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째 광개토호태왕 추모제 고고히 열려
‘너른 마당’ 임순형 회장 광개토대왕비 모셔
태왕비 서체는 창조적이고 독창적인 동방서법
경기도 고양시 원흥동‘너른 마당’에서는 제 16회 광개토호대왕 추모예술제가 늦가을 햇살을 받아가며 2시간가량 이어졌다.
예술은 영원하다는 것을 입증하듯 해병대 군악대에서 군사들에게 사기를 진작시켰던 역전의 용사 해병대전우회의 빅밴드 서봉석 악단장과 그 일행들의 연주와 백의의 민족을 상징하는 흰옷으로 갈아입고 너른 마당을 휘돌아 추는 무용가 이규선 씨의 살풀이 춤, 이은양 단장이 지휘하는 해방둥이 합창단, 김성광 단장의 금들소리 난타공연 등은 코로나19로 어눌하고 침체된 삶을 일깨우는데 부족함이 없다.
광개토대왕능비는 중국 길림성 집안현 통구진 태왕향 태왕촌에 위치해 있으며,
1877년(청나라 광서 3년) 광개토대왕비가 발견되었다. 당시에는 비석만이 있었으나 1928년 집안현 지사 유천성(劉天成)이 2층 형의 소형 보호비각을 세웠으며 1982년 중국 당국이 단층형의 대형 비각을 세워 비를 보호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국내에는 개성상인 고 송암 이회림 동양체철화학회장이 설립한 인천송암미술관, 정부가 설립한 용산 전쟁기념관에 1992년 설치되었으며, 독립기념관, 그리고 고양시 원흥동 너른 마당에 음식점을 경영하는 임순형 회장(55년생, 광개토태왕 존승회장)에 의해 2004년 세워졌다.
그러나 호태왕비의 넋을 기리며 국가와 조상의 얼을 더듬어 보는 시간을 해마다 갖는 것은 너른 마당이 유일하다.
올해로 16회를 맞는 광개토태왕추모제는 음력 9월29일에 개최하는데 이는 태왕비 1면 6행에 -갑인년 구월이십구일 을유 천취산(遷就)능어(陵於)시입비명기훈적(勳績)이시후세언-에 각인된 것을 해석하여 -서기 414년 9월 29일 을유일에 취산릉에 옮겨 모시어 비석을 세우고 훈공과 업적을 새겨 후세에 보인다. 라는 뜻에 따라 당시는 음력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하여 올해에는 음력 9월 29일인 양력 11월 12일에 추모제를 거행하게 된 것으로 매년 음력 9월29일에 맞춰 추모제를 거행하고 있다.
너른 마당의 광개토태왕비는 높이 6.3미터, 둘레 1.3~2미터로 확인된 1,800여자(1,775자)의 한자를 원형그대로 전각했는데 비석의 돌도 하북성 일대에서 채취한 검은 돌을 구해 중국인 석공에게 전각하여 국내로 들여온 비로 순전히 너른 마당을 운영하는 임순형 씨의 남다른 역사관과 경제적 투자로 이뤄진 결실이다. 임 회장은 개회사에서 “역사는 기억하는 자의 몫”이라는 소명감에서 시작된 결과라고 말한다.
비에는 고구려의 건국과정과 광개토대왕의 활약상이 연대순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광개토대왕이 신라의 원군 요청에 의해 군사 5만 명을 이끌고 왜구를 물리친 내용과 북쪽으로 동부여를, 서쪽으로 후연을 격파하고 요동을 차지하였으며, 남으로는 한강선까지 영토를 확장한 내용이 담겨져 있다.
이 능비는 우리 고대사의 신비를 풀 수 있는 증거일 뿐만 아니라 고구려의 대외관계 및 강역 등을 알 수 있는 자료로 당시 고구려 문화의 상징인 고분벽화와 더불어 고구려의 국제적 위상과 뛰어난 문화수준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
고구려의 건국연대를 “광개토대왕은 추모왕의 17대손”이라는 기록에 근거해 고구려의 건국은 B.C 277년이란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으며, 삼국사기 고구려 본기에는 “광개토대왕은 동명왕의 12대손”이라 기록해 5세대의 왕이 누락되었음을 알게 한다.
광개토대왕릉비의 서체에 대한 논쟁에서는 중국학자들은 6조위비(六朝魏碑)의 영향을 받았으며(榮禧), 한의 팔분예서(八分隸書)체의 성행에 비해 고구려는 변방 소수민족의 낙후된 문자서체라고 주장(叢文俊)하지만 광개토대왕릉비 서체는 중국의 어떠한 금석문에서도 발견되지 않는 독특한 특징을 가진 서체이다.
광개토대왕비 서체를 연구해 최초로 유행시킨 서예가 여초 김응현 선생은 “광개토대왕비의 서체는 예서에 근간을 두고, 전서. 해서, 행서, 초서를 새롭게 혼합한 창조적 종합서체로써 우리 민족의 독창적인 동방서법”이라 주장하기도 했다.
16회 광개토호태왕 추모제에는 불교계 행사에 사회를 맡아온 이건호 씨의 총괄지휘로 치러줬다. 이건호 씨는 토태왕추모제의 사회를 15회째 맡고 있는 인물이다.
한국군에서는 최고의 손자병법의 1인자로 육군대장,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 겸 한미연합지상구성군사령관을 역임한 김병관 예비역대장이 초헌관으로 봉행에 참여했다.
김병관 예비역대장은 “지휘관의 권한과 책임은 정부의 명령에만 쫓을 것이 아니라 스스로 판단해서 나라에 필요한 것을 할 수 있어야 하며 자유민주주의라는 현대적 상황에서는 궁극적으로 '헌법'이 최고의 선택기준이고 최종 결정권을 갖는다.”라고 정의한바 있다.
고 박정희대통령의 둘째 딸 근령 씨도 광개토태왕에게 제례를 지내고 한국역사에 대한 자신이 간직한 평소의 식견을 토로하기도 했다. 시조 단군왕검이 재위 67년에 태자 부루를 보내어 9년 대홍수를 겪으며 국가 존망의 위기에 처한 중국에 ‘오행의 원리로 물을 다스리는 법’을 전하며 요순 정권을 구해준 오행치수법은 오늘날의 국민교육헌장과도 맥을 같이 한다며 세계의 강국으로 발전한 한국이 역사만큼은 왜 아직도 일본자료에 의지하는지 모른다는 아쉬움을 지적했다. 행사에는 동양천문학회 김구연 회장도 참석하여 자연과 조상의 어울림을 다시금 심어주기도 했다.
고풍스런 한옥에서 흐드러지게 핀 연꽃과 북한산을 바라보며 식사를 즐길 수 있는 3대째로 이어져 오는 너른 마당은 음식이 정갈하고 맛이 빼어나다.
통오리밀쌈(5만6천원), 녹두지짐, 닭백숙, 접시만두, 우리밀칼국수(1만원)등으로 여유로운 식사를 즐길 수 있다.(너른 마당,031-962-6655)
(환경경영신문/환경국제전략연구소 김동환 경영학박사, 시인)