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의 패션 모델' 강수연… 데뷔 5년만에 첫승 '감격시대'
1~5위 싹쓸이 '코리안데이'… 세이프웨이 클래식 '톱10'에 7명 올라
▲ 강수연이 21일 미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콜럼비아 에지워터 골프장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세이프웨이클래식에서 3라운드 합께 15언더파 201타로 LPGA 투어에 발을 디딘 지 5년만에 감격의 첫 우승을 따낸 후 18번홀 그린에서 US여자오픈 챔피언인 김주연(미국명 버디 킴)으로부터 샴페인 세례를 받고 있다. /AP연합
한국 여자골퍼들이 LPGA(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 대회서 5위까지 싹쓸이하고 '톱10'에 무려 7명이 이름을 올리는 대사건을 일으켰다. 미국을 제외한 외국 선수가 리더보드 윗자 리를 점령한 것은 LPGA의 반세기 역사에서 처음 있는 사건. 한국 선수들이 잔치를 벌인 가운데 강수연(29ㆍ삼성전자)이 감격의 마수걸이 승리를 신고했다.
강수연은 22일(한국시간)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콜럼비아 에지워터골프장(파72ㆍ 6307야드)에서 벌어진 LPGA 투어 세이프웨이 클래식(총상금 140만달러) 마지막 라운드서 3언더파 69타를 쳐 최종 합계 15언더파 201타로 장 정(25)을 4타차로 가뿐히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지난 2001년 조건부 시드를 받고 미국 무대를 밟았던 그녀는 5년 만에 첫 승을 신 고하며 상금 21만달러(약 2억1000만원)를 챙겼다. LPGA 투어를 제패한 15번째 한국인으로 이름을 남긴 강수연의 우승으로 한국은 올시즌서 5승째를 수확했다. 강지민(코닝 클래식) 김주연(US여자오픈) 이미나(캐나다 오픈) 장 정(브리티시여자오픈) 등 올시즌 한국인 챔 피언 5명이 모두 생애 첫 승을 일궜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더구나 이번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이 5위까지 독식한 것도 모자라 '톱10'에 무려 7명이 진 입했다는 사실은 LPGA 관계자들을 경악시키기에 충분했다. 우승자 강수연을 비롯, 2위 장 정, 3위 박희정(25ㆍCJ), 4위 김주미(21ㆍ하이마트), 공동 5위 임성아(21ㆍMU), 공동 10위 한희원(27ㆍ휠라코리아)과 송아리(19ㆍ하이마트) 등 특정 국가 선수들이 리더보드 윗부분 을 점령한 사건은 외국인 선수들에게 문호를 개방한 80년대 중반 이후 처음 있는 일. 결국 이번 '포틀랜드 사건'은 LPGA에서 차지하는 한국 여자골프의 위상을 다시 한 번 입증하 는 계기가 됐다. 이번 대회는 비록 '여제'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빠지긴 했지만 카리 웹(호주), 줄리 잉스터(미국),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등 LPGA의 내로라하는 톱랭커들이 모두 출전했기 때문에 한국 선수들의 돌풍은 더욱 값지다.
"3년 슬럼프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2위 장정, 3위 박희정, 4위 김주미, 5위 임성아
챔피언 퍼트를 마친 뒤 환호하는 갤러리를 향해 밝은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든 강수연(29ㆍ 삼성전자)은 "첫 우승을 너무 오래 기다렸다"는 말을 꺼내더니 그 때까지 꾹 참았던 눈물 을 쏟아냈다. 박지은(26ㆍ나이키골프)과 김주연(25ㆍKTF)으로부터 샴페인 세례를 받은 그녀는 "지난 3년 동안 슬럼프에 허덕였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며 "오늘의 기쁨은 숨 은 노력의 결과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 소감은.
▷ 너무나 오랜 시간을 기다린 끝에 다가온 기쁨이다. 지난 3년 동안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 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은 채 골프만 생각했다. 이번 우승은 그런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한 다.
- 12번홀에서 티샷이 나무에 맞고 페어웨이에 떨어진 덕분에 버디까지 잡았는데.
▷ 그 샷이 바로 전환점이 됐다. 12번홀 전까지 장 정이 기세를 올리며 나를 쫓아오고 있었 다. 버디를 잡은 뒤 내가 우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 사흘 내내 전반 9개홀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는데.
▷ 1~9번홀 코스가 정말 마음에 든다. 페어웨이 모양이나 그린의 컨디션, 코스의 배치가 모 두 좋았다. 그래서 좋은 스코어를 낼 수 있었다.
- 18번홀에서 우승한 뒤 눈물을 보였는데.
▷ 갑자기 부모님이 생각났다. 부모님이 함께 계셨으면 좋았겠다고 느껴졌다. 그동안 많은 대회에 오셨는데 막상 우승할 땐 오시지 않았다.
- LPGA에 늦게 데뷔한 편인데.
▷ 오랫동안 국가대표 선수로 뛰면서 한국 투어에서 계속 활동하고 싶었던 게 내 계획이었 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늦은 감이 없지 않다.
- 미국 진출 이후 성적이 좋지 않았는데.
▷ 조금이라도 빨리 우승을 하고 싶었다. 그런 조급함이 오히려 우승을 막았던 것 같다. 슬 럼프도 급한 마음에서 비롯됐다.
- 주로 역점을 두는 연습은.
▷ 퍼팅에 가장 중점을 둔다. 한국에서 뛸 때는 아이언샷 연습을 많이 했는데 미국에 온 뒤 론 퍼팅이 좋은 스코어를 내는 지름길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
- 오늘 한국인 갤러리가 많았는데.
▷ 여기 나오셔서 저와 한국인 선수들에게 환호해준 모든 갤러리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 하고 싶다. 더욱 열심히 연습해 더 나은 플레이를 보여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