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8일 경남서 열리는 람사르 총회의 전국적인 홍보를 위해 달림이가 나섰다. 도내 각지의 마라톤 동호인들이 참여한 달림이는 강원도 태백에서 부산 을숙도까지 이르는 낙동강 물길따라 '도도히' 달릴 예정이다.
출발지인 태백 황지 연못 마당에서 도착지인 부산 을숙도 강어귀 둑에 이르는 도상거리 436㎞다. 전 구간은 1구간에 약 44㎞씩 10구간으로 나누었다. 9달 동안 10차례 달리게 될 대장정의 9구간 행사가 지난 12일 진행되었다. 레저팀은 대장정 팀과 전 구간을 함께 달리며 달림이들의 숨소리를 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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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시간에 간식을 먹고 있는 달림이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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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대장정은 경남도가 주최하고 마산 3·15 마라톤클럽이 주관한다. 후원은 경남은행, (주)다솜 FOOD SYSTEM, 마산MBC, 마산시민치과의원, 신흥여객고속관광, 한국수자원공사 경남지역본부, 농협중앙회 경남지역본부, 무학, 한국토지공사, 경남도민일보가 함께한다.
◇오히려 늘어난 달림이 = 9구간이 시작하는 밀양 초동성북마을에 도착한 관광버스 2대에서 내린 달림이가 눈에 띄게 줄었다.
각종 마라톤 행사와 개인적인 사정으로 불참한 달림이 소식이 들린다. 하지만, 곧 30여 명의 달림이들이 추가로 도착했다. 한국토지공사 경남본부에서 22명이나 참석했다.
휴일 간편하게 차려입고 온 이들은 눈빛부터 겁먹은 표정이다. 평소에 운동을 하던 사람도 41km를 뛴다는 것은 부담스러운 법인데 이들이라고 겁먹지 않을 수 있을까. 그래도 의지만은 마라토너 못지 않게 품고 온 듯하다.
양산 수청마을까지 누적거리 400km…10구간만 남겨
신입사원부터 부장, 국장급으로 보이는 듯한 이들까지 온 덕에 낙동강 대장정팀에 더욱 활기가 느껴진다. 밀양시청·미리벌·화이바 마라톤 클럽 등으로 구성된 밀양마라톤 연합회에서도 18명이 참여했다.
◇창원에서 밀양까지 달려온 달림이 = 출발 전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데 강말조(51·315마라톤클럽)씨가 도착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창원 동읍이 집인 강씨는 아예 밀양 성북마을까지 아침부터 달려왔다. 20km가 넘는 거리를 뛰어서 왔다는 그에게 질려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는 9구간을 일부는 뛰기도 하고 일부 구간은 자원봉사를 하며 달림이들을 다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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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에 물을 뿌려 열을 식히는 달림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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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시 멈춘 하남읍내 = 시작부터 지나가는 분들의 박수가 이어진다. 밀양 하남읍내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조용하던 동네가 달림이의 구령 소리로 시끄럽다.
만물상 가게 앞을 청소하는 아저씨, 미용실 아주머니도 가위질을 멈췄고 지나가던 버스도 멈춰섰다. 길을 뛰어가는 사람들이 뭐 하는 이들인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달려라! 영균이 = 달림이 중에 초등학생 한 명이 보인다. 김영균(밀양초 6)군은 아버지를 따라왔다. 밀양마라톤연합회 회원인 아버지를 따라 각종 마라톤 대회에도 출전했다고 한다. 어리지만 달리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하지만, 5km부터 조금씩 뛰는 자세가 어색하다. 어른들의 보폭에 맞춘 달리기가 맞지 않았는지 발을 맞추기 어려워 보였다. 휘청거리던 영균이는 7km 지점에서 넘어졌다. 울상을 짓던 영균이는 결국 차에 실렸다. 차에 실린 영균이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눈만 말똥말똥 뜨고 아버지가 달리는 모습을 종일 지켜보고 있었다.
