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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출산을 오르는 첫 번째 입구’라는 뜻과 ‘월출산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라는 복수의 뜻을 가지고 있으며, 산성대 봉화시설을 통제하는 성문으로 ‘문바위’라고도 불렀습니다. 이곳 산성대에 군사를 주둔하게 하여 왜적이 침략하거나, 지방에 급한 변란이 발생하면 봉화를 피워 나주 금성산성에 있는 봉수대로 알리는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
옛적 군인들의 근무 장소로 추정된다. 성문(城門)이 세워진 듯 기둥을 박은 조그마한 자욱이 바위에 남아있다. 그래서 이곳을 ‘문바위’라고도 부른단다. 갑영 형은 재빨리 바위에 올라 기념촬영을 외친다. 사진 뒤에 푸른 하늘과 하얀 뭉게구름이 환상적이다.
[사진 – 문바위]
11:30. 광암터삼거리까지 1.5km라는 이정표가 있다. 지난 이정표에서 겨우 300m 왔단 말인가? 아이- 고~ 여기서 정상 천황봉이 보인다. 출발지에서 1.8km 왔으니, 아마도 여기서부터 산성대인가 보다. 아쉽게도 현지에 산성대 안내판이 없다.
[사진 – 광암터삼거리 1.5km]
○ 산성대
산성대(山城臺)는 월출산의 주봉인 천황봉 북쪽으로 뻗은 산성대능선 위의 해발 485m에 위치한 기암으로, 영암군 영암읍 용흥리에 속한다. 산성대라는 명칭은 예전에 영암산성 봉화대가 있던 곳이라는 데서 유래하였다.
2003년부터 산성대에서 광암터삼거리까지 1.5km 바위능선 구간에 안전에 대한 위험성 때문에 출입을 제한하였다가, 정비 사업을 거친 후 2015년 10월에 다시 개통하였다. 암릉 모든 구간에 철제 난간이 설치되어 위험해 보이지만 위험성은 낮다.
[사진 – 산성대]
가다 가다, 이정표만 보면서 간다. 앞선 이 여사 “드디어 0점대 안내판 나왔다!”고 반가운 함성이다. [광암터삼거리 0.8km]이다. 온 거리가 2.5km이니 거의 다 왔다고 스스로 격려한다.
[사진 – 0점대 이정표]
12:10. 고인돌 바위에 도착한다. “고인돌 바위는 땅속에 묻혀 있던 단단한 화강암이 침식작용으로 주변 토사가 유실되는 과정에서 암석이 도출되고 이후 풍화작용에 의해 고인돌과 비슷하게 형성된 바위”라고 안내문에 적혀있다. 자연의 조화라면 참으로 기묘하다. 어찌 저리 고인돌과 비슷할꼬! 자연의 조화가 아니라면 이렇게 험한 암릉에 사람이 엄청난 거석(巨石)의 고인돌을 어찌 만들 수 있단 말인가?
[사진 – 고인돌]
고인돌 바위를 지나고 나타나는 암릉구간이 오늘 산성대 산행의 백미인 듯, 칼날 같은 능선에 기암괴석이 여기저기이다. 목책과 철책난간으로 안전시설이 되어있으니 위험하지는 않다. 그동안 흘린 땀에 무척 힘이 들지만, 여러 형태의 기암괴석과 아찔한 암릉의 장관(壯觀)에 도취되어 피로도 잊어버린다.
[사진 – 암릉구간]
암릉구간이 끝나갈 무렵 천황사에서 오는 길과 만나는 광암터삼거리가 저기 보인다. 목로 마루가 넓게 놓여 쉼터로 제격이다. 천황사에서 오르는 길에 있는 명물 구름다리도 저 멀리 보인다. 바로 눈 아래에는 육형제바위, 장군봉, 사자봉 등 능선이 위치한다.
장군들이 투구를 쓰고 서 있는 것 같다하여 장군바위라고 하고, 장군봉 능선에 위치한 바위들이 여섯 형제들이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처럼 보인다하여 육형제바위라고 한다.
[사진 - 광암터에서 보는 봉우리]
12:50 광암터삼거리
이곳 광암터삼거리에서 천황봉까지는 0.6km.
산성대 가기로 한 산행시작이었는데, 가다가 힘들면 빽코스 하기로 한 시작이었는데~.
여기까지 와서 정상 찍지 않고 갈 수 있냐고! 호기롭게 외쳐본다. 아무도 이의제기 하지 않는다. 세 명 모두 나보다 날렵한 사람들인데 뭐?
(그런데, 그곳 이정표를 보고 까무러치게 놀란다. 우리가 온 산성대 코스가 가장 쉬운 길인 줄 알았는데, 찔레향도 부정하지 않았고! 그런데 가장 먼 코스이다. 순전히 암릉구간이라는 질(質)적인 부담을 빼더라도 양(量)적으로도 거리가 멀다.) [천황주차장 2.4km, 산성대주차장 3.3km] 우-악~
갑영 형은 사기 당했다고 중얼중얼하고, 찔레향은 항상 그렇듯 피식 웃기만 한다.
