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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 한글가 "
거기 선 여인네야 부디 날 좀 돌아보오. 옷 맵시 몸 자태가 어찌 그리 고우신가. 가위로 오려냈나 붓으로 그려냈나. 작업이라 타박말고 설명 좀 해주시게.
가여운 남정네야 보는 눈은 있어 갖고, 나로 이를테면 초절정 패션 리더라. 말해도 알 리 없어 내 입만 아프련만. 기특해 코치하니 귀 열고 들으시오.
스트라이프 롱 블라우스 섹시하게 걸쳐주고 스쿨룩 패션의 쿠니 체크 스커트에 럭셔리 스타일의 엔크 조끼 받쳐 주니 이게 바로 올 가을 유행패션 아이템이라.
에고 에고 사람들아 이 여인네 성깔보소. 꼬부랑말 춤을 추니 귀 밑으로 다 떨어지네. 사분사분 설명하면 못 알아들을리 없건마는 아무리 무지렁이라고 무에 그리 욕을 하오.
앞서가는 저 총각아 내말이 틀리리오. 그대도 이제보니 한 패션 하는구려. 무엇을 손에 들고 무엇을 걸쳐 멧나. 머리에는 뭣을 이고 귀에는 또 뭘 꽂았소.
딱한 아저씨야 욕 먹어도 싼것같소. 패션의 "피"자도 모르면서 함부로 입 놀리니. 아는 이는 나를보고 얼리어답터라 부른다네. 알 턱이 없건마는 한번이라도 들어보오.
왼손에 핸드폰이요 오른손엔 피엠피라. 디엠비 방송보다 아케이드 게임하네. 와이어리스 핸드폰이면 엠피스리도 댓초케이. 그래도 심심하면 브이오디 다운로드.
여보시오 사람들아,여기가 어디런가. 미국이요 영국이요 아니면 불란서요. 생긴 건 한 판인데 입만 열면 모를 소리. 아니다,상관말고 내 갈길이나 서두르세.
요지경 세상 속에 집도 하나 못 찾겠다. 여기는 뭔 팰리스 저기는 또 무슨 파크. 뭔 캐슬에 웬놈의 빈은 어찌 그리 많다더냐. 시어미 발 끊게 하련다는 그말이 맞나보네.
발품이나 쉬어갈래도 그늘 찾기가 쉽지않다. 무슨마트,어떤 월드에 아웃렛은 또 뭔 소리. 무슨 존에 뭔 플러스라더니 까르푸는 지워졌소. 아뿔싸,그 자리에 뭔 랜드가 대신하네.
그 정도는 약과라네,설은 알파벳 난무하니 케이티 지나 케이티에프,하나더 케이티에프티. 케이티엑스로 그릴쏘냐,케이티 앤지 나도 있다.
기 못펴는 프랑스말도 상표 이름으로 으뜸이라. 뚜레쥬르 파리 바게뜨 르노트르 빵집이요 라네즈 라끄베르 드봉 에뛰드 화장품인데, 그중에 제일 앞선것은 우리친구 모나미라.
산란한 속 추스르려 티비 보니 더 어지럽다. 뉴스라인 뉴스투데이 모닝와이드 모닝쇼, 해피타임 스타 골든벨 브라보 웰빙 라이프, 그 속에 끼어 있는 "바른말 고운말"이 머쓱하네.
백미는 운동중계라,듣노라니 기가찬다. 설기현 인터셉트,하프라인 넘어 드리블 대시 스루패스,크로스 패스 리턴 받아 센터링, 헤딩 슛,골키퍼 펀칭,크로스바 넘어갑니다.
여기저기 외래어요,입 벌리면 외국어라. 세계화 지구촌에서 경쟁력 있겠네 믿었더니 거리서 만난 외국인 하나 시청 앞에도 못 데려간다. 입만 풍년인 콩글리쉬가 어찌 아니 그럴쏘냐.
이땅에 우리말 아끼는 이,누구하나 없단말가. 뜯기고 짓밟히는데 어찌 아니 나몰라라. 옛적에 중국어를 우리말 삼자고 나서더니, 철 없는 영어 공용화론 다시 나올까 두렵구나.
이 꼴 보고 세종대왕님이 지하에서 통곡한다. 문자 처음 만들 때도 천하다고 골리더니 오백여년 세월 흘러도 업신여김 그대로네. 한글날 국경일도 쓰레기 더미서 겨우 나왔다.
개뿔없던 대한민국,아이티 강국 행세해도 과학적 문자 한글 없이 눈곱만큼이나 가능했나. 우리말 우리글이 홀대받고 누더기 되는데 대한민국 밝은 미래 언강생심 기대할꼬.
-10월 10일자 중앙일보 이훈범 칼럼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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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요지경속에서 살아남기위해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지 겁나는 세상입니다요..식구들끼리도 말이 안통하니~~
이쯤해서 쑈부 칩시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