하면서 대화를 나누니까 마을분위기도 좋고 활력도 넘친다. 급식재원은 마을기업인 ‘양떡메마을’에서 나오는데, 올 7월까지 약2억4840만원, 2013년에는 약3억383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특허청에 상표등록이 된 ‘양떡메’는 지역특산품인 양파즙, 떡가래, 메주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들었다.
▲매일 잔치하는 마을=넓은 평야지대에 자리한 하남마을은 미맥중심의 농사가 발달한 곳으로 57가구 120명의 주민이 생활하고 있다. 평범한 농촌마을인 이곳이 주목받는 것은 지역의 농업여건과 정부의 지원사업을 융·복합시켜 주민소득 및 복지증진, 일자리창출 및 마을활력 증진 등에 성공한 대표적 사례이기 때문이다. 양떡메마을은 2005년 농촌건강장수마을, 2008년 정보화마을, 2010년에는 마을기업으로 선정됐다.
특히 농촌건강장수마을사업을 지원받은 농산물가공장이 설립된 2006년부터 6차산업화를 본격화했다. 성영수 위원장은 “건강장수마을을 추진할 당시 마을이장을 맡고 있었다”며 “우리 마을에 나와 같은 예비노인들이 많은데, 행복하고 편안한 노후생활을 위해서는 결국 소득과 일자리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가공판매장을 짓게 됐다”고 전한다. 또 소득사업을 하다보니까 가공에서 체험관광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게 됐는데, 그는 “소득을 높여보자는 차원에서 가공사업에 나섰고, 올바른 식생활교육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농사체험 등을 했는데, 이게 6차 산업이더라”고 웃는다.
하남마을은 쌀, 양파, 콩 등이 주요 소득 작물이다. 그런데 양파의 경우 상품성이 떨어지는 등외품을 처리하는데 어려움이 컸다. 그래서 양파즙 가공에 뛰어든 것. 건강장수마을 사업의 일환으로 양파즙 가공설비를 설치했고, 정보화마을사업을 활용해 인터넷판매도 시도했다. 그렇다고 당장 소득이 발생한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포장이 새거나 터지는 등 불량도 많았고, 판매에 어려움도 있었지만 노하우가 쌓이고, 입소문이 나면서 판매량도 늘어났고 배즙, 칡즙 등 제품종류를 늘려나가고 있다”는 성영수 위원장은 “2011년부터 이익이 발생하면서 주1회 주민공동급식을 시작했고, 현재는 주5회 공동급식을 실시한다”고 전한다. 급식의 경우 마을노인들에게 제대로 된 영양공급을 하고, 매일 건강을 체크할 수 있는 1석2조의 사업이기도 하다.
▲성과는 주민과 공유=양떡메마을에서 생산한 양파즙은 2012년 1억3691만원을 시작으로, 2013년 1억2467만원, 2014년 7월 15일 기준 95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양파즙 사업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내자 그 다음 시도한 것은 떡가래 가공, 판매다. “처음 시집왔을 때만해도 팔이 저려 올 정도로 집집마다 떡가래를 많이 먹었다”는 성 위원장은 “지역의 주작물인 쌀의 소비를 늘릴 방법을 찾다가 떡가래를 생산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이렇게 시작된 떡가래사업이 이제 양파즙 매출을 뛰어넘는 최대 매출품목이 됐다. 2012년 1억1274만원이던 떡가래매출이 2013년에는 1억5555만원으로 늘었고 올 7월 15일 기준 1억1868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마늘 노인들의 노하우를 활용하자는 차원에서 시작한 메주의 경우 2012년 2663만원, 2013년 3397만원, 2014년 7월 15일 기준 3469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특히 우리농산물 소비는 올바른 식생활교육 및 농사체험에서 시작된다. 따라서 이곳에서는 인근 양파 캐기, 손두부만들기와 같은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 해인사와 초계향교, 옥전고분 등과 연계한 관광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이런 노력의 결과 2013년에만 1000여명의 학생들이 다녀갔다. 마을기업 설립 10년 주년이 되는 2016년까지 5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이 목표.
2006년부터 올 6월까지 마을사업의 성과를 보면 눈부시다. 일자리창출에 기여하고 있는데 마을주민 인건비로 6억4000만원을 지급했고, 다목적 마을회관 및 정보센터, 마을급식소, 생산공장을 건립했다. 또 4000만원을 투입해 마을농지 2975㎡(900평)를 구입한 것을 비롯해 정기예탁금 5000만원, 운영자금 5000만원을 관리하고 있으며, 합천유통에도 1500만원을 출자했다. 또한 지역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합천군교육발전기금도 3회에 걸쳐 600만원을 기탁했다. 지역사회기여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 1월에는 합천군 관내 경로당 516개소에 2㎏기준 떡가래 1875봉, 1130만원 어치를 기증했다. 또 초계면 관내 25개 경로당에 매년 100만원 상당의 물품을 기증하는데 벌써 6년째 이어져오고 있다. 주민환원사업도 활발하다. 2010년에는 55가구에 5만원씩 환원했고, 2011년에는 4회에 걸쳐 660만원의 환원사업을 했다. 또 2011년부터 수익금으로 조리사를 채용해 매주 5회 중식을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활발한 환원사업을 할 수 있는 것은 마을기업인 ‘양떡메마을’과 지역주민과의 소통이 그만큼 잘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곳에서는 매월 2회 운영위원회, 매년 6회의 임원회의를 통해 사업내용 및 수입, 지출 등 운영관련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한다.
성영수 위원장은 “마을기업은 주민과의 소통과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마을기업을 제대로 운영해서, 꿈과 희망이 있는 마을에서 더불어 잘사는 마을로 키우고 싶다”며 말을 맺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