◇몸으로 느낀 땅의 가치 = 10km를 지나기 전에 토지공사 직원들이 처지기 시작한다. 그러자 달림이들이 일일이 한 명씩 옆에서 달리며 박자를 맞춰준다. 허리를 밀어주기도 하고 기합을 넣어주기도 한다. 토공직원들도 지기 싫었는지 입을 꽉 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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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랑진 역 앞에서 주민들의 환대 속에 풍물패와 함께 한판 춤사위가 벌어졌다. /여경모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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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km가 목표였는데 목표를 채워서 다행입니다"라고 말하는 한 토공직원은 벌써 지쳐 있었지만 멈출 기세는 아니었다. 토공직원들은 삼랑진 역까지 차를 번갈아 타면서 달림이들과 함께했다.
땅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도 그 땅을 달려보지 않았을 것을 생각하니 아이러니한 모습처럼 보인다. 이 땅이 얼마나 큰지 몸으로 체감한 귀중한 경험을 하는 듯했다.
◇친구 따라 마라톤(?) 간다 = 자원봉사를 하는 이들 중에는 지금까지 못 본 이가 보인다. 게다가 양복까지 입고 있다. 알고 보니 달림이 조재현(52) 씨의 친구인 손석환(52·서울) 씨다. 친구를 만나고자 서울에서 마산까지 왔는데 친구가 마라톤 행사에 꼭 참석해야 하니 자신도 함께 온 것이다.
그는 9구간 행사 내내 달림이들의 간식을 준비하는 자원봉사 일을 했다. 손씨는 "단체로 함께 뛰는 마라톤 행사는 처음 보는데 함께 달리고픈 마음이 들 정도로 달림이들이 재미있게 달리는 것 같다"며 "덕분에 경남에서 개최하는 람사르총회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기쁨·아쉬움 교차…풍물패 어우러진 춤사위 힘 솟아
◇삼랑진 포도 맛 '죽~여줘요' = 황금색 벼가 무르익어가는 상남들판을 지나 포도밭이 이어진다. 잘 익은 포도가 목마른 달림이들의 침을 삼키게 한다.
어떻게 알았는지 길가에서 포도를 파는 아주머니가 포도 한 송이를 건네준다. 아무리 시골인심이라고 하지만 고맙기 그지없다. 한 송이 포도지만 두 알씩 떼어먹으니 많은 이들이 삼랑진 포도 맛을 볼 수 있었다. 두 알의 포도에 이들은 삼랑진 포도를 잊지 못할 것 같다.
◇풍물패와 덩실덩실 = 삼랑진이 다가오자 멀리 대구~부산 고속국도와 경부선 철도가 보인다. 멀리서 KTX가 달려올 때 사진기를 급하게 꺼냈다. KTX와 낙동강 달림이들의 모습을 한 화면에 담는다면 멋진 사진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꺼내 들기 전 기차는 '쌩~' 바람만 일으키며 '무시하고' 지나가 버린다. 무섭게 빠르다는 이야기다.
찍지도 못한 자신을 원망하고 있는데 이 광경을 지켜보던 다른 달림이가 다가와 오히려 격려해준다.
삼랑진 역에 도착하자 주민들과 삼랑진 라이온스 클럽 회원들이 길 양쪽으로 늘어서 축하 손뼉을 쳐준다. 윤종철 삼랑진 읍장과 김호근 라이온스 클럽 회장은 대장정 팀을 격려해주며 금일봉까지 건넸다. 하지만, 가장 즐거웠던 것은 풍물패와 한판 춤을 춘 것이다. 삼랑진 역 앞 광장에서 주민과 달림이 모두가 어울려 풍물패의 박자에 맞춰 덩실덩실 춤을 추는 모습은 어느 잔칫집보다 성대했다.
◇양산 입성 = 양산에 진입해선 천태산 언덕 때문에 달림이들이 고생이 심했다. 하지만, 고생이 심한 만큼 경치는 어느 유명 관광지 못지 않았다.
천태산 언덕을 내려오며 바라보는 천태사는 한눈에 봐도 절경이었다. 원동면 사무소를 지나자 길은 철길과 평행을 이루고 있었다. 컨테이너를 실은 기차부터 무궁화호, KTX가 지나간다. 갑자기 비둘기호가 보고 싶어졌다.
양산 수청리 수청상회까지 41km를 뛴 달림이들의 표정에 기쁨과 아쉬움이 교차한다. 이유는 굳이 묻지 않아도 알 것 같다. 이제 마지막 10구간만이 남아있어서지 싶다. 여기까지 누적거리 400km다. 많이도 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