[사진 – 광암터삼거리 이정표]
0.6km. 짧은 거리인데, 본격적 오르막 산행이다. 통천문삼거리로 오르는 가파른 바위구간에는 나무계단으로 길은 잘 정비되어 있건만 내 속력으로는 벅차다. 연속된 계단을 오르니 다리에 오는 충격이 무겁게 느껴진다. 양손으로 철 난간을 잡아당기며 사지(四肢)로 겨우 올라간다. 코끝으로 계단 길을 세면서 사람들 웅성거리는 곳에 오르니 통천문삼거리이다.
[통천문 삼거리 가는 오르막 길]
○ 통천문
13:10 통천문 삼거리
지난번 경포대에서 올랐을 때에는 별 어려움 없었던 곳인데, 오늘은 거의 초죽음이다. 사진에서 보는 얼굴이 거의 죽을 쌍이다. 사진 찍음을 빙자해 시간을 벌면서 휴식을 취한다.
[사진 – 통천문 삼거리]
잠시 산허리를 왼쪽으로 휘감으면 또 오르막 계단 길. 통천문까지 계단이 제법 길다. 오늘은 인부들이 계단 길 보수공사를 하고 있다. 노동하는 사람도 있는데, 팔자 좋게 산행하면서 헐떡이는 꼴을 보이기도 그렇다. 미안한 마음에 온갖 힘을 써 본다. 그도 일시적, 통천문 입구에서 기다리는 사진사 찔레향의 모델 포즈 요구도 귀찮다. “아이고 늙은 놈 죽겄다!” 허벅다리에 쥐가 날 지경이다.
통천문(通天門)은 월출산 정상인 천황봉에서 동북쪽으로 약 100m 아래에 있다. 광암터삼거리를 지나 천황봉 쪽으로 오를 때 만나는 마지막 관문의 바위로서 이 굴을 지나야 천황봉에 오를 수 있다.
[사진 – 오늘 통천문]
4년 전 이곳 지날 때는 농담을 하고 지났었는데. (죄 지은 사람은 통과를 못한다나, 혼자서 잘 먹고 살찐 죄!)
[사진 – 4년 전의 통천문]
통천문을 지나 100m만 오르면 정상이다. 마지막 계단이지만 정상이 보이는데 못 갈리 있겠는가?
13:30 천황봉에 도착하다. 휴~
항상 그렇듯이 정상에 오르면 주변 경관보다 정상 표시석에만 관심이 많다. 인증 샷을 해야 하니 그렇다. 여기는 천왕봉(天王峯)이 아니고, 천황봉(天皇峯)이다.
역시 천황봉(天皇峯) 표시석은 인파로 번잡하다. 줄을 서서 대기하며 기념촬영을 한다.
[사진 – 천황봉]
이 여사가 가져온 홍어무침, 갑영 형수씨가 보내준 고추장 굴비, 정상에서 최고급 한식요리 상이 차려진다. 수십 명이 앉을 수 있는 넓은 정상바위에는 산행객들의 도시락 잔치가 열리고, 국립공원관리소 직원들도 3-4명 보인다.
요즘 국립공원에서 음주가 금지되면서, 정상의 식사시간이 단출해진다. 더구나 관리소 직원들이 지켜보는데 막걸리인들 마시기가 편치 않다. 가져 온 맥주 캔도 아쉽지만 하산 후로 미룬다.
[사진 – 점심]
정상에서 내려 보는 황금들녘은 평화롭고도 아름답다. 서쪽으로는 영산강 지류가 평야를 가로 지르고 동쪽으로는 멀리 무등산의 형태도 선명하다. 알코올이 없어도 다들 잘 보인다.
○ 하산
14:20 하산한다.
정상에서 내려오는데 금세 허벅다리에 쥐가 나기 시작하더니 심해진다. 오늘 암릉산행이 체력에 무리였나 보다.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무리한 산행에 대한 경고란다.
100m 거리의 통천문까지 겨우 와서는 온통 다리에 물파스를 발라본다. 내려오다 쉬다가 거듭해도 다리를 들어올리기가 너무 힘들다. 쥐나는 정도가 아니라 근육이 마비되는 듯하다. 119 구급약 상자에서 에어파스를 꺼내 발랐지만 그 순간뿐이다. (구급상자 전면에 적힌 번호에 전화하면 열쇄번호를 알려준다. 참 편리한 세상이다).
일행 세 사람이 에어파스 바르고, 다리 주무르고 정신없이 바쁘다. 바늘도 핀도 없어 과도로 손톱 끝에서 피를 짜낸다. 환자가 된 나보다 동행자가 훨씬 고생하다.
함께 간 갑영 형, 찔레향 부부에게 감사드리고, 이름도 모르는 주위 분들께 더더욱 감사드린다.
주위 사람에게 항상 감사해야 함을 오늘도 온 몸으로 느끼는 수업을 받았다.
이제야 정신 차리고 산행기를 정리한다.
10. 1. 요산요수
[통천문 가는 계단길]
[통천문]
첫댓글 언제 어디서 보아도 구성지게 써내려간 산행일지는 구수한 깨소금 향 처럼
자세한 설명속에 각인되는 산행일지 잘보고 한참동안 쉬었다가네 고생했네 ^^*^^
땡큐네
평생 잊지 못할 산행이 되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